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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Time is Gold inc.
작가 : 용두삼
작품등록일 : 2019.1.2

시간을 팔 수 있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지만, SF적인 요소는 전혀 없습니다.
시간을 사고 팔 수 있는 사회에서, 주인공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TV 드라마나 미니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지은 글입니다.

 
2. 새로운 일자리
작성일 : 19-01-03 05:36     조회 : 291     추천 : 2     분량 : 4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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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새로운 일자리

 

 

 

  내가 오랫동안 일했던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평범한 손님. 여기서 평범하다는 것은 이 고급 레스토랑에 오는 것이 평범한, 진짜 부자 손님(Buyer)들을 말한다. 그리고 시간을 팔아서 온 손님(Seller)들은 어딘가가 달랐다.

 

  직원들이 같은 실수를 한 경우에 평범한 부자 손님들은 관대한 편이었지만, 시간을 팔아서 온 손님들은 애써 참아 주지 않았다. 인성이나 매너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뭔가 여유가 없다는 느낌이랄까?

 

  나주연은, 이 차이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 오랫동안 고민했고 앞으로도 계속하겠지만, 지금까지 고민한 결과는 이것이다.

 

 “이 레스토랑에, 또 올 사람과 다시 오지 않을 사람?”

 

  손님이 어느 부류인지 아는 것은 쉽다. 말을 통해 금방 알 수 있다. 길게 들을 필요도 없다. 주문을 받으러 가서 손님의 앞에 서기도 전에, 들리는 단어 두어 개로 1차 판단을 한다. 이어 주문을 받으면서 1차 판단을 확신한다.

 

  말씨나 어휘력의 차이는 아니다. 일단 소재가 달랐다. 시간을 판 사람(Seller)들은 늘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런 식이었다.

 

 “그 빌딩 뒤쪽에 유명한 냉면집 말이야. 그 집 냉면 육수가 그렇게 맛있다던데, 우리도 성지순례해야지. 언제 갈까?”

 

 “야! 1월에는 스키장에 있어야지. 여행을 왜가? 아니면 차라리 그냥 스키여행을 가던지. 일본 돗토리가 그렇게 좋다던데 말이야.”

 

  그들에게는 별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시간을 사는 부자 손님(Buyer)들은 주로 걱정거리를 말했다.

 

 “내가 안 죽고 계속 살려면, 한 달에 최소 2,160만 원씩은 통장에 꽂혀야 하는데 말이야. 그거 맞추려면 주말 없이 매일 14시간씩 일을 해야 한다니까.”

 

 “아니, 건물이 3개가 있으면 무슨 소용이야. 월세 받아서 와이프랑 내 것, 시간 사고 나면 생활비가 없어, 생활비가. 결국 자리 구해서 저번 달부터 일하러 다니잖아. 둘 다.”

 

  나주연은 신문을 덮었다. 관심 가는 몇 군데의 연락처를 따로 옮겼다. 그중 하나를 골라 전화를 하면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면접에서 떨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일할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신중하게 연락을 해야 한다.

 

  나주연은 공부를 많이 하지 못했다. 부자들 중에서도 부자들만 가는 대학은 꿈도 꾸지 못했고, 일을 하면서 공부를 병행한 끝에 6년 만에 고등학교 졸업자격을 얻었다. 그때가 2년 전인 스물여섯일 때였다.

 

  학교를 다니면서 문제가 있었거나 사고를 친 것은 아니었다. 중학교 1학년 이후로 학교를 다닌 적이 없으니, 고등학교는 아예 가보지도 못하고 스무 살이 되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아버지를 탓하지는 않았다. 그땐 많이들 그랬다고 이해했다.

 

  사춘기를 보내던 나주연이 중학교 2학년으로 올라가기 직전이었다. 나주연 때문에 골치가 아팠던 나주연의 아버지는, 명목상 나주연을 위해. 나주연을, TG의 수면실에 데려갔다. 그리고 5년을 잠재웠다. 그때는 새 의무교육법이 시행되기 전이었다.

 

  TG 앞에서 아버지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주연아, 너 사춘기잖아. 그건 아픈 거야. 사춘기는 시간이 지나야 낫는 거니까 어른이 될 때까지 여기 있자. 그냥 한숨 푹 자고 나오면 되니까 걱정하지 말고. 알았지?”

 

  그 5년이라는 시간을 판 대가로, 나주연의 아버지는 애인과 아름다운 삶을 누렸다. 나주연이 스무 살이 되던 해에 아무 기억 없이 깨어나 아버지를 찾았을 때, 아버지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고, 아버지의 애인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나주연에게 청소년 시절의 기억이 전혀 없는 것처럼 이상민도 그랬다. 그가 잠든 9년간의 일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늘 되새기는 것은 세 번의 여행에서 있었던 일들이었다. TG에 시간을 판다는 것은 아무 기억 없이 그저 잠을 자는 것과 같았다.

 

  새해의 셋째 날 아침. 나주연은 출근 준비를 서둘렀다. 새로 일을 하게 된 여행사에 첫 출근하는 날이었다. 새해의 첫째 날인 공휴일에 일자리를 알아보고, 둘째 날 면접을 본 후, 셋째 날부터 출근을 한다는 것이 ATD 시대에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인구의 20% 이상이 잠을 자고 있기에, 일을 할 사람은 부족했고 일자리는 넘쳐났기 때문이다. 나주연은 면접을 보면서 곧바로 취업을 결심했다. 가장 큰 이유는 해외출장이 잦을 수도 있다는 사장의 설명 때문이었다.

 

  비록 손님들의 귀찮은 점들을 대신하는 비서와 같은 역할이었지만, 월급을 받으면서 여행을 갈 수 있다. 여행 일정의 거의 전부가 허드렛일일 것이다. 면접을 보는 동안 나주연의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들이 떠올랐다.

 

 “아니, 하루 종일 따라다니며 심부름을 한다고 치자. 그래도 하루에, 한 시간 정도의 여유가 없겠어? 돈 받으니 일하는 건 당연한데, 동남아에서 하루에 한 시간만이라도 여유가 생긴다면 이건 진짜 해볼 만한 일 아냐?”

 

  첫 출근한 날. 직장동료들에게 간단히 인사를 시킨 사장은, 사장실의 자기 자리 앞에 굳이 나주연을 앉혔다. 그러고는 회사를 세운 선대의 뜻과 자신의 경영철학에 대해 늘어놓더니,

 

 “주연씨, 실적에 너무 욕심내지 마시고, 부디 오랫동안 근무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근무를 오래 하면, 자연히 담당 고객이 많아지고 수익도 늘어나는데... 요즘 사람들은 그때까지 참지를 않고 나가더라고요. 주연씨는 좀 오래 봅시다. 부탁드립니다.”

 

  첫날은 그냥 그렇게 지나갔다. 전임자가 남기고 간 자료를 보고 연락을 취해야 할 사람들에게 이미 준비된 메시지를 보내는 일을 했다. 연락을 취해야 할 사람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최근 3개월 이내에 연락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그들이었다.

 

 『 당신의 소중한 시간, 아름다운 자연과 풍요함이 기다리는 동남아로 여행을 떠나세요. 최고의 비용 효과를 약속드립니다. 50년 전통이 증명하는 동남아 전문 여행사 – SEA 투어 』

 

  둘째 날부터는 TM ※을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 해보는 일은 새롭고, 또 어색했지만 어렵지는 않았다. 전화와 SNS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고객을 확보하거나 잠재적인 고객을 점찍어 나중에라도 진짜 고객이 되게 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였다.

 TM ※ : Tele Marketing. 전화, SNS, 광고지 등을 이용한 무차별적 광고 방법.

 

  수당에 대한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딱히 어려울 것이 없는 일자리였다. 실적이 없어도 최저시급은 받을 수 있었고, 운이 좋게 실적이 생긴다면 추가 수당을 받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회사 홈페이지로 접수되는 건들은 직원들에게 순차적으로 배분되었다.

 

  그럼에도 회사는 늘 구인난에 시달렸다. 일을 하러 온 사람들이 자신들의 기대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면 곧, 회사를 그만두었다. 이런 현상은 이 회사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전에 일한 레스토랑에서도 그랬다.

 

  사실 그 사람들의 판단이 옳은 것인지도 모른다. 이상민처럼 TG에 간 사람들과 나주연처럼 하루 8시간을 일하는 사람들을 비교해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 TG에 간 사람들이 최저시급의 절반을 받고 하루 16시간씩 30일의 시간을 팔면 한 달에 240만 원의 수익이 생긴다.

 

  반면에, 나주연처럼 하루 8시간을 일하고 수당을 포함해서 시간당 1만 5천 원으로 토요일과 일요일을 뺀 22일을 일하면 한 달에 264만 원의 수익이 생긴다. 하지만, 깨어서 일을 하는 사람은 비싼 집세와 세금들, 교통비와 식비 등을 써야 했다.

 

  TG에 들어간 사람에겐 월 240만 원이 온전히 남는데, 나주연 정도의 시급을 받고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기본적인 생활비를 빼고 나면 월 100만 원도 채 남지 않았다. 이 계산을 나주연이 한 것은 아니다. 이런 계산은 그녀답지 않은 일이다.

 

  매일 저녁, 황금 시간대에 모든 방송 채널에서는 정부 주도의 공익광고가 나왔다. 그 주된 내용이 TG에 들어간 사람과 깨어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수익을 비교 분석하는 것이다. 정부가 바라는 대로라면 나주연은 일을 하지 않고 TG에서 자는 것이 옳다.

 

  여행사에서 일한 지 3일이 지날 때까지 직장동료들은 나주연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당연히 나주연도 동료들에게 큰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 4일차부터는 뭔가가 조금씩 달라졌다. 나주연에게 관심을 가지는 동료들이 나타났다.

 

  뭐랄까? 대목을 앞둔 백화점과 같은 들뜬 분위기? 거기다가, 이제 막 전쟁터로 출발하려는 군인들의 결의에 찬 느낌을 더한 것 같았다. 그리고 ‘TM의 여신’이라는 우수민 과장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그랬다.

 

  우 과장은 기본 시급과 수당을 합쳐 월평균 2천만 원을 벌어들이는 능력자였다. 다른 여행사에서 우 과장을 섭외하려는 로비로 ‘1년 중 6개월의 점심 식사를 대접받는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여행업계에서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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