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설수에 오르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런 불씨를 가진 사람들 주변에서 멀리 벗어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으로 여긴 애리는 말 많고 탈 많은 주두희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선택이 오히려 오해만 쌓게 하고 있는 걸 애리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종종 만나기라도 했다면 단 한마디로 헛소리라고 소문을 없앴겠지만 아예 마주칠 일이 없다 보니 이상한 소문이 재미있게 번지고 있다는 걸 애리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어느 날 한창 골프 바람이 났을 때 어울려 골프를 쳤던 아낙들이 오랜만에 애리 가게에 와서 전해주었다.

　그날은 남편과 중학생인 딸이 가게 안에 작은 창고에서 옷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는데 갑자기 들린 아낙들이 잠시 애리 눈치를 보며 입을 열까 말까 주저거리고 있었다.

　“무슨 일인데 망설여?”

　애리가 먼저 물었다. 제일 나이가 많은 사람이 애리 손을 잡으며 말했다.

　“이혼했다며? 어쩌다가 그랬어? 다 그 주둥이 그년 때문이지?”

　그때 남편과 딸이 창고 정리를 마치고 들어올 때였다. 남편이 기가 찼는지 크게 웃으며 선 채로 물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제가 여기에 있는데.”

　아낙들이 깜짝 놀라며 남편과 딸을 번갈아 쳐다봤다. 딸의 표정이 의심으로 가득하게 변하고 있었다. 애리가 그 모습을 보고 약간은 분통이 터진 떨리는 소리로 말했다.

　“정말 할 짓들이 그렇게 없었나? 누가 그러던가요? 너는 방에 들어가.”

　남편이 한숨을 내쉬며 딸을 보며 애리처럼 방으로 들어가라고 하면서 작은 의자에 앉았다. 딸은 들은 척 만 척하면서 오히려 호기심으로 가득한 눈으로 애리 옆에 바짝 붙어 앉아, 끼어들어 먼저 말했다.

　“저도 궁금하네요. 어떻게 어른이나 애들이나 똑 같은지...... . 꼭 우리 반 애들이 누구, 누구 사귄다고 소문 내 친구들끼리 싸움을 벌이게 하는 것과 똑같아. 호호호! 그런데 오빠 학교 여 선생님이 골프 치다가 바람이 났다가 얼마 전에 신랑한테 들켜서 이혼당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헛소문이 아니었네. 그런데 더 웃긴 건 그 선생님이 올해 우리 학교 왔는데 뭘 가르치냐 하면 도덕이야. 누가 누구에게 도덕을 가르치는 건지 정말 우습지. 호호호!”

　애리라 미간을 좁혀 딸을 보면서 그만 말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더 얘기했다가는 남편도 곤란한 상황에 처할 뻔 해서였다.

　이선근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딸내미 귀를 잡아 당겨 뒷문으로 나갔다. 그 여선생은 남편 회사의 김인태 부장과 최근에 이혼한 선생이었다. 그 부장과 남편은 앙숙간이었다. 애리도 골프장에서 한두 번 마주쳤던 사람이어서 입 조심을 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입을 막을 수밖에 없었다.

　만약에 여기서 그 사실을 안다고 말을 했다가는 가뜩이나 소문을 무서워하는, 자기들도 가끔은 그런 짓을 하기 때문에, 지금 앉아 있는 단골들이 쌍 손들고 나가고 난 뒤에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건 불을 보듯이 뻔한 위기의 순간이었다.

　귀가 잡혀 끌려가는 딸을 보고 빙긋이 웃던 한 사람이 물었다.

　“정말 소문 무섭네. 그 선생은 낯부끄럽지도 않아? 애들 어떻게 가르쳐! 그런데 요즘 자네는 골프를 끊었어? 어떻게 연습장에서 한번도 안 보여.”

　“예! 안 친지 오래 됐어요.”

　그렇게 시작된 수다에서 애리도 분위기에 들떠 낮은 소리로 별 희한한 놈 때문에 남편에게 오해를 받을 뻔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한동안 아낙들이 배를 잡고 웃게 만들어 혹시라도 모를 오해를 잠 재웠다.

　“그런데 그 별 희한한 놈 골프는 잘 치던?”

　올해 일흔인 아낙이 물었다.

　“예! 거의 프로던데요.”

　“쳐도 그런 놈과 쳐야지. 혹시 연락될 방법 없어?”

　“저는 그 사람을 전혀 모를 수 밖에요. 그날 말 한마디는 둘째치고 눈도 마주치지 않는 아주 시건방진 놈이었어요.”

　“그 웃기는 놈이네. 자네를 거부할 정도라면 제법 돈 꽤나 있다는 말인데. 그 참 구미가 당기는 데 십 년만 더 젊었으면 지구 끝까지라도 찾으러 다니겠는데 아쉽다.”

　다시 한번 배를 웃을 때 그 놈을 찾으러 다니는 놈이 하나 있었다. 다름아닌 주두희의 남편인 박영걸이었다. 박영걸이 천명구를 찾아갔다.

　“어르신! 그 놈 연락처 주십시오.”

　“누구 말인가?”

　“허병식이 동생 말입니다.”

　천명구가 눈살을 찌푸리며 야단을 쳤다.

　“허사장 나이가 몇인데 허병식이가 뭐야. 그 입 조심 좀 하게. 그리고 그 사람을 찾아서 뭐하게. 벌써 오래 전 일인데.”

　입술을 삐딱하게 치켜 올려 시건방지게 말했다.

　“허병식이가 인간 같아야 나이 취급을 해주죠. 그 새끼 그거 어디에 있어요. 억울해서 못 참겠습니다.”

　“억울할 게 뭐 있나? 주먹질은 그쪽이 먼저 했다면서? 그렇게 복수하고 싶으면 내 찾아오지 말고 허병식에게 가서 물어보게. 거기 가면 어디에 있는지 바로 알 수 있으니 여기에 두 번 다시 찾아오지 말게. 왜 나한테 와서 귀찮게 해.”

　천명구가 구부정한 허리를 펴면서 일어섰다. 그때 젊은 청년이 천명구를 부축해 엘리베이터로 갔다. 뒤를 쫓아 가던 박영걸이 천명구도 젊은 친구도 눈을 찌푸리게 하는 말을 했다.

　“안 가르쳐 주면 이 주상복합아파트에는 바람난 년 놈들만 산다고 소문 내버릴 겁니다. 우리 회사에 직원이 몇 명인 줄 알죠. 제 말 한마디면 좁은 이 도시에 소문이 파다하게 난다는 정도는 각오해야 할 겁니다. 빨리 부세요”

　천명구가 빙긋이 웃으며 허리를 곧게 펴며 말했다.

　“자네 회사에 직원이 그렇게 많다니 천만다행이네. 알고 있는가? 여기에도 자네 회사 직원들이 살고 있는 건 잘 알고 있을 거라 믿네. 자네가 한 말을 내가 그대로 꼭 전하겠네. 그만 가보게.”

　젊은 친구가 천명구를 부축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라지는 모습을 씩씩거리며 노려보던 박영걸이 엘리베이터 문을 세게 걷어차고 차로 갔다. 그리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 시각에 박영걸이 보면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근무 시간에 일을 해야 할 김인태가 주두희와 한 차를 타고 무인 모텔을 빠져 나오고 있었다.

　오래 전에 허병식이 회원들을 데리고 술자리를 만들던 날 그 자리에서 주두희가 이 남자 저 남자의 노리개처럼 자기 몸을 버리듯 남자들에게 던져 놓을 때 김인태는 밖에서 침을 흘리며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그때 그 자리에 이선근의 아내가 있었기 때문에 김인태는 소애리도 같은 여자로 취급해 입만 열면 이선근에게 마누라 간수 잘하라고 했지 만약에 소애리가 주두희와 같았다면 김인태는, 특히 최근에 이혼을 했기 때문에 거치적거릴 아내도 없어, 분명히 소애리에게 접근해 집적거렸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