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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Guernica for the city
작가 : 날개이름
작품등록일 : 2019.1.7

Guernica for the city : 도시를 위한 전란

'게르니카(Guernica)'는 독일의 폭격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에스파냐 북부 도시의 이름이자, 그 도시의 참상을 묘사한 피카소의 작품 제목이기도 합니다.
괴기스러운 화풍으로 당시의 전란을 잘 표현한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현재까지도 회자되고 있죠.
'Guernica for the city : 도시를 위한 전란'은 그 피카소의 작품을 모티브로 삼고 있습니다.
전란. 즉, 전장의 혼란.
얼핏 종전이 선언된 지 오래인 현대사회와는 상관없어 보이는 주제지만, 전란이란 단어는 사실 21세기의 도시와 의외로 닮은 구석이 많습니다.
각자의 전장으로 매일같이 출근하여, 망신창이가 되어 돌아오고
답이랄 것 하나 없이 제자리를 맴돌다가
차디찬 술병을 비운 다음
우울에 빠져, 침묵.

이 파란 유리빌딩의 숲 속에는 분명, 전장에 버금갈만한 묵직한 혼란이 감돌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그에 대해 묘사한 여러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순수문학에서도 장르소설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작풍의 시~단편들을 보고 싶다면
주저없이 들어오시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심심하신 분은 인스타그램에서 'wingname'을 검색해 보세요. 규격이 맞지 않아 못 올린 소설의 프로필 그림을 포함하여 제가 그린 그림들을 몇 개 올려둘까 합니다.

 
[어른들의 톱니바퀴 part. 3]
작성일 : 19-02-14 11:08     조회 : 296     추천 : 0     분량 : 2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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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이 찾아왔다.

  광원은 어슴푸레한 달빛뿐이고, 작동을 멈춘 금색 톱니는 어둠과 섞여 윤기를 잃었다.

  “여기 그대로 누워서 자나요?”

  “응, 이빨 사이의 틈에 기대어 자면 한결 나아. 대개는 딱딱해서 잠을 설치지만.”

  “말 그대로 잠 못 드는 밤이네요.”

  “잠 못 드는 밤이지.”

  남자와 소녀는 양옆이 다른 톱니의 옆면으로 가로막힌 밀폐된 이빨의 틈에서 서로 조금의 거리를 둔 채, 등 뒤의 톱니에 얌전히 기댔다.

  “아직 핵으로 향하는 틈을 발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나요?”

  “응. 안타깝게도 말이지.”

  남자는 한 템포 쉬고서 시름이라도 내놓듯 말했다.

  “나 참. 수만 년을 그 많은 사람들이 헤맸는데 단서 하나 못 찾았다니. 그깟 핵이 뭐라고...”

  “본질이에요.”

  “응...? 아니 그게 아니고 아까 말했다시피 핵은 금색 톱니를 움직이는...”

  “그건 관계고요.”

  허공을 바라보며 말하는 그녀를 향해 남자는 고개를 돌렸지만, 그녀는 그 시선을 뒤늦게 알아차렸다는 듯 놀란 제스처를 취하며 또 한 번 생긋 웃었다.

  “아, 죄송해요. 아까부터 창자가 갈가리 찢어질 만큼 답답해서 저도 모르게 그만. 말버릇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주세요.”

  ‘차, 창자가 찢어져...?’

  그런 그녀답지 않은 말에 남자가 충격을 받은 것과 동시에, ―저 멀리서 누군가의 경악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찾았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찾았어, 찾았다고오오오오!!!!!!!!』

  쉰소리까지 섞여가며 진심으로 기쁨에 겨운 목소리였다.

  곧이어 주변이 소란스레 달아오르고, 남자 역시 헐레벌떡 일어나 톱니를 밟고 올라서기 시작했다.

  “뭐해!? 너도 빨리 올라와!! 저게 거짓말만 아니라면 수만 년의 인류역사가 보답 받는 순간이란 말야!! 어서!!!”

  “네? 아, 네...”

  지금까지 보여준 나긋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충혈 된 눈을 치뜬 남자는 소녀를 기다리지도 않고 톱니 위로 발을 박찼다.

 

  금색 바다의 어딘가, 톱니 하나가 빠져 시커먼 구멍이 나 있는 그곳으로 근처에 있던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저, 정말이네...』

  『응, 정말이야...』

  『난 지금 믿기지도 않는다고! 여기 꿈 아니지!?』

  그 구멍을 바라보며 숙덕대는 이들의 사이를 뚫고서 남자와 소녀는 구멍의 앞에 도달했다. 벌써 한 명의 남성이 그 어두운 틈으로 발을 집어넣고 있었다.

  “아! 그, 조심...!”

  그 모습을 본 소녀가 다급하게 외쳤지만, 이윽고 디딤발마저 어둠 속으로 내민 그의 몸이 쑥하고 빠져 들어갔다.

  『으악!!』

  텅. 마지막 순간 두 손으로 겨우 톱니의 모서리를 붙잡은 남자는 대롱대롱 매달린 채 남자는 그런 비명을 질렀다. 섬뜩한 외침이 메아리가 되어 울렸다.

  『뭐, 뭐야?!』

  『왜 그래요?! 뭐가 있는 거에요 대체!』

  손만 남고 전부 어둠 속으로 사라진 그의 주위로 수많은 이들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그 때. 멈춰 있던 금색 톱니들이 돌아가기 시작하더니, 그 구멍 주변에 있던 톱니들마저 연쇄작용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기울어지는 톱니. 남자의 손은 미끄러졌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칠흑 속으로 사라진 남자의 비명이 점점 작아지며 울려 퍼지고, 톱니들은 계속해서 허물어진다. 구멍이 점점 커지며 금색 바다가 순식간에 칠흑에 잠식되어갔다. 저 밑 어딘가에 떨어진 톱니가 ‘깡’하고 울려대길 몇 수백 번. 사람들의 비명이 그 위를 덮었다.

  『꺄아악!』 『이, 일단 물러나아아!!!』 『아윽, 읏?!』

  키깅. 키깅. 깡. 키깅. 깡. 키깅. 키깅. 키깅. 키깅. 깡. 깡. 키깅.

  혼비백산.

  이윽고 톱니들이 서서히 작동을 멈추고, 평소보다 일찍 찾아온 아침에 그 처참한 광경이 밝혀졌다.

  금색 바다 한복판에, 대공동이 커다랗게 뚫려 있고

  그리고 그곳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시야가 사라질 만큼 깊은, 텅 빈 공간만이,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은 이들의 발 앞에 훤히 드러나 있었다. 그 대공동을 둘러싼 벽면조차 늘 보던 금색 톱니의 밑면에 불과했다.

  그들이 평생을 바쳐 찾아다닌 톱니 속 핵이란, 겨우 그런 것일 뿐이었다.

  『아, 아아....!』

  그것을 본 이들은 허망하게 처진 눈을 떨더니, 하나 둘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전신에 힘을 풀어버렸다.

  서 있던 이들은 털썩 주저앉고

  톱니에 간신히 매달려 있던 이들은, 비명조차 없이 손을 놓고 아득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아~아. 빨리도 알아차리네 정말.”

  상심한 채 주저앉은 남자의 옆에 가만히 선 채, 소녀는 골치 아픈 듯 이마를 짚었다.

  “어때요? 이게 우리가 몇 만 년 동안이나 찾아 해맨 핵이라는데.”

  그녀는 입을 멍청하게 벌린 채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는 남자에게 물었다.

  “.......”

  “무엇이 존재하는 건 그것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에요. 당신들이 찾던 그 번지레한 본질 같은 건 없다고요. 고등학생이 펜 잡고 5분 동안 생각해서 안 사실을, 한평생을 방황해서 겨우 안 거에요? 뭐 저 말고도 찾아낸 사람은 많이들 있다지만, 어쩌피 다시 수복되면 새로운 사람들이 해맬 테니 이 멍청한 짓은 끝나지 않을 거구요.”

  그러나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 시종일관 멍을 때리고 있던 남자는, 스스로 터벅터벅 발을 옮겨, 그 구멍 속으로 몸을 던졌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그곳에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그 대공동 속으로 던져진 인형마냥 몸을 떨궈댔다. 지붕에 고여 있던 빗물이라도 떨어지듯, 후두둑.

  그리고 소녀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침대 위에 멍하니 앉아있을 때와 표정을 한 채, 조용히.

  모두가 사라진 금색 바다 위에 홀로 남은 것이다.

  심지어 톱니는 움직이지도 않았다.

  “.......”

  그런 침묵 속에서,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잘난 듯 팔짱을 낀 채 설교를 했던 그녀는 코를 한 번 훌쩍이더니

  역시나 앞으로 몇 발자국을 걸어 어둠 속으로 폴짝 뛰어내렸다.

  그 많은 것을 알고 있었지만

  상등하지 않고

  ―동등하게.

  아니, 오히려 하등할지도 모르는, 그 찰나의 방황을 품에 안은 채

  남들과 똑같이 사라져버렸다.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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