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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가사리(不可殺伊)
작가 : 비내린
작품등록일 : 2018.12.20

이름 모를 타지에서 죽고 눈을 떠보니 나는 인간이 아니었다.
한 구 아니, 한 명의 시체를 둘러싼 이야기.

 
6. 도술서
작성일 : 19-01-15 21:44     조회 : 265     추천 : 0     분량 : 5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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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 헉…. 미친 새끼.”

  최 현은 온몸에 피갑칠을 한 채 미친 듯이 산을 달리고 있었다. 그의 손엔 이미 칼도 들려있지 않았다. 그는 달리면서 마음을 진정시켰고, 주위를 살폈다. 녀석들은 그를 손에 넣은 것에 만족했는지 자신을 열심히 쫓아오는 기색은 아니었다. 덕분에 지금 주위에 위협이 될만한 것은 없었다.

  “미치겠네.”

  최 현은 발을 멈추고 옆에 있는 나무에 기대 숨을 진정시켰다. 새삼 지랄 맞은 기억이었다.

  “두 놈이었다면 어떻게 되었는데….”

  앞에서 나타난 놈 세 놈에 뒤에서 그놈까지 미쳐 날뛰면서 상황이 악화되었다. 그리고 사방에서 천천히 조여오는 20구에 가까운 강시들까지. 최 현은 최선을 다했지만 한 놈의 한쪽 팔을 베어버린 것에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앞섶에 넣어둔 두 권의 책이 살짝 삐져나와 보였다.

  최 현은 피에 젖은 손으로 그것을 꺼내 보았다. 피가 점점 팩을 적셔가는 것을 보고 그는 혀를 찼다.

  “쯧. 이러다 죽겠군.”

  강시는 피를 흘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모든 피가 내 것이라는 거 아닌가. 긴장감이 조금씩 풀려가니 피를 많이 흘린 것에 대한 반응이 오는지 눈이 감기고, 피로가 몸을 감쌓다. 지금 바닥에 누우면 바로 잘 수 있을 거 같았다. 물론 그 순간 죽는다는 것은 알고 있어 힘들게 버티고 있지만 말이다.

  “여기서 쉬면 죽기밖에 더하나.”

  그는 계속 혼잣말을 하며 다시 발을 떼었다. 이제는 익숙해진 혼잣말이었다. 자신을 대장군의 자리로 올려준 초석을 마련한 그 전투에서도 말이다.

  “그 녀석들 둘 다 살아있겠지? 하나라도 죽어있으면 뭐, 나머지가 다 뒤지는 거지.”

  진담 반 농담 반의 말을 내뱉으면 그는 조금씩 속도를 높여나갔다.

 

  “역시 고려 최강의 무신 중 하나라는 것인가.”

  수많은 강시에게 둘러싸이고도 한 구의 팔을 하나 베어버리고 살아서 도망쳤다. 물론 인간이 그만큼의 피를 흘렸으면 무조건 죽을 테지만 강시들과 손을 나누던 그의 모습을 보니 꼭 그렇지도 않을 것 같다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귀찮은 녀석이 하나 더 늘어난다는 생각뿐이었다. 암군인 자신에게 이렇게나 많은 강시가 있고 또, 결정적으로 녀석을 패퇴시킨 강시가 한 구 더 들어왔으니 말이다.

  “좋군.”

  분명 헤어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녀석은 별 볼 일 없는 녀석이었다. 괜찮은 점은 속도가 조금 더 빠르다는 점? 그것밖에 존재하지 않은 강시였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온몸이 단단했다.

  텅. 텅.

  주먹으로 가볍게 두들겨 보니 강철을 두들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암군은 뒤로 살짝 물러났다.

  짤랑.

  그리고 가볍게 방울을 흔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가볍지 않았다.

  쾅!

  굉음과 함께 새로운 강시는 바닥에 나자빠졌다.

  짤랑.

  암군은 다시 방울을 흔들자 넘어져 있던 강시가 일어나 암군에게 다가왔다.

  “오오.”

  일어나는 모습도 인간과 매우 닮아있었다. 유연한 관절에 암군은 눈빛을 반짝였다. 일반적인 강시가 뻣뻣하게 굳어 바닥에 놓인 생선처럼 파닥거리며 일어나는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 강시가 암군의 앞까지 걸어 도착하자 암군은 그의 몸을 샅샅이 살펴보았다. 소리만 괜히 강철 소리가 나는 것이 아닌지 그의 몸에 찌그러진 곳은 없었다. 다만 꽤 여러 상처가 있었다. 암군은 혹시나 해서 목에 있는 조잡한 천 쪼가리를 떼어냈다. 다행히 목엔 상처가 없었다.

  “흠. 이 녀석 처음 봤을 때 목에 상처가 있었던가 같은데.”

  암군은 계속 과거를 되짚어보았지만 분명 상처가 있었던 거 같다. 죽기 직전이라 없던 무언가가 보였을 확률도 있지만, 목을 감싸고 있던 천 쪼가리에서 그는 확신에 가까운 추측을 할 수 있었다.

  “있었어. 분명.”

  하지만 지금은 없다. 그 말은 즉

  “그 년이 강시를 고칠 수 있는 건 확실하군.”

  그때 자신을 죽이려 해서 바로 죽이려 했지만, 일단은 그녀의 실력이 거짓말이 아님은 알게 되었다.

  “자, 그럼 어떻게 그년을 굴복시켜야 할까.”

  이미 회유하기엔 너무 먼 곳으로 와버렸다. 그녀와 둘 중 한 명은 죽어야 끝날 사이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쓸모가 있는 여인이니 다른 이들이 그녀의 기술을 배우기 전까지 살려는 둘 생각이었다. 그러면 그녀가 있는 곳을 알아야겠지.

  “너.”

  “예. 말씀하시지요.”

  언제나 암군의 옆에 달라붙어 있는 그의 심복이 후다닥 뛰어와 고개 숙였다.

  “당장 경애라는 년의 위치를 파악해라. 당장 그년을 잡아 노예처럼 부릴 터이니.”

  “그녀의 위치는 이미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 말에 암군은 화색 하며 반겼다.

  “정말이냐?”

  “예. 이미 그들이 그녀의 위치를 파악해 놨습니다.”

  “하하하하. 잘했다. 잘했어!”

  암군은 진심으로 기뻐했다. 이들이 드디어 자기 뜻을 헤아리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준비해 둘 만한 지성을 갖추었단 말 아닌가.

  “그리고 방금 들어온 소식에 의하면 꽤 많은 병력이 이곳으로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상관없다. 병력이 몇이어도 말이다.”

  하면서 암군은 강철처럼 단단한 강시를 보았다.

  “그들의 바로 앞에서 그녀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의 앞에서? 길잡이의 역할인가?”

  “아닙니다. 듣기로는 말을 한 마리 뺏어서 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 말에 암군은 다시 고민에 빠졌다.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이지?”

  이미 경애에게 한번 된통 당하기 직전까지 가본 암군이라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조사해보라 말하겠습니다.”

  “그래.”

  암군은 계속 인상을 피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다시 고려를 정복해보자. 그년만 손에 넣으면 금상첨화려만….”

  하고 암군은 다시 방울을 짤랑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아줌마. 정말 괜찮아요?”

  “괜찮대도.”

  헤아와 경애는 우연히 말을 한 필 훔칠 수 있었다. 사방에서 다급하게 움직이고, 설마 강시들은 저 먼 곳에 있는데 누가 그것도 여인 둘이 말을 훔칠까 했던 것인지 오히려 훔치고 경애와 헤아 둘이 이것은 함정이 아닐까 하며 고민했을 정도였다. 다행히도 말을 훔칠 수 있었던 것은 함정이 아니었고, 그녀들은 말을 달려 성을 벗어났다.

  강시들이 고려를 벗어났다는 소문이 돌면서 그와 동시에 성에 있던 피난민들이 서서히 벗어나는 분위기여서 그런지 경비병들도 딱히 검문 같은 건 하지 않았다. 그렇게 달리다가 곧 국경 지원을 위해 그녀들이 있던 성에서 병력이 출병했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리고 그녀들이 들은 바에 따르면 분명히 최 현 중랑장이라는 자를 구하기 위한 병력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그녀들이 기다리는 이 태석도 함께 있으리라. 그 때문에 그녀들은 앞서 가지않고 그들의 뒤에서 따라가려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걱정이 많은지 헤아가 아까부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분명 헤아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자신들은 말. 그것도 군마를 훔쳐 달아난 절도범이다. 그러니 병사들이 자신들을 찾을 것이다. 그러니 계속 앞서가는 것이 낫다는 것이었다. 경애는 헤아와 생각이 달랐다.

  아무리 군마지만 모든 일엔 순서가 있는 법이었다. 자신들과 같이 고작 군마 한 마리 훔친 범죄자들보다 장군이 직접 나서서 구하려고 하는 자를 구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이다. 거기다 국경이 한 번 더 무너졌다 하였다. 그렇다면 서둘러 그 부분을 다시 보강을 해야 했다. 그런 중요한 일을 뒤로 미루고 병을 빼서 어디 있는지 모르는 자신들을 찾는다? 그러기엔 고려의 상황이 너무 복잡했다. 경애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은 어느 정도 맞았다. 다만 한가지는 모르고 있었다.

 

  “반드시 찾아라!”

  “안 그럼 우리가 죽어!”

  마을 하나 지나지지 않고 그녀들이 따라간 자리를 쫓는 자들이 있었으니 바로 최 현의 직속 수하들이었다. 거기다 장군이 내준 병사들까지 나서서 이 주변을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그녀들은 몰랐다. 자신들을 데려가라 한 존재가 누구이며 자신들을 살리라 한 존재가 누구인지를 말이다.

  “찾았습니다!”

  어느 병사의 외침과 동시에 말 한 필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잡아! 놓치면 죽어!”

  그가 죽이는 것이 아닐 것이다. 아니, 애초에 죽는 인원에 그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더욱 다급했다. 그렇게 말을 탄 추격전이 다시 시작되었다.

 

  “왜 그러셨습니까.”

  “….”

  “….”

  한 장수의 말에 경애와 헤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굳이 그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헤아는 경애를 뚫을 듯이 노려보고 있었고, 경애는 헤아의 눈빛을 피하면서 다른 곳을 보고 딴청을 피웠다. 장수는 그런 그녀들을 보고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저었다.

  원래 이렇게 무식하게 찾지 않아도 됐다. 군마를 훔치는 것은 벌이 엄하지만 지금 그것보다 더 심각한 것이 있으니 말이다. 심지어 그는 최 중랑장과 강시가 싸우는 장소에 있던 자다. 이 여자들이 강시와의 싸움에 큰 도움이 되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함부로 대할 수도 없었다.

  “그럼 두 분 다 성으로 모시겠습니다.”

  “안 되요.”

  “싫어요.”

  그 말에 장수의 이마에 힘줄이 잠시 돋아났다. 아까까지만 해도 뭔 말을 해도 입 싹 닫고 있더니 돌아가잔 말 한마디에 바로 거절이라니. 차라리 대답하지 않았다면 무언의 긍정으로 알아듣고 그냥 데려갈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왜 안된다는 겁니까.”

  “아저씨한테 데려다줘요.”

  “그이에게 가야 해요.”

  부르면 명칭은 달랐지만, 그녀들이 말하는 자가 누군지는 뻔했다.

  ‘강시 주제에 능력은 좋군.’

  장수는 잠시 딴생각을 하며 입을 열었다.

  “그자는 곧 돌아올 겁니다. 강시들이 그곳으로 갔다 하지만 최 장군님도 함께 계십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최 중랑장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으로 그의 말은 신뢰가 가득했다. 하지만 그녀들도 녹록지 않았다.

  “어차피 안전하면 저희가 가면 안 될까요?”

  “그리고 그분들이 찾으러 간 것은 저만 알아볼 수 있어요. 제가 가야 그분들도 헛고생하지 않을 거예요.”

  그 말엔 장수도 동감이 갔다. 도술서가 도대체 무엇인가 말인가. 그도 돌아와서 잠깐 호기심 때문에 도술서에 관련된 책을 찾아 잠시 읽어보았지만 무슨 소린지 하나도 알수 없었다. 그런데 그런 도술서를 구하러 간 이유가 그녀들이 그것을 해독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알기에 장수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잠시 뒤 장수가 그녀들을 보고 말했다.

  “더 이상 개인적인 활동은 통제하겠습니다. 그리고 너.”

  “예.”

  “장군님께 이분들 국경으로 모신다고 전해드려.”

  “알겠습니다.”

  그 말에 경애와 헤아는 환하게 웃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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