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이란 인간의 껍데기를 잠시 설명을 하자면, 왕년에 잘나가던 쪽발이 나라에서 유명했던 프로레슬러인 유리 턱 주걱과 비슷하다.
사각의 긴 턱 주걱을 치켜 올려 눈 앞에 갖다 대며 ‘칠 테면 쳐봐라’는 식으로 콧바람을 날리는 게, 이 사람이 부하를 짓누르는 고질적인 버릇이었다. 그 턱 주걱이 눈 앞에 와서 염장을 파헤치는 말을 할 때, 기회는 이때라는 심정으로 주먹을 부르르 떨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저 유리 주걱을 박살내 버려? 산산이 깨버려? 그러나 불쌍했다.
부장은 지금은 고인이 된 우리나라 프로레슬러에게 턱 주걱을 얻어맞아 링 바닥에서 어기적거리는 쪽발이 나라의 프로레슬러 같은 형상을 하고 아랫도리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렇게 잘 나불대던 일명 ‘주둥이’ 아가리는 불독 같은 눈알과 함께 개 거품까지 흘리며 허둥대고 있었다.
웬만하면 잔뜩 겁에 질린 부장의 멱살을 붙잡은 손을 내려놓고 뒤로 물러 나야 할 상황인데도 따듯해지는 허벅지가 온탕에 담긴 줄로 착각하는 사람처럼 그대로 붙잡고 있었다. 애리 남편의 똥 씹은 시선이 서서히 바지로 내려갔다.
부장이 남은 오줌을 애리 남편 바지로 찔끔찔끔 지리다가 좔좔 쏟아내고 있었다.
이 상황인즉슨, 오줌을 지리고 도망치는 견님들에게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게임은 끝났지만 난감한 일이 벌어져 버렸다. 곧 지린내가 애리 남편 허벅지쯤에서 진동을 하고 있었다. 허벅지는 비에 젖은 듯이 축축해지기까지 했다.
부장은 난감한 표정도 짓지 않았다. 그냥 벌벌 떨고만 있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휴지로 장대 비를 맞은 듯이 젖어있는 바지를 대충 닦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가장 먼저 사규인 사람을 사랑하고 존중하자가 떠올랐다.
그 다음으로는 원인은 필요 없고 결과가 중요시하는 사내의 관습을 떠올렸다. 하극상이 가져오는 엄벌인 즉결처분도 떠올렸다. 부장으로 인해 직장을 잃은 사람 중에 기어이 나도 포함이 되는구나.
그러나 애리 남편은 부장 때문에 사표를 낸 사람들과 질적으로 다르다. 마누라 간수 잘하라는 부장의 고언(古言)을 포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폭력이나 행사하는 놈. 찌질 한 놈이 돼 두고두고 회사의 사례로 남아 가정관리 교육 때마다 자료로 남을 것이다.
그년의 주두희와 어울려 다니다가 한번은 대형사고가 터질 것 같아 불안했지만 그래도 아내를 믿었다. 주둥이와는 근본 자체가 다른 사람이라고 아내를 존경도 했는데, 하필이면 저 거만하고 안하무인인 부장 귀에 들어갔단 말인가?
아니다. 눈에 들어갔을 수도 있다. 이유는 간단했다. 동료들 어느 하나도 위로를 하지 않는다. 이미 자 들었단 말이다. 빙 둘러보았지만 전부 고개를 숙이고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무슨 자랑거리라고 물어 볼 수가 있겠는가?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칠 용기도 나지 않아 앉은 채 창가를 내다 보았다. 그런데 주차장에 있어야 할 부장 차가 사라지고 없었다. 그렇게 사라진 차가 다음 날 출근 시간이 지나 다시 나타났고 그 후로는 부장에게도 동료들 사이에도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한 건 애리 남편의 내면에서 벌어지기 시작했다.
골프를 치는 사람들간에 떠도는 여러 가지 추문에 아내도 해당된 다는 생각이 떨쳐버리려고 하면 할수록, 진드기처럼 더, 착 달라붙어 마음을 어수선하게 했다. 특히 어릴 때부터 그렇게 싫어하면서도 껌 딱지처럼 붙어 다닌 주두희가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유유상종이라고 아내가 싫어하면서도 주두희의 꽁무니를 ‘앞으로 나란히’하듯이 따라 다니며, 어울린다는 는 것은 아내에게도 주두희 같은 자제하지 못하는 성욕 같은 게 있지 않을까?
그런데 아내는 잠자리에 대해 애착을 가진다거나 그런 면은 전혀 없었다. 자신과 똑같이 의례히 치르는 행사였고 어떤 때는 의무 방어용이기도 했다.
그럼 다른 무엇이 있었는가? 부부간에 잠자리를 꼭 섹스에만 한정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내가 뭘 잘못했지? 왜 아내는 밖으로 겉돌지? 이것도 이상한 자문이었다.
언제 겉돌았나? 혹시 가게에 오는 여자들이 전부 주둥이 같은 년 들었나?
낮에는 회사에서 ‘땡’하면 집에 가는 자기와 달리 아내의 낮은 자유롭다. 허세와 거만으로만 가득한 부장이지만 그런 말을 증거도 없이 할 사람 또한 아니었다는 생각도 불쑥 들었다. 그랬다. 부장은 없는 사실을 두고 말을 만들어내는 사람은 절대로 아니었다. 한번 이런 부정적인 생각에 감싸이기 시작하고부터는 애리 남편이 애리를 보는 눈이 이상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이건 애리 남편만 인지하고 있었지 애리는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단지 애리가 감지하고 있는 건 그 ‘별 희한한 놈’을 보고부터 거울을 자주 본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는 년이었나? 정말 어이가 없네. 어떻게 그렇게 투명인간으로 취급해버리고, 그 후로는 어느 누구 하나 그 사람에 대해 말도 하지 않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기에? 일회용으로 급히 수급한 아르바이트 용도였나? 아니면 나를 두희 같은 년으로 취급했나?’
분명히 같이 필드에 나가서 공을 치기 위해 연습부터 하자고 해놓고선 필드에 같이 가자는 말도 없었다. 허병식이 허튼 소리는 하지 않았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허병식의 골프장을 이용할 사람은, 여자 백수를 호칭하는 백조인 두희보다 옷 가게를 하는 자신이 더 잠재적 고객으로는 입맛이 더 당기는 사람이란 생각도 같이 하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바로 필드에 갈 것처럼, 같이 갈 남정네도 데려 와 놓고선, 같이 가자는 일언반구의 말도 없단 말인가?
갑자기 대학졸업 무렵에 본 면접 때를 떠올리게 했다.
여기저기 시험을 치고 면접을 보고 난 뒤에 연락이 오지 않을 때가 떠올랐다. 그러다가 입사해 근무한 한 회사에서 최종합격을 했다는 연락을 받고 하늘을 떠다닌 듯한 기분.
지금 내가 그 기분을 기대하고 있는가?
절대로 아니었다. 한마디로 더러운 기분에 휩싸여있었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면 더 분하고 화만 나기만 했다. 두희도 언제부턴가 소연한 사이가 돼 버렸다. 분명히 같이 갈 것처럼 떠들어놓고 그 별 희한한 남자가 같이 가기 싫다며 퇴짜를 놓는 바람에 딴 년과 같이 가게 되었고, 그게 미안해서 두희가 오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하여튼 몸가짐만 더러운 게 아니고 하는 짓도 더럽구나.
그러고 보니 남편도 최근에 이상하다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무슨 이유로 점점 말이 없어질까? 내가 뭘 잘못했길래.
갑자기 울화가 치솟아 오르면서 가슴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