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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귀(惡鬼)
작가 : 하형
작품등록일 : 2018.12.5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린 해, 사람들은 그 날을 '해가 타락한 날'이라고 기억했다. 세상은 혼돈에 휩싸였고, 난생 처음보는 악귀들이 대지를 점령하고 시작하는데...
한 편, 부유한 가정에 자라 기사단에 입단했던 파사르는 해가 타락하며 생겨난 의문의 질병에 걸려버린 어머니에 의해 가족 모두를 잃어버리고, 마침내 어머니마저 직접 죽여야 하는 안타까운 일을 겪게 된다. 그리고 파사르는 그 날 이후로 질병에 걸린 '비어있는 자'들과 '악귀'들의 몰살하는 데 온 생을 바치게 된다.
세월이 흘러 인간들의 모든 대지를 빼앗겨 버린 후, 마지막 남은 도시이자 천연의 요새 '테라피노'에서의 최후의 항쟁을 이어가던 인간들에게 그간 자취를 감추던 신이 나타나는데...

 
17화
작성일 : 19-01-02 21:21     조회 : 258     추천 : 0     분량 : 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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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뭘 꾸물거리고 있는 게야?!”

 

 고슴도치는 우겨질 것 같이 힘이 잔뜩 들어간 이두와 삼두, 팔목부터 손목까지의 근육들이 단단히 뭉쳐 세세하게 갈라지고 있음을 경이롭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무리 경험이 많은 학살자이고, 상대가 아둔한 악귀라 할지라도 인간과 괴물이라는 기본 바탕은 달라지지 않는다.

 즉, 신화 속의 반인반신의 허황된 힘을 계승하지 않는 이상 혼자의 힘으로는 고릴라의 몇 십 배나 능가하는 흉물스러운 괴물을 감당키가 힘들다는 말이었다.

 

 “누가 자꾸 꾸물거린다는 거예요? 난 아저씨마냥 아둔하게 늙지 않았다구요.”

 

 길게 늘어뜨린 사슬이 신경질적이고 맹렬한 히싱(뱀이 쉭쉭거리는 특유의 경고음 따위)을 내며 기괴하게 뻗은 나뭇가지 위를 유연하게 타고 흘렀다.

 무한함을 상징하는 연속 된 8자로 몸을 엮은 강철의 뱀은 그 끝에 4개의 송곳을 벼려낸 주둥이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대신해 낫처럼 호를 그려 굽은, 매섭게 날이 선 혓바닥을 굳게 문 채로 벌릴 생각이 추호도 없어 보이는 독특한 대가리를 지니고 있었다.

 사슬로 된 채찍은 이른 저녁의 이슬을 맞아 더욱이 차디차게 식은 강철의 비늘로 고슴도치가 붙잡아 두고 있는 악귀의 목덜미와 얼굴을 차례로 타고 올라갔다.

 악귀는 이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고약한 액체가 응어리진 분비물을 떨어뜨리는 길쭉한 혀가 사슬의 구멍 사이를 비집고 나와 가픈 숨을 몰아쉬고 있었지만, 그것도 이내 검붉은 피로 색깔이 바뀌었다.

 쇠사슬뱀은 귀족집안에서나 볼 법한 단정한 생김새와 유연하게 비꼬는 말투, 겉으로 번지르르한 예법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도시 내부에서나 그렇다는 거지, 외부로 나온다면 악귀의 부정한 피 맛을 알고 적절한 고통을 심어줄 줄 아는 유능한 학살자였다.

 

 숨구멍이 틀어 막힌 악귀의 아등거림이 미세한 경련으로 멎어들자, 빳빳함을 일관하던 사슬이 벼랑과 벼랑을 잇는 오래 된 다리의 밧줄마냥 중력에 눌려 느슨하게 가라앉았다.

 고릴라를 흉내 낸 악귀는 막혔던 목구멍의 통로가 느닷없이 확장됨을 느끼고 목젖 밑에 가득 모아뒀던 숨을 급하게 뱉어냈다.

 

 “으하하하, 조금만 더 늦었으면 내 팔이 먼저 뜯겨나갈 뻔 했어. 제길, 그건 그렇고 빌어먹을 쓰레기 냄새가 진동하는군. 하필 꽂아도 이딴 곳에 꽂았다니. 이렇게 지독해서야 오늘이 지나면 버리고 새로 맞추는 편이 낫겠어.”

 

 고슴도치는 악귀의 가랑이 사이를 보드랍게 파고 들어간 방패의 뿔을 단숨에 뽑아내었다.

 고약한 악취가 피와 역겨운 불순물들로 범벅이 되어버린 청동의 물질을 중심으로 공기를 더럽혀 나갔다.

 긴 세월을 함께한 장비를 유일한 가족으로 여기는 고슴도치도 이번엔 어찌 할 도리가 없는 사람처럼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제 코는 평소와 별 다를 게 없다고 하는데요?”

 

 그 모습에 쇠사슬뱀은 한껏 비아냥거림을 섞었다.

 그는 강철뱀의 꼬리 역할을 하는 양 손목에 쇠사슬을 둘둘 매달아 두고, 사슬을 적절하게 조였다가 풀기를 반복하며 일말의 희망을 심어주어 사냥감을 가지고 노는 것을 즐겼다.

 모든 상황에서 그러는 건 아니었지만,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는 편을 선호했다.

 파사르는 그의 이상한 취미에 대해 이유를 묻지 않았다.

 외면의 조합의 학살자들 중에 정상인 자는 극히 드물었고, 그 비정상적인 부류에는 파사르 자신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얼른 끝내라고. 아직 해치워야 할 놈들이 산더미야. 그리고 그 놈 심장은 내 것으로 쳐야한다는 거 알고 있지?”

 “무슨 소리에요? 심장은 죽인 사람의 소유물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잖아요? 아저씨는 그냥 붙잡아 둔거고 제가…….”

 

 사슬이 또 다시 격렬한 히싱을 내었다.

 그것은 죽음을 가져다주는 사슬의 거친 숨소리였다.

 잠시나마 숨을 쉴 수 있었던 악귀가 숨통을 조여 오는 강철뱀의 몸통을 끊어내려 몸부림을 쳤다.

 나무를 탈 때 쓰던 두터운 손이라도 있다면야 작은 틈새라도 만들 수 있겠다만 그마저도 마땅치 않았다.

 고슴도치가 몸을 꿰뚫고, 쇠사슬뱀의 사슬이 목과 얼굴에 닿는 순간 파사르의 장검이 양쪽 팔을 잘라내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호흡이 막혀버린 아득하고 혼미한 의식 속에 깊게 빠지고 있는 중이었던지라 팔이 잽싸게 달아난 줄도 몰랐을 터였다.

 그러니 익숙하지 않는 가벼운 어깨를 사방팔방으로 흔들고 있는 중이겠지만, 이외에도 사람의 두개골을 한입거리로 아작 낼 정도에 강인한 턱힘 조차도 두께가 상당한 쇠사슬이 아가리를 여미고 있는 지금 상황에는 별 쓸모가 없었다.

 

 “죽인 거죠.”

 

 기분 나쁜, 뼈가 으스러지는 괴기스러운 소음이 늘어나고 쇠사슬이 가차 없이 얼굴을 파고들었다.

 뭉툭한 철의 냉기가 안면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뼈들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을 무엇으로 표현하겠는가? 오렌지를 짜낼 때 노란 즙이 흘러내리듯 놈의 얼굴에서도 묽고 찐득한 액체들이 쥐어짜지기 시작했다.

 곧이어 뼈와 함께 뭉개진 살점들이 구운 생선의 살에 힘을 주면 바스라지 듯 더 이상 형태를 이루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악귀는 마지막으로 통곡의 비명을 지르려 했다.

 하지만 소리가 가슴을 통과해 쏟아져 나오기 전에 목과 얼굴이 처참하게 부서졌고, 목이 있었다는 흔적만 남은 끔찍한 공간에는 핏물과 함께 온전한 소리를 담지 못한 윙윙거림이 뿜어지고 있었다.

 
작가의 말
 

 연말과 새해 일정이 많아 글이 많이 부족하네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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