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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온의 카르마
작가 : 그림달
작품등록일 : 2018.12.31

선계물. 선인들의 치열한 윤회.
인형술사가 되어 차원을 헤메는 천산의 뱀족 소녀 해랑과 제왕의 운명을 가진 환족 높의 엇갈린 첫 사랑.

 
8 인형술사의 등장
작성일 : 19-01-07 19:52     조회 : 231     추천 : 0     분량 : 4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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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제야 데이비드도 자세히 화면 속 남자의 얼굴을 주시했다.

 

 

 “맙소사! 잭 리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실종된 후에 시체도 못 찾았죠? 알아서 지금 찾아왔네요.”

 

 “이, 이게 어떻게 된 일….”

 

 

 

 그는 나와 화면 속 잭을 번갈아 가며 소리치다 다시 입을 벌리며 멍해 있었다.

 

 마치 머릿 속 퓨즈가 나간 것처럼 보였다.

 

 저 사람이 왜 저렇게 백치처럼 굴까… 답답해하다 잠시 데이비드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다.

 

 캄캄한 철문 안쪽에는 살아 움직이는 귀신들린 인형이!

 

 철문 바깥에는 괴력과 살기를 뿌려대는 좀비가! 과연 어느 쪽이든 할 말이 없겠군.

 

 둘 다

 

 무서워.

 

 

 “자, 맥켄지씨 여기 좀 보세요.”

 

 

 어두운 방안에 핑크색 빛무리가 달이 되었다 나무가 되었다 꽃잎이 되었다 마지막에 나비떼가 되어 그의 주변을 날아다녔다.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내가 도력을 쓴 것이다.

 

 의도했던 대로 데이비드는 나비떼를 보더니 비로소 표정이 스르르 풀어졌다.

 

 몰랐는데 평소엔 단정한 올 백 머리의 긴장한 모습만 대하다가 또 지금 잔뜩 흐트러진 모습을 보니 꽤, 아니 많이 어려 보였다.

 

 

 

 “에이미, 당신은 인형으로 변신한 마법사였군요!”

 

 

 그가 마침내 알았다는 듯 손바닥을 부딪치며 말했다. 이번엔 내 쪽이 띵~ 할 차례였다.

 

 잠시 내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여보세요? 데이비드 맥켄지씨 당신 냉정 명철한 변호사 맞나요?

 

 

 “어....실례지만 맥켄지씨 몇 살이죠?”

 

 “스물 세 살입니다.”

 

 

 아! 어리구나. 스물 세 살에 잘 나가는 로펌 변호사라니… 이 사람 말로만 듣던 영재로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천산에 있을 때도 소위 영재나 천재는 만나보기 힘들었다.

 

 뱀족 사원의 생도들은 소문난 둔재집단이었고 이름난 선인들은 모두 호랑이나 곰 사자족이었다.

 

 타고 난 자질의 문제가 아니라 타고난 기질의 문제였기 때문에 딱히 기죽을 일은 아니었다.

 

 영화를 즐겨보던 블랑쉬와 함께 DC코믹스의 마법사 히어로 ‘닥터 스트렌져’를 본 기억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주문이나 마력도구를 이용해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도력’과 ‘마법’이 서로 마찬가지이니… ‘선인’을 ‘마법사’로 이해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뭐 걸치고 다니는 옷도 별 차이 없으니까.

 

 마음속으로 결론을 내린 나는 다른 부연 설명 없이 현실만 간단히 설명해 주기로 했다.

 

 

 “마법사래도 보다시피 인형의 모습이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러니 무리한 건 부탁하지 말아요. 아니, 아무것도 부탁하지 마세요.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도 말구요!”

 

 좀 빨리 말하긴 했지만 그는 똑똑해서 금방 알아들었다.

 

 “알겠습니다. 아, 그럼 저 바깥의 상황도 금세 설명이 되네요.”

 

 “네?”

 

 “사악한 다른 마법사가 저주를 걸어 당신을 인형의 모습으로 만들고 저 좀비를 보내 죽이려고 하는 거 아닙니까?”

 

 

 데이비드의 가설에 따르면 천산의 해랑이 바로 나에게 저주를 걸어 인형으로 만든 사악한 마법사고 잭을 좀비로 만들어 다시 나를 죽이려고 하는 거다.

 

 어차피 해랑이 블랑쉬고 블랑쉬가 나니까 이 모든 사달은 나로 시작해 나로 끝나는 거다.

 

 결국 나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쇼한 거다~ 이 말씀이 된다! 음… 단순한 게 최고다.

 

 인간이 이해하는 범위란 한계가 있으니 골치 아프게 천산이며 카르마며 말할 것 없이 지금은 본인이 믿는 믿음에 기대는 게 낫다.

 

 데이비드 맥켄지, 당신 천잰데!

 

 내가 감탄하자 그는 얼굴을 붉히며 수줍게 말했다.

 

 

 “실은 제가 판타지 메니아입니다. 정말이지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는데!

 

  실제 마법사를 만날 수 있다니 생애 최고의 영광입니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상황은 변한 게 없다.

 

 다만 악몽이라 믿었던 인형과 좀비가 실은 판타지와 마법의 구현이라 믿는 믿음의 차이일 뿐.

 

 단순한 마음의 변화인데도 죽도록 싫은 상황도 황홀하도록 좋은 경험으로 변한다.

 

 마음이 한결 차분해 지니 공포도 자연스럽게 물러갔다.

 

 두려움이 없어진 데이비드가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문제해결능력을 발휘했다.

 

 

 “안전문이 닫히면 자연스럽게 경비업체에 신호가 갑니다.

 

 조금 있으면 경비들이 올 거에요. 우린 여기 있다가 잭이 제압당한 후에 나가면 됩니다.

 

 여기 어딘가 안전룸 매뉴얼이 있을 텐데요.”

 

 

 그는 방 안의 쇼파에 편안한 자세로 앉아 매뉴얼을 찾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경비업체가 몇 분만에 도착할지 시간까지 체크하면서.

 

 다시 평소의 완벽한 변호사 데이비드 맥켄지로 돌아온 그를 확인하며 나는 어떻게 죽은 잭이 나를 찾아왔을지 생각해보았다.

 

 죽은 자가 움직이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선인들은 카르마를 통해 이 세계에 오지만 영혼을 담는 육신이 죽으면 영혼은 환생을 하거나 다시 천산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선인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 예를 들어 원래 지구에 사는 원주민들은 어떻게 되는가?

 

 그들의 영혼은 어디로 가는가?

 

 일단 온의 사원으로 간다.

 

 사원에는 선인들의 업경대를 축소한 시스템이 있다.

 

 모든 차원에는 그 차원을 담당하는 업경대가 있다.

 

 각기 그 차원에 정해진 목적에 따라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영혼이 소멸할 때까지 상벌처럼 윤회를 거듭하게 된다.

 

 다만 장소에 구속을 받는데 예를 들면 지구라는 별에서 태어난 영혼들은 선인들처럼 다른 차원으로 건너지는 못하고 지구에서만 윤회를 거듭한다.

 

 기본적으로 영혼을 구성하는 물질들은 차원의 한계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태어난 그 자리에서 계속 머물게 된다.

 

 중력과 비슷한 원리다.

 

 인간영혼의 수명은 기본 1,000년이다. 선인은 그 열 배인 10,000년.

 

 선인은 한 번 카르마를 빠져나오면 휴식기와 같은 준비기간이 있지만 인간은 죽은 후 바로 영혼의 심판을 받고 다음 윤회에 들어가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같은 육신에 거할 수 없다.

 

 

 그럼, 지금 잭의 육신을 움직이는 자는 누구인가?

 

 혹시 나와 같은 요마가 된 영혼의 조각이 아닐까?

 

 설사 아니라고 해도 비범한 재주였다. 분명 보통 인간은 아닐 것이다.

 

 그게 누구일까? 목적이 뭘까? 문득 이것이 온의 사원을 찾을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맥켄지씨, 문을 열어 주세요.”

 

 

 데이비드는 내 요청에 몸을 움찔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고개를 도리도리 돌렸다.

 

 

 “미쳤습니까? 안 됩니다. 저 괴물에게 무슨 짓을 당할지 알고요!”

 

 

 말도 안 되는 억지는 제발 부리지 말라며 펄쩍 뛰는 데이비드를 어떻게든 설득해야 했다.

 

 

 “실은 사악한 마법사가 노리는 것은 내 심장이에요.

 

 다행히 안전한 곳에 봉인해 뒀지만 그 봉인의 열쇠를 사악한 마법사가 가져갔어요.

 

 어떻게 해서든 그걸 찾아와야 해요. 그래야 저주가 풀려요.”

 

 

 먹히려나?

 

 나는 최대한 진심을 담아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나를 몇 초간 바라보더니 초조하게 화면 속 안전룸 너머의 잭의 상태를 살폈다.

 

 먹혔구나!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일단 저 자의 신체상태가 공격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졌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에밀리, 당신은 마법사잖아요.

 

 무작정 적을 찾는 것보다 잭의 잠재기억을 읽는다든지 신체에 남아있는 어떤 단서든 당신이 필요한 정보로 활용해 보세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저 잔소리 뭔가 익숙하네. 갑자기 기분이 나빠지려 해.

 

 

 “나도 그러려고 그랬거든요.”

 

 

 그가 곁눈질로 나를 보며 픽 웃었다. 묘한 상황에서 묘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었다.

 

 

 “지금 경비들이 맨션 앞에 도착했어요. 1분 뒤에 도착입니다.”

 

 

 CCTV 화면을 계속 확인하며 데이비드가 채근했다.

 

 집 안은 난장판이었다.

 

 이미 죽은 시체라 피가 많이 쏟아진 것은 아니지만 살점과 뼈가 덩어리채로 여기 저기 튀어 있어서 비위가 약한 사람은 차마 눈 뜨고 못 볼 지경이었다.

 

 생전에 비록 악당이었지만 죽어서도 안식을 누리지 못하고 육신조차 온전할 수 없는 잭이 살짝 불쌍해졌다.

 

 그는 온 몸으로 허우적거렸다.

 

 나를 붙잡고 싶어 했지만 그의 썩은 양 손은 한 짝씩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나는 이미 부패가 진행 되어 죽음의 기운이 가득한 그의 눈동자 위에 손을 얹고 주문을 외웠다.

 

 

 

 황금 홀을 가진 자가 명하노니 본래의 흰 빛으로 네 진실함을 보이도록 하라

 

 

 

 

 곧 잭의 눈동자에 비친 기억들이 순차적으로 내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맑은 하늘, 고글을 쓰고 두터운 겨울 잠바를 입은 사람들, 검은 차, 양복을 입고 화를 내는 남자들, 두건을 쓰고 연기를 피우는 사제, 차 안에서 겁에 질려 우는 조쉬와 수지도 보였다.

 

 

 그의 눈에 남겨진 기억을 따라 가다 보니 뭔가 나를 당기는 것이 있었다.

 

 속이 울렁거리고 스스로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한 어둠이 온 몸을 감싸는 게 느껴졌다.

 

 어디선가 색유리 조각과도 같은 얇은 빛조각들이 나타났다.

 

 그것들은 청색, 황색, 붉은 색, 오색으로 빛나며 날을 세우고 주변을 맴돌았다.

 

 보통의 빛이 주는 느낌과 달리 이 빛은 묘하게 역한 기분이 들게 했다.

 

 어둠의 빛이 하나 둘 늘어날수록 내 몸과 이성에 대한 통제권이 나의 의지를 벗어나 다른 존재에게 넘어가는 느낌이었다.

 

 

 ‘오라 이리 오라 내게 오라 빛의 비늘이여’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목소리가 들려 왔다. 환청이었다.

 

 희한하게도 듣는 순간 온 몸이 욱 죄여왔다. 그럴 리가 없는데 점점 숨이 막혀오는 답답한 느낌도 함께.

 

 여기서 멈춰야 한다, 멈추게 해야 한다-는 본능이 각을 세우고 어둠을 끊어내려 애를 썼다.

 

 그녀의 거부에 의식 속을 떠다니던 형형색색의 휘황찬란한 빛깔들이 정신을 공격해 왔다.

 

 

 탕!

 

 

 난데없는 총소리와 더불어 모든 공격들이 일시에 뚝 끊겼다.

 

 

  “에이미!”

 

 

 

 끊어진 환청 대신 데이비드의 외침이 멀게 들리더니 세상이 깜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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