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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여배우 월화의 생애
작가 : 한계령
작품등록일 : 2016.9.18

조선 최초 스크린의 여배우인 이월화의 일생 입니다.
척박한 조선 연극계와 영화계을 거치며 질곡의 삶을 산 그녀의 비극적인 생을 조감 합니다.

 
제2장 여배우의 적 (14)부활
작성일 : 16-09-25 11:13     조회 : 464     추천 : 0     분량 : 4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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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장 여배우의 적(14)부활

 

 “자! 자! 그건 신파조의 대사예요! 그렇게 과장되게 움직이는 것도 신파 연기입니다. 자! 자연스럽게 다시 한 번!”

 

 연극 연습은 시작 되었다. 연습 장소는 승희의 장교동 집 넓은 정원에서 이다. 정원은 초여름의 신록으로 짙고 푸르게 물들어 있다.

 

 이집 정원은 외국의 꽃들로 흰 순백의 라일락과 붉은 장미와 진노랑의 프레지아 그리고 제비꽃이 함빡 피어 있는 가운데 역시 조선의 꽃인 수국과 상사초, 봉선화 등이 함께 어울려 피어 있다. 이곳은 기와지붕과 조선식 건축물만 빼 놓으면 마치 외국의 장원에 온 것 같은 분위기다. 더욱이 살짝 엿 본 내실의 풍경은 피아노며 유성기, 그리고 서양의 집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선대의 부친이 초대 주미대사를 하신 집이니 서양의 박래품들이 조선의 옛것들과 당연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월화는 난생 처음으로 가풍 있는 집안을 구경한 샘이다. 세상이 좋아진 까닭도 있겠지만 연극이란 예술이 반상을 무너트리는 봉건타파에 한 몫을 했다고 본다. 더욱이 기생이라는 천출의 딸이 여배우라는 신분상승으로 이렇게 양반가의 자제들과 뒤섞여 있으니 월화가 신분상승이면 그들은 신분 하락인가? 그런 그들과 함께 하는 연극 연습은 6월의 성하의 계절에 탐스럽게 핀 꽃들에 둘러싸인 체 푸른 잔디 위에서 연극 연습에 열을 올린다.

 

 이번 장면은 3막 중에 감옥에 있는 카츄사를 네프류도프가 찾아와 용서를 빌자 마구 흥분하여 화를 내는 대사이다.

 

 “멋대로 사람을 노리개 감으로 만들어 놓고 그것도 모자라 이번엔 나를 제물로 내세워 자기 죄를 벗으려고 하다니..아..아 당신의 그 부글부글한 얼굴은 보기만 해도 치가 떨려요. 나가요! 당장 나가세요!”

 

 월화는 세상에 포한이 진 사람처럼 허공에 대고 사정없이 외쳐댄다.

 

 “아! 잠깐!.. 이봐.. 카츄사! 감정은 없이 소리만 냅다 지르면 어떡하겠다는 거요? 마음속으로 가득 감정을 닮아서 다시 해봐요.”

 

 연출자 겸 네프류도프 역을 맡은 박승희는 또 다시 월화를 지적한다. 월화는 이런 지적조차 즐겁다. 동경유학생들로 구성된 극단에 여주인공으로 참여하여 그들의 관심 있는 시선을 받으며 연극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냐?

 

 이 원작은 월화가 이화학당 시절 독서회에서 읽었던 소설이다. 고아소녀 카츄사가 고모의 집에 놀러온 귀족 청년 네프류도프에게 버림을 받고 창녀가 되어 밤거리를 방황하는 애처로운 모습에 눈물을 흘리던 그 때 그 소설과 함께 그녀의 사춘기도 시작되었다. 그녀가 살인누명을 받고 법정에서 배심원으로 참석한 네프류도프를 만났을 때의 안타까움은 물론 그녀가 무죄로 인정되어 사면 될 때의 감격이란 실로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그때 월화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런 가련하고 비극적인 카츄사로 인생을 살아도 좋다고 말이다. 이제 그녀가 그렇게 애모하던 카츄사가 되었다. 이제 월화는 이 연극을 통해 다시 부활 되었다. 오오따에게 당하고 단원들의 질시의 눈초리가 쏟아질 때 그녀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외쳤다.

 

 “두고 봐! 난 안 죽어...반드시 부활 할 거야.”

 

 이제 비릿네 나는 부둣가 한 카페에서 이국의 뱃사람들에게 술시중이나 들던 재즈기생 엘리사에서 부활해 다시 카츄사로 돌아 온 것이다. 월화가 동경유학생들을 따라 경성으로 돌아가겠다고 하자 소냐는 고개를 끄떡이며

 

 “내 어쩐지? 오래 있을 것 같지 않더라.. 그래서 가불도 오십 원이나 해 줬는 데?”

 

 물론 그 돈은 박승희가 값아 주었다. 그러나 돈을 떠나서 언니에게 미안하다. 월화는 소냐와 카페 주방 뒤 골방에서 잠이 들 때면 그녀는 늘 첫사랑의 남자를 못 잊어 베개닛을 적시곤 했다.

 

 “내 고향은 원산이야. 그 사람은 배를 타는 마도로스 었지. 그때 내 나이는 철없는 열일곱 살이었는데...”

 

 벌써 이십년도 지난 일이인데도 그녀는 첫 남자를 못 잊어 눈물짓던 순진한 여자 이였다. 월화는 그런 언니를 두고 떠나려니 가슴이 아팠다.

 

 “언니! 미안해.”

 

 그 말에 소냐가 말했다.

 

 “아니야! 넌 이제 다시 부활 한 거야.”

 

 그런데 이 부활이 정말 문제이다. 왜 나의 대사와 연기를 지적하는지 모르겠다. 내 연기를 보고 구찌다데 시바이(口立芝居)라니? 내가 일본의 신파극을 그대로 흉내 낸다는 건가? 아마추어 극단인 <여명>에서도.. 백남 선생 앞에서도 별 무리가 없었던 나의 연기를 이 애송이 동경유학생 연출자 선생은 통 맘에 안 드나 보다. 그런 그가 귀엽다. 부잣집 도련님이 어쩌다 서양 광대놀음에 빠지셨담? 공연한 웃음이 나왔다. 그런 월화의 웃음에 박승희는 얼굴이 붉어지며 어물거린다.

 

 “왜 웃소?”

 “그럼 웃지도 못해요.”

 “통 지 맘 대로람 말이야.”

 “그래요! 난 내 맘대로 하는 여자예요. 이제 아셨수?”

 

 생글 생글, 웃는 웃음에 승희의 얼굴이 더욱 불그락 발그락 해진다. 단원들도 승희의 어쩔 줄 모르는 난감한 표정에 낄낄 웃어 댄다.

 

 “또 이런 식으로 연습 분위기를 망칠 참이요?”

 “그럼 이런 염천 더위에 아무리 예술도 좋고 연극도 좋지만 좀 쉬었다 하는 것 도 좋지 않아요.”

  “옳소! 좀 쉬었다 하자고”

 

 월화의 말에 고무되어 네퓨르도프의 고모이며, 여지주인 마리아 이바노프나 역을 맡은 명순이 외쳐 댄다. 그러고 보니 벌써 오전 내내 강행군이었다.

 

 그 이유는 이제 공연이 며칠밖에 남지 않았다. 여배우를 찾는다고 공연 날짜를 다 까먹고 여배우를 겨우 찾자 이제는 환영파티를 해야 한다며 전 단원이 중국 요릿집이며 종로의 카페를 며칠간이나 헤매고 다녔다. 그만큼 남자 단원들은 밭에서 갗 뽑아 온 조선의 배추처럼 푸성지고 신선한 월화의 미모와 성격이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또 한, 같은 여자인 명순도 월화에게 호의적이다.

 

 명순은 자신의 글이 발표된 개벽이란 잡지를 월화에게 주며 읽어 보기를 권했다. 잡지에 실린 그녀의 글은 가득이나 상심으로 가득 찬 월화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다.

 

 “내 자신아 얼마나 울었느냐? 얼마나 앓았느냐? 또 얼마나 힘써 싸웠느냐? 얼마나 상처를 받았느냐? 내 몸이 훌훌 다 벗고 나서는 날, 누가 너에게 더럽다고 말을 하랴”

 

 그녀 역시 여자이기 때문에 이 땅에서 고통 받을 수밖에 없는 상처뿐인 연약한 영혼 이었다 마침,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그의 동생 승목이가 소리친다.

 

 “자! 즐거운 점심시간입니다.”

 “아! 살았다!”

 

 월화는 냉큼 나무그늘로 숨어들며 수건으로 이마에 가득한 땀을 닦는다. 그런 사이 하녀들이 누각으로 점심을 날라 왔다. 오늘도 어김없이 각자 독상으로 칠접 반상기에 푸짐하고 정갈한 음식들이다. 양반들은 점심도 이렇게 매일 격식을 차려 먹나? 민중극단 시절 호떡 한 개로 점심을 때우던 것과는 너무도 차이가 난다. 수저를 들려는데 허술한 복장의 사내가 들어선다. 옷에 페인트 투성이인 이 사내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소리를 지른다.

 

 “허..누군 무대장치를 만든다고 망치질 톱질 뺑기칠을 하며 가락국수 한 그릇에 허기를 때 우는데 너네는 예술가입네 양반집 도련님 입네 하며 진수성찬을 즐긴다 이거지”

 

 미술장치를 맡은 안석영이다. 그러나 그 얼굴엔 악의가 없다. 더욱이 그는 월화의 곁으로 다가와

 

 “이봐요 예쁜 여배우! 이런 도련님들에게 잘못 정주다간 진짜 카츄사가 되어 버리니 정신 바짝 차려요.”

 “남이야 정을 주던 말 던 웬 쓸 대 없는 참견이시죠?”

 “난 저런 부르주아 도련님들한테 내 애인을 빼긴 적이 있거든 그래서 하는 말이요.”

 “그럼 내가 댁의 애인이라도 된 단 말이예요?”

 “하하..못 될 것도 없지 않소.”

 “이봐 석영이! 공연한 소리 하지 말고 밥이나 먹게”

 

 이렇게 말 하는 건 이서구이다. 언제나 서구는 월화에게 마치 친 여동생처럼 알뜰히 보살 펴준다. 월화도 나에게 친정오빠가 있다면 이런 사람이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 정도이었다.

 

 오후 연습을 하려는데 비가 내렸다. 누각에서 차를 마시며 비가 그치길 기다리지만 비는 좀처럼 끝질 줄 몰랐다. 미술장치가 급하다며 안석영은 비를 맞으며 가 버리고 결국 연습은 중단 되었다. 승희 만 발을 동동 구르는데 비는 그칠 줄 모르고 더욱 내린다. 명순과 몇몇 단원들은 볼일이라도 있는 듯 슬그머니 빗속으로 사라져 가고 남은 단원들도 별채 방으로 숨어들어 책꽂이에서 문학서적을 뽑아 들거나 아예 낮잠이나 자겠다며 길게 눕는다.

 

 월화는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누각 난간에 기대어 피할 줄도 모르고 이 억수 같은 비를 다 맞고 있는 고개 숙인 꽃들을 바라본다. 승희가 직접 끓인 커피를 월화에게 가져와 건내며 말을 건넨다.

 

 “마쓰이 스마코를 아시오?”

 “마쓰이 스마코?”

 “바로 월화 양이 맡고 있는 카츄사 역으로 유명한 일본의 여배우요.”

 “아..! 그 부활찬가를 부른 여가수 말이군요.”

 “그 여자는 서른두 살에 자살을 했어요.”

 “자살?”

 “자신을 키위 준 시마무라 호게스라는 연출선생이 지병으로 죽자 곧 따라 극약을 먹은 거요.”

 “두 사람이 연인 관계였나요?”

 “물론이요.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연극으로 똘똘 뭉친 동지애 이었었소.”

 

 이 남자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연극으로 똘똘 뭉친 동지애라니? 나한테 그런걸 원하는 건 아닐 테지? 내가 마쓰이 스마코라면 시마무라 호게스는 백남선생이 될 테지? 그렇다고 백남 선생이 죽는다면 나도 따라 죽을 수 있을까? 더욱이 지금의 백남 선생과는 소원한 관계가 아니던가? 언제 선생님을 만나려나? 그런 생각을 하니 내 마음 속으로 빗물이 스며드는 것 같다.

 

 월화는 공연히 우울해 져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비 오는 정원을 나선다. 비를 맞으며 중문을 나서려는데 누군가가 달려와 우산을 건넨다. 승희의 동생인 승목이다. 승목은 종화와 많이 닮아 있다. 나이도 비슷하고 순수한 점이 그렇다.

 

 ‘왜 나는 지금 토월회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 왜 자꾸 민중극단이 생각나는 걸까?’

 

 그에게서 우산을 받아 들었다.

 

 “고마워요.”

 “형님이 갖다 주라고 그랬어요.”

 

 승목은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누각 쪽을 돌린다. 비 내리는 누각 난간 위에서는 승희가 월화를 향해 어색하게 손을 흔들며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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