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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귀(惡鬼)
작가 : 하형
작품등록일 : 2018.12.5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린 해, 사람들은 그 날을 '해가 타락한 날'이라고 기억했다. 세상은 혼돈에 휩싸였고, 난생 처음보는 악귀들이 대지를 점령하고 시작하는데...
한 편, 부유한 가정에 자라 기사단에 입단했던 파사르는 해가 타락하며 생겨난 의문의 질병에 걸려버린 어머니에 의해 가족 모두를 잃어버리고, 마침내 어머니마저 직접 죽여야 하는 안타까운 일을 겪게 된다. 그리고 파사르는 그 날 이후로 질병에 걸린 '비어있는 자'들과 '악귀'들의 몰살하는 데 온 생을 바치게 된다.
세월이 흘러 인간들의 모든 대지를 빼앗겨 버린 후, 마지막 남은 도시이자 천연의 요새 '테라피노'에서의 최후의 항쟁을 이어가던 인간들에게 그간 자취를 감추던 신이 나타나는데...

 
18화
작성일 : 19-01-04 21:42     조회 : 270     추천 : 0     분량 : 3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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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쳇, 좋아. 이놈은 네 몫으로 쳐주지. 그렇게 해도 내기에서 질 가능성은 개미똥구멍의 둘레보다 적을 테니.”

 “과연 그럴까요? 이런, 이런. 주머니가 벌써 가득차서 더 들어갈라나 모르겠네요?”

 “으하하. 나는 이미 넘쳐흐르고 있단다. 이 교활한 꼬맹아.”

 

 파사르는 매일 같이 벌어지는 신경전에 이제는 그러려니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소란스럽던 숲의 비명이 잦아들고 있었다.

 항상 가정하는 최악의 상황에는 전혀 닿지 못할 손쉬운 상대였다.

 숫자가 많았을 뿐이지 각개격파로 이루어 낸다면 그다지 위험부담이 큰 악귀가 아니었고, 만약에 하늘로 돌아오라는 신의 부름을 받아 이승의 생명을 다한 학살자들이 있다면─해와 함께 장막에 뒤덮인 신이 과연 있을까 의문이다─시체를 수습해줄 일만이 남아 있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따사로운 햇볕의 은혜가 더 이상 땅에 닿지 못하도록 하늘을 가득 메운 검은 장막이 아리따운 여성의 검은 실크드레스의 일렁임을 따라해 흐느꼈다.

 만약 손에 닿았다면 손길을 타고 은은한 자국을 남겨, 살결을 따라 매끈하게 흘러내릴 것만 같은 새카만 하늘.

 지구와 우주를 넘나들어 존재하는 경이로운 창조물 중 유일하게 몸을 맡기는 것만으로도 따스한 온기를 전달받고 부족한 활기를 보충 받을 수 있는 존재, 그것이 태양이었다.

 하지만 태양의 자취가 사라지기 전날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매초마다 방출하는 방대한 에너지로 이글거리는 항성(恒星)이 가져다주는 고마움을 잊고 살았을 것이다.

 파사르도 그랬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자신을 감히 올려다보지 못하도록 빛나고, 그것을 무시한다면 눈을 앗아가 버리는 태양의 모습이 자만심이 가득하여 일생이 오만하게 타오르기만 하는 불쌍한 자라고 여겼었다.

 그런데 그 불쌍한 자를 다시 보기를 이토록 희망하고 있다니…….

 

 이제 그만 돌아가자는 말을 하려는 찰나에 뒤통수에 찌릿한 전류가 타고 흘렀다.

 위협을 느낀 신체가 자발적으로 반응했다고 자부하기엔 통하는 전류의 양이 너무나도 많았다.

 전기에 반응한 털들이 판금의 갑옷 안에서 부스스하게 몸을 일으키자, 원인을 파악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에 세 명의 학살자는 거듭된 살육의 풍파 안에서 생존으로 쌓아올린 경계체계를 곤두세웠다.

 

 “어디지? 대체 어떤 녀석이 이딴 장난질을 치고 있는 거야?”

 

 가시를 바짝 세운 학살자가 어금니를 바드득 갈아댔다.

 시야에는 아무 것도 잡히지 않았다.

 거인의 손가락에서 나온 불꽃의 끝자락이 서늘한 바람을 타고 우거진 나무 사이를 비추는 동안에도 말이다.

 오로지 기괴하게 뻗친 황량한 나뭇가지들이 미세하게 떨려 어지러운 곡선을 자아냈고, 또 다른 생명에 잠식당한 듯 나무의 몸통마다 뒤엉켜 굳어 있는 줄기들의 으스스한 자태가 연체동물의 뼈 없는 흐느적거림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이게 무슨 소리죠?”

 

 쇠사슬뱀의 의문대로 어디에서인지 모를 따닥거림이 귀를 타고 들어와 속살을 연신 두드렸다.

 굉장히 위협적으로 신경을 두드리는 그것은 돌과 돌이 맞부딪치거나 성냥갑에 성냥의 머리를 긁을 때 발생하는 소리와 비슷했고, 식사 준비를 마치고 포크와 나이프를 들어 기분 좋게 두들기는 즐거움과도 엇비슷하게 닮아 있었다.

 파사르는 좋지 않은 예감에 검의 손잡이를 바짝 당겨 쥐었다.

 슬금슬금 저려오는 왼쪽 팔 전체가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을 필요 없이 상기시키고 있었다.

 철판으로 된 갑옷은 정전기로 덕지덕지 뒤덮였는지 조금이라도 마찰이 있을라치면 파드득거리는 작은 전류음을 내었다.

 파사르는 강한 전기장으로 된 보이지 않는 널찍한 발판이 철구두 밑으로 생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유독 발바닥과 발목, 정강이를 간지럽히는 전류의 흐름이 강하게 바뀌어 바짝 선 털들이 돌돌 말려 나선형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불운하게도 너무 늦었다는 것도 알았다.

 잔뜩 확장 된 눈동자의 시선이 철로 된 투구 사이를 비집고 고슴도치와 쇠사슬뱀을 번갈아 쳐다보았을 때, 머리맡에서 우수수 떨어지는 새하얗고 눈부신 입자들이 거칠게 시야를 방해하고 보기 좋게 흩날렸다.

 

 “이런 씨…….”

 

 오랜만에 욕지거리를 뱉었다.

 비록 끝부분까지 모두 뱉지 못했지만, 파사르는 욕설을 내뱉은 벌로써 감전 된 몸을 제어하지 못하는 우스꽝스럽고 비참한 기분을 만끽했다.

 체내에 존재하는 온갖 구멍에서 액으로 이루어진 모든 물질들이 쏟아져 나오고, 구석구석 사소한 부분까지 전기에 마비되어 제어할 수 없게 된 근육들은 가죽 안에서부터 잔뜩 움츠러들었다 뭉친 그대로 잘게 파괴되고 있었다.

 더불어 고개가 심하게 떨리는 탓에 미간이 위아래를 오가는 반복주기가 너무나도 빨라 전기가 주는 고통과는 별개로 속에서부터 애꿎은 멀미가 올라왔다.

 그래서인지 이미 입 주변을 하얗게 점령한 게거품과는 다른, 가슴 안쪽과 식도에서 불더미가 토해져 나오는 악랄한 고통이 씁쓸한 맛을 담은 토사물을 힘껏 끌고 올라왔다.

 

 “제……. 기랄……. 어……. 떻, 게……. 해, 해 봐…….”

 “뭐……. 뭐, 를……. 어, 떻……. 게……. 해……. 해요…….”

 

 죽지 않을 정도로, 사지를 완전히 마비시킬 양의 전기가 바닥에서부터 이마 높이로 흰색과 파란색이 번쩍이는 파장을 수차례 일으켰다.

 목덜미가 저절로 파르르 떨려 걸걸한 목소리를 내는 것도 겨우였다.

 끔찍한 전기고문이 언제 끝날는지, 최대한 빨리 끝냈으면 하는 간절한 기도를 의도치 않게 흐르는 눈물로 되뇌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10년과도 같이 느껴졌던 아주 짤막한 시간이 마침내 끝이 났다.

 그런데도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전기가 심어주는 극한의 따끔거림은 사라졌어도, 바싹 익어버렸을 감각이 돌아오려면 꽤나 많은 시간을 요했다.

 세 명의 학살자는 푸른 스파크가 대기 중으로 자취를 감춤과 동시에 양 무릎을 털썩하고 주저앉아, 숨을 쉬도록 만들어 놓은 투구의 작고 많은 구멍으로 숨결이 아닌 침과 침이 아닌 것들을 열심히 내보냈다.

 역병에 걸린 사람들 마냥 하나같이 헛구역질을 잔뜩 쏟아내는 셋의 광경을 보았다면, 타 학살자들의 외면의 조합에 대한 인식은 조금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휴우……. 빨리 찾아야 합니다. 다음 공격이 돌아오기 전에 놈의 위치를 파악해야겠군요.”

 

 엄지와 검지를 가볍게 힘을 주어 회복의 경과를 판단한 파사르는 아직은 끔찍하게 경직된 근육들이 큰 손상을 입지 않도록 조심스레 움직임을 키워갔다.

 바늘 수 십 만개가 세포 하나하나에 꽂혀 있는 끔찍한 기분이었다.

 곡소리가 절로 나오는 고통에 이가 부서질 듯 꽉 깨물어 신음을 참아내고, 파사르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 검을 바로 쥐었다.

 

 “다들 움직일 수 있겠어요? 어디에 숨어있는지 모르니……. 다 제거하는 수밖에 없겠군요.”

 “다? 뭐를? 이걸 다?!”

 

 고슴도치의 의아한 물음에 파사르는 작은 어깻짓으로 주변을 온통 채운 흑단 나무들을 가리켰다.

 

 “나무의 몸통을 베는 건 제가 하겠습니다. 쇠사슬뱀은 가지가 유독 눈에 띄게 일그러지는 지점을 파악해 신속하게 부러뜨리고, 당신은 방금과 동일한 방법으로 함정을 파고 대기해 주세요. 녀석도 방전 된 전기를 재충전하는데 시간이 걸릴 겁니다. 그 전에 숨통을 끊어버리죠.”

 

 송두리째 넘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에 없는 힘을 무리하게 끌어다 쓸 필요는 없었다.

 다리와 허릿심의 회전력을 검으로 부드럽게 옮겨주어 기둥의 중앙부를 타격하면, 얼키설키 엉켜있는 가지들에 큰 요동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렇담, 짐작에 의하면 시작과 끝을 모를 칠흑의 암흑에 견주어 피부를 알맞게 변색시키고, 발각의 요지도 제거하기 위해 최소한의 동작도 자제한 채 은폐해 있을 놈의 위치를 대강은 알아낼 수 있을 터.

 파사르는 자신의 전략이 맞아떨어졌을 경우 처절한 복수를 다짐하며 반듯이 수평을 이루어 검을 휘둘렀다.

 
작가의 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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