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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홍귀
작가 : 연수희
작품등록일 : 2018.12.31

‘홍귀’라고 들어봤는가? 사람의 붉은 피를 거죽처럼 몸에 흠뻑 뒤집어쓰고 다닌다 하여 붙여진 어느 악귀의 이름이다. 시체가 산을 이루고 피가 강을 이루자 붉은 악귀의 존재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사람들은 붉은 피를 흠뻑 뒤집어쓴 악귀의 모습을 두고 ‘홍귀(紅鬼, 붉은 악귀)’라 부르며 두려워했다.

그게 바로 붉은 악귀, ‘홍귀’다.

500년 만에 다시 세상 밖에 나온 홍귀, 홍귀를 쫓는 여인 연.

복수를 꿈꾸는 여자와 그 누구도 믿지 못하는 남자의 이야기.

 
불안과 긴장
작성일 : 19-02-12 10:32     조회 : 225     추천 : 0     분량 : 12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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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만나러 온 거야?”

 

  귓속을 파고드는 저음의 목소리는 이상하게도 가슴 언저리에까지 깊이 내려왔다. 가슴이 묵직하게 내려앉아 연은 잠시 작게 숨을 골랐다.

 

  부디 이 순간의 동요를 남자가 몰라주길 바라면서.

 

  남자의 목소리가 다시 한 번 기억속의 그 목소리와 너무나도 똑같다고 느껴져, 연은 역시나 이 눈앞의 남자가 귀신이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쉽사리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여기서 뭐하세요?”

 

  간신히 물으니, 그가 답해주었다.

 

  “그냥 일. 보다시피 호위잖아?”

 

  귀신이라고 치기엔 그는 또 얌전한 체하며 말끔한 남자의 행세를 하고 있었다. 번듯하게 차려입은 손 가의 청록색 호위복도 그의 몸에 딱 맞게 걸쳐져있었다.

 

  손 가의 호위복이 기품 있게 느껴지기는 처음이다. 항상 뱀의 가죽 같은 색깔 같아서 거북했었는데.

 

  “여기… 별채에서 일하세요?”

 

  그가 고개를 한번 간단히 끄덕인다.

 

  그는 진짜 이 거대한 저택의 호위무사인 듯 여타 다른 호위들처럼 옆구리에 검을 차고 주어진 자리에서 임무를 다하고 있었다.

 

  그가 정말 사람이라면, 사람인 그를 연이 혐오할 이유는 없다.

 

  구름이 잔뜩 낀 어두운 하늘이지만 대낮이었고, 도처에는 수많은 호위들이 깔려있었다. 그리고 하인들도 많았다.

 

  경계를 살짝 풀려고 했으나 소중한 사람이 있다는 연의 말을 한껏 비웃으며 바보 취급하던 그의 멸시가 떠올라 연의 마음이 도로 꾸깃꾸깃해졌다.

 

  「아닌 척하며 나를 대가없이 순수하게 위한다는 그 거짓이 너무 가증스럽고 역겹지 않아?」

 

  가시 돋친 그 말. 냉랭하기 짝이 없는 눈.

 

  마치 면전에 대고 ‘너도 별 수 없어’라고 비난하는 듯했다. 아니, 이미 그렇게 말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곱씹을수록 울컥 화가 치민다. 동시에 적나라하게 밝혀진 마음에 스스로가 창피해져만 갔다.

 

  연은 불쑥 다가온 그에게서 세 발자국 떨어지고 머리를 숙여 인사했다. 재수 없는 자식. 속으로 중얼거렸다.

 

  “전 심부름 때문에 여기 온 것입니다.”

 

  당신을 만나러 온 게 아니라고.

 

  날카로운 속마음과는 달리 대답은 아주 흠잡을 수 없이 공손했다. 하지만 그 공손함 때문에 그 어디에도 비집고 들어갈 틈 따위 조금도 느낄 수 없었다. 천민노비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위화감이다.

 

  그는 그 위화감을 굳이 꼬집지 않았다.

 

  “나는 네가 내 거래를 받아들이려고 온 줄 알았어.”

 

  “저는 분명 못 들은 걸로 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그리고 지금 여기서 나눌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미 끝난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정말 괜찮겠어?”

 

  그가 살짝 허리를 낮추고 물었다. 겨울바람과 함께 그의 향이 이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연은 잠시 숨을 참았다.

 

  “무얼요?”

 

  “너 진짜 위험할 텐데.”

 

  위험하다고 경고하는 그의 목소리가 더 위험한 것 같았다.

 

  “상관없습니다. 영서 아가씨는…,”

 

  연은 멈칫했다. 입을 다물고 주위를 살폈다.

 

  다행히도 별채의 호위들은 여전히 창백한 낯으로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쪽을 힐끔 쳐다보기는 했지만 그건 아주 잠깐일 뿐,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별채의 사람들은 어딘가 이상한 구석이 있다.

 

  그래도 혹시 몰라 눈을 바닥에 떨어뜨린 채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작게 소곤거렸다.

 

  “…전 아가씨에 대해 잘 압니다. 영서 아가씨는 생각 외로 순진한 사람이라 또 그만큼 단순합니다. 게다가 겁은 얼마나 많으신데요.”

 

  원래 시끄럽게 성질을 잘 떠는 사람일수록 겁이 많다. 작은 강아지들이 왕왕 짖어대는 것도 그 이유에서다.

 

  “고귀하신 분이기 때문에 오로지 저택 안에서만 지내십니다. 그렇게 바깥의 공기와 일절 단절된 채 살아온 분이시니 흉계라고 해봤자 기껏해야 저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리는 정도겠죠. 아가씨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을 가장 무서워하니까요.”

 

  휘이잉 몰아치는 겨울바람이 연의 목소리와 뒤섞였다. 그가 몸을 더욱 숙이고 붙였다. 그 탓에 연이 숨을 참는 횟수가 늘어나 호흡이 벅찼다.

 

  검은 삿갓의 넓은 챙 안에 연의 얼굴도 들어갔다. 그의 서늘한 눈이 코앞에 있었다. 훤히 보고 싶은 얼굴이건만 막상 가까워지자 왠지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시선을 느낀 것인지 검은 눈동자가 스륵 소리 없이 움직여 연을 똑바로 보았다.

 

  따뜻함이라고는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것 같은 눈이었다.

 

  그가 말했다.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그래, 때로는 칼보다 더 날카롭고 화살보다 더 정확히 상대를 맞추지. 종종 상관없는 사람이 맞을 때도 있지만.”

 

  연은 그의 눈길을 피하고 그에게서 한발자국 더 떨어졌다.

 

  거리를 두고 나서야 이 불편한 남자의 얼굴을 슬쩍 엿볼 수가 있었다. 그는 연을 보던 눈길을 금세 거두고 왠지 다른 생각에 잠겨있는 듯했다.

 

  “…그래요,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은 사람을 상하게 하죠.”

 

  어제 그는 연에게 무례했고, 연은 그에게 분노했다.

 

  그는 연에게 그래도 되지만 연은 그에게 그래서는 안 되었다. 천한 노비계집애가 목을 빳빳이 들고 대든다는 것은 제발 죽여 달라고 읍소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 자리에서 곧장 연에게 손찌검을 하지 않은 이 남자가 신기했다. 맞을 각오로 화낸 거였는데.

 

  연은 망설였다.

 

  그래도 한번 넘어가나 떠볼까….

 

  “그래서 아가씨께서 나리한테 저를 해치라는 명령을 내리신 거겠죠. 지금 저택에서 저와 나리에 대한 이상한 추문이 돌고 있으니 소문에 확실한 쐐기를 박으시려고요. 여자에게 추문이 덧씌워지면 어찌 되는지 아십니까? 하늘같은 사내이시니 절대 모르실 겁니다.”

 

  “…….”

 

  “추문의 여자는 필요 없는 것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해악한 것이 됩니다. 나쁜 사람이 되는 거지요. 나쁜 사람은 벌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아가씨는 제게 그렇게 벌을 내리시려는 거구요.”

 

  그가 연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그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 보이지 않는다.

 

  “아가씨께서 대체 어떤 명령을 나리께 내리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그저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며 귀족님들에 대한 충절과 굴종을 보여드리면 됩니다. 마치 용서를 빌 듯이요. 그럼 이 추문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질 겁니다. 다른 여자의 추문이 저를 대신하겠죠. 그리고 그때 즈음엔 아가씨의 분노한 마음도 조금쯤은 풀릴 것입니다.”

 

  “추문이 사실이 아닌데 왜 네가 용서를 구해야하는 거지? 사죄를 하는 거잖아.”

 

  그가 다시 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연은 그의 말에 조금 놀랐다. 자기도 모르게 조용히 웃었다.

 

  “원래 그런 거예요.”

 

  “웃지 마.”

 

  “예?”

 

  “비굴해보여.”

 

  순간 연의 입가가 아래로 툭 떨어졌다.

 

  “내가 너에게 거래를 제안한 이유는 네가 배짱이 있기 때문이었어.”

 

  “그럼 잘됐네요. 비굴한 여자인 줄을 이제 아셨으니.”

 

  연은 다시 입꼬리를 위로 끌어올려 웃었다. 다시 웃을 때 왠지 비참함이 조금 느껴지는 것 같았다.

 

  “전 천민노비예요. 천것의 성질은 원래 이렇습니다. 살기 위해서 나를 모욕한 사람에게도 다정하게 미소를 건넵니다.”

 

  내가 지금 당신한테 웃고 있잖아.

 

  “그러니 조금이라도 제가 가여우시면 아가씨가 나리한테 어떤 명령을 내리셨는지 좀 알려주시겠어요? 절 어떻게 해치라고 하셨죠?”

 

  절박하지 않게, 성급하지 않게, 그러나 너무 느리지 않게 물었다.

 

  그가 간결하게 대답했다.

 

  “난 네가 가엽다고 느껴지지 않는데.”

 

  “매정하시네요.”

 

  “넌 가엽지 않아.”

 

  그가 팔짱을 끼고 연을 지그시 보았다. 연은 침을 꿀꺽 삼켰다.

 

  “나리께서 안 가르쳐주셔도 상관은 없지만 무척이나 인정이 깊은 관상… 이신데요.”

 

  누가 들어도 거짓말이다.

 

  “그리고 더욱이 지금 나리가 제게 하신 짓이 저를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는 건 알고 계세요?”

 

  “뭐?”

 

  “나리께서는 절대 모르시겠지만, 사실 지금 이렇게 나리랑 대화하는 것도 저는 살 떨리는 일입니다. 추문이 도는 마당에 그 추문의 주인공들이 서로 속닥거리고 있으면, 굳이 아가씨가 나서지 않아도 추문은 사실이 되거든요.”

 

  연이 주위를 보란 듯 살피자 그도 따라 주위를 살폈다. 주위는 호위들과 하인들이 장승처럼 서 있었다.

 

  “나리께서는 그냥 단순히 말을 건 것뿐이라고 가벼이 여기시겠지만, 저는 진짜 목숨 거는 일입니다. 그러니 떨어져요.”

 

  그가 순순히 뒤로 물러났다. 정확하게 남들이 의심하지 않을 만한 건전한 거리만큼.

 

  “이 정도면 됐어?”

 

  “예, 더 가까이 오지마세요.”

 

  아까부터 연이 뒤로 물러서면 그가 어느새 다시 다가와 주의 깊게 연의 얘기를 듣고 있었다.

 

  “아니, 왜 찰싹 달라붙어서 얘길 듣고 있어요?”

 

  “네가 너무 작게 말하니까.”

 

  “그거야 저택의 아가씨에 대해 얘기하는데 어느 바보가 큰 소리로 얘길 해요? 목 달아나게?”

 

  “그러니까 내가 너한테 몸을 붙인 거잖아. 그리고 네가 오죽 작아?”

 

  “보통이에요, 제 신장은!”

 

  연은 발끈했다가 흠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아무튼 다소 부주의하게 저한테 말씀을 거신 것에 대해선 제가 기꺼이 넘어가드리겠습니다. 아가씨의 명령이 무엇이었는지 가르쳐주시기만 한다면.”

 

  그가 딱 잘라 말했다.

 

  “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아무 말도 하지 않겠어.”

 

  “그럼 말하지 마세요. 전 지키지도 못할 약속은 하지 않아요.”

 

  담담하게 되받아쳤다. 하지만 속은 불안했다. 겉으로는 상대가 누구인지 아니까 괜찮다고 여유로운 척했지만 사실 내심 걱정되었다.

 

  ‘…인정 없는 놈.’

 

  영서의 계략은 지극히 단순해도 효과는 나쁘지 않다. 단순하기 때문에 더 크게 상처받는 것일지도.

 

  아무리 자신을 헐뜯는 소문에 이골이 난 연이라고 해도 여전히 사람의 말소리는 무서웠다.

 

  어떤 말들은 귓속에 들어오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가장 깊숙한 마음에까지 닿는다. 그리고 도무지 이 마음에서 나갈 생각을 않는 것이다.

 

  이따금 정말 아픈 곳을 찌르기도 해 머리가 멍해질 때도 있었다. 여기만은 안 건드렸으면, 하는 곳을 탁 건드릴 땐 정말이지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게 힘들었다.

 

  대가의 유일한 직계 귀족아가씨라는 격차 높은 신분이 주는 중압감도 실로 대단했다. 천한 노비인 연이 영서에게 어떤 짓을 당한다한들 연은 그녀에게 일언반구도 할 수 없다.

 

  단순히 귀족의 심기를 거슬렸다는 이유만으로 썰려나간 하인들의 수가 얼마였던가….

 

  유오도 오로지 연만을 위하기엔 한계가 있다. 연도 그런 것을 원하지 않았다.

 

  유오와 영서, 두 사람은 부부가 될 사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서아가씨가 자신을 해하기 위해 검은 삿갓의 남자를 사주했다는 사실을 유오에게 말하지 않았다. 둘의 관계에 자신이라는 존재가 끼어들어 영향을 주는 게 싫었다.

 

  무엇보다 아직 그 흉계라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 괜히 증자도 없이 설레발을 쳐 아가씨를 모함했다는 죄명을 받기보다는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는 게 더 이롭다고 판단을 내렸다.

 

  신중해야한다. 살얼음판을 걷듯이. 하지만 긴장을 놓쳐서는 안 돼.

 

  내 몸은 내가 지켜야 돼.

 

  “아마 제가 음란하다, 가볍다, 아무리 천한 노비라지만 주인에 대한 충절이 저리 없느냐 등그런 말들이 쏟아져 나올 거예요. 익숙합니다. 일생 들었던 거라.”

 

  “그런 게 익숙해져?”

 

  그가 물었다. 연은 잠깐 할 말을 잃었다.

 

  “…네, 익숙해요.”

 

  그가 그의 입매를 만졌다. 힘주어 굳게 다문 턱과 입술이 보였다.

 

  “그냥 나랑 거래를 하지 그래? 이런 답답한 곳보다는…,”

 

  “안 해요.”

 

  남자의 말을 싹둑 잘랐다. 그는 기분 나빠하는 기색 없이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가 잠깐 시선을 사선으로 내린 채 생각을 하더니, 다시 연을 보았다. 그의 눈길이 오싹하게 변했다.

 

  탐욕스럽기도 했고, 공허하기도 했으며, 끔찍하게 절실해 보이기도 했다.

 

  “내 요구를 들어주면 정말 네 안전을 지켜주고, 네가 원하는 바를 이루어주겠어.”

 

  악귀의 속삭임 같아, 하마터면 어떤 말이든 할 뻔했다.

 

  침묵이 내려앉았다. 바람소리만이 시끄러웠다. 너무 추워서 코끝이 얼었다.

 

  저 멀리 별채의 호위 중 하나가 크게 에취! 기침했다. 모두 추운 모양이다. 검은 삿갓의 남자만 혼자 추위를 타지 않았다.

 

  그의 안색은 여전했다.

 

  “어제 나리가 했던 심한 말이 계속 머릿속에 떠오르네요. 마음에 깊이 새겨졌어요.”

 

  “심한 말?”

 

  “제 주인이 저에게 잘해주는 이유는 목적과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닌 척하며 나를 순수하게 위한다는 그 거짓이 짜증나고 역겹다, 또… 제가 소중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엄청 비웃고 멸시했잖아요.”

 

  “네가 정곡이 찔린 거지.”

 

  그가 그렇게 말했을 때,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꽉 주먹을 쥐고 있었다는 사실을, 연은 깨달았다.

 

  “네 주인도 네게 목적이 있으니 잘해주는 것이고, 너도 네 이익에 손해가 가면 그토록 소중한 네 주인을 언제든지 등질 거잖아. 어떤 관계든 대가를 반드시 필요로 해. 대가 없이 마냥 주는 마음… 같은 건 없어.”

 

  연은 말없이 그를 응시했다.

 

  “결국 자기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다는 걸 설명해준 것뿐인데, 이게 왜 심한 말이야? 사실이잖아.”

 

  그때 연의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뭐하는 거냐? 거기서?”

 

  웅이 할멈이 별채의 난간에 서서 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택의 젊은 호위와 속닥거리는 연을 보고 못마땅하다는 듯 얼굴을 구기고 있었다.

 

  “허튼 짓 말고 얼른 들어와!”

 

  “예.”

 

  할멈이 홱 등을 돌려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연은 다시 그를 보았다.

 

  “사실이라고 해서 뭐든 다 말해도 되는 건 아니에요.”

 

  허리를 숙여 그에게 인사를 한다.

 

  “그만 가보겠습니다.”

 

  계단에 올라선 연은 문득 걸음을 멈추고 그를 내려다보았다.

 

  “아, 혹시 알아요?”

 

  그가 턱을 들어 연을 올려다본다.

 

  검은 삿갓이 살짝 위로 들리고 그의 이목구비가 분명하지는 않아도 이전보다는 확실하게 보였다.

 

  그렇구나. 이런 얼굴이었어.

 

  “어제 하신 말씀에 대해 제게 사과를 하신다면, 제가 달리 생각해볼 수도.”

 

  그렇게 말하고 휙 몸을 돌려 별채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연의 옷자락 끝을 기다란 손가락이 살며시 붙잡았다. 미약한 힘에 연의 걸음이 멈췄다.

 

  연은 고개를 반쯤 돌려 시선을 내렸다.

 

  그가 연의 옷깃을 손가락 끝으로 잡고 있었다. 손목이나 어깨를 잡지 않았다. 그리고 그대로 건전한 거리를 둔 채, 연에게 무언가를 작게 말했다.

 

  연은 멈칫했지만 굳이 뒤돌아 그를 보지 않았다. 자신의 옷자락 끝을 살며시 붙잡은 그 손가락을 쳐냈다.

 

  빠른 걸음으로 별채 안에 들어가니, 할멈이 무섭게 연을 노려보며 꾸중했다.

 

  “행동 조심히 해라. 남들 다 보는 앞에서 어디 계집애가 외간남자랑 말을 그리 잘 섞어? 아무리 천한 노비 년이라지만 유오군마마의 총애도 받는 년이 어느 정도의 지조는 지킬 줄 알아야지. 아니면 들키지 않게 숨어서 적당히 재미를 보던가! 말자 그년처럼 말이다.”

 

  “길을 묻길래 답한 것뿐이에요. 저택이 워낙 넓잖아요.”

 

  “내가 너를 잘 알아서 안 그럴 애라고 믿고 있었는데 저택에 떠도는 소문이 괜한 것은 아닌 모양이구나. 너랑 속닥거린 저 호위, 새로 들어온 그 젊은 호위 맞지? 너랑 빗속에서….”

 

  연은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었다.

 

  할멈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래, 입 다무는 게 상책이지. 별채의 신부님께 공손히 인사드리고 네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알려주마. 한 치의 실수나 오차가 있어선 안 돼.”

 

  “예.”

 

  할멈을 따라 긴 복도를 걸었다.

 

  손발이 떨렸다.

 

  이 별채에서 가짜신부 행세를 해야 되서가 아니다. 그 남자와 이야기할 때부터 몸이 떨렸다.

 

  추위 때문만이 아닌 것은 확실했다.

 

  그래서 그렇게 내가 주먹을 쥐었던 것이구나.

 

  이윽고 양옆에 무시무시한 형상의 호위가 지키고 서 있는 문 앞에 당도했다. 이상하게도 문이 쇠사슬로 칭칭 감겨져있어 섬뜩했다.

 

  바깥의 침입자로부터 신부를 지키기 보다는 신부가 빠져나오지 못하게 막아놓은 것 같았다.

 

  ‘신부가 아니라 죄인을 묶어두는 꼴이잖아.’

 

  음습함이 뱀처럼 똬리를 풀고 슬그머니 머리를 쳐들기 시작했다.

 

  할멈이 왔음을 고했으나 안에서는 그 어떤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대신 호위들이 쇠사슬을 철렁철렁 풀어 문을 열어주었다.

 

  별채의 문이 열리자 연은 깜짝 놀랐다. 순간적으로 호흡을 멈추고 입을 일자로 꽉 다물었다. 소매로 코와 입을 막았다.

 

  방안은 허연 연기로 가득 차있었다. 냄새를 맡는 순간 그 연기가 무엇인지 알았다.

 

  싫을 정도로 잘 알고 있는 향이다. 사람의 정신을 흐트러뜨리게 하는 환각제였다.

 

  “신부님의 시중을 들 애입니다.”

 

  할멈도 손수건으로 제 입과 코를 틀어막으며 말했다. 그러고는 연의 등을 방안으로 떠밀었다.

 

  “자, 먼저 들어가.”

 

  발 한쪽이 안으로 들어선 순간, 연은 그가 계단 위에서 속삭인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장담하지 마. 내가 그 사람을 다 안다고 생각했을 때, 그 사람이 다시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니까.」

 

  그 말은 분명, 영서를 잘 아니 잘 대처할 수 있다고 한 연의 안일함을 지적한 것이었다.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연에 대해 잘 안다는 할멈의 방금 그 말도, 그의 그 말을 더욱 선명하게 해 연의 마음에 혼란을 부추겼다.

 

  “…어머, 누구?”

 

  뿌연 연기 속에서 흐늘흐늘 축 처진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연은 연기 속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겹겹이 쌓인 허연 연기 속을 헤집어내니, 그 속에서 웬 여자가 몽롱하게 미소 지으며 이부자리에 누워있었다. 그녀는 거의 벌거벗고 있어, 이곳이 손 씨 가문의 안주인이 될 여자의 방이 아니라 매음굴인 줄 알았다.

 

  분명 귀한 사람일 텐데…. 이 사람이 세 번째 신부가 될 여자?

 

  피가 거꾸로 역류하는 듯했다. 떠올리기 무서운 것이 떠올랐다.

 

  억장이 무너져 내린다.

 

 

 

 ***

 

 

 

  단출한 술상. 넓지도 좁지도 않은 방안. 일렁이는 촛불 하나.

 

  굳게 닫힌 장지문 너머로 띵띵 현을 뜯는 소리와 술에 거나하게 취한 남자들의 게걸스러운 웃음소리, 그리고 그런 남자들의 비위를 살살 맞추며 춤을 추는 여자들의 소리가 한데 뒤섞여 아득하게 들렸다.

 

  그 소리들이 점차점차 고조되더니, 이내 터져버렸다.

 

  문 너머는 말 그대로 이성이 모두 날아간 희락의 세계였다.

 

  헐벗고, 나누고, 토해내는 그런 욕망만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최소한의 인간다움은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다. 짐승과 다를 바 없으리라.

 

  다들 낮에는 점잔을 빼는 귀족님들이시지만, 본능은 그들이 그토록 천하다 멸시하는 노비들의 것보다도 더 천했다.

 

  홀로 방안에 있는 유오는 반듯한 자세로 종이 위에 글을 써내려갔다.

 

  붓을 쥔 그의 곧은 손가락은 마치 유려하게 춤을 추는 듯했다. 그 춤은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저 치들의 난잡한 향락 같은 것이 아니라 어느 고귀한 선비님의 서글프면서도 잔잔한 부채춤과도 같았다.

 

  하얀 종이 위에 수놓인 그의 까만 글씨도 그의 성정을 닮아 그러했다.

 

  글을 쓰는 도중 건넛방에서 돌연 달뜬 숨소리가 들렸다. 여러 명의 소리. 그것 역시 향락의 소리였으나 다소 듣는 이의 낯을 뜨겁게 만드는 소리였다.

 

  만일 이곳에 연이 있었다면 유오는 필시 연의 귀를 양손으로 막았을 것이다.

 

  아니, 애당초 연을 이런 곳에 데려올 리가 없다. 무엇 때문에 내가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데.

 

  이른 초저녁의 시간인데도 벌써부터 진한 향락의 냄새가 사방 군데에서 퍼져 나왔지만 그의 단정한 얼굴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오로지 제 일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뺨을 한번 붉히는 일도 없었다.

 

  글을 다 쓴 그는 붓을 탁 내려놓았다. 그리고 종이의 내용을 읽고 또 읽은 뒤, 잘 밀봉했다.

 

  그것을 다른 서간과 함께 단단히 끈으로 묶었다.

 

  고개를 들어 조용한 눈동자로 문을 응시했다. 여전히 닫힌 문 너머에서는 진득한 쾌락의 소리가 아득히 들려왔다.

 

  “들어오십시오.”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자 어느 사내가 조심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사내는 얼른 문을 닫아 지저분한 소리를 차단시킨 뒤, 무릎을 꿇고 유오에게 절을 했다.

 

  그는 무척이나 낡고 허름한 옷을 입고 있었는데, 비록 행색은 초라할지라도 행동거지만큼은 절도가 있었다. 딱딱 끊어지는 그의 굳건한 행동만으로도 그가 잘 교육받은 사람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가 있었다.

 

  “여기 있습니다.”

 

  유오는 사내에게 잘 묶은 서간들을 건넸다. 바닥에 이마를 대고 있던 사내가 고개를 들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면 사내의 얼굴을 보자마자 화들짝 놀라 “헉”하고 소리를 냈을 것이다.

 

  사내의 얼굴엔 뺨에서부터 입까지 길게 쭉 내려오는 큰 흉터가 있었다. 상처가 생겼을 당시, 얼굴이 거의 반으로 갈라져 피가 홍수처럼 쏟아졌으리라.

 

  허나 유오는 익숙한 듯 얼굴에 은은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사내는 두 손으로 서간더미를 받았다.

 

  “이번에도 잘 부탁합니다.”

 

  사내는 얼굴의 상처 때문에 말을 못하는 것인지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이제 얼마 안 남았습니다. 신중, 또 신중을 기해야합니다.”

 

  사내가 또다시 꾸벅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유오가 건네준 밀봉된 서간들을 품에 소중히 숨기고선, 말을 못하는 혀를 대신해 양손으로 자신의 뜻을 전했다.

 

  ‘걱정 마십시오. 만일 도중에 들킨다면 적어도 군 마마께서 주신 이 서간만은 지키고 죽겠습니다.’

 

  고요하지만 맹렬한 의지가 담긴 소리였다. 유오의 귀에 그의 소리가 확실히 들렸다.

 

  “아니요, 서간과 함께 죽으셔야 합니다. 서간이 들키면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갑니다.”

 

  유오가 말했다. 연에게는 절대 하지 않는 냉혹한 말소리였다.

 

  “지난 10년간 손 태부의 악행에 대한 명확한 증자야 제 머릿속에 속속들이 있으니 언제든지 장부를 마련해 갖다 바칠 수 있지만, 들키면 모두 소용이 없습니다. 미행이 붙어 들키게 된다면 반드시 지금 건네 드린 서간과 함께 죽으십시오. 그 어떤 흔적도 남지 않게.”

 

  사내는 주저 없이 그러겠노라 고개를 끄덕였다. 사내의 두 눈 속에는 타오르는 증오심이 있었다.

 

  유오가 품에서 무엇을 꺼냈다. 작은 병이었다. 살짝 흔들리니 찰랑거리는 소리가 났다.

 

  저게 무엇일까. 사내가 그것을 의아한 눈으로 보고, 유오를 보았다.

 

  “특별히 구한 기름입니다. 왕실의 수라간에서나 사용하는 귀한 것이지만, 은밀히 사고로 위장하여 정적을 없앨 때 쓰이기도 합니다. 그 조그만 병에 담긴 양으로도 충분히 사람 하나는 태우고도 남습니다. 뼈째로 말이죠.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까?”

 

  사내는 유오의 손에 있는 기름병을 말없이 보았다. 손 태부의 잔인무도함은 이 세상 그 누구도 따라올 자가 없다고 여겼거늘, 아니었다.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유오가 사내를 칭찬하듯이 봄처럼 부드러이 미소 지었다.

 

  “네, 들켰을 경우 당신이 쓸 기름입니다. 반드시 서간을 끌어안으셔야 합니다.”

 

  유오가 기름병을 사내의 손에 꼭 쥐어주었다.

 

  유국의 봄이라 칭송받는 왕자의 미소가 지옥의 문을 지키는 사자대왕의 얼굴처럼 보였다. 그간 유오왕자가 손 태부의 아래에서 괜히 오래 버틴 게 아니었던 것이다.

 

  사내는 유오에게 물었다.

 

  ‘저 말고도 앞서 이 일을 했던 사람 중에 이 기름병을 쓴 이가 있습니까?’

 

  유오는 그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그의 얼굴에 두려움은 조금도 없었으나 원통함이 뼛속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 만일 두려움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유오는 단숨에 이 사내를 없애고 흔적을 모두 지웠을 것이다.

 

  이만큼 일을 끈질기게 잘하는 사람을 잃는 일은 다소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위험을 감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손 태부에게 앙심을 품은 자들이야 발에 채일 정도로 많았다.

 

  “예, 있습니다. 망설임 없이 증자와 함께 타 사라졌습니다. 덕분에 손 태부는 그 어떤 실마리도 잡지 못했죠.”

 

  ‘몇 명이었습니까?’

 

  “4명입니다.”

 

  유오가 품에서 천으로 꽁꽁 싸맨 뭉치를 꺼냈다. 천을 푸니, 그 속에 기다랗고 얇은 천 조각 4개가 있었다.

 

  다 낡아빠진 그것은 옷고름이었다. 사람의 가슴을 따뜻하게 여며주는.

 

  그것을 보여준 뒤, 유오는 또 그에게 무언가를 건네주었다.

 

  “부싯돌은 여기 있습니다.”

 

  덜그럭하는 작은 돌 두 개를 친히 사내의 품속에 넣어주었다. 너무나 다정한 손길이라 사내는 일순 자신을 위한 선물이라도 품속에 챙겨준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제 그만 물러가셔도 좋습니다.”

 

  유오의 명에 따라 물러가려던 사내는 잠시 멈칫했다. 그가 유오를 향해 손을 휘적거렸다.

 

  ‘새로 들어왔다던 그 세 번째 신부는 어떤 여자입니까?’

 

  “한미한 가문출신의 여자입니다. 간신히 귀족이기는 하나 명맥이 많이 끊겼고, 그 가문의 사람들도 대대로 조정에서 그리 높은 품계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사내의 눈동자가 무엇을 묻는지 안 유오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결국 대답해주었다.

 

  “…만난 적은 없는 사람이기에 잘은 모르지만 들리는 바에 의하면 세 번째 신부는 당신의 여동생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여자인 것 같습니다. 한 가지 같은 것이 있다면, 저택에 들어온 이후로 매일 울고 있다 하더군요. 미쳤다고 들었습니다. 늦은 밤에 비명소리도 얼핏 들었습니다.”

 

  그러자 사내의 얼굴이 비통하게 변했다. 그는 어금니를 으득 짓씹었다. 그의 흉터가 일그러진 얼굴근육에 따라 사정없이 구겨져 마치 성난 파도 같았다.

 

  악문 잇새로 그의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는 소매로 엉망이 된 얼굴을 훔친 뒤, 유오에게 인사를 올리고 사라졌다.

 

  그래, 한때나마 고위급 무인 귀족의 자제였던 저 사내는 손 태부의 호위들보다도 더 대단한 실력을 가졌으니 쉬이 뒤를 밟히지는 않을 것이다. 설사 밟힌다 해도 유오의 뜻대로 서간을 끌어안은 채 과감히 기름병을 자신의 몸에 부어 불을 지를 것이다.

 

  유오의 미소가 사라졌다. 그는 미간을 구긴 채 머리를 뒤로 젖혔다. 보드라운 비단 등받이가 그의 몸을 지탱해주었다.

 

  그대로 숨을 토해내듯이 길게 내쉬려했지만 도로 삼키었다.

 

  잠시간 그는 두 눈을 감고 적막 속에 있었다. 주변은 여전히 술과 노래, 남자와 여자의 노랫소리로 출렁였다.

 

  마치 넘실거리는 검은 바다 속 작은 조각배 안에 홀로 있는 듯해, 그는 속이 어지러웠다.

 

  메스껍고, 구역질나고, 화가 나고, 무섭고, 외롭고, 슬프다.

 

  그의 얼굴이 처참히 구겨졌다.

 

  그때, 누군가의 손이 눈을 감고 있는 그의 얼굴을 다정하게 어루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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