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악귀(惡鬼)
작가 : 하형
작품등록일 : 2018.12.5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린 해, 사람들은 그 날을 '해가 타락한 날'이라고 기억했다. 세상은 혼돈에 휩싸였고, 난생 처음보는 악귀들이 대지를 점령하고 시작하는데...
한 편, 부유한 가정에 자라 기사단에 입단했던 파사르는 해가 타락하며 생겨난 의문의 질병에 걸려버린 어머니에 의해 가족 모두를 잃어버리고, 마침내 어머니마저 직접 죽여야 하는 안타까운 일을 겪게 된다. 그리고 파사르는 그 날 이후로 질병에 걸린 '비어있는 자'들과 '악귀'들의 몰살하는 데 온 생을 바치게 된다.
세월이 흘러 인간들의 모든 대지를 빼앗겨 버린 후, 마지막 남은 도시이자 천연의 요새 '테라피노'에서의 최후의 항쟁을 이어가던 인간들에게 그간 자취를 감추던 신이 나타나는데...

 
19화
작성일 : 19-01-07 19:38     조회 : 280     추천 : 0     분량 : 369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생각에는 나무의 정중앙을 정확히 노리려 했으나, 급하게 무리를 한 탓인지라 온전치 못한 신경에 과부하가 걸렸다.

 익숙한 검의 무게를 감당치 못한 손목 부근의 근육들이 일그러지는 진한 고통을 전해주었고, 뇌에서는 참으라고 명령했지만 정작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때문에 타격부위는 살짝 빗겨져 밑을 맞았다.

 파사르는 본능적으로 턱을 꽉 깨물었다.

 그는 그 순간에 고통에 잠식당한 육체에 빗맞은 검이 전하는 격한 진동이 지진이 일어난 대지가 느낄 고통과 감히 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쨌거나, 일부분의 실수가 있었지만 계획은 얼추 성공이었다.

 두 손을 사시나무 떨 듯 흔드는 파사르와 같이 흑단나무의 몸도 짧은 떨림을 일으켰다.

 게다가 분에 못이긴 파사르가 있는 힘껏 발로 밀어 찬 덕분에 추가로 일어난 떨림이 상당했다.

 쇠사슬뱀은 그 때를 놓치지 않았다.

 연중 하늘을 응시하던 그는 회갈색의 정체모를 분가루를 털어내는 나뭇가지의 기괴한 떨림에서 부자연스럽게 멈춰있는 한 곳을 잡아냈다.

 허공에 공중부양을 하듯 미동 없이 떠있는 길고 가느다란 나뭇가지. 더욱이 얄상하고 앙상한 6가닥의 가지들과 엉켜─언뜻 보면 연결되어 있다고도 느껴졌다─있는 가장 큰 가지는 뱅글뱅글 회전하다시피 큰 요동을 보이고 있는 다른 가지들과는 다르게 아무런 움직임이 없어, 특출나게 어색함을 선보이고 있었다.

 

 “아저씨, 정신 차려요. 이제 떨어질 거예요!”

 “오냐, 확인했다.”

 

 찰랑이는 쇠사슬의 냉기가 설인 아름다운 쇳소리가 물결치는 잔가지들이 내는 요란스런 소음과 뒤섞여 선율을 만들었다.

 쇠사슬뱀은 허공의 한가운데에 멈춰있는 것이 아닌, 그것을 지탱하듯 보이는 6가닥의 가지들이 밟고 있는, 발판의 역할을 하는 가지들 뿐 아니라 주변에 무성하게 자란 것들도 사슬을 유연하게 비틀어 빠짐없이 차례로 내쳤다.

 얄팍하고 기괴하게 솟구친 나무의 빽빽한 숱들이 고저만 다를 뿐 저마다 같은 소리들을 내어 부러졌다.

 밑을 대기하고 있던 고슴도치는 그제야 그가 노려야 할 놈이 무엇인지 식별했다.

 이제 40에 가까운 나이로써, 요새 부쩍 침침해지는 시력에 은퇴를 고려하고 있던 그는 부자연스럽게 발버둥을 치는 나뭇가지에 미소를 선보였다.

 방패를 든 손과 녀석의 무게를 견뎌내야 할 허리와 두 허벅지가 버텨낼지가 의문이었지만, 방금에 받은 고통을 배로 되갚아 줄 대가라고 여기면 그만이었다.

 낙하지점을 예상하고 위치를 재정비한 고슴도치는 달려오는 적에게 매섭게 가시를 세운, 원형방패의 날카로운 뿔이 천장을 향한 견고한 함정이 되었다.

 

 그간에 보호색을 허둥지둥 지우고 얇고 부실해 보이는 여섯 짝의 다리를 허우적대는 악귀는 충귀(蟲鬼)의 일종으로, 나뭇가지 흉내에 익숙한 대벌레를 따라한 외관이었다.

 제일 굵직한 몸통은 길이가 얼추 6m로 조그만 머리 아래로 3마디─가슴, 배, 꼬리─로 분절 되어있었고, 그보다 얇은 6개의 다리 중에 앞다리와 뒷다리는 4m정도의 길이에 2개의 마디로 나뉜데 이어 아랫마디에는 하얗게 윤기가 흐르는 솜털들로 잔뜩 치장돼 있었다.

 앞다리와 뒷다리보다 현저히 짧아 보이는 중간다리에는 그다지 특이한 점이 없는 것 같았다.

 몸체 중 꼬리로 보이는 가장 기다란 마디의 끝에는 피뢰침과 비슷한 것이 Y자 모양으로 솟아있었는데, 허옇게 분칠이 된 타원형의 머리에 난 두 가닥의 더듬이와 함께 간간히 전류가 생성되는 걸 보니 아까의 공격의 범인임이 명백히 확실해졌다.

 충귀는 어떻게든 떨어지지 않으려, 어둠 속에 구분이 안가는 가지와 나무의 기괴한 기둥의 줄기를 잡아내려 했으나, 그럴 때마다 쇠사슬뱀의 사슬낫이 보기 좋게 선수를 쳤다.

 전보다 맹렬한 독기를 품은 히싱을 속삭이는 뱀의 주둥이에 난 서늘한 날은 충귀가 디디거나 붙잡으려 용을 쓸 기회를 허하지 않았다.

 더 이상 매달릴 공간이 없어진 충귀는 얄팍하게 길쭉한 다리를 사방팔방으로 흔들어대며, 배와 등이 거꾸로 뒤집어진 채로 낙하했다.

 

 “제기랄, 더럽게 단단하군.”

 

  전혀 경쾌하지 않은 낮고 묵직한 마찰음이 들렸다.

 쉽게 바스라 질 줄 알았던 곤충의 외피는 고슴도치의 생각보다 견고했다.

 딱딱한 강도를 자랑하는 참나무의 그것처럼, 수분에 목말라 잔뜩 메마르고 갈라진 입술을 떠올리게 하는 충귀의 외피를 청동방패의 날카로운 뿔은 뚫어내지 못했다.

 보기 흉할 정도로 물결치는 고약스런 나무의 껍질을 벗겨낸 듯 작은 상흔을 남길 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지 못했다는 것에 고슴도치는 짧은 탄식을 쉬었다.

 적지 않은 무게가 방패의 끝에 실리는 순간에 단단히 버텨내야 할 팔이 힘없이 주저앉았으며, 허리와 꼬리뼈, 엉덩이, 종아리를 이어 내려오는 신경의 다발이 평소답지 않게 요란스레 소동을 일으킨 탓도 있으리라.

 그렇다곤 하나 이리 쉽게 놓아줄 생각도 없었다.

 그는 오른손에 든 스파이크드 클럽으로 충격으로 인해 외피가 벗겨진, 매끄럽고 보드라운 속살을 내보이는 일대를 힘차게 두들겼다.

 

 그러나 6m가 넘는 장신의 곤충이 끈덕진 고통에 점잖이 몸을 뒤척이고 표정을 미세하게 찡그릴 뿐이었다.

 가까이서 본 충귀는 밀가루를 뿌렸는지 하얗게 떠오른 머리에 곤충의 것이 아닌 사람과 매우 흡사한 눈, 코, 입을 가지고 있었다.

 분진이 떨어지는 하얀 피부와는 대조되는 검고 짙은 긴 눈썹 아래로 기괴스럽게 찢어진 눈과 콧잔등 없이 홀로 벌거벗겨진 콧구멍, 빨갛게 칠해진 채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작은 입술.

 보자마자 오싹함으로 닭살이 돋을 정도로 기기괴괴하게 생긴 곤충의 얼굴은 목의 관절이 360도로 회전이 되는지 간간히 위아래를 정신없이 뒤집곤 했다.

 고슴도치는 어째 자신이 입히고 있는 피해보다 클럽을 휘두르는 팔에 오는 피해가 더 크다고 생각했는지, 혀를 내두르고 녀석의 곁에서 잠시 물러섰다.

 

 “저리 멀쩡해서야, 여태 심어준 공격이 제대로 먹혔는지도 모르겠구만.”

 

 충귀는 뒤집어진 몸을 원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2개의 마디의 연결이 각이진 굴곡으로 되어 있는 다리들을 이용했다.

 방법은 무척이나 간단해 보였다.

 다리 또한 목과 마찬가지로 관절이 무척이나 유연한 모양인지, 다리와 몸통을 이은 이음새를 자유자재로 시계와 반 시계를 그려 관절을 비틀어 몸을 들어올렸다.

 그 광경을 보고 있자니 어쩌면 거꾸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애초에 반듯이 떨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였다.

 하지만 유난히 거친 표면을 가지고 있는 등─어쩌면 배일 수도 있겠지만─과는 반대로 유난히 윤기가 흐르는 결을 보이는 배─어쩌면 이게 등일 수도 있었다─가 하늘을 바라보고 드러나 있으니, 여간 심기가 불편한 모양새였다.

 녀석은 한쪽열의 다리를 스프링처럼 모조리 튕기려는 준비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것을 가만히 내버려 둘 학살자들이 아니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었지만, 지니고 있는 무기의 특성상 쇠사슬뱀의 사슬낫이 제일 먼저였다.

 두 마리의 뱀은 서로를 교차하는 직선의 움직임으로 사나운 기세를 펼쳐 나갔다.

 주둥이에 물고 있는 반달의 낫이 바닥에 닿을 듯 간결하게 미끄러져 나가 목표물에 안착한 뱀들은 충귀의 어깨에서 솟아나 빳빳하게 매달린 두 개의 앞다리를 우렁차게 휘어 감았다.

 

 “꼬리는 제가 맡겠습니다.”

 

 파사르는 분주히 달려들어 충귀의 옆구리에 클럽의 방사형 가시들을 억지로 밀어 넣고 있는 고슴도치를 뒤로 하고 몸통의 마지막 마디로 뛰어 들었다.

 가슴, 배, 꼬리로 나뉘는 마디 중에 가장 기다랗고 유별나게 활기를 띄고 있는 꼬리는 Y자형의 도드라진 침을 이용해 공격성을 내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우습게도 같은 방식의 대표적 예로 들 수 있는 전갈의 꼬리보다는 눈에 띄게 느리고, 정확성도 현저히 떨어졌다.

 아무래도 침의 용도가 단순한 공격용이 아닐 것이라 판단한 파사르는 의외로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할 요소가 꼬리라고 여겼다.

 
작가의 말
 

 신년 계획은 다들 잘 짜셨나요?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1 20화 2019 / 1 / 9 277 0 3991   
20 19화 2019 / 1 / 7 281 0 3696   
19 18화 2019 / 1 / 4 270 0 3654   
18 17화 2019 / 1 / 2 258 0 2516   
17 16화 2018 / 12 / 28 233 0 3312   
16 15화 2018 / 12 / 26 246 0 3377   
15 14화 2018 / 12 / 25 241 0 3099   
14 13화 2018 / 12 / 19 247 0 3161   
13 12화 2018 / 12 / 18 249 0 3389   
12 11화 2018 / 12 / 14 242 0 4007   
11 10화 2018 / 12 / 12 247 0 3129   
10 9화 2018 / 12 / 10 257 0 3575   
9 8화 2018 / 12 / 7 252 0 3985   
8 7화 2018 / 12 / 5 259 0 3643   
7 6화 2018 / 12 / 5 222 0 3992   
6 5화 2018 / 12 / 5 284 0 3564   
5 4화 2018 / 12 / 5 252 0 3693   
4 3화 2018 / 12 / 5 265 0 3597   
3 2화 2018 / 12 / 5 235 0 4039   
2 1화 2018 / 12 / 5 247 0 4619   
1 프롤로그 2018 / 12 / 5 430 0 5399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