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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성배의 이름으로
작가 : 여름과겨울
작품등록일 : 2019.1.8

마력이 흩어져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순수' 마법사들은 종족 검열을 시작한다. 마력을 다룰 필요가 없는 것들을 골라내어 처리하고, 그 약한 것의 마력을 흡수하여 모든 마력을 통제할 단 하나의 '성배'를 만든다.
그런데 과연 그 성배란 어디에, 누구의 손에 있다는 것인가?
세상의 마력을 담은 그것은 과연 누구의 편에 있다는 것인가?

 
<1화 그녀의 사연>
작성일 : 19-01-25 04:16     조회 : 263     추천 : 0     분량 : 4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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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그녀의 사연>

 

 사샤는 누군가에게 쫓겨 도망을 치고 있었다. 쫓는 자들의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과 살기 만으로도 그녀는 쫓는 자가 여럿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상하게도 도망을 칠 수록 자신을 쫓는 이의 수가 늘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숲으로 들어선 순간, 그녀는 직감적으로 깨닫았다. 더 이상 그녀는 ‘사샤’로서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도망을 칠 수록 인간이 가는 길은 사라지고 나무는 울창해졌고, 그만큼 그녀의 발을 방해하는 장애물도 많아졌다. 결국 그녀는 거의 기어가듯이 온몸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어느 정도 나무와 흙을 구분해주던 햇빛은 사라지고 앞과 뒤도 구분되지 않는 어둠 속에서 그녀는 오로지 감각만으로 숲 속을 기어서 도망가고 있었다. 그저 느껴지는 살기에서 한 걸음이라도 멀어지기 위해.

 다행히도 어느정도 기어가던 사샤의 손에 썩은 나무의 빈 몸통이 느껴졌다. 그녀는 그 나무의 안쪽이 충분히 넓은 것을 확인하고 그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그리고 조금 지나자 자신이 헤매던 길에 한 부대의 사내들이 우르르 지나가는 기척이 느껴졌다.

 두려움에 눈물마저 말라버린 사샤는 그들이 멀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나무 둥치 속으로 몸을 한껏 더 말았다.

 

 

 “거기서 나오지 마라.”

 

 

 분명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는데, 어느새 누군가 나무 등치 옆에서 그녀에게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너무도 익숙한 목소리였다. 그는 그녀를 쫓고 있던 자들에게 그녀를 죽여 머리를 가져오라고 명령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그가 그냥 찔러보는 말이겠거니, 생각하고 숨을 죽이고 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내는 그녀가 숨어있는 나무 둥치의 앞까지 걸어왔다. 서로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사내의 발끝은 분명히 사샤가 숨어있는 둥치를 보고 있었다.

 

 

 “다신 내 경고를 무시하지 마. 다음 번에 널 본다면 정말로 죽여주마. 지금 살려주는 걸 내 마지막 은혜로 생각하고 바닥에서 그렇게 고개 처박고 숨어 살아. 이 나라에 더이상 너란 존재는 없는 것으로 여기고 살아갈 테니, 너는 그렇게 죽은 듯이 살아라.”

 “…… 네”

 

 사샤는 그제야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알겠다고 작게 대답했다.

 

 툭-

 

 사샤의 발치에 주먹만 한 검은 뭉치가 떨어졌다. 떨어지면서 작게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사샤는 그가 뒤돌아서 멀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재빨리 그것을 품 속으로 숨겼다. 주인인 사내가 망설임 없이 뒤돌아서 퇴각을 명령하자, 그 뒤를 따르는 사내들이 모두 숲을 빠져나간 것은 순식간이었다. 사샤는 그들의 기척이 멀어지는 것을 감지한 뒤에도 아주 오랫동안 그 나무 속에 숨어있었다.

 

 -

 

 그녀에겐 여섯 살 많은 오빠가 있었다. 리베티고는 마땅히 후작가의 첫 아이로서 계승의 우선권을 가지지만, 사샤가 태어나자 오히려 많은 이들은 ‘후작가가 구사일생 했다’고 할 정도로 그는 후작이 되기에는 부족한 사람이었다. 그는 선천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마력이 약했고 후작가의 모두가 걱정했을 정도로 살롱을 드나들었다. 그로 인해 그는 사샤가 태어나고 잠재적인 후계자로 결정되자 후계 구도에서 벗어나 폐쇄적인 후작가와 왕가를 잇는 연결다리라는 명목으로 수도를 드나들었고 성년이 된 이후에는 영지에 내려오는 날을 손에 꼽을 정도로 수도에서 살았다. 그녀의 부모님은 그런 그를 걱정하다 그를 만나러 가는 길에 마차 사고로 사샤가 열 다섯이 되는 해에 돌아가셨다. 리베티고는 그들의 장례식 이뤄지는 일주일 동안 단 하루를 보내고 수도의 ‘중요한 모임’을 핑계로 올라가서 후작가와 연락을 끊었다.

 

 그 사이 자신은 아버지의 공백으로 급하게 후계자 교육을 받아내고 실무를 익히면서 후계문제로 불안해하는 가신들을 위해 자신의 오랜 친우이자 후작가의 부기사단장인 로빈 로텐부르크와 간략하게 약혼을 했다. 귀족의 결혼에 사랑을 바라는 것은 사치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자신을 아껴줄 수 있고, 무엇보다 리베티고와 같이 가문을 불안정하게 만들 이가 아니었기에 사샤 본인도 이 약혼에 반대하지 않았다.

 

 후작의 몸이 과한 업무를 버텨내지 못하고 의사로부터 권고를 받았을 때, 그는 드디어 ‘후계자의 수행’을 시작한다고 그녀에게 말해왔다. ‘후계자의 수행’은 마력 없이 한 달을 버티며 영지의 끝에 있는 후계자의 마석에 이름을 각인시키고 오면 되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평소 마력 위주의 단련을 했기에 기본적인 호위단과 함께 움직이는 데, 위협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들이 떠나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아니, 알려지지 않았었어야 했다.

 

 단 이틀이었다. 사샤는 후작가를 벗어나 긴 산행을 마치고 첫 마을을 도착한 참이었다. 하지만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아침준비로 바쁜 도시의 모습이 아닌 잔뜩 겁에 질려 불안해하며 수근대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이 떠나자 마자 후작가에서 내란이 일어났으며, 후작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소식을 듣자 마자 그녀는 바로 뒤를 돌아 후작가로 달렸다.

 

 아직도 자신을 배웅하던 할아버지의 미소가 생생한데, 그가 쓰러졌다는 것은 아직 죽지 않았다는 뜻일 것이라 믿고 돌아온 집은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그녀와 호위 기사단은 성에 들어가기 전 하녀와 하인 복장으로 갈아입고 성으로 숨어들었다. 한창 사람들이 도망가고, 기사들이 들어오는 시기라서 딱히 성문을 지키는 기본적인 가드마저 없었다. 그녀가 처음 찾은 것은 하녀의 방 중 자신과 오랫동안 함께한 릴리의 방이었다. 다행히도 그녀는 성문 밖으로 도망치지 않고 그저 방에 숨어 있었다.

 

 “아가씨…! 살아 계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그녀를 보자 마자 눈물을 터트린 릴리를 달래고 어찌된 일인지 묻자, 그녀는 눈물 콧물을 빼면서도 모두 설명해주었다.

 

 리베티고는 어떻게 알았는지, 그녀가 떠나자 마자 입성했다고 한다. 후작도 오랜만에 보는 손주가 탐탁치 않으면서도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것이 반가웠는지 바로 그에게 식사를 권했고, 리베티고는 그와 함께 온 ‘친구’들을 소개시켜드리고 싶다며 그들을 식사에 초대했다.

 

 “그런데 정말 평소 도련님이 어울리던 그런 한량 같은 분들이 아니었어요. 도련님은 그동안 우아한 귀족들이 최고라며 세련미를 최고로 여겼는데, 그들은 다들 뒷골목의 잡배들을 그저 좋은 옷에 입혀 데려온 것과 같은 치들이었어요!”

 

 식사예절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인사도 할 줄 모르던 그의 ‘친구’들로 인해 식사자리는 냉랭했고, 후작이 조용히 후식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와 친구들은 후작에게 술을 권하며 자리를 이동했다고 한다. 그리고 언짢은 얼굴을 한 후작과 기어이 독주 한 병을 비워내더니 순식간에 품 속에서 칼을 꺼내 그 자리에서 후작을 죽여버렸다고 했다.

 

 “하… 하지만 바깥에는 아직 후작이 쓰러졌다고만 소식이 돌던데, 혹시 할아버지가 마법으로든 방어하지 않으셨을까?”

 “네…? 그럴 리가 없어요 아가씨,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이 후작가의 식솔들을 모아 한 일이 바로 후작 님의 시체를 확인시키는 것이었는 걸요…? 왜 소식이 그렇게 난 것인지…… 아… 아가씨 도망가세요! 혹시 이게 다 함정 아닐까요?”

 

 방 안에 서늘한 침묵이 지나갔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후작이 살아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자신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돌아올 수밖에 없도록 계략을 꾸민 것일 수도 있다. 왜 이것을 이제야 생각을 했을까?

 

 “릴리, 내 코어는 아직 있니?”

 “네, 그건 후작 님이 결계를 걸어 두신 것이 아직 버티고 있어요. 사실 도련님께서 아가씨의 코어를 흡수하려고 결계를 없앨 마법사를 구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요 며칠 마탑의 사람들을 하나씩 잡아오고 있거든요.”

 “멍청한 놈”

 

 애초에 결계를 깨도 코어는 주인이 아닌 것에게 흡수되지 않는다. 학문에 거리를 두고 살았다더니 그런 것조차 모르는 것인가, 사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코어가 어디에 있는 지 알고 있다는 것이었으며, 그 결계는 사샤 본인에게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었다.

 할아버지의 죽음도 후작가의 내란도 뭐 하나 가벼울 게 없는 비극 속에서도 그나마 희망이었다. 그녀가 코어만 되찾으면 정리할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런 생각으로 그날 새벽 사샤는 코어를 찾기 위해 후작의 서재로 통하는 비밀 통로로 숨어들었고, 자신의 코어의 위치를 확인하자 마자 리베티고의 심복과 마주쳤다. 아주 익숙한 얼굴인, 그녀의 약혼자였다.

 그는 그녀를 보자 마자 모든 기사단과 리베티고를 호출했고, 그녀는 그런 그를 보자 마자 이를 악물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몇 안되는 호위들은 그녀가 도망칠 시간을 벌기 위해 뒤에 남았고, 덕분에 그녀는 숲까지 도망칠 수 있었다. 하지만 애초에 기초적인 육체적인 수련과 마력을 이용한 장검을 배운 그녀와 속도 위주의 암살을 수련한 자들의 달리기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호위들이 시간을 벌어 줬음에도 그녀는 겨우 숲에 먼저 도착해서 숨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들이 숲을 완전히 비운 후에도 사샤는 그렇게 일주일을 나무 밑동에 숨어서 보냈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나가지도 않고. 아직 남아 있는 몇 안되는 그녀의 능력인 청력으로 저 멀리서 자신을 찾는 릴리의 목소리도 들렸지만, 이 숲 밖에서 그녀는 이미 오래전 죽은 자였다.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이었고. 그 모든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에서 사샤가 숲을 나온 것은 성대한 그녀의 장례식이 치러진 일주일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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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화 그녀의 사연> 2019 / 1 / 25 264 0 4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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