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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401 기동조사반
작가 : 칠미리
작품등록일 : 2018.11.4

주택가 골목에서 일어난 한밤의 폭행사건. 변호사 서유림이 사건을 맡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유력한 용의자는 현장에서 체포된 사설탐정. 그것도 하필이면 서유림의 첫사랑 엄기동이라니……. “정황에 가려진 진실이 있어. 난 범인이 아니라고!!” 사건의 규모는 감당하기 힘들 만큼 커지게 되고, 그 뒤에 감춰진 검은 세력들이 하나 둘 베일을 벗기 시작하는데……. 변호사와 사설탐정의 콜라보를 그린 좌충우돌 본격 수사 성장물. 과연 이들은 아름다운 러브라인의 결실을…… 아니,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낼 수 있을 것인가.

 
[34화] 지지리 복도 없지
작성일 : 19-01-14 21:50     조회 : 258     추천 : 0     분량 : 6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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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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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도심을 벗어나 고즈넉한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한옥의 기품과 옛 정서가 물씬 느껴지는 전통가옥이 하나 나온다. 그 규모와 면적이 제법 널찍한 것이 대문 앞에는 청사초롱도 걸려 있다. 음식의 모든 재료를 친환경유기농으로만 엄선해 사용한다는 최고급 한정식 요릿집이다.

 대문 앞 길가에는 반짝거리는 최고급세단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또 한 대의 차량이 모습을 드러내며 이 길 앞에 멈춰 선다. 차에서 내린 초로의 남성이 거리낌 없이 대문 안으로 들어서서 직원이 안내해주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 눈에 봐도 몹시 거만한 걸음걸이였다.

 이윽고 복도 끝에 마련된 방으로 안내받은 남자가 미닫이문을 드르륵 열자, 인상 좋아 보이는 50대 남성이 점잖게 그를 맞이한다. 고진건설 강진상 회장이다.

 

 “아이고, 서 의원님. 이거 먼 걸음 하시게 해서 면목이 없습니다.”

 “앉아요. 앉아.”

 

 분위기로 보아 강진상이 ‘의원님’이라고 부르는 이 남자는 그의 공천을 주도하고 있는 정당의 핵심인물로 여겨진다. 강진상과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이 남자는 무척이나 거들먹거리는 태도로 강진상을 마주했다.

 

 “아니, 여기는 언제부터 이렇게 사람이 많아졌어. 아주 개나 소나 다 몰려오는구먼.”

 “허허허허! 어차피 여기도 사람 상대하는 음식점 아닙니까.”

 “그래도 그러면 안 돼요. 급이라는 게 있잖아. 아, 이럴 거면 내가 뭐한다고 이렇게 멀리까지 나왔겠소. 그냥 편하게 동네에서 만나지. 안 그래요?”

 

 한순간 강진상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특권의식을 누리고 있는 자신에게 의원이랍시고 건방지게 구는 꼴이 썩 보기 좋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남자가 눈치 채기 전에 금세 표정을 바꾼다.

 

 “그만큼 살기 좋아졌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다들 죽겠다고 난린데 무슨…….”

 “어디 돈 있는 놈들이 ‘나 돈 있소’하는 거 보셨습니까? 한 놈이 죽는 시늉하면 거기에 편협하려는 놈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기 마련 아닙니까. 이 나라가 그래요. 돈 많은 게 무슨 큰 죄라도 되는 줄 안다니까요. 허허허허!”

 “그런가요? 그럼 우리 강 회장님께선…….”

 

 남자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그러면서도 어떤 대답이 나올지 궁금하다는 얼굴이다. 그런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강진상이 여유 있게 입을 열었다.

 

 “저야 먹고 살만 합니다.”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에 잠시 침묵이 흐르는가 싶더니 어느새 객실 안은 호탕한 웃음으로 가득 메워진다.

 

 “하하하하! 역시 우리 강 회장님께서는 벌써부터 이 그릇이 달라. 참으로 당당하십니다. 아주 마음에 들어요.”

 “돈 없는 게 자랑은 아니지요. 사실 경제가 어렵다는 거, 이거 일반인들이 뭘 알기나 알고 떠드는 소리겠습니까. 다 새빨간 거짓말이에요. 다들 먹고 살만 한데, 사람들이 점점 더 욕심을 부리는 거 아니겠어요.”

 “맞아요. 솔직히 해외여행 그거, 옛날엔 함부로 꿈도 못 꿨던 일 아닙니까. 해외여행 자유화 되고 어떻게 됐습니까. 아주 기다렸다는 듯이 죄다 공항으로 몰려가지 않았습니까. 그때 김포공항, 아주 난리가 났어요. 그게 벌써 30년 전 얘긴데, 그 어려운 시절에도 할 거 다 하면서 살았다면 말 다한 거 아닙니까. 지금은 어떻습니까. 매년 천만이 넘는 사람들이 해외에서 돈쓰고 다녀요. 요즘 천만관객, 천만관객 그러잖아요. 그냥 극장 가듯이 해외 나가는 거야.”

 

 쉼 없이 떠들어대는 남자의 말에 호응이라도 하듯 강진상은 고개만 끄덕이고 있다.

 

 “막말로, 죽겠다는 사람들이 무슨 수로 그 돈을 다 마련했겠습니까. 다 지들 주머니에서 나온 거 아닙니까. 사람들이 이렇게나 엉큼해요. 아주 못돼 처먹었단 말입니다. 가계부채만 해도 그래요. 지금보다 경제가 더 활성화되면 그 부채가 사라질 것 같습니까? 천만에요. 더 늘어납니다. 천원 빌릴 거 이 천원 빌린다니까. 맨 날 돈 쓸 궁리나 하는 것들이라고요. 말이 나와서 하는 얘기지만, 우리들 정말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허리띠 졸라매고 할 짓, 못할 짓 다 하면서 살아오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된 게 요새는 그런 낭만이 없어요.”

 “허허허허, 시대가 그래요. 나라사정 보다는 지들 집구석이 우선이라니까요. 그러면서 바라는 건 뭐 그리 많은지……. 꼭 투정부리는 아이들 같지 않습니까. 이거 해 달라, 저거 해 달라, 하면서 말이지요. 그렇다고 매를 들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게 얼마동안의 뒷담화가 이루어지면서 객실 안의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화기애애해진다. 역시, 뒤에서 남 욕하는 것만큼 빨리 친해지는 방법도 없는 것 같다. 정겨운 술잔이 몇 번씩 오가고, 기분 좋게 취기가 오를 무렵, 강진상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떻게, 일하시는데 불편함은 없으십니까?”

 “거 아시잖습니까. 아주 죽을 맛이라는 거. 아니, 다들 한자리 해보겠다고 저렇게 떼로 덤벼들면 나보고 뭐 어쩌라는 겁니까. 안 그래요? 보통 시끄럽지가 않아요.”

 “아이고, 저런. 우리 의원님께서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시겠습니다.”

 “생각해봐요. 그게 어디 쉬운 일입니까? 나간다고 다 되는 일이 아닌데 사람들이 그걸 몰라. 에이, 정신 나간 것들.”

 

 강진상의 안색이 중간 중간 굳어졌다. 어쩌면 이 남자가 말한 ‘정신 나간 것들’ 중에는 강진상 자신도 포함되어 있을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허허허허! 맞는 말씀입니다. 당연히 당선될만한 사람을 추천해야죠. 당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거 봐, 이거……. 이러니 내가 우리 강 회장을 어떻게 안 좋아하겠어. 이런 살신성인의 정신, 응? 사람들이 강 회장 반만 닮아도 내 이런 걱정은 하지 않을 텐데 말이야.”

 

 분명 딴 데 가서도 이런 말을 똑같이 했을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강진상은 알 수 없는 미소로 그의 비위를 맞춰주고 있었다.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아이고, 겸손하기까지……. 허허허허! 맞아요. 이게 어디 자기 혼자 배 부르자고 하는 일이겠습니까? 어디까지나 이 나라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으로 당을 위해 헌신해야 된다, 이 말입니다. 제 말은.”

 “저 또한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면 저는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하지만,”

 

 강진상은 인상 좋아 보이는 얼굴로 시커먼 속내를 드러냈다.

 

 “그 보탬이 적으냐, 크냐는 의원님 손에 달려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물론,”

 “……?”

 “저는 의원님께도 작은 성의표시를 하려고 합니다만.”

 

 내심 바라고 있던 말이 알아서 흘러나오니 남자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렇다고 대놓고 좋아할 수는 없는지라 헛기침 몇 번으로 표정을 가린다. 남자가 “아, 내가 또 사이즈 작은 건 별로 안 좋아 하는데.”라는 속물근성을 드러내자 강진상은 비웃기라도 하듯 한쪽 입가를 슬쩍 들어올렸다.

 

 “성의가 작다고 어디 그 가치까지 작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자신만만하게 웃고 있는 강진상의 표정은 남자의 기대감을 잔뜩 부풀려놓기에 충분했다. 남자의 얼굴에 추악한 미소가 번졌다.

 큰소리로 떠드는 웃음소리가 객실 밖 복도까지 울려 퍼진다. 체통이고 뭐고 다 던져버린 그런 웃음이었다. 그런 와중에 남자는 뭐라도 생각이 났는지 “아, 그건 그렇고,”라며 분위기를 끊었다.

 

 “그 깡패 놈 하고는 확실하게 정리한 거 맞죠?”

 “…….”

 “나중에라도 문제 생기는 일은 없어야 할 겁니다. 내가 그놈 빼내준 것만 해도 벌써 여러 번 아니오. 다른 후보들이 이 사실을 알아봐요. 강 회장뿐만 아니라 나까지 아주 곤란해진다니까. 선을 그어요, 확실하게. 아시겠죠?”

 .

 .

 .

 모처럼 들어온 일거리에 태성기획의 전 직원이 시위현장을 찾았다. 시위의 목적은 임금체불에 의한 노조 파업. 시위대가 벌써 3일째 공장을 점거하고 있는 탓에 공장은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는 중이었다.

 이에 열이 뻗친 사장은 평소 알고 지내던 최태성에게 긴급 SOS를 요청한다. 아무래도 근로자가 입은 손해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두 대의 버스가 공장입구로 들어서자 공장 사장은 버선발로 뛰어나와 그들을 맞이한다.

 

 “먼 걸음 했네. 동생.”

 “아이고, 그냥 먼 게 아니야. 엄청 멀어. 나는 무슨 관광하러 온 줄 알았다니까.”

 “알지, 내가 그 맘 왜 모르겠나. 그러게 애기들만 보낼 것이지, 왜 직접 오고 그래, 사람 미안하게.”

 “나도 바람이나 좀 쐴까 해서……. 내가 이것저것 복잡한 일이 좀 많거든. 오랜만에 형님이랑 소주도 한잔 하고……, 좋잖아.”

 

 분위기가 어째 명절날 고향에라도 찾아간 것 같은 분위기다. 저 멀리 북소리에 맞춰 목이 터져라 생존을 외치는 사람들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에라, 저 미친것들. 날도 추운데 저거 뭐하는 짓거리야.”

 “아, 글쎄 저것들이 나 망하게 하려고 아주 작정을 했다니까. 납품기한이 바로 코앞인데, 이러다 잘못되면 지들이 책임질 거야?”

 “얼마나 밀렸기에 그래?”

 “…….”

 “됐수다. 뭐 사업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어떻게, 금방 끝날까?”

 “아,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일단 조지고 보는 거지. 뭐 그래도 이틀 안에는 어떻게 되지 않을까? 우리 애들 일 잘한다니까. 형님은 나랑 어디 가서 커피나 한잔 합시다.”

 

 시원시원하게 내뱉는 말이 보통 믿음직스러운 게 아니다. 입이 귀까지 걸린 공장 사장은 최태성을 데리고 자신의 차로 향했다. 이건 뭐 말이 형님이지, 양반을 모시는 하인이 따로 없다. 그만큼 굽실거리는 모습이었다. 최태성 옆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한기주가 진동을 느끼며 휴대전화기를 꺼내든 것은 그때였다.

 

 “어, 무슨 일이야. ……뭐? ……그래서. ……어디? ……알았어. 계속 따라붙어.”

 

 심각한 얼굴로 전화통화를 마친 한기주를 최태성이 심드렁하게 쳐다봤다.

 

 “아, 뭔데.”

 “…….”

 “아, 뭔데 또 그러냐고.”

 

 답답하다는 듯 최태성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어보자 한기주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누군가 그 여자한테 접근한 모양입니다.”

 “그 여자라니, 그 정신나간년 말이야?”

 

 “네.”라는 짧은 대답이 돌아오자 최태성은 “아, 진짜. 날을 골라도 왜 하필…….”이라며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 공장 사장이 괜한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최태성은 계속해서 신경질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그래서, 그래서 누가 달라붙었다는 거야.”

 “변호사랍니다.”

 “변호사? 아니, 변호사가 왜? 뭐 걔 기억이라도 돌아왔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

 “그 변호사가 엄기동과 관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최태성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누구?”라고 되물어 본다. 아무래도 기억이 가물가물 한 모양이다.

 

 “조두식이 깜방에 보낸 엄기동이 말입니다. 그 변호사가 그놈 사무실로 들어갔다는군요.”

 “뭐야, 그러니까 그놈이 아직도 우리 냄새 맡고 다닌다는 거야?”

 “…….”

 

 아무 말 못하고 서있는 한기주의 얼굴을 최태성이 사정없이 후려쳤다. 고개가 뒤로 꺾이면서 중심을 잃었지만 그렇다고 쓰러질 정도는 아니었다.

 

 “야, 이 병신 같은 새끼야. 너 그동안 뭐했어? 뭐하고 있다가 이제 와서 이딴 헛소리나 지껄이고 있는 거냐고!”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면 다야? 지금이 새끼야, 어떤 상황인지 몰라서 그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잘 아는 놈이! 왜 일을 이따위로 만들어. 왜 사람 엿 먹이냐고, 이 싸가지 없는 새끼야!”

 

 최태성이 길길이 날뛰며 노발대발하자 사람들은 하나같이 열중쉬어 자세로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왜 공장 사장까지 거기에 합세해서 덩달아 혼이 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때 한기주가 “걱정 마십시오. 저한테도 다 생각이 있습니다.”라며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변호사가 그 여자를 왜 만났겠습니까? 그것도 조두식 공판 날짜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뭐?”

 

 난데없는 돌발퀴즈에 잠시 흥분을 가라앉힌 최태성이 어느새 알쏭달쏭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리고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러니까 뭐야, 그게 조두식이 변호사다, 그 말이야?”

 “지금 똥줄이 타고 있는 건 오히려 그쪽입니다. 증인도, 증거도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 여자를 찾아갔겠죠. 피해자 증언 한마디면 쉽게 승소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 테니까요. 그 여자만 없애면 아무문제 없습니다.”

 

 퀴즈를 푼 것과 동시에 대책도 마련됐다. 그런 기쁨도 잠시, 최태성은 “가만, 가만 좀 있어봐.”라며 또 다시 깊은 생각에 빠져 들었다. 그리고는 뜻밖의 말을 꺼낸다.

 

 “그냥 그 변호사를 없애버려. 그럼 되잖아.”

 

 순간, 한기주가 눈썹을 올리며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면서 “아니, 어떻게 그런 생각을…….”이라며 멍하니 서있기만 했다. 그 모습에 최태성은 “변호사는 좀 그런가?”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아주 현명한 판단이십니다.”

 “……정말?”

 “중간에서 선동하는 그 변호사만 잡는다면 그 엄기동이라는 놈도 더는 날뛰지 못할 겁니다. 저절로 또 하나의 골칫거리가 사라지게 되는 거지요. 이거야말로 ‘일타쌍피’가 아닙니까. 묘책 중에 묘책입니다.”

 

 뭔 말만 했다하면 맨 날 안 된다고 토를 달던 놈이 지금은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며 동조하고 있다. 신이 난 최태성은 조금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자, 자! 생각 좀 해보자. 우리가 여기서 다시 내려가자면 시간도 걸리고, 그럼 여기 일도 그냥 날아갈 거 아니야. 그래, 용칠이 보내자, 용칠이. 아, 그때처럼 괜히 어설픈 놈 쓴다고 고생하지 말고 한방에 끝내버리는 거야, 어때?”

 “저 말입니까, 행님?”

 “……?”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용칠이로 보이는 사내 하나가 어깨에 힘을 주며 몸을 숙인다. 최태성이 “아, 너도 여기 와있었냐?”라며 또 다른 후보자를 신중하게 떠올렸다.

 

 “그래, 동식이! 동식이 보내면 되겠네. 그놈 꽤 똘똘하잖아.”

 “감사합니다, 행님!”

 “……?”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후보에 오른 사내가 앞으로 나서서 깍듯한 인사를 건네고 있다. 갑자기 최태성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결국 옆에 있던 한기주를 붙잡고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그 쪽에 지금 누가 있지?”

 “염려 마십시오. 구 실장이 애들 몇 명 데리고 있습니다.”

 

 최태성은 아무 말 없이 눈만 깜빡였다. 하지만 실낱같은 희망이 곧 절망으로 바뀌면서 최태성은 어느새 똥 씹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일구? 아니, 그놈밖에 없다고?”

 

 이렇게 해서 구일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여러 쟁쟁한 후보들을 가볍게 물리치고, 당당히 본선 진출의 기회를 획득하게 된다. 그런 영광스러운 순간에 어째서 최태성은 “아이고, 지지리 복도 없지”라며 자신의 박복한 팔자를 한탄하고 있는 걸까. 멀리서 들려오는 시위대의 외침보다 더 처절한 절규를 쏟아내고 있었다.

 
작가의 말
 

 그랬다고 합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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