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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Time is Gold inc.
작가 : 용두삼
작품등록일 : 2019.1.2

시간을 팔 수 있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지만, SF적인 요소는 전혀 없습니다.
시간을 사고 팔 수 있는 사회에서, 주인공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TV 드라마나 미니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지은 글입니다.

 
4. 어떤 아버지와 아들
작성일 : 19-01-04 21:23     조회 : 304     추천 : 2     분량 : 4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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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어떤 아버지와 아들

 

 ​​

 

  이번에는 나주연이 문 대리에게 술을 한잔하자며 청했다. 문 대리는 흔쾌히 응했다. 회사 근처의 맥주 가게에서, 문 대리는 회사 내의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었다. 둘의 나이도 동갑인데다 문 대리의 성격이 쾌활하여 금방 친해졌다.

 

  문 대리는 주량도 보통이 아니었다. 시원시원하게 술잔을 비웠다. 나주연은 문 대리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으며 맥주와 안주를 더 시켰다. 사람들이 갑자기 TV에 관심을 가졌다. 나주연과 문 대리도 덩달아 TV에 눈이 갔다.

 

  국회에서 사람들이 엉켜있는 화면 아래에 큰 자막이 있었다.

 

 『 피임 금지법 통과, 즉시 시행 』

 

  사람들이 웅성웅성 떠들어 댔다.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나주연은 화면을 보면서도 무슨 내용인지 정확히 몰랐다. 문 대리는 남은 맥주를 들이켜며 욕을 했다.

 

 “미친놈들, 자기들 좀 더 살려고 피임도 못하게 하네.”

 

 “피임 금지법? 저게 무슨 말이야?”

 

 “앞으로 피임을 못하게 되는 거지.”

 

 “그럼 어떻게 피임을 해?”

 

 “못하는 거지. 피임을. 금지한다니까. 법으로.”

 

  왜 그런 법을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는 나주연은 TV를 계속 봤다. 주변 사람들의 관심도 TV에 쏠려 있었다. 리포터는 사람들로 뒤엉켜 엉망진창인 국회를 배경으로 서서 흥분된 목소리로 떠들었다.

 

 “여야의 치열한 공방 끝에 결국 피임 금지법이 통과되었습니다. 피임을 금지하여 인구의 감소를 막자는 것의 법의 취지입니다. 쉽고 완전하게 피임을 하게 해주던 전자 장치, 약물, 도구 등 일체의 피임 상품의 판매는 물론 정관이나 난관 등의 수술도 금지됩니다.”

 

  맥주와 안주가 나왔다. 문 대리와 나주연은 TV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건배를 했다. 주변의 모든 시선이 TV로 가있었다.

 

 “또한 임신을 하게 되는 모든 여성들은 의무적으로 출산을 해야만 합니다. 오늘 이 법이 통과되었기 때문에, 오늘 자정부터는 효력을 가지게 되니 임신 계획이 없는 분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국회에서 하두리 기자였습니다.”

 

  뉴스가 끝나자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았다. 반대하는 목소리가 훨씬 더 많았지만 조심스럽게 찬성하는 사람도 있었다. 갑자기 일어나서 가게 밖으로 뛰어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자정 전에 피임기구를 사러 가는 것이다.

 

 “주연 씨도 좀 사둬야 되는 거 아냐?”

 

 “그러게. 좀 사둘까? 필요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아니, 왜? 만나는 사람 없어? 덜컥 임신하면 어쩌려고?”

 

 “그건 좀 그렇지만... 수술 안한 남자들도 별로 없어서...”

 

 “큭큭. 하긴 그러네. 이미 한 걸 풀진 않겠지. 너무 어린 남자만 피하면 되겠다.”

 

  몇 날 며칠 동안 TV에서는 ‘피임 금지법’에 대한 방송이 흘러나왔다. 정치에 관심 없고, 법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던 나주연조차도 ‘피임 금지법’에 대해서는 잘 알게 될 정도로 세상이 시끄러웠다. 특히, 야당과 여성 단체들의 반발이 거셌다.

 

  하지만, 정부가 임신기간 동안의 시간을 산모에게 돌려주기로 하면서 여성 단체의 반발은 점차 수그러들었다. 여성 단체가 빠지자 야당의 반발도 힘을 잃었다. 문제는 강간으로 임신을 하는 경우도 출산을 해야 된다는 것이다.

 

  나주연은 그렇게 하나둘씩 여행사의 일을 배워가다가, 첫 해외출장이 잡혔다. 나주연이 해외출장에서 단 한 시간 만이라도 자유로울 수 있다면, 자주 출장을 가고 싶다던 말을 들었던 문 대리와 동료들이 은근슬쩍 밀어 준 결과였다.

 

  출장지는 필리핀 세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동남아 중 한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라 나주연이 선호하는 여행지는 아니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나주연은 갑자기 고개를 저으며 다짐했다.

 

 “내 여행이 아니다. 일하러 가는 것이다. 나는 일하러 가는 것이다.”

 

  사실, 동남아 여행에 가이드가 필요하진 않았다. 가이드보다 현지 경험이 더 많은 고객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일정 인원 이상이 되면, 회사에서 가이드를 보냈다. 이유는 고객들이 귀찮아하는 일들을 대신해서 계속 고객이 되게 하는 것이었다.

 

 “주연 씨! 나, 호핑투어 보트 탔는데 세탁물을 안 맡기고 나왔네. 내 방, 키 가지고 있지? 좀 맡겨 주면 안 될까?”

 

  그리고 심심해서 찾는 경우도 많았다.

 

 “주연 씨, 점심 식사했어요? 혼자 먹기 심심한데 같이 안 먹을래요?”

 

 “친구랑 지금 1층 바에서 술 한잔하고 있는데 오세요. 한 잔 살게요.”

 

  어쩌다가 이성적으로 치근거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나주연이 감당하지 못하거나, 강압적인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성범죄에 대한 처벌도 강력하지만, 요즘 시절의 성문화 자체도 개방적인 데다가 원한다면 쉽게 성을 살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때문에, 고객의 심부름 중에는 로비에 도착한 성매매 여성을 방으로 안내하는 일도 간혹 있었다. 이렇게 나주연은, 고객의 민망하거나 귀찮은 일을 대신해주었다. 그럼에도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는 자유시간이 많아서 출장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ATD 시대의 범죄자들에게 주는 형벌은 아주 간단했다. 형량만큼 시간을 뺏기는 것이다. 물론, 대가는 없다. 감옥에 가두는 것보다 사회적인 비용도 저렴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재소자들에게 뺏은 시간을 누군가에게 팔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이익이었다.

 

  범죄율 감소의 효과도 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받지 않고 시간을 뺏기는 것을 감옥 생활을 하는 것보다 더 가혹하게 여겼다. 더군다나 생계형 범죄가 일어날만한 원인도 사라졌다. 일을 하지 않거나 못해도 먹고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성에 대해서는 남녀 모두 개방적이었다. 독신자가 기혼자를 앞지른 것이 벌써 십여 년 전의 일이었다. 때문에 도덕적인 죄책감을 가질 이유가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무엇보다 개인의 행복에 몰두하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하룻밤 만남이 대부분이 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몇 년씩이나 만남이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딱히 그럴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성매매 시장은 사양길에 접어 들었고 대폭 축소되면서 독특한 변화를 겪었다. 주요 고객들은 ‘대부분의 남성’에서, ‘특별한 남성’으로 바뀌었다.

 

  성매매 고객들은 크게 두 부류다. 이 개방적인 사회에서조차 함께 즐길 대상을 만나기 어려울 만큼 가진 매력이 없거나, 보통의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독특한 성적 취향을 가진 부류였다.

 

  ATD 시대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인구 감소였다. 독신자가 늘자 자연히 출산율도 떨어졌다. 그것은 TG와 정부의 공통된 고민이었다. 시간을 팔 사람이 사라지는 것과 인구가 사라진다는 것은 두 조직의 미래가 없어진다는 의미였다. 때문에 TG와 정부는 자연스럽게 손을 잡았다. 가장 큰 두 가지가 키움 센터와 피임 금지법이었다.

 

  TG가 투자를 하고 정부가 운영을 하는 공공 육아시설인 ‘키움 센터’는, 임신부터 출산을 거쳐 아기가 성인이 될 때까지의 모든 책임을 맡았다. 산모는 출산과 동시에 완전한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내 자식이니 굳이 내가 키우겠다고 주장하지 않는 이상, 육아에 대해 신경 쓸 필요가 없어졌다. 궁금할 때 가끔씩 구경하는 정도가 다였다. 물론, 그렇게 자란 아이들에게 부모와의 유대나 가족애가 생길 수는 없었다. 대신 오랜 기간 동안 참아야 했던 육아의 고통도 사라졌다.

 

  그 외에도 인구감소를 막기 위한 많은 제도적 장치들이 생겼다. 여성 재소자들에게 형량과 출산을 딜(deal) 할 수 있는 법적 조항이 생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AD 시대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겠지만, TG와 국가의 영구적인 유지를 위해서, ATD 시대에는 일상이 되었다. 보통은 이런 식이었다.

 

 “김 검사님, 2년 구형 대신, 임신과 출산 포함한 10개월로 바꿔 주시죠?”

 

 “박변, 이거 끝까지 버티면 5년 받을 건이야. 출산 2회로 합의 보자고. 어때?”

 

  세대 차이도 심해졌다. AD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ATD 시대의 젊은이들을 이해하지 못했고, ATD 시대만 살았던 젊은이들도 AD 시대를 살아온 어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젊은이들은 고생을 염두에 둘 필요가 없었고 어른들은 그런 젊은이들이 못마땅했다.

 

  일부의 의식 있는 젊은이들은, 어른들의 영생을 위해서 상대적으로 가난한 젊은이들의 시간을 사고 있다며 비난하기도 했지만, 극히 일부의 목소리일 뿐이었다. AD에서 ATD로 세상은 변했지만, 세대 간의 갈등은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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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객 19-01-14 04:01
 
잠겨 있는 편들 보고싶어요! 한참 재미있는 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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