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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Time is Gold inc.
작가 : 용두삼
작품등록일 : 2019.1.2

시간을 팔 수 있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지만, SF적인 요소는 전혀 없습니다.
시간을 사고 팔 수 있는 사회에서, 주인공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TV 드라마나 미니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지은 글입니다.

 
3. 깨는 날
작성일 : 19-01-04 06:08     조회 : 332     추천 : 2     분량 : 4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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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깨는 날

 

 

 

  입사 2년 차인 신 모 군이 먼저 시작했다. 며칠 전부터 괜스레 우 과장의 책상 주변을 맴돌던 그는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다가 우 과장이 전화를 끊는 순간에 맞춰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우 과장님, 올해는 제가 뭐 도와드릴 일이 없을까요? 작년에 대박 내셨던 행사대로 간다면 도움이 될 만한 아이템을 몇 개 구상해봤는데... 들어 보시겠습니까?”

 

  또 다른 여자 직원인 김 모 양은 조금 더 자세를 낮췄다.

 

 “과장님, 저, 올해는 과장님이 시키는 대로 다 하려고 마음먹고 있어요. 작년에는 제가 뭘 잘 몰라서 징징거리고 그랬는데 올해는 절대 그런 일 없을 거예요. 과장님, 준비하고 있을게요.”

 

  그렇게 우 과장에게 다가갔다가 선택받지 못했거나, 아예 말조차 건네지 못한 직원들 중 몇몇이 나주연에게 갑작스러운 호감을 보였다. 공통점은 친절하게 다가와서 곧 있을 대목에 대해 알려 주는 것이었다.

 

 “주연씨, 4일 후에 있을 ‘깨는 날’이 우리에겐 최대의 대목이야. 이날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3년 동안의 수당이 달라진다.”

 

 “준비만 조금 하면 별거 없어. TG에서 자다가 깬 사람(Seller)들이, 적응기간 일주일을 보내고 다음 주에 나온단 말이야. 이 사람들이 앞으로 할 일들 중 빠지지 않는 것이 여행이야.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주연 씨의 존재를 알리면 되는 거야. 간단해.”

 

  나주연에게 이렇게 얘기해주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었다. 아까 말한 대로, 우 과장에게 선택받지 못했거나 우 과장에게 접근조차 하지 못한 것 외에도 남에게 자신을 어필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부류들이었다.

 

  그들 외모의 공통점은 보통에 미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나주연의 생각이 아니라 본인들 스스로의 판단이었다. 스스로의 생각에, 자기들은 몹시 말랐거나 매우 뚱뚱했다. 호감을 주지 못하는 얼굴이거나 사람들이 자기를 싫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그들이 나주연에게 다가왔을까? 나주연도 거기에 대한 고민을 해봤지만, 해답을 얻지 못했다. 신입사원이라 경험도 없는 데다가 특별한 것도 없는 그녀였다. 그 이유를 시원하게 풀어 준 사람이 있다. 문현정 대리였다.

 

  문 대리는 나주연에게 와서, 나주연이 궁금해하던 부분을 정확하게 집었다.

 

 “주연 씨. 왜 갑자기 사람들이 주연 씨한테 관심을 보이는지 알아?”

 

 “네? 아니요. 전 모르겠는데요.”

 

 “그게 주연 씨 몸 때문이야.”

 

 “몸요?”

 

 “얼굴? 보통은 넘고, 가슴? 골이 있을 정도 되고, 몸매? 들어갈 데 들어간 정도는 되고, 살? 안 쪘다 말할 정도는 되고...”

 

 “그게 무슨...?”

 

 “고민은 나중에 하고, learn by doing! 한 번 해볼래?”

 

  나주연은 ‘learn by doing ※’이 어떤 의미인지는 몰랐지만, 쿨하고 시원한 문 대리에게 호감이 갔다. 그래서 문 대리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비록 우 과장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문 대리와 나주연을 중심으로 다섯 명의 작은 그룹이 만들어졌다.

 Learn by doing ※ : 실제로 해보면서 배운다는 의미

 

  그룹 결성의 조건은 문 대리가 하자는 대로 하는 것이었다. 일단 무조건 믿고 따른다는데 다들 동의했다. 남은 4일 동안 문 대리의 계획대로 차근차근 준비를 했다. 의상, 메이크업, 명함, 현수막, 그리고 나주연의 핸드 케어.

 

  ATD 20년. 1월 7일. 깨는 날. 문 대리의 계획대로, 나주연의 앞쪽에는 화장도 제대로 하지 않은 동료들이 명함을 나눠주고 있었다. 명함을 나눠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열심히 하지도 않았다. 건성으로 명함을 내밀고 받으면 그만, 안 받아도 그만이었다.

 

  대략 스무 걸음 정도 뒤에 나주연이 서있었다. 자연스러운 머리, 수수하지만 산뜻한 화장, 지퍼를 올리지 않은 패딩 점퍼, 가슴골이 드러난 니트, 허벅지가 살짝 보일 정도의 치마를 입었다. 악수를 하는 오른손이 따뜻함을 잃지 않도록 왼손에는 성능 좋은 손 난로를 쥐고 있었다.

 

  그런 차림으로, TG에서 나오는 남자들에게 웃으면서 악수를 청했다. 말도 필요 없었다. 그저 웃으면서 악수를 하고 손 난로로 손을 데웠다. 그런 나주연 뒤에는 작은 테이블이 놓여있었고 그 위에 나주연의 명함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었다.

 

  문 대리의 예상대로, 거의 대부분의 남자들이 테이블을 스쳐 지나면서 나주연을 흘깃 돌아봤다. 그리고 명함을 집어갔다. 이것이 문 대리의 노림수였다. 자신들이 가진 자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비참한 계획이었다.

 

  “생각을 해봐! 몇 년을 자고 나왔어. 눈앞에 여러 명의 여자가 있어. 그중에 제일 예쁜 여자의 가슴골을 봤어. 허벅지를 봤어. 거기다가 맨살의 부드럽고 따뜻한 손까지 잡았어. 손잡은 사람 절반한테서 연락 온다. 나중에라도 다시 생각이 날 수밖에 없는 거야. 이건.”

 

  그렇게 일주일 동안, 문 대리가 주도하는 대로 식당가, 쇼핑몰, 대형 미용실 등을 돌며 나주연의 악수는 계속되었다. 시간을 팔고 깨어난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문 대리가 제대로 짚어낸 것이다.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그들은 움직였다.

 

  문 대리의 계획은 적중했다. 전화가 오기 시작했고, 그 전화들은,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에 앉아 있는 미영 씨가 받았다. 가까운 시간 안에 여행을 떠날 많은 사람들이 전화를 걸어왔고, 스스로 자신들의 연락처를 알려 주었다.

 

  일주일째 되는 날. 문 대리는 나주연에게 축하파티를 제안했다. 무엇을 위한 축하인지는 몰랐지만, 이상민과 헤어진 이후 별다른 재미가 없었던 나주연은 흔쾌히 응했다. 1차는 사무실 근처의 제법 비싼 식당이었다.

 

 “자, 이제 실적을 나눌 거야. 내가 하자는 대로 하기로 했으니까 끝까지 내 말을 따랐으면 좋겠어. 미영 씨, 지금까지 얼마나 했어?”

 

  계약과 등록을 도맡았던 미영 씨가 대답했다.

 

 “계약이 오늘까지 80이고 등록이 930이에요.”

 

  그 소리에 나주연을 뺀 나머지 사람들은 탄성과 함께 깜짝 놀랐다. 기획을 한 문 대리에게도 놀라운 숫자였는지, 탄성을 질렀다.

 

 “우와~ 이거 어지간한 사람 5년 치다. 5년 치.”

 

  기대 이상의 결과에 다들 흥분했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문 대리가 진정시켰다.

 

 “자, 자. 진정들 해. 이제 배분할 거야. 잘 들어.”

 

  동료들은 침을 꼴깍 삼키며 문 대리의 입에 집중했다.

 

 “주인공이 주연 씨였어. 우리는 주연 씨 포함해서 다섯 명이고... 실적의 절반은 주인공이 가진다.”

 

  나주연은 그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앉아 있고 문 대리의 설명은 이어졌다.

 

 “나머지를 5등분 해서 기획한 내가 2를 가질 거야. 나머지는 하나씩. 어때?”

 

  나주연은 뭐가 뭔지는 몰랐지만, 자신이 절반을 가지는 것이 뭔가 맞지 않다는 생각에 문 대리를 불렀다. 하지만, 문 대리의 손이 나주연의 입을 막았다. 몇 초의 시간이 흐른 뒤 동료들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네??? 그럼, 100개가 넘는데...?”

 

 “아니, 그렇게 많이...?”

 

 “불만 있는 사람 손들어! 없어? 3, 2, 1. 배분 끝!”

 

  그들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을 때 문 대리는 후다닥 결정해버렸다.

 

 “대신, 일은 같이 마무리한다. 그리고 오늘 1, 2차는 주연 씨가 다 쏴!”

 

  동료들의 표정이 ‘어리둥절’에서 ‘기쁨’으로 모양이 바뀐 후에도 나주연은 어떻게 돌아가는 일인지 몰랐다. 다들 즐거운 분위기에서 밥을 먹었고, 2차로 간 술집에서도 떠들고 웃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밥과 술을 사느라 지출한 40만 원에 대한 걱정 말고는, 나주연도 오랜만에 즐겁고 재미있는 하루였다. 입사 일주일 만에 친한 동료들이 생겼다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다음 날. 출근을 한 나주연은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깨는 날부터 일주일을 길에서 보내고 다시 사무실로 복귀해서 1월이 끝날 때까지 전화는 끊이지 않았다. 나주연에게 걸려오는 전화는 함께한 동료들이 나눠서 받았다. 회사에서 늘 비주류였던 그들은 한 달 내내 가장 바쁜 사람들에 속했다.

 

  1월 말. 월 말 시상식에서 1등 우 과장, 2등 나주연이였다. 50년 전통의 SEA 투어 역사상 입사한 달에 상을 받은 사람은 20여 년 전 우 과장에 이은 나주연. 둘 뿐이다. 물론 2등과 3등의 실적을 합쳐도 1등의 절반을 겨우 넘기는 정도였지만.

 

  보통 직원들의 한 달 평균 실적이 10개 남짓인데, 함께한 동료들은 그 열 배 정도의 실적을 얻게 된 것이다. 대목 특수라 해도 2~3배 수준인데 말이다. 거기다가 1월의 실적이라 가면 갈수록 실적은 더 늘어날 것이 분명했다.

 

  혼자 여행 가는 사람보다는 둘이나 그 이상이 함께 가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래서 1월의 100명 실적은, 시간이 가면서 200명 또는 300명 이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들의 여행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나주연은 입사한지 한 달 만에 회사에서 주요 인물이 되었다. 회사 직원들은 한동안, 오며 가며 나주연을 흘끔거렸다. 우 과장을 포함한 대부분의 우수사원들도 노출 전략을 썼지만 나주연처럼 악수를 한 사람은 없었다.

 

  따뜻한 맨살의 감촉을 느끼게 하자는 문 대리의 전략이 제대로 먹힌 것이다. 2등을 한 나주연의 1월 수익은 3,180만 원이었다. 축하파티 때 쓴 40만 원을 걱정하던 나주연은, 그때야 문 대리가 왜 밥을 사라고 했는지 알게 되었다.

 

  지난 1월 한 달의 시간을 온전하게 다시 사고도 남을 정도의 돈을 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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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객 19-01-08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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