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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Guernica for the city
작가 : 날개이름
작품등록일 : 2019.1.7

Guernica for the city : 도시를 위한 전란

'게르니카(Guernica)'는 독일의 폭격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에스파냐 북부 도시의 이름이자, 그 도시의 참상을 묘사한 피카소의 작품 제목이기도 합니다.
괴기스러운 화풍으로 당시의 전란을 잘 표현한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현재까지도 회자되고 있죠.
'Guernica for the city : 도시를 위한 전란'은 그 피카소의 작품을 모티브로 삼고 있습니다.
전란. 즉, 전장의 혼란.
얼핏 종전이 선언된 지 오래인 현대사회와는 상관없어 보이는 주제지만, 전란이란 단어는 사실 21세기의 도시와 의외로 닮은 구석이 많습니다.
각자의 전장으로 매일같이 출근하여, 망신창이가 되어 돌아오고
답이랄 것 하나 없이 제자리를 맴돌다가
차디찬 술병을 비운 다음
우울에 빠져, 침묵.

이 파란 유리빌딩의 숲 속에는 분명, 전장에 버금갈만한 묵직한 혼란이 감돌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그에 대해 묘사한 여러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순수문학에서도 장르소설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작풍의 시~단편들을 보고 싶다면
주저없이 들어오시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심심하신 분은 인스타그램에서 'wingname'을 검색해 보세요. 규격이 맞지 않아 못 올린 소설의 프로필 그림을 포함하여 제가 그린 그림들을 몇 개 올려둘까 합니다.

 
[가뭄]
작성일 : 19-01-09 14:32     조회 : 295     추천 : 0     분량 : 1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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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뭄으로 뻐적, 갈비뼈를 드러낸, 광활한 대지에.

  싹은 피어났다.

  푸른 색은 아니고

  녹색 또한 아니고

  살색.

  정확히는, ‘손’이라는 신체의 일부가, 모내기한 듯이 일제히 피어났다.

 

  #발아. 순수하다. 아직은 어지럽지 않나보다. 우리는 그걸 순수하다고 읽는다.

 

  수십만 개에 달하는 손목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기울였다.

  손바닥은 쫙 펴고

  엄지만 위로 세운 채

  갸우뚱.

  무언가 모르는 것이라도 있는 걸까.

  앙상한 몰골의 대지 위, 멍 때리고 있는 태양 아래.

  그들은 그렇게 꺾이어 있었다.

  오로지 서쪽만을 향해서.

 

  #의문. 이랄까. 답이 없는 문제를 향한 호기심은. 의문. 인걸까.

 

  꾸드득, 꾸득―

  손목 부근의 살이 째어지는가 싶더니

  그 틈을 비집고 새로운 잎사귀 하나가 고개를 내밀었다.

  내밀고, 푸드득, 물기를 터는 강아지처럼 한차례 경련했다.

  푸른 색은 아니고

  녹색 또한 아니고

  역시나 살색.

  기존에 나 있던 손들과 반대방향으로 고개를 뒤틀었다.

  그렇게 양쪽으로 펼쳐진 두 개의 손은

 

  비둘기마냥, 날갯짓을 하기 시작했다.

 

  속도도, 모양새도 동일하게.

  동일하게.

  ―동일하게.

  군무라도 추는 듯 퍼득였다.

 

  퍼득, 퍼득, 퍼득, 퍼득, 퍼득, 퍼득, 퍼득, 퍼득, 퍼득, 퍼득, 퍼득, 퍼득,

 

  비상하는 싹 하나 없이

  성장하는 싹 하나 없이

  바람만 정신없이 불었다.

 

  #혼란. 하지만 혼란치고는 너무 명백하다. 다만 명백하지 않을지도 몰라서. 그래서 혼란이다.

 

  남자의 머리칼 몇 가닥이 심심찮게 들썩였다.

  “거 참 어지간히도 파닥거리네.”

  그는 발목 부근에 선풍기라도 틀어놓은 기분을 느꼈다.

  대지 위에 갖다 놓은 1인용 소파에 기대어 앉아

  커피 한 잔을 홀짝였다.

  “...너무 어려웠나?”

  별 생각 없이, 퀭하게 풀린 동공으로 땅을 내려다보는 태양은

  한눈에 봐도 싹을 성장시키는 데에는 흥미가 없어 보였다.

  “적절하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움직이지 않는 해를 따르는 해바라기마냥

  148억 개의 손목들이 가리키는 대지의 서쪽 끝에는

  퍼석한 색의 하늘 앞에서 지평선만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제대로 보이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계속 꾸물거려서 잘 보이지도 않았다.

  “뭐, 다음 거나 만들러 갈까. 왠지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남자는 소파에서 일어나, 그 서쪽 지평을 향해 한참을 걸어갔다.

  작아지고

  작아지고

  작아져서

  그는 점이 되어 지평 너머로 사라지고

  남자가 떠나간 광활한 대지에서는―

 

  퍼득, 퍼득, 퍼득, 퍼득, 퍼득, 퍼득, 퍼득, 퍼득, 퍼득, 퍼득, 퍼득, 퍼득, 퍼득, 퍼득, 퍼득

 

  퍼득, 퍼득, 퍼득, 퍼득, 퍼득, 퍼득, 퍼득, 퍼득, 퍼득

 

  퍼득, 퍼득, 퍼득, 퍼득

 

  퍼득, 퍼득...

 

  퍼, 득......

 

  #탈진. 하기야 몇 년을 퍼덕여왔는데. 지치지 않는 편이 이상하지.

 

  손목들은 서서히 동작을 멈췄다.

  멈춰서

  그냥 그대로

  지평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버림받은 아이는, 사라져가는 부모의 등을 바라보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까.

 

  #아직 끝나지 않았더라도

 

  #이만 종영이다.

 

  #

 

  #커튼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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