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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401 기동조사반
작가 : 칠미리
작품등록일 : 2018.11.4

주택가 골목에서 일어난 한밤의 폭행사건. 변호사 서유림이 사건을 맡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유력한 용의자는 현장에서 체포된 사설탐정. 그것도 하필이면 서유림의 첫사랑 엄기동이라니……. “정황에 가려진 진실이 있어. 난 범인이 아니라고!!” 사건의 규모는 감당하기 힘들 만큼 커지게 되고, 그 뒤에 감춰진 검은 세력들이 하나 둘 베일을 벗기 시작하는데……. 변호사와 사설탐정의 콜라보를 그린 좌충우돌 본격 수사 성장물. 과연 이들은 아름다운 러브라인의 결실을…… 아니,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낼 수 있을 것인가.

 
[33화] 정공법
작성일 : 19-01-09 16:01     조회 : 268     추천 : 0     분량 : 7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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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유림이 등장하면서 의기양양하기만 하던 경찰과 보안팀 직원들의 기세가 한풀 꺾이고 만다. 다 잡은 물고기를 누군가 당당하게 나서서 방생하라고 하니 언짢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서유림은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CCTV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이와는 반대로 똑같은 장면을 벌써 몇 번째 돌려보고 있는 이들은 그저 지겹다는 반응이다.

 

 “이거 봐요. 여기 다 나와 있잖아, 여기……. 여기 이놈이 공범이고. 이봐, 또 없어졌지? 이렇게 물건 빼돌리고 나중에 또 나타날걸. 응, 여기 나왔네.”

 

 그랬다. 정말로 이 수상한 남자는 이수아의 주변에서 쉴 새 없이 맴돌고 있었다. 그녀의 행동 또한 이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딘가를 경계하는, 그러면서도 머뭇거리는……. 사건의 기억으로 심리적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그녀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만한 행동이다, 라고 서유림은 생각했다. 물론 경찰들이 그런 사정까지는 알 리 없겠지만.

 

 “아, 더 볼 것도 없어요. 이 여자가 틀림없다니까!”

 “그 아주머니는요?”

 “네?”

 “지금 계속해서 이수아 씨 나오는 장면만 보고 있잖아요. 왜죠?”

 “그, 그거야…….”

 

 예상치 못한 질문이 나오자 심드렁하게 서있던 남자들이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다. 그 중 한 명이 “아까 보셨잖아요. 못 보셨어요? 아까 저 아가씨 앞에 그 아주머니가……”라는 궁색한 말을 꺼내자 서유림이 한숨을 쉬며 실망감을 드러낸다.

 

 “당연히 피해자 위주로 살펴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래야 정확히 알 수 있죠. 지금 이건 사건의 본질에서 완전히 벗어났어요. 범인을 찾겠다는 게 아니라 여기 이분을 범인으로 몰아가려는 거잖아요. 강압수사라고요.”

 

 말문이 막힌 남자들은 선생님한테 혼나는 아이들처럼 서로 눈치만 보고 서있었다. 하지만 뭔가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경찰 한 명이 “좋아요, 어디 한 번 봅시다.”라며 오히려 성질을 부린다.

 

 “봐요, 보는데……. 특별한 거 못 잡아내면 내가 아주 가만히 안 있을 거니까 그런 줄 아쇼.”

 “대한민국 경찰이 할 소리는 아닌 것 같네요.”

 “뭐요?”

 

 잘못하면 감정싸움으로 번질지도 모르는 그때, 노크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더니 젊은 직원 하나가 불쑥 들어온다. 그리고는 곧 험악해진 분위기를 감지한 듯 눈치를 살피고 있다.

 “왜, 무슨 일이야.”라는 선배의 물음에 남자가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자 아주머니 한 분이 출입문으로 고개를 삐죽 내밀어 보였다. 휴대전화기를 분실한 그 아주머니였다.

 경찰이 “좀 더 기다리셔야 돼요. 아직 확인할 게 남았다니까요.”라는 말을 퉁명스럽게 건네자 아주머니가 쭈뼛거리며 실내로 들어선다. 미안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말이다.

 

 “아니, 그게…….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요.”

 “네?”

 “아이고,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나 그거 찾았어. 핸드폰…….”

 “찾았다고요?”

 

 경찰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내가 깜빡하고 그걸 차에다 두고 내렸지 뭐에요.”

 “아니, 아줌마. 지하에서 뭐 사 잡수셨다며. 분명히 그때 계산하셨다고 했잖아요.”

 “생각해보니까, 그건 주머니에 있는 잔돈으로 한 거더라고. 내가 요새 이래. 이렇게 정신이 없다니까.”

 

 아줌마, 아줌마가 이렇게 나오면 내 입장이 뭐가 되냐고……, 경찰의 표정은 딱 이랬다.

 난처해진 경찰은 자신에게 곧 쏟아질 비난의 화살이 두려웠다. 아니, 두려운 건 얼마든지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창피를 당하는 건 죽는 것만큼이나 싫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단 하나! 가능한 남 탓으로 돌리고 자신은 슬그머니 뒤로 빠지면 되는 것이다.

 

 “내 이럴 줄 알았어. 이럴 줄 알았다니까. 그러게 아줌마. 내가 잘 좀 알아보라고 했잖아요. 그때 생각하는 시늉이라도 했으면……”

 “언제요? 언제 그랬는데요?”

 “와! 와, 이 아줌마가……. 내가 안 그랬다고? 이봐, 내가 안 그랬어?”

 

 이번에는 옆에 서있는 동료를 붙잡고 하소연을 해본다. 하지만 이 눈치 없는 동료는 시선만 회피할 뿐이다. 창피했다.

 

 “에이, 괜히 중간에서 나만 이게 뭐야. 아, 뭐해요. 당장 이 아가씨한테 사과해요.”

 “아이고, 아가씨. 내가 미안해. 응? 내가 이렇게 싹싹 빌게. 젊은 처자를 이런 흉악한 곳에나 끌려오게 하고 말이야, 얼마나 마음고생이 많았을까.”

 “뭐, 뭐가 흉악하다는 겁니까!”

 

 계속해서 이어지는 아주머니의 사과에 이수아는 온 몸에 힘이 쭉 빠져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긴장이 풀린 것이다. 그녀의 얼굴에 닭똥 같은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그, 그것 봐요. 저, 저 아니라고 했잖아요. ……아까부터, 아까부터 계속 아니라고 했는데……. 으흑!”

 

 그렇게 모든 해프닝이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 이수아를 다독이던 서유림이 경찰을 향해 사나운 시선을 던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눈이 딱 마주친 경찰은 찔끔 놀라고 말았다. 무시무시한 눈빛을 내뿜고 있는 서유림이 울고 있는 이수아 쪽으로 고개를 까딱거린다. 처음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라 눈만 깜박이고 있는 경찰에게 서유림이 답답하다는 듯 같은 동작을 되풀이 했다. 그제야 경찰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수아 앞으로 다가왔다.

 

 “저기, 이수아 씨.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으흑, 으흐윽.”

 “전부 제 잘못입니다. 제가 판단력이 흐려져서 이수아 씨께 이런 실례를 범하게 됐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으히잉. 흐잉…….”

 “그래도 용서할 수 없으시다면……, 언제든 정식으로 진정서를 제출하시기 바랍니다. 아니, 그렇다고 무조건 하시라는 게 아니라, 되도록이면 용서해주는 방향으로…….”

 

 경찰이 고개를 숙여 정식으로 사과하자 나머지 사람들도 똑같이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훈훈하게 지켜보는 서유림. 이제는 정말 모든 일이 잘 끝나나 싶었는데……. 그간의 쌓여있던 설움이 미친 듯이 폭발하면서 이수아는 “우아아앙!” 이렇게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어쩔 줄 몰라 하는 직원들, 쩔쩔 매고 있는 경찰, 그저 눈치만 보고 있는 아주머니……. 모두가 한마음으로 이수아를 보듬으며 그렇게 모든 사건은 마무리되고 있었다..

 .

 .

 .

 “이제 좀 괜찮아졌어요?”

 

 카페로 자리를 옮긴 서유림과 이수아가 창가 쪽 테이블에 앉아있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허브차를 후후 불어가며 이수아는 서유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 다 드세요. 원래 이런 허브 향이 불안이나 긴장감을 진정시켜준다잖아요. 물론 저는 진한 카페인으로 억제하지만 말이에요. 호호호호!”

 

 허브의 효능이 발휘된 걸까. 이수아는 전보다 훨씬 편안해진 얼굴로 서유림을 마주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퉁퉁 부어오른 눈으로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배시시 웃고 있는 얼굴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 모습에 서유림이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을 때였다.

 찻잔을 내려놓은 이수아가 “저, 그런데……,”라며 동그란 눈을 뜨고 있다. 그녀가 어떤 질문을 할지 서유림은 이미 알고 있는 듯 했다.

 

 “제가 이수아 씨를 알고 있는 거에 대해서 궁금하신 거죠? 또 제가 어떻게 그 자리에 오게 됐는지도 말이에요.”

 

 거침없는 그녀의 말에는 분명 어떤 목적 같은 게 드러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이수아. 그런 그녀에게 서유림은 “솔직하게 말할게요.”라며 잠시 뜸을 들였다. 그리고는,

 

 “저희의 목적은 최태성과 그 일당을 잡아넣는 거예요. 그러려면 이수아 씨의 도움이 절실하거든요.”

 

 서유림은 정공법을 택했다. 빙빙 돌려 말하는 것보다 차라리 이 방법이 더 잘 먹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그만큼 실패할 확률도 높다.

 쨍그랑-! 소리와 함께 테이블위로 엎질러진 물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간다. 어쩔 줄 몰라 하는 이수아를 대신해 서유림이 물기를 닦아주었다. 그녀의 커다란 눈에는 또 다시 불안한 기색이 돌고 있었다.

 

 “저는 이수아 씨도 돕고 싶어요. 제가 도와줄게요. 네?”

 “아, 아니요. 안 그러셔도 돼요.”

 “잠깐만요. 잠깐만 제 얘기 좀 들어보시고……”

 

 허둥지둥 자리를 뜨려는 걸 서유림이 말리자 이수아는 “됐다고요!”라며 고함을 버럭 내질렀다. 더 이상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

 

 “됐다고요, 됐다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저 좀 그만 따라다니라고요.”

 “오해하지 마세요. 저도 정말 우연히 그 곳에 있던 거니까.”

 “저……, 저 이만 가볼게요. 그럼.”

 “그때 그 일로 억울하게 잡혀간 사람이 있어요. 조금 전 당신처럼…….”

 

 서유림은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으로 “당신처럼 억울한 사람이…… 지금 구치소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고요.”라며 그녀를 붙잡았다. 서유림의 애끓는 마음이 전달된 걸까. 서둘러 자리를 뜨려던 이수아가 잠시 몸을 주춤거렸다.

 

 “잠시만 앉아보세요. 가시더라도 제 얘기는 마저 듣고 가시면 안 될까요? 그때는…… 저도 말리지 않을게요.”

 

 그 말에 이수아는 멍한 표정으로 털썩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정지된 시간 속에서 어색한 공기만이 그녀들 주위를 떠다니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차갑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서유림은 눈도 마주치지 않는 이수아를 향해 일방적인 대화를 이어나간다. 시간이 갈수록 차분하던 목소리는 점점 힘이 실리기 시작했고, 급기야 열띤 강연을 방불케 할 정도의 열변을 토해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수아는 그 말이 절실하게 와 닿지 않는 모양이다. 여전히 그녀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그 사람, 처음부터 이수아 씨를 헤칠 생각이 없었어요. 사정설명을 하려고 한 거라고요. 물론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런 걸 알 리가 없겠죠. 한밤중에 그런 괴한이 나타났는데 누가 안 놀라겠어요. 특히나,”

 “……?”

 “태성의 이중장부에 대해서 양심선언까지 준비한 이수아 씨잖아요. 당연히 그 공포는 누구보다도 컸을 거예요.”

 “어, 어떻게 그런 것까지…….”

 

 역시나, 이수아의 기억은 정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거나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야기의 초점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 그러면서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했다.

 

 “이수아 씨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런 일까지 당하셨는데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하지만,”

 “…….”

 “그 사람도 어떻게 보면 피해자에요. 진짜범인은 따로 있잖아요. 죄를 지은 사람이 죗값을 받게 해야죠.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거잖아요.”

 

 가만히 듣고만 있던 이수아가 읊조리듯 입을 열었다.

 

 “그 사람 말을 어떻게 믿죠?”

 “네?”

 “처음에 변호사님이 그러셨잖아요, 그 일당까지 잡아넣겠다고…….”

 “네, 물론이죠. 그러니까.”

 “그 사람도 거기에 속해있는 사람이에요. 당연히 그 사람도 벌을 받아야 한다고요.”

 “……?”

 “어떻게 그렇게 자신할 수 있죠? 만약 그 사람이 변호사님한테 거짓말을 한 거면요? 정말 저를 죽이려다 놓친 걸 수도 있는 거잖아요.”

 “아아, 그건…….”

 

 서유림은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그 어떤 반박도 할 수 없었다. 이렇게 가다간 설득당하는 사람은 오히려 서유림 자신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변호사님은 제 심정을 이해하는 게 아니에요. 지금도 그 사람만 두둔하고 있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저는 다만, 지금 당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먼저 돕고 싶을 뿐이에요.”

 “죄송합니다. 저는 그러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어요.”

 “수아 씨.”

 

 고집을 꺾지 않는 강경한 모습에 서유림은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다 똑같아요. 아니, 솔직히 말하면……, 저는 저를 그렇게 만든 사람보다 제 입을 틀어막고 제 눈을 똑바로 쳐다보던 그 사람의 눈빛이 아직도 잊혀 지지가 않아요.”

 “…….”

 “생각만 해도 너무나 끔찍하다고요.”

 

 이수아의 말에 서유림은 뒤통수라도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신이 멍해졌다. 그러면서 괴로움에 몸서리치고 있는 이수아를 한동안 바라봤다. 그녀를 이해한다는 건 그저 말뿐이었을까? 오로지 실적만 바라고 혼자 신나서 한 일은 아니었을까?

 이수아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녀의 기억에 남아있는 범인은 조두식, 단 한 명이었을 테니 말이다. 서유림은 그녀의 심정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자신이 무척이나 원망스러웠다. 마지막 기회가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진다는 거에 대해서도 깊은 좌절감을 느꼈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경솔했습니다.”

 “…….”

 “걱정 마세요. 그 사람도 스스로 벌 받길 원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그 사람은 이제 그만 잊으셔도 됩니다.”

 

 이제는 약속대로 그녀를 놔줘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자리에서 일어난 서유림이 예의를 갖춰 목례를 했다. 물론 이수아는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울고 있기 때문이다.

 먹먹해진 마음으로 서유림이 자리를 뜨려다 잠시 주춤거린다.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였다. 하지만 어떻게 말을 꺼내야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저기…….”

 “…….”

 “혹시, 갖고 계시던 그 장부는…….”

 

 여기까지 말하다 그만 포기하고 말았다. 여전히 얼굴을 감싸고 있는 그녀를 더 이상 괴롭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페 밖으로 나오자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그녀의 코끝을 스치면서 답답한 마음이 조금은 상쾌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석양이 그려내는 아름다운 색채를 배경삼아 그녀는 잠시 걷기로 했다. 당분간 이 기분을 이어가고 싶어서였다.

 얼마나 걸었을까. 뒤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서유림이 고개를 돌렸다. 박문수가 코를 들여 마시며 쫄래쫄래 따라오고 있었다.

 

 “언제부터 쫓아왔어?”

 “아, 아까부터요.”

 “근데 왜 뒤에서 걸어. 옆으로 와.”

 

 옷소매로 코를 훔친 박문수가 헤헤거리며 서유림 옆으로 붙었다. 하지만 서유림의 표정은 여전히 심각해보였다. “잘 안 됐어요?”라는 박문수의 질문에 서유림은 대답 대신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깊은 상심에 빠져있는 얼굴이었다.

 그래, 이럴 땐 그저 입 닥치고 가만히 있어주는 게 최고지, 라고 생각한 박문수가 조용히 그녀 곁을 지키고 있을 때였다. 별안간 그녀의 손가락이 날아들어 박문수의 볼을 덥석! 꼬집어버린다.

 

 “아! 아야!”

 “내가 진짜 기가 막혀서…….”

 “아, 왜요. 왜 그러는데요.”

 

 박문수는 왜 자신이 이런 험한 꼴을 당하고 있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서유림의 친절한 설명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왜 그렇게 촐싹거리면서 돌아다니는 거야. 세상천지에 그런 미행이 어디 있냐고! 아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내가 해도 그것보단 잘하겠다. 창피해서 정말.”

 “그, 그래도…… 어쨌든 저 때문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가 있었잖아요.”

 “시끄러! 오늘 문수 씨 소매치기 공범으로 경찰서에 끌려갈 뻔했다고, 알아?”

 

 백화점 CCTV 화면 속을 종횡무진 누빈 이 수상한 남자는 이렇게 서유림의 손에 가차 없이 흔들리는 신세가 되고 만다.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정작 자신들이 누군가로부터 감시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작가의 말
 

 그랬다고 합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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