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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가사리(不可殺伊)
작가 : 비내린
작품등록일 : 2018.12.20

이름 모를 타지에서 죽고 눈을 떠보니 나는 인간이 아니었다.
한 구 아니, 한 명의 시체를 둘러싼 이야기.

 
5. 철을 먹는 자
작성일 : 19-01-08 22:12     조회 : 279     추천 : 0     분량 : 4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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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딜!”

  계획은 좋을 을지 모른다. 두 여인에게서 저 무인을 떨어트리고 병사들에게 가서 철을 먹는다. 솔직히 오행이 뭔지 모르고 왜 내가 돌쇠이며 이런 것은 하나도 모른다. 하지만 한가진 확실하다. 그녀가, 경애가 나에게 가르쳐 준 길은 내가, 우리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걸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달렸지만

  “이크!”

  나는 다시 한번 바닥을 열심히 굴렀다. 역시 무인이 내 뒤를 날카롭게 베어낸 뒤였다. 전에 만났던 그도 그랬지만 이들의 속도는 나보다 휠씬 빨랐다.

  “어딜 가시나. 나랑 놀아야지.”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던데 좀 먹게 놔두시죠?”

  뒤에서 나에게 칼이 날아드는 것도 감으로 느낄 정도로 근래 많은 전투를 겪었다. 덕분에 이런 상황에서 농을 던질 정도의 여유가 생겼다.

  “하하하하하하.”

  다행히 무인은 내 농이 마음에 들었는지 기분 좋게 웃었다.

  “이미 죽은 놈이 그런 말을 하다니. 이런 이런. 재미난 친구였군. 하지만 안돼. 내 수하들은 네 먹이가 아니다.”

  “사람은 관심이 없어서 말이죠.”

  나는 그와 대화하면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다시 병사들을 향해 뛰어갔다.

  “어딜!”

  벼락같은 그의 호통과 함께 다시 위험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무시했다. 고려 병사들과의 거리도 가까웠다. 아마 여기서 구르면 그들은 몇 발짝 도망가리라 평생 그들에게 손 한 번 대지 못할 수 있다. 그러면 죽는 것이다. 모두. 나는 한번을 위해 위험을 무릅썼다.

  “아니!”

  평범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피했을 것이다. 내 등에 조금 느껴지는 감각으로는 꽤 깊게 베였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피를 너무 많이 흘러 죽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강시다. 그정도 상처쯤은 감당할 수 있었다.

  고려병사들은 내가 달려들지만 용감하게 자리를 지켰다. 얼굴에 긴장한 감은 있지만 두려움은 보이지 않는거 같았다.

  “막아!”

  뒤에서 그의 외침이 한번 더 들렸다. 나는 그 외침을 무시하고 달려들었고, 고려 병사들은 그때를 맞춰 창을 뻗었다.

  챙. 챙.

  다 피하지 못했다. 아니, 솔직히 피한 것 보다 맞은 것이 더 많았다. 하지만 원하던 것은 얻을 수 있었다.

  콱직.

  4개의 창날을 얻었다. 그것을 빠르게 왼쪽 겨드랑이에 끼고 다시 고려 병사들에게 돌진했다. 거리가 가까워지니 창보다는 방패와 칼, 도끼가 날아들었다. 난 그중 2개의 칼을 뺐었다. 도끼보단 칼이 더 쇠가 많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 녀석!”

  그 모습을 보고 그가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베일 것을 각오하고 도망쳤다. 그리고 몸 곳곳에 깊은 상처를 얻었다. 그는 내가 고려 병사들에게서 떨어지니 다시 여유를 되찾은 듯했다.

  ‘좋은 지휘관이군.’

  그냥 그런 생각을 했다. 나 죽기 전에 홍건적을 한 명이라도 더 죽이라던 정신 나간 장수보단 훨씬 좋았다. 물론 내가 고려군을 뚫고 나갈 것을 걱정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정말로 아무도 상처입히고 싶지 않았다.

  꿀꺽.

  나는 여전히 살아있을 때의 기억 때문에 쇠를 삼킨다는 것에 거부감이 들었다. 하지만 먹어야 했다.

  “그것들은 왜 가져갔냐. 뭐. 던지게? 던져봐.”

  아무도 상처입히고 싶지 않다는 거 취소. 저기서 깐죽거리는 저 무인의 얼굴에 주먹을 한 방 놓아주고 싶었다.

  콰드득.

  나는 창부터 철을 씹었다. 그 모습을 보더니 그는 넋이 나간 듯 나를 쳐다보았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라 고려 병사들 모두 그랬다.

  “너 뭐야.”

  그가 뭐라 하든 나는 창을 계속 씹어 삼켰다. 음식을 이렇게 먹으면 체할 정도로 잘 씹지않고 삼켰다.

  “이놈!”

  창을 3개째 삼켰을 때 그는 정신을 번뜩 차리고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서둘러 도망쳤다. 그러면서 4개째 창을 씹어 삼켰다. 그와 동시에 그의 칼이 번개처럼 내 등을 긁었다.

  그드드득.

  하지만 여태껏 듣지 못했던 소리가 났다. 갈라지는 소리가 아니라 무언가를 긁는 소리였다. 그도, 나도 당황해서 멈춰섰다. 나와 그는 거의 동시에 상황파악을 끝냈다. 나는 칼을 서둘러 씹었고, 그는 내 칼을 뺏기 위해 달려들었다.

 

  상황이 많이 변했다. 그의 공격은 이제 나에게 잘 통하지 않았다. 정확하게 들어오면 상처가 났지만 그렇지 않다면 전부 철판을 긁는 소리와 함께 밀려났다. 나는 서둘러 칼을 전부 먹어치웠다. 내 느낌으론 아직 더 먹을 수 있었다. 나는 고려 병사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쿵. 쿵.

  아까와는 다르게 묵직한 소리가 났다. 하지만 딱히 더 힘들다거나 하진 않았다. 물론 아까와 다르게 조금 느려진 감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아주 미미한 정도였다. 그것보다 내 몸을 쉽게 갈라버리던 저 무서운 칼을 빗겨낼 수 있다는 것이 더 인상 깊었기 때문이었다.

  “방패로 막아라!”

  나는 그에게 쫓기면서 다시 고려 병사의 무기를 노리러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그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렸다. 병사들은 그의 말대로 무기를 뒤로 빼고 방패들로 두껍게 울타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것이나 그것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내가 밀어붙이면 그냥 뚫린다는 의미도 있지만

  “나도 고려군이었거든!”

  하면서 방패의 위에 꽂혀있던 날들을 몇 개 골라 빼버렸다.

  고려군은 보병이 강한 부대였다. 들었던 바로는 옛날에 기병 부대를 한창 양성할 때도 있었다지만 그것은 옛날 일이고 말이다. 어쨌든 보병 중심인 만큼 보병 장비가 다른 국가에 비해 좋았는데 그중 한 개가 방패였다. 그것은 방어할 수 있으면서 또한 공격할 수 있게 날을 붙여놨다. 물론 꿩의 깃 같은 것으로 가려놓긴 했지만, 고려군이었던 내가 못 찾으면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이놈!”

  그의 공격을 맞으면서 날만 쏙쏙 골라 먹던 나는 드디어 발걸음을 멈췄다. 그도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 줄 알고 검을 진중하게 양손으로 잡았다.

  “이놈이!”

  그에게서 몇 번을 듣는 말인지 몰랐다. 하지만 그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기에 나는 그 말에 따로 반박하지 않았다.

  “죽어라.”

  금세 마음의 평안을 얻었는지 달아오르던 방금전의 분노와 달리 차갑게 내려앉은 음성이었다. 그리고 검이 아래로 그어졌다.

  콰지지직.

  미처 피하지도 못하고 번갯불처럼 내려진 검은 내 오른쪽 어깨부터 왼쪽 허리까지 실금 같은 상처를 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살아있는 사람이었어도 속이 아닌 가죽만 살짝 긁힌 정도였다.

  “크윽.”

  그는 침음을 흘리며 뒤로 물러섰다.

  “꼼짝 마라!”

  내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 때 나 즐거움의 찬물을 뿌린 곳은 전혀 다른 곳이었다.

  “경애! 헤아!”

  “죄송해요….”

  그녀들이 고려 병사들에게 잡힌 것이다. 헤아는 죄송하다 했지만 여러무로 지쳐있었고, 수적으로도 밀리는 데다가 경애까지 있으니 반항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괜찮아.”

  나는 그녀에게 그렇게 말하고 그를 쳐다보았다.

  “원하는게 뭡니까.”

  그 말에 그는 자신의 수염을 긁었다.

  “역시 네놈의 목이겠지.”

  그 말에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그건 힘들겠어.”

  하면서 그는 자신의 검을 들었다. 검 날이 다 나가 있었다.

  “나름 명검이라는데 강시 하나의 몸도 베지 못하는군.”

  하면서 칼을 휙 버렸다. 나는 버려지는 음식을 보는 것처럼 시선이 칼을 쫓았다.

  “물론 명검은 저게 아니라 날 말하는 것이고.”

  하면서 그는 경애와 헤아를 붙잡은 병사들에게 다가갔다.

  “죽입니까.”

  “정신을 놓았구나.”

  병사의 질문에 너무 당연하게 비난을 했다. 병사는 정말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 것을 보아하니 자주 있는 일인 거 같았다.

  “왜 그러십니까. 위에서 모두 죽이라고.”

  “그럼 네놈이 저 녀석을 죽일 수 있느냐.”

  그 말에 병사는 아무 말 하지 못했다.

  “죽이지 못하면 잡아라도 놔야지. 안 그러냐.”

  하면서 그는 나를 쳐다보았다.

  “아직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원하는 게 무엇입니까.”

  분명 조금 전엔 우리의 목이라 했다. 하지만 내가 단단해진 뒤 그의 목적이 바뀐 듯하였다.

  “일단 몇 개 묻도록 하지. 강시들은 모두 네놈처럼 단단한가? 분명 나 혼자서 한 구 정도는 상대할 수 있다 했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허나 그녀의 말로는 21구의 강시가 훨씬 강해졌다고 했습니다. 아마 혼자서 한 구를 상대하긴 힘들 것입니다.”

  숫자의 차이도 있었겠지만, 그때 21구에 쫓길 때 비교하면 지금의 공포감은 비할 바가 되지 않았다. 그땐 정말 모든 것을 잃는구나 했으니 말이다.

  “자존심이 상하는구먼. 그리고 너무 쉽게 대답하는 것도 재미없고 말이야.”

  하면서 그는 나에게 다가왔다.

  “장군님!”

  뒤에서 누군가 그를 불렀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리고 맨손으로 내 앞에 섰다.

  “그렇다고 뭔가를 꾸미는 것 같지 않고, 도망칠 생각도 안 하고. 뭐하자는 거지?”

  “저하고 같은 생각인 거 같습니다만?”

  내 말에 그는 씩 하고 웃었다.

  “우리가 함께 싸울 수 있다?”

  “몇 가지만 약속해주신다면 말이죠.”

  “하하하하하하하.”

  그 말에 그는 양손을 배에 얹고 허리를 숙이라며 체통 없이 웃어댔다.

  “하아. 재미있는 친구야. 멍청한 것인지 아니면 협상가인지는 들어봐야 알겠지. 뭐, 약속 중 하나는 보나 마나 저 여인들의 치료겠지.”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좋다. 너희들은 어서 가서 그 둘을 치료해라! 반드시 살려야 한다.”

  그런 그의 말에 반발이 일어난 것은 뒤에서였다.

  “장군님! 그자는 마물입니다! 근데 어찌 감히!”

  “조용히 하라! 멍청한 놈! 저 여인들을 죽이면 이 자를 누가 제약한단 말이냐! 네 녀석이 말하는 마물이 고삐가 풀려 세상을 돌아다니는 꼴을 보고 싶은 것이더냐! 반드시 살려야 한다. 알았느냐!”

  당사자 앞에서 고삐라는 말을 하는 것이 조금 자존심 상했지만 맞는 말이기 때문에 뭐라 할 수 없었다. 지금에 와서 내 삶의 목표는 저 둘이라는 것에 변함이 없으니 말이다.

  “예!”

  그의 말에 병사들은 불만 어린 표정을 여전히 짓고 있었지만, 그의 지위와 그래도 지휘관으로 인망이 있는지 다들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그가 막무가내식으로 나오니 나에겐 좋은 입장이지만 오히려 내가 약간 걱정이 되었다.

  “네놈이 잘 해주면 아무 걱정 없으니 걱정하지 말아라. 남은 한가지는 뭐지?”

  그는 내 말을 웬만하면 바로 받아줄 것을 알기에 나는 걱정 없이 입을 열었다.

  “탈영병들을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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