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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귀(惡鬼)
작가 : 하형
작품등록일 : 2018.12.5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린 해, 사람들은 그 날을 '해가 타락한 날'이라고 기억했다. 세상은 혼돈에 휩싸였고, 난생 처음보는 악귀들이 대지를 점령하고 시작하는데...
한 편, 부유한 가정에 자라 기사단에 입단했던 파사르는 해가 타락하며 생겨난 의문의 질병에 걸려버린 어머니에 의해 가족 모두를 잃어버리고, 마침내 어머니마저 직접 죽여야 하는 안타까운 일을 겪게 된다. 그리고 파사르는 그 날 이후로 질병에 걸린 '비어있는 자'들과 '악귀'들의 몰살하는 데 온 생을 바치게 된다.
세월이 흘러 인간들의 모든 대지를 빼앗겨 버린 후, 마지막 남은 도시이자 천연의 요새 '테라피노'에서의 최후의 항쟁을 이어가던 인간들에게 그간 자취를 감추던 신이 나타나는데...

 
20화
작성일 : 19-01-09 20:45     조회 : 276     추천 : 0     분량 : 3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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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우선적으로, 꼬리를 감싸고 있는 기묘하게 우둘투둘한 외피와 맞닥뜨린 소감을 말하자면 고슴도치의 날카로운 가시가 쉽게 뚫어내지 못한 이유를 알았다.

 이것은 단순히 곤충의 딴딴한 등딱지─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의 것처럼─와 대면한 느낌이 아니었다.

 그렇다.

 이것은 흑단 나무를 두드렸던 아찔함과 놀랍게도 흡사했다.

 매우 단단하고 치밀한 조직을 가져, 금속과도 같이 단단한 나무라 불릴 정도에 경도를 가진 흑단 나무를 깎아내려 아등바등하는 목수가 된 기분이랄까.

 칼날로 벤다는 느낌이 아니라 오히려 칼날이 잡아먹히고 있다는 오묘함과 불안감이 손끝에 전달됐다.

 하지만 이렇게 이득 없는 무의미한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었다.

 충귀의 꼬리침에서 튀기는 찌릿한 전기의 스파크 따위의 발생 주기가 도드라지게 빨라졌기 때문이었다.

 이쯤 되니 파사르도 적잖이 긴박한 숨소리를 내쉬었다.

 완벽한 완급조절로 외피를 파고든 검이 꿈쩍 않고 고정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자, 파사르는 손잡이와 칼날의 상단을 붙잡고 거칠게 톱질을 가했다.

 

 또 한 번의 전류의 파동이 점점 임박해져 간다는 사실을 충귀는 몇 개의 신호들로 친절하게 알려주었는데, 다리의 분절 된 마디 끝에 덥수룩하게 쌓인 솜털들이 정전기를 머금고 피어올라 민들레꽃의 허연 꽃말로 변해갔다.

 그럴 때마다 더듬이는 상당히 호전적인 움직임으로 서로의 끝을 비벼대며 마찰을 일으켰고, 흰색과 푸른색이 적절하게 조합된 불똥을 사정없이 튀겨댔다.

 어색하게 곤충의 몸에 불쑥 튀어나온 허여말겋한 사람의 머리는 정신 사납게 위아래를 뒤바꾸며 낄낄대는 웃음소리를 내었다.

 오밀조밀하게 앙다물고 있던 입술이 좌우로 쩍 하니 벌어져 하관을 점령한 꼴이 그렇게 흉물스러울 수가 없었다.

 더욱이 소름이 끼쳤던 건 경멸스럽게 찢어져 있던 눈매가 오싹한 장난기가 설인 반달모양으로 변형이 된 채 생기 없이 기괴한 눈동자로 내려다보았다, 올려다보기를 반복한다는 점이었다.

 

 “빌어먹을, 얼마나 때려야 깨지는 거야?”

 

 고슴도치는 이골이 났는지 충귀의 옆구리를 덮은 껍데기를 수차례 두들겨 가학적으로 뜯어내다시피 했다.

 충귀의 어깻죽지를 휘어감아 움직임을 봉쇄하려 애를 쓰는 쇠사슬뱀도 아마 두뇌에 저장된 모든 욕을 내뱉고 있는 중일 것이다.

 그만큼 간담을 서늘케 하는 충귀의 웃음이 과거 광대의 우스꽝스러운 변장이 공포의 상징이던 시절에 꾸었던 모든 악몽보다도 악질적이고 고약했다.

 담력이 부족한 자가 마주쳤다면 오감의 한계를 벗어난 아득한 공포에 정신착란과 신경쇠약을 골고루 얻었을 터였다.

 

 다방면으로 조여 오는 긴박감에 통제성을 잃어버리고 있는 동료들을 살핀 파사르는 진전이 없는 톱질을 그만두고, 고작 5cm남짓을 파고들어간 칼날을 서둘러 빼내었다.

 넌덜머리나는 외피를 모두 벗겨낸다고 해도 가장 활동성이 좋은 꼬리마디의 근육을 오늘 내에 잘라낼 자신이 없었다.

 대신 그가 새로운 목표로 삼은 것이 몸통의 마디, 즉 움푹 패여 있어 마디마다 독자적인 움직임을 원활하게 가능케 하는 선명한 실선이었다.

 애초에 눈여겨 본 곳이기도 했으나, 꼬리의 맨 끝부분마저 이리 단단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는 자신의 잘못된 판단을 신속히 탓하고 폭이 1cm도 안돼 보이는 얇은 실선을 노렸다.

 검은 위에서 아래로, 가장 기초적인 내려베기의 정석을 따랐다.

 내려칠 거리를 정확히 판단하여 디딤발을 적절히 앞으로 내밀고, 상체를 던지듯이 중심을 이동시키며 검을 수직으로 올곧게 베어 내리는 동작을 말이다.

 

 “시간이 얼마 없어요!”

 

 젊은 학살자의 들끓는 외침에 파사르는 한 번, 두 번, 세 번…….

 동일하게 반복되는 동작에 횟수가 더해갈 때마다 힘을 더해 내려쳤다.

 반응이 확연히 달라지니 베는 맛이 톡톡했다.

 끔찍하리만큼 존재하지 말아야 할 괴기스런 미소가 아니라, 좌우가 비대칭하게 찡그려진 입가에 미간에 생긴 강줄기와 같은 찌푸림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곧 잔뜩 부풀은 다리의 솜털들이 살랑살랑 춤을 추다 빳빳하게 곤두섰다, 파르르 떨려대자 그 만족감도 지하로 곤두박질쳤다.

 시간이 촉박했다.

 여럿 종류의 악귀들과의 전투 경험이 많다고 해서 고통에 익숙해지는 것은 아니다.

 용기가 있다고 해서 자신의 살갗이 익어가고, 심지어 타들어가는 살 냄새를 달갑게 맞이할 자도 분명 없을 것이다.

 입을 타고 내려오는 전설적인 힘을 가지고 생명을 희생하는 이상적인 영웅을 적어도 현 시대에서는 보지 못했다.

 어찌됐든, 세 학살자─고슴도치에게 전장에서의 죽음은 막연한 기쁨이었으나─들은 저마다 두 번째로 찾아올 전류가 피 대신에 신체 전체를 관통해 흐른다면 생명을 죽음의 신에게 받쳐야 함을 알고 있었다.

 

 이제는 진실로 속살이 베이고, 잘리고, 찔리는 촉감이 끔찍하게 전달되자 충귀는 더 이상 낄낄대지 않고 극고음의 소프라노의 음색을 내질렀다.

 악랄하게 찌푸린 인상 주위로 셀 수 없이 다양한 주름과 힘줄의 형태가 불쑥불쑥 솟아올랐다.

 질리고 악에 바친 기색이 역력한 충귀는 무언가를 결심했는지 잇몸에서 피가 철철 흐를 정도로 이빨을 꽉 물었다.

 어찌나 세게 물었는지, 구강 전체에서 피를 울컥울컥 쏟아내며 이빨이 잇몸 안으로 잠기는 진귀한 광경을 목격한 학살자들은 몸을 부르르 떨어 진저리를 쳤다.

 

 하지만 파사르는 오금을 저리게 만드는 모습에도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끊임없이 동일한 부위를 집요하게 노렸다.

 충귀의 표정에서도 나타나듯이 효과는 톡톡했음으로 부질없는 짓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끈덕지게 내려친 마디가 양쪽으로 훤하게 벌어지고, 거칠게 우둘투둘한 외피로 감춰진 선홍빛의 속살이 드러난 시기였다.

 파사르는 육질의 풍부함으로 윤기가 번지르르하게 흐르는 살결 속으로 검을 깊숙이 찔러 넣었다.

 그 후에 그가 보인 행동들은 심하게 난잡하고 잔인하게 보일 수도 있었다.

 그는 검의 손잡이를 양손으로 붙잡은 채로 상하좌우를 가리지 않고, 칼날이 시원스레 움직이는 방향을 찾아 전신의 근육을 십분 이용했다.

 어떻게 보자면 나룻배를 조종하는 사공이 물결의 흐름을 찾는 것과 매우 흡사하고, 솜씨 나쁜 도축업자가 지식 없이 힘만을 이용해 덩어리를 절단하는 것과도 닮아있었다.

 파사르는 마구잡이로 뿜어져 나오는 녹갈색의 진득한 피로 갑옷 전체를 시원스레 적시면서도 거북한 티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도축의 참된 손맛을 깨우치고 기쁨에 젖어 있는 듯했다.

 

 길쭉한 몸체를 흥분에 비틀어대는 충귀가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익살스런 표정으로 고통을 표현했다.

 이빨이 잠기다 못해 잇몸에서 거꾸로 돌출되어 떨어지는 꼴을 보고 있자니, 난생 처음 겪어보는 시련에 아마 정신이 반 쯤 나가있는 상태일 게 분명했다.

 마침내 분리돼버린 꼬리와 절단면이 내보이는 배의 마디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근육들이 경련으로 꿈틀거리자 고슴도치는 매우 신나하며, 끈질기게 두들기던 충귀의 옆구리를 벗어나 절단면을 향해 발을 옮겼다.

 안 좋은 예감이 머리를 스쳤는지 충귀는 잔뜩 보풀을 세운 솜털을 이용하려 했다.

 하지만 본인의 구조─더듬이를 끊임없이 부딪쳐 정전기를 발생시키고, 다리에 난 솜털로 정전기를 응축한 후 꼬리에 난 Y자형 침으로 전격을 발생시켰다─에서 가장 중요한 꼬리가 절단된 상태로는 어떠한 저항도 할 수 없었다.

 현재 상태에서 안타까운 미물은 이빨이 없는 호랑이이자, 발톱과 부리가 없는 독수리이고, 뿔이 없는 버팔로였다.

 

 “꼬맹이. 놓치지 말고 꽉 잡고 있어라. 발버둥이 심할 거다.”

 “죄송한데, 지금도 어깻죽지가 뜯어질 것 같거든요? 적당히 괴롭히고 숨통만 빨리 거둬주세요.”

 “그럴 순 없지. 살결이 여태 따끔따끔한 게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고 있거든.”

 

 몽둥이에 매달린 방사형의 가시들이 선홍색의 살결을 불균형하게 패어냈다.

 고슴도치는 신나게 살결을 두들겨 개미집 형태의 송송 뚫린 구멍들을 만들기도 하고, 방패에 난 뿔을 있는 힘껏 찔러 넣기도 하였으며, 성에 차지 않을 때는 직접 손을 집어넣어 살덩어리를 한 움큼 빼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받은 고통의 양만큼 상대가 받고 있을지가 의문이니 이성적으로 판단하기에 가장 비등한 고통의 정도라 생각되는 앙갚음을 행하는 중이었다.

 당연히 그 기준은 철저하게 주관적이었지만, 옳고 그름을 판단해 줄 이가 없으니 누가 이의를 제기하겠는가?

 지금 이곳은 짙은 칠흑과 숱한 피들로 잠긴 처형대이고, 고슴도치는 사형을 집행하는 냉혹한 처형자였다─남은 두 명의 학살자는 마지막 순간에 진정어린 박수갈채를 보낼 구경꾼들이고.

 
작가의 말
 

 다들 동파대바는 잘 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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