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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잿빛하늘
작가 : 대방
작품등록일 : 2019.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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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으로 인한 멸망.
살아 남은 사람들과 살아나지 않는 모든 것들 속에서 생존을 향할 갈망과
그에 따른 인간의 이기적인 면들.
흩어져야 살 수 있는 조건 속에서의 암담한 생존.

 
6화.
작성일 : 19-02-14 00:53     조회 : 219     추천 : 0     분량 : 3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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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렇게까지 해서...”

 

 참 아이러니했다. 이 상황에서조차 살려고 하는 게 참 우스웠다.

 왜일까. 무엇이 아쉬워서? 무슨 미련이 남아서 이런 일까지 벌여가며 생존을 하려 하는 걸까. 삶을 갈구하는 것이 어쩌면 인간의 본성 중의 본성인 것 같다고 기수는 생각했다.

 그것이 어떤 방법이건 어떤 결과를 이끌어 내던 간에.

 

 이 척박한 곳에서조차 헛된 희망을 품으며 눈앞을 흐린 채로 살아가고자 한다는 것.

 이해할 것 같으면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소매로 입을 닦은 대형의 눈빛은 착 가라앉았다.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사람처럼, 어릴 적부터 어른이 되어야 했던 아이처럼 그의 눈은 점점 생기를 잃고 탁해졌다.

 

 현실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던 것이 실제로 닥쳤을 때, 알고 있다는 것에 예방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눈으로 직접 본 그 충격의 여파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그렇게 불편한 진실을 본 그들은 더러워지고 무거운 마음을 가진 채 발걸음을 옮겼다.

 

 “받아들여야겠지.”

 

 땅을 보며 걷던 대형은 문득 그렇게 말했다.

 

 “그래야겠지.”

 

 자신을 죽이는 작디작은 외침이었다.

 

 “…….”

 

 “죽기를 바랐다면 벌써 죽었어야 했어. 우리는 어쩌면 아직까지 억지로 붙잡고 있는 걸지도 몰라. 깨끗한 척. 언제까지고 우리가 지킬 수 있을까.”

 

 “그래. 우리도 저렇게 잡아먹겠지. 그 반대가 될 수도 있고. 그런데 지금은 아니야. 억지로 붙잡고 있는 거? 맞지. 맞는 말이야. 이렇게 자기 위안을 삼는 것일 수도 있고.”

 

 쓸쓸함이 묻어 나오는 목소리로 기수는 대답했다. 마음이 복잡해졌다.

 모든 것에 무덤덤해졌다고 느꼈던 그는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인간의 비열함과 잔인함은 TV로 봤을 때와는 달리 피부로 직접 느껴지니 훨씬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우물 안 개구리는 자신이 우물 안에 있는지 모르는 법이었다.

 

 “조심해야겠다.”

 

 “어?”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듯 정말 무심하게 대형은 말했기에 그는 대형의 말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대형은 걷는 그대로 평범한 이야기를 하듯 말했다.

 

 “조심해야겠다고. 불 피우고 남은 잿더미 말이야.”

 

 기수는 불안했다. 약간 정신을 놓은 채로 말하는 것이 그는 걱정되었다. 기수는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그의 눈에는 빛이 없어 보였다.

 

 “그게 왜?”

 

 “그대로 남아 있잖아. 바람이 안 분 것도 아니고.”

 

 “아….”

 

 “얼마 안 된 거야.”

 

 기수는 무언가 머리를 강하게 내려친 느낌을 받았다. 왜 그걸 생각 못 했지?

 그는 당황스러웠다. 위험한 상황인데 이토록 침착하게 말하는 그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망가야 하는 상황 아니야? 몇 명 일지도 모르는데.”

 

 대형은 고개를 미미하게 저으며 기수를 쳐다보았다.

 

 “도망가면, 우린 굶어 죽을걸. 이제 먹을 건 두 끼밖에 안 남은 거 너도 알잖아.”

 

 “그래도 이건 너무 위험….”

 

 그가 대형을 쳐다보며 말하자 대형은 고개를 돌려버렸다. 완강한 태도였다.

 기수는 왠지 대형이 화가 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의 굳게 닫힌 입술에는 말로 표현 못 할 무언가 여러 것들이 섞여 있었다.

 뭔지 모를 그 위화감에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 이곳을 가로질러 가는 것이 제일 빨랐고, 다른 쪽으로 벗어나도 마을은 있지만 거리가 멀었고 거기에 먹을 것이 있을 거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었다.

 

 몇몇 집들을 살펴보았지만 허탕이었다. 음식 비스무리한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동족을 먹으며 버티는 걸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들은 처음에 봐두었던 이곳 중에 그나마 세련되어 보이는 집으로 찾아갔다. 어느새 저녁놀이 보이기 시작했다.

 점점 주황빛으로 물들어가는 걸 보며 그들은 점점 마음이 급해졌다.

 

 다른 집들과 다름없이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외관으로 봤을 때는 몰랐지만, 내부는 아주 어두컴컴했다.

 나무로 만든 집이었지만 안은 고목나무처럼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갈색이었다.

 아마 밖은 이 찝찝한 거리감을 주는 색을 감추기 위해 페인트를 칠한 것 같다.

 기괴하게 울어대는 바닥의 장판 소리와 오래 비워 둔 집 특유의 기이한 어두운 분위기가 그들을 반겨 주었다. 생존자가 있는지 그들은 조심조심 방 구석구석 살펴보았다.

 

 마지막 방문을 연 대형은 아무도 없는 것에 대해 마음이 놓임과 동시에 이 집에도 먹을 것이 없다는 것에 불안함을 느꼈다.

 손을 허리춤에 얹은 채로 한숨을 쉬며 주방으로 내려온 대형은 가만히 서서 무언가를 집중하며 보고 있는 기수를 발견했다.

 가까워지는 걸음 소리에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그에게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기 저 얼룩이 뭐 같아?”

 

 그는 손을 주방 끝에서부터 반대쪽 끝까지 가리켜 보았다. 주방 전체에 얼룩들이 가득했고, 무언가 튄 듯한 자국들도 보였다.

 오래되어 변한 듯 검은색에 약간 붉은 빛이 언뜻 비춰졌다. 대형은 해답을 찾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기수는 알고 있었던 듯 당혹스런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가 무어라 말하려 하려 하자 대형은 갑자기 눈썹을 찡그리더니 손바닥을 그의 앞에다 대고선 검지 손가락으로 귀를 가리켰다.

 

 “….”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아 집중이 풀리려는 찰나, 집중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 아주 작은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왔다.

 

 “……줘.”

 

 아주 작은 소리가 잠시간의 침묵을 깨트렸다.

 잘 들리지 않았지만, 분명히 사람의 목소리였다. 어디서 나는 소린지 찾기 위해 그들은 집중하며 근원지가 될 만한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았다.

 

 “살…려…….”

 

 미비하게 바닥에서 울림이 느껴지자 그들은 자신들의 발아래에서 난 소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천천히 숨소리 하나 내지 않은 채 긴장한 상태로 바닥으로 귀를 가져다 댔다.

 

 “살려…주세요.”

 

 가래 끓는 소리와 쇳소리가 섞인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

 

 공기 소리에 억지도 짜 넣어 섞인 그 애처롭고 생기 없는 목소리가 바닥을 타고 넘어 그들에게 전해졌다.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은 자신의 죽음을 알고 있는지 앞뒤 없이 그저 간절하게 살려달라는 말만 해대었다.

 

 달달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기 위해 기수는 손을 꽉 말아 쥐어야 했다.

 저절로 상상 되어지는 발밑의 공간이 그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불안한 그의 시야에 문득 무언가 들어왔다. 식탁 밑의 바닥에 작은 문고리가 있었다.

 

 그는 시선을 고정한 채 그 상태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이윽고 그는 무언가에 홀린 채 그곳으로 다가갔다.

 갑자기 움직이는 기수를 보며 대형은 그가 가는 곳을 쳐다보았고, 그가 본 것을 대형도 보았다. 기수가 무엇을 하려는 지 짐작한 그는 재빨리 다가가 그의 팔을 잡으며 막아섰다.

 

 “미쳤어? 지금 뭐하는 거야!”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기수의 두 눈이 커졌다.

 

 “살려야지. 이대로 두자는 거야?"

 

 답답하다는 듯 대형은 언성을 조금 높였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지금. 그래 네 말대로 살렸다 쳐. 그다음은? 우리가 데리고 갈 것도 아니잖아. 괜히 구해주다가 우리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거 몰라서 그래? 끝까지 책임져주지 못하는 도움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기수는 그의 말에 씩씩거리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맞는 말이지만 화가 났다. 말 밑 아래를 쳐다본 채 가만히 있던 그는 곧 결심이 선 듯 고개를 들었다.

 

 “그래, 가자.”

 

 하고 싶지 않은 말을 하는 듯 그는 한숨이 잔뜩 섞인 말투였다. 빠르게 집을 나오며 그는 결국 자신들도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다. 똑같은 살인자였다.

 

 집을 나와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마을 끝부분까지 다다랐을 때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들이 겪었던 충격적인 집 앞에는 언제 도착했는지 한 여자가 서 있었다.

 활과 화살 통을 멘 채로. 그리고 그 여자도 그들을 보고 있었다.

 

 서로 그렇게 쳐다보다 여자는 그대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

 죽음의 문턱에서 벗어난 걸 깨닫자 쉬지 못했던 숨이 겨우 쥐어짜 나왔다. 사정거리 안에 들지 않은 것에 감사함을 느낀 그들은 걸음을 재촉해 최대한 마을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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