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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가사리(不可殺伊)
작가 : 비내린
작품등록일 : 2018.12.20

이름 모를 타지에서 죽고 눈을 떠보니 나는 인간이 아니었다.
한 구 아니, 한 명의 시체를 둘러싼 이야기.

 
7. 불가사리
작성일 : 19-01-23 22:08     조회 : 273     추천 : 0     분량 : 3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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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줌마!”

  경애의 돌발 행동에 놀란 것은 공저나 승병들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옆에서 어떡해야 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구르던 헤아도 깜짝 놀랐다. 솔직히 말하자면 경애가 지금 튀어나가지 않았다면 헤아가 달려나갔을 것이었다. 경애와 만난 뒤 그녀는 스스로 그에게 쓸모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한 손엔 부적을 꽉 쥔 채 들어가야 할 때만을 재고 있었다. 다만 헤아보다 경애가 더 빨랐을 뿐이었다.

  아마 경애는 자신이 들어가 부적을 부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게 쉽게 돌아가지 않았다. 특히 이처럼 시간에 쫓겨 강제적으로 만든 일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푹.

  인간이라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강시의 몸으로 너무나도 그 일을 해냈다.

  “안돼!”

  비명이 그의 손을 타고 뚝뚝 흘러내렸다.

  경애의 허리를 꿰뚫은 거대한 손. 경애는 죽을 것이다.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공저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선택할 수 있는 건 하나다.

  “공격해!”

  단 몇 초라도 그녀가 강시의 한 손을 잡은 그 시간. 그 시간 동안 승부를 봐야 했다.

  “하앗!”

  공저와 승병들은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의 힘으로 강시를 찔렀다.

  텅.

  하지만 힘을 더 낸다고 극명한 차이를 메꿀 순 없었다. 그의 살을 태우는 그 탄내도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한가지 바뀐 건,

  “왜 움직이지 않지?”

  강시가 처음으로 움직임을 멈춘 것이었다. 아무리 살을 지져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고통 속에서 헐떡이는 경애만 바라볼 뿐이었다.

  “아저씨! 빨리 이거 빼요. 아줌마 죽겠어요!”

  어느새 다가온 헤아는 경애에게서 그의 손을 빼기 위해서 그의 팔을 잡고 열심히 당겼다. 공저는 그 모습을 계속 바라보지 못하고 일부러 시선을 돌려 주위를 바라보았다. 6명의 승병이 외팔이 강시를 힘겹게 막고 있었다. 그리고 주술사가 열심히 방울을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바라보는 방향을 보니 강시들과 기병들이 부딪히고 있었다. 아마 이쪽으로 시선도 돌리지 않는 것은 고작 10여 명과 2구의 강시의 대결이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느낀 것일지도 모른다.

  공저는 사실이라 분한 마음을 먹으면서도 속으로만 삭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 정말로 헤어질 시간 이내요.”

  숨을 헐떡이던 경애가 겨우 입을 열었다. 그리고 똑바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입에 피를 흘리면서도 힘들게 미소를 지었다.

 

  몽롱했다.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고, 생각할 수 없었다. 그저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내가 그런 느낌이었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겨우 느낄 수 있었다. 내 이성이 아닌 내 감성이, 내 마음이 괴로움을 느꼈을 때 난 비로소 그 힘으로 이성을 깨울 수 있었다.

  계속 이대로 있고 싶었다. 하지만 이 감정 속에 흘리지 못하는 눈물을 대신해 눈을 떴다. 그리고 그곳엔 내 손에 꿰뚫린 경애가 있었다.

  ‘뭐야!’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는 내 팔에 매달린 헤아에게 듣기 위해 물으려 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정신을 차리자마자 이곳에 있는 모든 인간을 죽이라는, 나를 괴롭히는 암시와 싸우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리고 내 팔에 뚫려 괴로워하는 경애가 힘겹게 말했다.

  “이제…. 정말로 헤어질 시간 이내요.”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지금이라도 돌아간다면 살 수 있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떻게든 그렇게 만들고 싶었다. 지금에 와서 나를 속였던 여인이건 뭐건 상관없었다. 그녀는 이렇게 죽어서는 안 되는 여인이었다.

  경애는 그런 내 속도 모르고 내 이마에 작은 종이를 힘들게 붙였다. 하지만 그것은 곧 붉은 나비처럼 나풀거리며 떨어졌다.

  “헉…. 헉….”

  경애는 힘들에 숨을 쉬면서 손가락을 내 이마에 대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아니, 세상이 붉어지는 것을 보니 내 눈에 피가 들어간 것일지도 모른다.

  슥. 슥.

  경애가 힘들게 무언가를 적어냈다. 주변에 있던 헤아도, 공저 스님과 두 명의 스님들도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됐다.”

  마지막 획인지 작은 미소와 함께 떨어진 그녀의 팔을 난 잡았다.

  “경애!”

  드디어 나온 나의 목소리에 주위에 있던 모두가 놀랐다. 하지만 그들은 내 관심 밖이었다. 나는 오로지 경애만을 바라보며 그녀만을 불렀다.

  “안돼. 죽으면 안 돼. 눈을 떠.”

  그런 내 말에 그녀는 더 환하게 웃으면서 내 볼을 만졌다.

  “사랑해요. 그리고 지면 안 돼요.”

  마지막임을 알았을까. 흐트러짐 없이 최대한 또박또박 말하고 그녀의 손이 툭 떨어졌다.

  “안돼!”

  그날 내가 그렇게 그리던 눈물이 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붉은색 눈물이.

 

  “이게 뭔가요?”

  “크크큭. 마침 좋은 인간들을 수급할 기회가 있어서 말이야.”

  “회주님….”

  “왜. 힘든가? 같은 고려인이라서?”

  “….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여보….’

  점혈이라 했던 거 같다. 움직이지 못하게 그리고 말하지 못하게 잡힌 것이다. 그것도 밧줄과 같은 구속 도구 하나 없이 말이다.

  평화로운 마을. 얼마나 아름다우면 달조차고 쉬고 간다는 이름이 붙었겠는가. 이들이 오기 전까지 말이다. 아니,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들이 마을에 갑자기 쳐들어 왔을 땐 체념의 마음이 더 컸을 것이다. 전란의 시대에 그저 희생양으로 죽을 뿐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들이 끌고 간 곳에 나의 아내가 있을 땐 그 체념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왜 굳이 고려어로…?”

  “보안상 이것이 괜찮지 않나? 끌끌.”

  그 말에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분노에 치를 떨며 눈물을 흘렸다. 내가 만일 움직일 수 있다면 그녀의 입술이 아니라 온몸을 다 뜯어먹어 버리리라. 나의 모든 것을 가져가고, 나를 배신한 그녀를 말이다!

  나는 그렇게 정신을 잃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세상은 어두웠다. 아니, 눈이 안 떠졌으니 눈이 떠진 것은 아니겠지. 그냥 정신만 든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내 귀로 저주스러운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망치세요. 기회가 생긴다면 반드시. 멀리.”

  푹.

  그녀일까 아니면 다른 누군가일까. 그렇게 나의 심장은 고동을 멈췄다.

 

  “경애….”

  나는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온몸에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그녀가 날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했는지 느껴졌다. 나는 평범한 농부였다. 칼 한번 잡아본 적 없는 농부 말이다. 그런 내가 왜 군에서 죽은 기억이 있을까. 그녀가 했을 것이다. 내가 왜 고향이 교주도로 알고 있었을까. 멀리 날 도망치게 하려고 만든 것이었다. 그리고 한낱 농부인 내가 왜 다섯 구밖에 만들지 않은 강시가 되었을까. 그녀의 안배였을 것이다. 그녀가 무엇을 희생했는지가, 얼마나 괴로워했을지가 느껴졌다.

  나는 경애를 바닥에 눕히고 몸을 일으켰다.

  “아저씨….”

  헤아와 스님들이 나를 걱정스럽게 불렀다.

  “갔다 올게.”

  그 한마디를 하고 몸을 돌렸다. 주술사는 도망치고 있었고, 강시들도 그의 곁에 모여있었다. 한 번에 다 쓸어버릴 좋은 기회였다.

  지면 안 된다.

  그녀가 나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했으니 나도 그녀의 마지막 소망을 이뤄주리라.

  더는 흐르지 않는 눈물을 대신해 하늘에서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작가의 말
 

 마지막이라 글이 잘 안써지네요. 적게 쓰거나 격일로 쓰게 될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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