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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22세기
작가 : paulpark
작품등록일 : 2016.9.19

22세기가 됐다. 주인공은 소속된 프로야구단에서 해고통지를 받는다. 당장 먹고 살 것이 걱정인 그가 맞닥뜨린 22세기의 풍경은 가혹하다. 집권한 총리는 자신의 국정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갖가지 정책을 펴고 그와 맞서는 사람들은 거세게 항의한다. 주인공은 그들 중 한 명과 사랑에 빠진다. 쉽지 않은 하루하루가 펼쳐지는 22세기, 그 속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3. 세븐의 비밀 - 1
작성일 : 16-09-26 11:16     조회 : 404     추천 : 0     분량 : 4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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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3장 세븐의 비밀

 

 13

 

  겨울은 도시에서 물러가지 않을 것처럼 대기 중에 꽉 차있다. 사람들은 두 손을 주머니에 가두고 있으며 보기위해 가리지 않은 눈을 빼곤 몸을 가리고 있다. 야채와 고기의 공급이 날씨의 영향으로 줄었고 영양소를 두루 섭취하지 못한 사람들의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쉽게 지쳤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짜증을 냈고 주먹이 아프지 않다는 듯 주먹질을 해댔다. 지친 사람들은 술을 마셨고 짜증이 난 사람들과 주먹에 맞은 사람들은 아주 독한 술을 마셨다. 급기야 술을 마시는 것을 남을 칭찬하는 것보다 더 자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대낮에도 고성방가가 여기저기서 들렸고 치안이 불안했다.

 

  도둑이 너무 많아서 남의 물건 중 싼 것을 훔치는 것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고 기분 나쁘게 쳐다보는 사람에게 적당한 폭력을 써도 된다는 통념이 사람들의 마음에 자리할 만큼 세상은 어지러웠다. 그리고 아버지를 미워하는 자녀들이 도시 곳곳에 모여 타락하기 시작했다. 아무데서나 서로의 육체를 보여줬고 아무렇지도 않게 배신과 험담을 즐겼다. 선량한 사람이 길을 걸어가면 여기저기서 돌멩이가 날아왔고 진리와 사랑 같은 개념은 사람들의 마음에서 애초의 없던 것처럼 사라져 갔다. 정부는 손을 놓고 있었다.

 

  범죄율이 높아가는 것에 어떠한 우려도 하지 않았고 대책을 세우지도 않았다. 결석하는 학생들이 많아져도 선생님들은 게임이나 노래를 즐겼고 수업을 일찍 끝냈다. 남자와 여자는 결혼하기를 꺼려했고 적당히 만나다가 헤어지는 것이 연애의 성향이 됐다. 교회의 문은 계속 닫혀 있었고 사람들은 신이 없는 아침과 신이 없는 오후, 신이 없는 저녁 속에 외로움을 느꼈다. 공허한 마음에 누군가가 신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그들의 뒤통수를 때리거나 팔을 꺾으며 못살게 굴었다.

 

  우찬8은 집에 틀어박혀 비어있는 속을 손으로 움켜쥐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있는 적이 많았다. 애완로봇을 팔아 소시지와 물을 사서 냉장고를 채워두었지만 잘 먹지 않았다. 그는 종종 눈물을 흘렸지만 좌절하거나 상심한 것은 아니었다. 살기 싫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그는 그냥 약간 우울한 정도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신체 활동이 갑자기 줄어들어서 잠시 나태해 진 것이다. 그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시 일어선다는 것은 성공의 모양을 한 지위의 향상보단 불안한 마음이 예전처럼 평안해 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상대가 던진 공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도 긴장 한 번 하지 않았던 옛날처럼 빠르게 다가오는 불의한 세상의 면모를 파악하면서도 마음의 흔들림이 전혀 없기를 그는 바라고 있는 것이다.

 

 14

 

 "집으로 오세요."

 "집으로요?"

 "네, 맛있는 음식을 해드리고 싶어서…."

 "정말이에요? 정말로 저한테 음식을 해주고 싶은 거예요."

 "네, 맞아요. 제가 한 음식이 맛이 없더라도 맛있게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은 몇 명 없을 것 같은데 그 중 우찬 씨가 생각나서 전화 한 거예요."

 "그뿐인가요? 저를 위해서 평소보다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겠다고 말할 순 없나요?"

 

  무뚝뚝한 중년남자가 이들의 중간에 있었다면 구토를 했을 법한 문장을 우찬8이 말했다. 사랑이 마음을 부드럽게 해서 그런 말을 했다고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운동을 많이 한 남자가 여자에게 자신을 위해 음식을 더 맛있게 만들어달라는 말을 하다니, 실망이 물밀듯 밀려온다.

 

  서로 웃다가 통화를 마무리하고 우찬8은 집을 나섰다. 걸어서 가려면 서둘러야 했기 때문에 약속 시간이 한 참 남았는데도 신발에 흙을 묻히고 피부를 바람에 노출시켰다. 거리는 그럴듯해 보였다. 혼자서 걷는 사람이나 친구랑 함께 걷는 사람이나 할 것 없이 팔을 크게 흔드는 모습이 그림 속에서 춤추는 훌륭한 사람들처럼 보였다.

 

  상점과 건물들은 말끔했고 그 속에 들어있는 물건이나 용품은 색색의 아름다움이 있었다. 하지만 눈들은 이상했다. 비장했고 흔들렸다. 눈치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일부러 눈에 힘을 줘서 그 눈을 보는 사람들에게 겁을 주려고 하는 것 같았다. 우찬8은 고개를 밑으로 하고 걸었다. 혹시 자신의 눈도 사람들의 눈과 같을까봐서.

 

  그는 마리3이 가르쳐준 길을 찾아가다 며칠 전 사람을 죽이려고 눈을 부릅뜨던 건물 앞에 서게 됐다. 이상하다는 듯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서 위치를 다시 확인한 그는 마리3의 집이 힘센 여자와 다비3이 살고 있는 집과 같은 건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갑자기 그녀가 다비3의 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거부할 수 없는 동의가 불수의적으로 일어났다. 그는 마리3과 다비3을 만난 것이 자신의 삶에 어떻게 작용할 지를 그녀의 집까지 가는 짧은 길 동안 생각했다. 문 닫은 교회에서 우연히 만난 것도 이상했는데 사람을 죽이려는 순간에 또 만난 남자, 그 남자가 자신이 구해준 예쁜 여자의 아빠라면 우리 셋에게 일어난 일은 미리 계획돼서 일어난 일이지 않을까…. 누군가 우리를 만나게 하고 또 만나게 하고 사랑하게 하고……. 그의 이런 생각은 그녀의 현관문이 다비3의 집을 나오며 봤던 문과 똑같다는 것을 눈치 채고부터 증폭됐다. 사랑하게 한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희망과 용서 같은 진리를 그들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인가? 그녀에게 내가 너의 아버지를 알고 있다고 말한다면 그녀는 고개를 끄덕일 것인가, 좌우로 그을 것인가? 그는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고 그녀의 집으로, 다비3의 집으로 들어갔다.

 

  집엔 다비3이 없는 것 같았다. 목을 빼고 눈치를 보며 이리저리 눈을 돌렸지만 마리3밖엔 안 보였다. 우찬8은 경계된 신경을 진정시켰다. 음식냄새가 긴장을 죽이는데 도움을 줬다. 그는 그녀가 지정해준 자리에 앉아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아 향기를 몸 속 깊은 곳까지 들여보냈다. 며칠 동안 변변한 식사를 한동안 못했던 그의 몸은 냄새만으로도 충분한 것처럼 즐거워졌다.

 

  호르몬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고 눈 밑의 검은 그림자도 순식간에 지워졌다. 식물이 물을 만나 높은 온도로 삶아지면서 나는 냄새는 마치 정원을 거닐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고 고기가 기름 속을 왔다 갔다 하며 나는 냄새는 높은 곳에 있는 목장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주었다. 해산물이 바다의 향기를 끄집어내며 솔솔 피어오르는 냄새는 하얀색 파도처럼 아름다웠다. 그는 침이 떨어지는 것을 감지하고 황급히 입을 닫은 후 자신의 추한 모습을 그녀가 본 것은 아닌지 확인했지만 그녀는 음식을 접시에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양 손에 하나씩 두 개의 접시에 담겨진 음식이 식탁에 탁 소리를 내며 내려앉았다.

 

  그는 침이 꼴까닥 내려가는 소리가 너무 커서 부끄러웠다. 마리3은 그 소리에 약간의 미소를 지은 후 포크를 그의 손가락사이에 껴주었다. 그는 기도도 안하고 음식을 먹으려다 고개를 숙이고 연약한 손을 모은 그녀를 보고 기도를 했다.

 

  마리3은 식사 중간에 일어나 부족한 음식을 몇 번 더 가져와야 했다. 그럴 때마다 우찬8은 자신이 너무 많이 먹는다며 쑥스러워했고 그녀는 입 끝을 올리며 웃었다. 둘은 주제가 없는 대화를 하다가 종종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연민이 섞인 눈빛들이었다. 한 명은 갑자기 실업자가 된 소극적인 남자이고 한 명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진리를 외치는 대담한 여자이다.

 

  서로의 상처를 가만히 두면 큰일이 날 사람들이 마주 보고 앉아서 사랑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둘은 이상이 다르다. 식성은 비슷할지 모르지만 삶 속에서 추구하려는 것이 서로 다른 선로를 타고 가는 기차들처럼 다른 곳으로 가고 있다. 우찬8은 보이는 것, 마리3은 보이지 않는 것. 우찬8은 들리는 것, 마리3은 들리지 않는 것. 만질 수 있는 것, 만질 수 없는 것. 경험해 봤던 것, 한 번도 안 해봤던 것. 자신을 위한 것, 남을 위한 것, 땅과 하늘. 동과 서.

 

  우찬8은 디저트를 준비하는 마리3의 손가락을 유심히 쳐다봤다. 부족한 세 개의 손가락을 대신하는 나머지 손가락들은 적당한 때에 적당한 동작을 무리 없이 해냈다. 뜨거운 물을 컵에 부을 땐 컵이 움직이지 않도록 잘 잡았고 과일을 깎을 땐 과일이 움직이지 않도록 잘 고정했다. 쟁반을 들 때도 좌우의 균형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잘 쥐었고 간지러운 곳을 긁을 때도 어색하지 않았다.

 

 "손이 참 예뻐요."

 "고마워요. 다른 사람들은 그런 말을 안 하는데."

 "지난번에 입었던 옷은 무슨 옷이죠? 숫자가 적혀 있던데."

 "제가 일 하는 곳에서 만든 옷이에요. 세븐이라고……."

 "세븐…. 7은 쓰면 안 된다고 하던데…. 하지만 숫자가 아니라 영어니까, 괜찮겠네요. 하하"

 "세상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는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매일 기뻐하며 살아가고 작은 일에도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우찬 씨도 제가 일하는 곳에 한번 가보면 좋을 텐데."

 "네, 그러죠. 저도 그곳이 어떤 곳인지 보고 싶어요. 그런데 마리 씨 아버님이 목사님이라고 하셨죠."

 "맞아요."

 "……."

 

  마침 다비3이 집으로 들어왔다. 셋은 서로를 교대로 바라보며 몇 초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우찬8이 서서히 식탁에서 몸을 빼며 일어나 다비3에게 인사를 했다. 마리3은 자기가 먼저 소개를 시켰어야 했는데, 라고 생각했다. 다비3은 그들에게 가까이와 빈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말했다.

 

 "어떻게 된 거죠? 여기에 왜 또 있죠? 그것도 내 딸하고 말이에요."

  마리3의 눈이 두 배로 커졌다. 아빠가 어떻게 우찬 씨를 알고 있을까? 우찬8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바지를 꽉 쥐어서 흔들리는 손을 가만히 두려했고 이마에 난 땀을 들키지 않으려고 머리를 힘 있게 몇 번 흔들었다. 그러자 머리카락이 이마를 가렸다. 우찬8은 생각했다. 혹시, 내가 사람을 죽이려던 것을 다비3이 말하면 어떻게 하지?

 

 "어쨌든 다시 만나게 돼서 반갑습니다."

 "네, 저도."

 "어떻게 된 거예요? 서로 알고 있었어요?"

 "그래, 교회 앞에서 만난 적이 있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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