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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가사리(不可殺伊)
작가 : 비내린
작품등록일 : 2018.12.20

이름 모를 타지에서 죽고 눈을 떠보니 나는 인간이 아니었다.
한 구 아니, 한 명의 시체를 둘러싼 이야기.

 
7. 불가사리
작성일 : 19-01-21 21:08     조회 : 251     추천 : 0     분량 : 4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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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됩니다. 어리석은 짓입니다.”

  참모의 말에 경애는 단호하게 말했다. 병실에서 도망친 최 중랑장을 찾아 돌아다니다 소식을 듣고 그곳에 모이게 된 장수들은 웅성거렸다.

  “왜 안된다는 것이오?”

  그도 그럴것이 그들은 당연히 적장을 베면 모든 것이 끝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참모도, 최 중랑장이라고 다를바가 없었다. 적장은 사기의 원천이고, 승패를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아군의 장군은 언제나 적에게서 보호하고 적의 장군을 쓰러트리기 위해 작전을 짰다. 하지만 이번에 그것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울 때문입니다.”

  “방울?”

  그 말에 다들 인상을 찡그렸다. 최 중랑장이 뒤를 봐주고 있어서 적당히 했더니 계속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해대고 있다고 그들은 생각했다.

  “방울이 뭔데 고작 방울 때문에 적장을 벨 수 없다 하는 것이냐!”

  하지만 경애는 이미 지옥 같던 회천회 내부에서도 뒷배 없이 실력으로만 살아남았던 여인이다. 자신의 뒷배가 든든한 마당에 고작 장수 몇 명의 분노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 방울은 회천회의 신물입니다. 강시들을 조종하죠.”

  “그러니 그자를 죽이고 방울을 빼앗으면 되지 않겠느냐.”

  “….”

  경애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자 방 안은 침묵에 빠졌다.

  “왜 대답을 하지 않느냐.”

  결국, 참다못해 한 장수가 물었다.

  “어차피 제가 무슨 대답을 해도 당신들 마음대로 받아들일 터인데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그냥 당신들 맘대로 하시지요.”

  “….”

  그 당당한 말에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다들 한마디씩 하고 싶었지만 차마 말하지 못하고 뻥긋거리기만 하는 모양새였다.

  “모두 입 다물어라.”

  결국, 보다 못한 최 중랑장이 한마디 했다.

  “하지만 최 중….”

  “죽고 싶나.”

  우우웅.

  귀로 들리는 아니,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아니었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소리였다. 강력한 압박감과 죽음이 다가오는 소리였다.

  “아, 아닙니다.”

  직접 말대답을 했던 장수는 몇 걸음이나 뒷걸음질 치고 간신히 대답했다.

  “미안하군. 계속 말해주겠나?”

  “알겠습니다. 계속 말씀드리자면 녀석을 죽이고 방울을 빼앗아도 되긴 합니다.”

  “….”

  이번엔 아무도 말대답을 하지 않았고, 경애는 계속 말을 이었다.

  “두 가지 경우에만이요. 첫 번째는 그 방울을 이용할 수 있는 주술사가 고려군에 있는 경우 하나와 모든 강시들이 정지 명령을 받은 직후에 말입니다.”

  “왜 그래야하지?”

  “신물은 강시들에게 절대적인 지배력을 보입니다. 사용자가 죽더라도요. 그러니….”

  “그러니 강시들을 공격하라 하고 주술사를 죽인다면 강시들은 계속 누군가를 죽이고 다닌다는 얘기군.”

  “맞습니다.”

  “최악의 상황이야.”

  주술사는 살아있는 인간이다. 그에게 적당히 위협을 준다면 물러서겠지만 그가 죽고 계속 강시가 사람을 죽이러 밀고 들어온다면 피해가 너무 커진다. 그들이 몰려다닐지 아니면 떨어져서 이동할지도 모른다. 떨어진다면 각개격파가 가능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전보다 더 힘든 전투가 될 거였다.

  “자네. 자네는 주술에 깊은 조예가 있지 않은가. 자네가 방울을 사용할 수 없는 겐가?”

  “불가능합니다.”

  경애의 말에 힘들게 의견을 제시한 장수가 시무룩 해졌다.

  “어째서인가.”

  “저는 도사입니다. 도술을 조금 사용하는 것뿐이지 주술은 하나도 알지 못합니다.”

  “그럼 어째서 도사가 그 강시 녀석하고 같이 있었나?”

  “원래 회천회와 도사들은 아니, 대부분 조직과는 대립 관계라 할 수 있죠. 그리고 그 중 선봉에 선 것이 저희 도사들입니다. 내부로 직접 잠입해 그들의 정보를 모으고 있었죠.”

  “물을 게 많군. 먼저 그 도사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나?”

  “불가능합니다. 대부분 실력 있는 도사들은 원나라에 있습니다. 넘어와 도움을 주려면 국가 간의 조율이 필요하죠. 그리고 고려 내부에 있는 세력은 너무 약합니다.”

  “그렇군.”

  최 중랑장은 상황은 이해했지만, 너무 아쉬운 것도 마찬가지여서 쓰게 웃었다.

  “그럼 다음으로 왜 굳이 도술사인가. 도술이랑 강시가 무슨 연관이 있지?”

  “강시술은 원래 도사의 것입니다.”

  “뭐?”

  그 말에 최 중랑장을 포함하여 모두 놀랐다.

  “그게 무슨 소린가. 그 사악한 주술이 본래 도술이라니.”

  “원래는 타지(他地)에서 죽은 자들을 본래 고향으로 돌려보내 주는 도술이었습니다. 그것을 사악한 방법으로 바꿔 사용한 것이 회천회지요. 저희는 그것을 막으려다 실패했습니다.”

  이번엔 경애가 쓰게 웃었다.

  “본래 좋은 마음에서 만들어졌지만 결국은 이렇게 변했다는 것인가.”

  최 중랑장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경애를 바라보았다.

  “뭐, 과거는 과거일 뿐이니 우리는 앞으로 가야겠지. 자네들은 녀석을 되돌릴 방법을 찾았는가?”

  “예.”

  하면서 경애는 당당히 말했다. 그리고 품속에서 종이를 한 장 꺼냈다. 거기엔 붉은색으로 무언가가 그려져 있었다.

  “부적입니다.”

  이번엔 아무도 의문을 표하지 않았다. 이미 강시가 나타난 순간부터 자신들의 상식에서 벗어난 일이었다. 아무도 그녀의 부적에 대해 의문도, 비웃음도 표하지 않았다. 오히려 비밀무기를 발견한 것처럼 승리의 미소를 짓는 자도 있었다.

  “이것이 저희를 승리로 이끌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말에 모두 같은 미소를 띠었다. 그 미소는 경애의 말에 대한 믿음보다는 최 중랑장이 믿는 자에 대한 믿음이었다.

 

  “시작인가.”

  “그렇습니다.”

  최 중랑장은 차라리 까맣게 몰려드는 인간 적들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작 20여 구. 지금 성에 있는 수백의 인간 중 저 강시들과 1대1로 맞붙어 목숨이라도 부지할 수 있는 자가 채 10이 되지 않는다. 아주 힘겨운 싸움이 될 것이다.

  “최 중랑장님은 몸은 괜찮으십니까?”

  “전장을 휘젓고 다닐 때보다야 훨씬 낫지.”

  “적이 다르지 않습니까.”

  “사지 다 잘라버리면 못 움직이는 건 똑같아.”

  “그야 그렇지만….”

  “잡담 그만둬. 온다.”

  그 말과 동시에 강시들에게 화살이 쏘아졌다. 그들 뒤에 있는 성벽 위에서였다.

  “뒤에 성을 두고 야전(野戰)이라니.”

  어쩔 수 없었다. 몇 번의 전투 아니, 첫 전투에서 녀석들이 성벽을 오를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알게 되었다. 돌 틈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위로 오르는 모습 볼 때 그 기괴함은 이로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그 모습만으로도 사기가 떨어졌다면서 말이다. 그리고 성벽 위는 좁다. 힘이 굉장한 덕분에 몇 명을 달라붙어야 하는데 너무 좁은 나머지 몇 명이 나동그라지면 메꾸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실수로 성 밖으로 튕겨 나가기라도 하면 크게 다쳤다. 그래서 차라리 성 밖에서 싸우기로 한 것이었다.

  “이길 수 있을까요?”

  “이기겠지.”

  이곳에 있는, 강시의 공격을 단 한 번이라도 막을 수 있고, 날랜 자들의 품속엔 모두 부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따라다니는 병사들 등엔 기가 매달려있었다. 이마에 부적을 붙이는 데 성공하면 그 기가 높이 올라갈 것이다. 그리고 서경에 안동도호부사에게 잡혀있는 승병들을 제외하고 모두 그 여자 도사들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

  “왔다. 시작한다.”

  “이번엔 다치지 마십시오.”

  “그래.”

  뭉쳐서 통통 튀어오는 강시들. 일단은 먼저 그들을 떼어놓아야 했다.

  “어디 있냐.”

  가장 큰 변수. 그 강시는 보이지 않았다.

 

  “곧 시작하겠군.”

  “그렇습니다. 근데 보지 않으셔도 되겠습니까?”

  “어차피 이기지 않겠느냐.”

  “허나.”

  “허어. 걱정하지 말래도. 고작 24구다. 그중 22구씩이나 보냈다. 전력을 보낸 거나 마찬가지지. 근데 무엇이 더 걱정이더냐.”

  그도 그랬다. 한 구는 가장 최근에 얻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강시였고, 다른 한 구는 전에 만난 괴물한테 팔 한쪽이 잘려나간 녀석이었다. 최소한의 병력을 제외하고 모두 내보낸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수하는 왠지 모를 불안감이 계속 엄습해왔다. 그는 암군의 손을 보았다. 얼마 전까지 조금씩 덜덜 떨던 손이 이제는 괜찮아졌는지 떨림이 줄어들었다.

  “그래도 전황은 확인해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 지휘관이 상황을 보지 않으면 안 되지.”

  그렇게 말은 하지만 암군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싫다는 티를 내면서 미리 봐두었던 한 언덕을 향해 걸어갔다.

 

  챙.

  챙.

  여느 전장처럼 쇠가 지속해서 부딪히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간간이 들리는 소리만이 전쟁이 벌어진다는 느낌을 주었다. 물론 쇳소리가 아닌 비명이 말이다.

  “다 벌어졌습니다!”

  “좋아”

  아마 적의 수장은 지휘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일부러 벌어지게 둔 거라면 멍청하기 그지없었다. 아무리 단단하다 하여도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자들이 있는데 등까지 내주다니. 마치 다 버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 같았다. 아니, 사라져버렸으면 좋다고 생각하는 거 같기도 했다.

  ‘무슨 생각이냐.’

  이 정도의 강시를 버려도 될만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면 지금 작전이 쓸모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다. 4개의 깃발이 이미 올라왔다. 1개만 더 올리면 작전이 시작된다.

  “장군!”

  어느 녀석이 머뭇거리고 있는 최 중랑장을 불렀다. 그것도 어지간히도 급했는지 전의 계급을 불렀다.

  “알았다! 녀석아!”

  그대로 그는 강시의 팔을 쳐올렸다. 칼이 부러질 듯 금이 갔다. 하지만 그의 목표는 이루어냈다. 강시 녀석이 만세를 부르듯 양손을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 틈을 타 품에 있는 부적을 강시의 이마에 붙였다. 뭔가 경련이 온 듯 녀석의 몸이 조금 떨리더니 곧 전과 같이 병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최 중랑장은 뒤를 쳐다보았다. 그를 졸졸 따라다니던 병사가 등에 있던 기를 뽑아 높이 들어 올렸다. 그대로 양쪽에서 기병들이 강시들을 지나쳐 멀리 달려나갔다. 전에 참모가 보아두었던 두 곳의 언덕을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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