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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온의 카르마
작가 : 그림달
작품등록일 : 2018.12.31

선계물. 선인들의 치열한 윤회.
인형술사가 되어 차원을 헤메는 천산의 뱀족 소녀 해랑과 제왕의 운명을 가진 환족 높의 엇갈린 첫 사랑.

 
9 차원을 건너는 조각들
작성일 : 19-01-08 21:59     조회 : 209     추천 : 0     분량 : 5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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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지?

 

 밤하늘에 별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오로라가 쉴 새 없이 그 주변에서 꾸물거리며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장관이었다.

 

 내 기억이 아니야. 이것은 잭의 눈 속에 담긴 기억이야. 그가 눈을 뜬 채로 죽었었나 보네. 불쌍하게도.

 

 참 아름다웠다. 좀 더 가까이 보고 싶은 생각에 하늘에 좀 더 정신을 집중했다.

 

 몸이 붕 뜨는 부유감이 들었다.

 

 끌리는 것처럼 몸이 점점 하늘로 올라갔고 정신을 차리자 내가 그 움직이는 별 무리 중 하나가 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별이라고 생각했던 빛 무리는 나와 같은 영혼의 조각들이었다.

 

 천산의 선인들이 말했던 어린 선인들, 영혼의 조각들…. 요마가 되어 소멸할 때까지 차원을 넘나들며 환생을 거듭하는 자들이었다. 뱀, 호랑이, 사자, 까마귀, 쥐, 고양이, 개, 말, 소… 천산에서 보았던 수많은 선인들의 모습이 내 옆에, 앞에, 뒤에 가득했다. 그들은 모두 눈을 감고 얌전히 오로라를 따라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아… 너무 편안해. 이대로 나도 갈래. 모쪼록 뭐든 좋으니 다음 세상에선 인형만 아니었으면 좋겠어.

 

 

 그 흐름 속에 몸을 맡기는 일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결코 떠나고 싶지 않았다.

 

 

 에이미! 돌아와요! 눈을 뜨란 말에요!

 

 

 누군가 강하게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몸이 심하게 흔들렸다.

 

 눈을 떠보니 누군가의 손이 내 발목을 단단히 그러잡고 있었다.

 

 나는 빼앗긴 편안함이 너무 그리워 손을 떼어내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그만해. 너 누구야? 왜 나를 방해하는 거지?

 

 

 나는 억지로 눈을 뜨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잭이었다!

 

 시퍼렇게 죽은 눈을 하고 핏기 하나 없는 시체가 나를 보며 뚜렷이 말했다.

 

 

 아직이지. 우리 서로 볼일이 남아 있지 않나?

 

 

 나는 발버둥을 쳤지만 단단한 그의 손을 떨칠 수는 없었다.

 

 몸이 빠르게 밑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땅에 부딪힐 거 같았다.

 

 

 헉. 큰 숨과 함께 눈에 빛이 돌아왔다.

 

 거꾸로 보이는 시야가 모두 흔들리고 있었다.

 

 

 “에이미, 일어나요. 제에발~ 어서 정신 좀 차리라구요. 젠장!”

 

 

 데이비드였다. 그는 내 발을 잡고 위 아래로 사정없이 흔들고 있었다.

 

 양 팔이 바닥으로 향한 채 나는 거꾸로 맥없이 흔들리던 중이었다.

 

 

 “멕켄지씨. 이제 그만! 그만하지 않으면 당신 바지에 토를 하겠어요.”

 

 

 그 말에 내가 전혀 음식을 먹지 않는 인형이란 사실을 깜박했는지 당황하던 데이비드가 얼른 나를 소파에 앉혔다.

 

 그는 반가운 표정과 감격이 뒤범벅 된 표정으로 울먹이며 안경을 내려 눈가를 훔쳤다.

 

 

 “돌아와 주었네요.

 

 아무리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길래 사실 당신은 평범한 인형이었는데 내 머리가 어떻게 돼서 착각하거나 환상을 본 건 아니었을지 얼마나 걱정했다고요.”

 

 

 답지 않게 주저리주저리 장황하게 늘어놓는 걸 보니 그가 많이 놀라고 걱정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걱정말라는 의미로 나는 웃으며 말했다.

 

 

 “실제 그렇게 됐으면 정말 재밌었을 것 같네요.”

 

 

 내 말에 그는 깬다는 표정으로 정색을 했다.

 

 

 “전부터 느끼지만 역시 좋은 성격은 아니네요. 에밀리.”

 

 

 팩트폭력을 주저 없이 날리는 걸 보니 이제 제정신이 돌아온 모양이었다.

 

 

 “음, 그래요… 그런 안타까운 감상이 나온 걸 보니 내가 오래 정신을 놓고 있었나 보네요.”

 

 “정확히 40시간이 지났습니다.”

 

 “맥켄지씨가 정신을 놓을만 했네요. 그럼 우선 잭은 어떻게 됐나요.

 

 마지막으로 총소릴 들은 것 같기도 한데?”

 

 

 “죽었죠.”

 

 “그건 이미 아는데.”

 

 “이제 다시는 죽은 상태로 돌아다닐 일은 없을 거라고 합니다.”

 

 “…없을 거라고? 누가 그런 소릴?”

 

 “FBI가 왔었어요. 요 근래 이런 좀비범죄가 늘었다고 하더군요.

 

 상식적인 사건은 아니라서 다들 쉬쉬 하나 봐요.

 

 집도 엉망이고 2차 범죄나 바이러스 감염 등을 우려해서 모두 호텔로 옮겼어요.”

 

 “좀비?”

 

 “일단 죽은 사람이 혼자 돌아다니니까 그렇게 부르는 거 같아요.”

 

 

 나는 잭을 통해 느껴지던 목소리를 떠올렸다.

 

 기분 나쁜 빛의 스펙트럼과 함께 온 몸을 얽어 숨 쉬기 힘들 정도로 정신을 지배하던 술식도.

 

 나는 머리를 가로로 저었다.

 

 아니다. 잭을 좀비로 부르기엔 목소리를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그것은 몸을 빼앗아 조정하는 인형술이라 불러야 한다.

 

 하마터면 내 의식도 넘어갈 뻔 하지 않았는가?

 

 

 “수지와 조쉬는요?”

 

 “아직… 아마도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잠시 방안에 침묵이 흘렀다.

 

 놈의 눈에 담긴 기억에서 울며 두려움에 떨던 수지와 조쉬의 모습이 기억났다.

 

 마음이 다급해 졌다.

 

 

 “검정색 승합차 위주로 켈리포니아 번호판 중에 피라미드 형태의 산에 해가 떠오르는 그림이 있는 걸로 검색해 보세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는 어딘가로 전화했다.

 

 나는 가만히 깨어나기 전의 상황을 복기해 보았다.

 

 이 모든 일들이 그저 우연일까?

 

 어쩌다 해랑의 영혼인 블랑쉬와 조각인 나, 블랑쉬가 거머쥔 라스베가스에서 행운은 결국 그녀의 수명을 단축시켰고, 그녀의 남편 아놀드가 알래스카에서 살인할 계획을 세운 것도 죽은 잭의 눈에 이동하는 영혼의 무리가 들은 것도 모두 우연은 아닌 것 같다.

 

 우연이란 무엇일까?

 

 카르마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다소 복잡하기는 해도 혼란을 방지하는 교통표시판처럼 모두 인과관계가 적용된다.

 

 이생의 일들로 내생이 결정되는 윤회와 환생 모두 카르마안에서 심판을 통해 이루어지는 결과지이다.

 

 원인 없이 일어나는 ‘우연’이 세 번 겹치면 필연이 된다지.

 

 잭과 카지노에서 한 번, 비행기에서 두 번, 좀비가 되어서 세 번째- 잭은 인형인 나와 신체적인 접촉이 있었다.

 

 우연일까? 아니다.

 

 

 나는 깨어나기 전 차원을 건너려는 내 영혼을 방해하던 잭이 생각났다.

 

 그가 뭐라고 했더라.

 

 우리 아직 서로 볼 일이 남았다고 그랬지.

 

 나는 선인의 조각이며 과거의 기억을 가진 자이다.

 

 천산에 있는 나의 본체는 계속해서 카르마를 유지하도록 에너지원 노릇을 하고 있을 것이다.

 

 영혼인 나 역시 순수 에너지이긴 마찬가지.

 

 그게 만약 잭 안에 있던 같은 에너지를 자극했다면 어떨까?

 

 처음엔 우연한 접촉이었지만 무의식 중에 서로 끌어당기는 자석처럼 필연적으로 접촉할 일들을 불러들인 거나 마찬가지일 테니까…

 

 아, 머리가 복잡해지고 있다.

 

 나는 데이비드에게 부탁할 일들을 속으로 정리했다.

 

 아마 당분간 그는 몹시 바빠질 것이다.

 

 다행히 수지와 조쉬를 극적으로 구출할 수 있었다.

 

 봉고차 번호판에 그려진 그림은 농업관련 환경단체를 상징한 것으로 알고 보니 불법이민 범죄와 관련되어 당국의 추적조회를 받던 차량이었다.

 

 시골 어느 컨테이너에 이틀 동안 갇혀 있으면서 충격과 탈수증으로 고생했던 그들은 며칠 요양을 끝낸 다시 업무에 복귀하겠다고 했다.

 

 

 “아, 에이미. 살아서 다시 만나게 되니 너무 반갑다!”

 

 

 수지는 나를 꼬옥 껴안고 진심어린 감상을 털어놓았다.

 

 수지- 조쉬 둘은 컨테이너 안에서 서로 의지하다 보니 전보다 더 사이가 좋아 보였다.

 

 업무를 보기 전 그들은 식당에 모여 나를 앞에 두고 사담을 나눴다.

 

 

 “두 분 모두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생각보다 빨리 회복하셨어요.”

 

 

 평소의 무표정으로 억양만큼은 진심을 담아 데이비드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참 이상한 일이지 뭐에요. 이름 모를 악당들에게 납치되고 무서워 죽겠는데 그 와중에도 깜박 졸은 거에요.

 

 그리고 꿈에 에이미가 나왔던 것 같아요.

 

 꿈이라 지금은 잘 기억 안나는데 이 말만큼은 뚜렷이 떠올라요.

 

 수지 힘내요. 살아온다면 보너스로 평소 그렇게 원하던 한국에 보내줄게요.

 

 휴가비도 듬뿍 줄테니 마음껏 쇼핑도 하구요… 어쩜 그 말에 없던 힘이 번쩍 나지 뭐에요. 호호호.”

 

 

 엥? 내가 그런 말을? 아니, 저… 수지 언니 난 그런 적이 없어요. 없다고요!!!

 

 데이비드는 정말인가 싶어 나를 슬쩍 보았지만 모두가 쳐다보고 있는 상황에서 아니라고 표시 할 방법이 없었다.

 

 데이비드가 끄응 거리더니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지 말고 이번에 모두 험한 일도 겪었고 에이미도 그렇고 모두 같이 휴가 삼아 한국에 가는 건 어떨까요?”

 

 

 조쉬가 의견을 냈다.

 

 꽤 솔깃한 제안이었다. 다시 데이비드가 나를 슬쩍 쳐다보았다.

 

 

 “그거 에이미에게도 좋겠네요. 좋아요. 한 번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습니다.”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둘이 식당에서 나간 후 나는 한숨을 쉬며 데이비드에게 말했다.

 

 

 “지금 놀러 갈 타이밍이 아닌 거 같은데… 내가 부탁한 일은 어떻게 알아봤나요?”

 

 “그럼요. 우선 말씀하신 블랑쉬 애거트양의 과거와 잭의 과거사를 조사한 자료입니다.”

 

 

 그는 상당히 두툼한 양의 서류철을 꺼냈다.

 

 

 “블랑쉬 애거트. 본명 마리아 로스. 유타 아이다호 출신의 고아입니다.

 

 어렸을 때 위탁가정을 전전했고 문제가 있어서 세 번이나 입양과 파양을 반복했습니다.

 

 마지막 입양 가정이 독실한 카톨릭 신자로 기록되어 있지만 실은 미스티리스 종교(밀교)에 심취한 부부였다고 합니다.

 

 1년 후, 강제 파양했는데 본인은 강제로 순결맹세를 시키고 비밀종교의식에 제물로 이용하겠다는 말을 듣고 가출했다고 합니다.

 

 그 후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매춘과 강도 사기로 몇 번 체포된 적이 있고, 17세에 만난 남자친구가 자연주의자여서 함께 전 세계를 떠돌았다고 합니다.

 

 문란한 사생활과 임신과 낙태를 반복한 바람에 20세에 불임이 되었는데 이 때문에 인형에 집착한 것 같습니다.

 

 이 후 카지노 쇼걸로 3년간 일했던 때가 그나마 미스 애거트의 인생에서 성실하고 편안한 시기로 보입니다.”

 

 

 데이비드의 말을 들으며 빨간 운동화를 바라보았다.

 

 블랑쉬가 내 발에 신겨 준 아기 운동화였다. 임신과 낙태라니….

 

 천산의 가장 큰 계율은 ‘살생하지 말라’였다.

 

 카르마안에서 무엇이든지 경험할 수 있지만 선인의 뼈와 영혼에 새겨진 맹세는 어느 차원에서든 구속력이 작용한다.

 

 아마 최초의 낙태를 경험하던 날 그녀는 그 충격으로 무의식중에 자신의 영혼을 조각내었을 것이다.

 

 낙태했던 아이들 중에는 가장 사랑해서 낳고 싶었던 아이도 있었을 것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선물로 줄 신발을 고르는 블랑쉬를 상상해 보았다.

 

 얼마나 설레고 좋았을까?

 

 나는 지금에서야 비로소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었던 텅 빈 블랑쉬의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깨달았다.

 

 너무 억울했다.

 

 삶을 제대로 살기 전부터 그 삶에 휘둘릴 수밖에 없었던 가여운 영혼이 블랑쉬 하나만은 아니었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착하고 성실하게 살려고 열심히 노력했던 블랑쉬를 위해서라도 나는 기어이 살아서 천산에 다시 갈 것이다.

 

 

 가서 왜 그따위 카르마를 경험해야 하는지 그 거지같은 율법이 무슨 의미가 있다고 영혼을 조각내는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지 따질 것이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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