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온의 카르마
작가 : 그림달
작품등록일 : 2018.12.31

선계물. 선인들의 치열한 윤회.
인형술사가 되어 차원을 헤메는 천산의 뱀족 소녀 해랑과 제왕의 운명을 가진 환족 높의 엇갈린 첫 사랑.

 
5 눈밭의 에이미
작성일 : 19-01-02 19:56     조회 : 213     추천 : 0     분량 : 465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해랑아 네가 태어나던 해에 수호선인께서 이런 예언을 하셨어.

 

 카르마 안에서 살생을 하게 되면 넌 다시는 천산으로 되돌아 올 수 없다고.

 

 왜 유독 네게만 그런 잔인한 일이 벌어지는지 여러 번 물었지만 설명할 수 없다고 하셨어.

 

 그게 바로 너만의 업이 될 거라고만 하셨지.’

 

 어머니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살생하지 말라며 신신당부하셨다.

 

 어찌나 진지하고 간절한 표정인지 나는 어이없지만 시키는 대로 어쩔 수 없이 맹세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선인의 맹세는 스스로 구속력이 있어서 발동되면 몸 어딘가에 흔적이 생긴다.

 

 블랑쉬는 멋진 몸매를 가졌지만 절대로 비키니를 입지 않았다.

 

 전문 수영전수처럼 허벅지까지 오는 수영복을 입었다.

 

 잭과 첫 정사를 나누던 날 나는 우연처럼 블랑쉬의 엉덩이에서부터 왼쪽 허벅지까지 흉터처럼 자리한 붉은 뱀모양의 반점을 보았다.

 

 

 

 

 

 “이번 카르마는 정말 난리도 아니었대.

 

 어떻게 초급선인의 카르마 난이도가 중급 이상의 수준일 수 있냐며 천산의 학부형들이 죄 업경대로 몰려가 항의 했대지?”

 

 

 추우가 과방의 거울을 보며 머리에 예쁜 사과꽃핀을 꽃았다.

 

 그녀는 어느새 본체로 변신했기 때문에 실뱀이 아니라 글자그대로 꽃뱀처럼 보였다.

 

 “말도 마. 뭐든 엉망진창이었어.

 

 아직도 의식이 돌아오지 못한 어린 선인들 때문에 상급선인들도 시험을 거부해서 업경대 업무가 마비되고 있다는데.”

 

 “난 그럴 줄 알았어. 벌써 만 년 가까이 써먹을 대로 써먹은 카르마가 온전할 수 있겠냐구.”

 

 미루가 기가 막히다는 듯 한 마디 참견했다.

 

 “그렇게 영영 의식이 돌아오지 못한 어린 선인들이 어떻게 되는 지 난 알아.”

 

 오성은 잘 생긴 미간을 찌푸리며 아는 척을 했다.

 

 “아- 요마가 되어 영원히 아홉 개의 차원을 떠돈다지?”

 

 추우와 미루, 내가 합창을 했다.

 

 거의 만 년을 사는 선인들의 수명은 보통 인간들의 영원에 가깝다.

 

 육신을 입고 시험받는 카르마안에서는 죽으면 그 차원에서만 소멸될 뿐, 다른 차원으로 환생을 하기 때문에 죽어도 죽는 게 아니었다.

 

 “그래. 이번 카르마는 확실히 이상했어. 생명체가 아닌 무생물 인형에 빙의하다니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지?”

 

 나는 딱히 누구에게랄 것 없이 혼자 중얼거렸다.

 

 “그거 나 알아.”

 

 이번에도 오성이 나섰다.

 

 “카르마안에서 선인은 본체는 여기에 있고 영혼만 차원을 건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야.

 

 어떤 선인들은 때로 위급상황에 강한 의지에 의해 자아를 분리할 수가 있대.

 

 예를 들면 피치 못한 살생을 한다거나 절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경험을 했을 경우 그걸 다른 자아에 가둬놓고 영원히 소멸시키는 거지….”

 

 “야, 그럼 멀쩡한 영혼이 조각나는 셈인데 그럼 그 상태로 카르마에서 깨어날 수는 있는 거냐?”

 

 미루가 재빨리 분석을 해보더니 말도 안된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의문을 제기했다.

 

 “넌 그러니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거야.”

 

 오성이 손가락을 하나 펼치더니 쯧쯔하며 미루 앞에서 흔들어댔다.

 

 우린 미루의 욱하는 표정을 보며 또 둘이 서로 들이받을까 서둘러 미루에게 안 된다는 사인을 보냈다.

 

 잘난 척 대마왕 능구렁이 오성보다는 성질은 급해도 주변에 대한 배려심이 남다른 미루가 훨씬 말이 잘 통했다.

 

 나는 이 타이밍을 놓칠세라 어울리지 않지만 혀 짧은 애교까지 동원했다.

 

 “오성 오빠, 그러지 말고 얼른 말해 주라. 해랑이 너무 궁금해여~.”

 

 “으아아, 너 그딴 짓 다시는 하지마!”

 

 오성이 두드러기가 난다는 듯 잽싸게 나를 피해 멀찍이 물러섰다.

 

 “흐으응, 빨랑 안 말해 주면 해랑이, 계속 오성 옵빠 쫓아다닐래~.”

 

 질색하는 오성에게 속눈썹을 연신 팔랑거리며 다가가는데 그가 알았다며 손을 들었다.

 

 순식간에 기 빨린 모습으로 창백해진 오성을 보니 살짝 죄책감이 들었다.

 

 외동인 그는 유달리 이런 식의 애교를 혐오하는데 엄청나게 동안인 그의 어머니가 어린애 스타일로 혀 짧은 애굘 부리곤 한다고 들었다.

 

 덕분에 위기 상황을 모두 웃으며 넘어가게 되었다.

 

 “카르마는 우리의 육신을 에너지로 삼아 작동해. 육신은 영혼을 담는 그릇이고.

 

 물론 온전한 영혼이라면 육신의 에너지를 극대화 하여 사용할 수 있겠지만 조각난 영혼이라도 7할 정도만 있으면 육신이 말하고 행동하는데 아무 영향도 없다는 이야기야.

 

 즉 그 문제완 별개라는 말씀.”

 

 

 “헤에? 재밌는 이론인데. 상상해 봐.

 

 

 우린 아홉 개의 차원을 카르마로 윤회하는데 언젠가 조각난 내 영혼과 만날 수도 있다는 말이잖아.”

 

 

 “칫, 오빠들 이론은 재밌어도 실제론 오싹할 것 같아. 조각난 영혼이 온전한 사고를 할 수 있겠어?

 

 요마가 된 나와 마주치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 같아?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추우, 넌 어떻게 부정적인 쪽으로만 사고를 하냐?

 

 난 오히려 재미있을 것 같은데. 분신술과 다를 게 뭐가 있어.

 

 수백 수천의 분신이 아홉 개의 차원에서 요마들과 싸우며 영웅이 될 수도 있고… 가만, 이거 괜찮은데?

 

 이런 조각난 영혼들을 사용해서 순식간에 100번의 카르마를 해 치워 버리는 건 어떨까?”

 

 

 “아, 저 바아보 띨띨이를 어떻게 해야 하지?

 

 그런 얍삽한 수가 카르마에 통할 것 같아?

 

 뭣 때문에 카르마를 승급시험이라고 부르는 것 같냐?

 

 상급선인들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심판을 하는데 잘도 그런 걸 인정하겠다.”

 

 

 “뭣? 난 말이야 오성아.

 

 네가 감정적인 공감대가 부족한 걸로 봐서 지난 4차 승급시험 때 네 영혼의 조각 일부를 카르마에 두고 왔다고 확신하는 바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네가 뭔 말만 하면 이렇게 속이 답답하고 울화가 치밀 수가 없는 거지? 암.”

 

 

 그랬었다.

 

 그 다음에 과방에 한 바탕 둘만의 피바람이 불고 추우와 나는 그런 둘에게 화를 내며 핑계김에 근처 도화계곡으로 피신을 가기도 했었다.

 

 이건 모두 10년 전의 일과 현재의 내 고민이 섞인 꿈에 불과했다.

 

 

 

 

 

 

 우린 모두 카르마안에서는 무슨 일이든,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예습해서 이론으로 안다는 것과 실제로 경험해서 아는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걸 그 땐 왜 이해할 수 없었을까?

 

 

 내 영혼의 조각!

 

 새하얀 눈 밭 위에서 다시 눈을 떴을 때 온 몸이 부서진 블랑쉬는 내 앞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슬프기 보다는 전생을 기억하는 내가 영혼의 7할일까?

 

 모든 기억을 지우고 온 몸으로 카르마라는 현생을 살아간 블랑쉬가 7할일까? 를 생각하고 있었다.

 

 어찌됐든 나는 모를 일이겠지만… 이제 곧 죽을 블랑쉬 아니, 해랑은 알겠지.

 

 어느 새, 밤이 찾아왔다.

 

 오로라는 듣던 대로 무척 아름다웠다.

 

 무지개색으로 빛나는 찬란한 광채를 보며 나는 천산에 사는 선인들이 떠올랐다.

 

 하나 하나가 빛으로 감싸여 아름답기만 하던 그들이. 그 중에서 업경대 앞에서 만난 치우사범의 선명한 파란색 아우라가 눈 앞에 아른거렸다.

 

 그가 왜 날 보고 별이라 불렀는지 꼭 물어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있으려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분명 주문을 외며 블랑쉬의 생환을 빌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전혀 가능성 있어 보이진 않았다.

 

 왜 실패했는지 생각만으로 머리가 터질 것처럼 복잡했다.

 

 한 가지는 분명했다.

 

 카르마 안에서 소원이란 항상 우선순위가 있었다.

 

 아마 내 무의식중에 블랑쉬의 생환보다 더 우위의 소원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우위의 소원, 그건 뭘까?

 

 

 아무튼 블랑쉬는 지금 너무 고통스러워 보였다.

 

 열심히 살았던 한 인생의 마지막이 어떻게 이처럼 허무하고 외롭고 비참할 수 있을까?

 

 알래스카의 한 숲 속 눈밭에 나란히 누운 우리는 하늘을 쳐다보며 장엄한 북극광 속에 양 팔을 벌리고 눈을 감았다.

 

 “하! 시발. 죽여주게 이쁘네.

 

 아놀드가 내 묏자리 하나는 기가 막힌 곳으로 안배했어. 이걸 고맙다고 해, 말아?”

 

 그녀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하늘을 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부서진 갈비뼈가 폐를 건드렸는지 말할 때 걸걸거리며 피거품이 나왔다.

 

 온 몸의 기력이 다하는 듯 힘이 없는 목소리였다. 조금이라도 고통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에 별 생각 없이 말을 나왔다.

 

 “블랑쉬, 말을 아껴. 고통스럽잖아.”

 

 갑자기 그녀가 잠잠해졌다. 나는 벌써 숨이 끊겼나? 하며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블랑쉬가 멍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다 말했다.

 

 “아, 깜짝이야. 죽을 때가 되니까 헛것이? 좀 오싹하네. 에이미가 말을 해….”

 

 그녀가 억지로 몸을 움직이려 달싹 거리지 시작했다. 보다 못해 내가 다시 말렸다.

 

 “하지마. 힘들어! 가만있어.”

 

 “에이미. 정말, 정말 네가 말한 거 맞아?”

 

 그제서야 나는 내가 정말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 그러네. 그래, 나 말할 수 있어!”

 

 블랑쉬가 그런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윗몸이 보일정도로 큰 미소를 지었다.

 

 “하, 좋다. 내 소원이 정말 이뤄졌어.”

 

 “뭐?”

 

 “나 항상 소원을 빌었거든. 네가 진짜로 말하게 해 달라고.

 

 그래서 여기 오기 전에 인공지능 팀에다 연락해 뒀어. 네 안에 위치 추적기도 달아 놨으니까.”

 

 너무 좋은지 그녀는 횡설수설 말이 많아졌다.

 

 그러다 기침하고 피를 뿜고서야 다시 축 늘어졌다.

 

 “나 이제 죽어도 좋아.

 

 남들은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인생이라는데 나는 도박때문에 백만장자노릇도 해 보고, 에밀리 너랑 이렇게 대화도 하고….”

 

 

 바보 블랑쉬. 도박 때문에 결국 이렇게 죽게 되었으면서, 끝까지 긍정적이다.

 

 

 “그렇게 좋은데 왜 울어. 블랑쉬….”

 

 좋아서, 행복해서… 그녀가 눈으로 말했다. 그녀의 눈이 감겼다.

 

 “에이미… 내 행운의 별… 사랑하는 내 딸.”

 

 내 빨간 운동화를 보면서 한숨처럼 속삭이곤 그녀는 그렇게 떠났다.

 

 

 눈물 한 방울 없이 그녀를 배웅해야 하는 게, 이제 이 세상에서 오직 나 혼자라는 게, 너무 서러운 밤이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1 10 유레카! 천산 2019 / 1 / 10 209 0 4659   
10 9 차원을 건너는 조각들 2019 / 1 / 8 209 0 5109   
9 8 인형술사의 등장 2019 / 1 / 7 232 0 4620   
8 7 온의 사원을 찾아서 2019 / 1 / 6 224 0 5140   
7 6 귀신 들린 인형 2019 / 1 / 2 245 0 4877   
6 5 눈밭의 에이미 2019 / 1 / 2 214 0 4651   
5 4 진정한 겜블러 2019 / 1 / 1 219 0 5543   
4 3 행운의 별 2018 / 12 / 31 214 0 5676   
3 2 인연의 바다 2018 / 12 / 31 219 0 3647   
2 1 아니야 그게 아니야 2018 / 12 / 31 250 0 4850   
1 쫓겨난 왕 2018 / 12 / 31 319 0 1628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오지에서 온 신
그림달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