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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Time is Gold inc.
작가 : 용두삼
작품등록일 : 2019.1.2

시간을 팔 수 있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지만, SF적인 요소는 전혀 없습니다.
시간을 사고 팔 수 있는 사회에서, 주인공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TV 드라마나 미니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지은 글입니다.

 
1. 새로운 세기, ATD의 시작
작성일 : 19-01-02 00:23     조회 : 467     추천 : 2     분량 : 4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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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새로운 세기, ATD의 시작

 

 

  인류의 가장 큰 변화는 불 그리고 문자에서 시작되었다. 불이 인류의 생존에 기여한 바가 크다면, 문자는 번영과 발전을 이끌었다. 이 두 가지에 견줄만한 발명이, 어느 초라했던 과학자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 위대한 업적을 기리기 위해 AD ※의 시대는 막을 내렸고, 대신해서 ATD ※ 1년이 시작되었다. 그 과학자에 의해 인류는 그토록 원하던 ‘죽지 않는 삶’을 얻을 수 있었다. 비용을 지불한다면 말이다.

 AD ※ : Anno Domini, 서기, 예수의 시작

 ATD ※ : After The Day, 그날 이후

 

  ATD 19년 12월 31일 저녁 6시. 지상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는 높은 빌딩 꼭대기에서 부자들과, 권력자들과, 사회적으로 얼굴이 잘 알려진 사람들(Buyer)이 모여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파티를 하고 있을 때, 그 빌딩의 지하에는 시간을 팔기 위한 사람(seller)들이 줄을 서 있었다.

 

  그들 주변에는 작별 인사를 하러 몰린 가족들과 지인들이 북적거리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여러 줄의 어느 한 끝자락에 나주연이 그의 남자친구였던 이상민을 보내며 작별의 포옹을 하고 가볍게 입을 맞췄다.

 

 “혹시 모르니까, 나오면 연락해.”

 

 “그래, 알았어. 기다리진 말고.”

 

  앞쪽에서 게이트가 열렸는지 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계약기간에 따라 사람들이 선 줄은 색깔이 달랐다. 이상민이 서있는 파란색 게이트 위에는 ‘③’이 적혀 있었다. 3년의 시간을 팔겠다는 사람들이 기다리는 줄이었다.

 

  줄이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사람들의 작별은 더 극적으로 변했다. 잘 가라며, 잘 지내라며, 나중에 보자는 인사가 지하공간을 뒤덮었다. 이상민은 계약기간 3년 동안 원래 잠을 자는 시간 8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16시간에 대한 대가를 받을 것이다.

 

  3년 후에 깨어난다면 그가 계획한 대로 8,760만 원을 받게 되겠지. 그리고 다시 여행을 떠날 것이다. 나주연을 만났던 것처럼, 또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고 인생을 즐기다가 돈이 떨어지면 또 시간을 팔러 갈 것이다. 이상민은 그런 사람이었다.

 

  나주연은 3년 후에 이상민을 만날 일은 아마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3년을 기다려 줄만큼 깊은 사랑을 한 것도 아니고 AD에서 ATD로 세상이 바뀌고도 20년이 지난, 지금의 세태와도 전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또 한 명의 남자친구를 보냈다. 그래도 나주연에게 이상민은 매력적이었다. 7년 동안 다녔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필리핀의 모알보알로 휴가를 떠났을 때였다. 야자수가 드리워진 야외 바에서 일몰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무로 짜인 의자에 앉아 고운 모래의 촉감을 맨발로 느끼고 있을 때, 세상이 서서히 핑크빛으로 변하면서 사람들의 그림자들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그중 한 그림자가 나주연의 발 옆에 누웠다. 그림자가 마치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나주연은 마음이 설레었다.

 

  나주연의 발 앞에, 누웠던 그림자의 머리와 어깨가 스쳐 지나가고 손과 다리가 다가오더니 곧, 그림자의 발끝이 나주연의 맨발 앞에 섰다. 그 그림자의 발끝에 붙어 있던 사람이 이상민이었다. 나주연의 첫 휴가는 이상민의 세 번째 여행 끝자락과 함께 했다.

 

  이상민은 성인이 되던 스무 살에 3년의 시간을 팔았다. 그 대가로 받은 돈을 가지고 1년 동안 세계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다시 3년의 시간을 팔았다. 또다시 1년의 여행. 서른한 살. 세 번째 여행의 끝자락에서 나주연을 만났다.

 

  그의 인생은 가볍고, 쿨했으며, 복잡하지 않았다. 흥청망청해도 이해가 될 만한 나이였지만, 소비도 현명했다. 가장 좋은 점은 남자치고는 섹스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았고, 거기다가 다른 사람의 기분을 존중할 줄도 알았다.

 

  이상민의 인생계획은 누구라도 한 번 들으면 기억할 정도로 간단했다. ‘3년의 수면 후 1년의 여행’이었다. 3년이라는 시간을 선택한 것은 시간을 사고파는 회사인 TG ※에서 제시한, 시간을 파는 1, 3, 5년의 계약기간 중에서 3년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자기 나름의 계산에서였다.

 TG ※ : Time is Gold inc. TG 주식회사.

 

  시간을 파는 것은 계약기간에 따라 대가가 조금씩 달랐다. 1년은 최저시급의 절반인 시간당 5천 원이었고 3년은 6천 원이었으며 5년은 6천5백 원이었다. 산술적인 이치에는 맞지 않지만 TG는 그렇게 운영했다.

 

  나주연은 1월의 한기를 막기 위해 옷깃을 여미고 지하철로 향했다. 이상 한파 탓에 며칠째 추웠다. 걸음이 빨라졌다. 집에 도착하는 대로 향기로운 거품으로 샤워를 하리라 그리고 내일 하루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편히 쉴 것을 다짐했다.

 

  다음날 아침, TV에는 ATD 20주년을 기념하는 특집 방송이 나왔다. 올해 시간을 팔기 위해 TG에 들어간 사람이 국내 인구의 20%를 넘겼다는 소식을 전했다. 활동 인구의 20%가 줄어들면서 정부의 복지예산은 50%를 줄일 수 있었고, 크고 작은 범죄율도 절반으로 떨어졌다며 ATD 20년간의 공적을 치켜세웠다.

 

  나주연은 우유에 시리얼을 부으며 뉴스를 흘려 들었다. 오늘 하루 푹 쉬자고 다짐했지만 밀린 집안일들이 눈에 들어왔고, 오늘처럼 쉬는 날이 아니면 언제 하겠냐는 마음에 식사를 마치자마자 수세미를 들고 화장실 청소를 시작했다.

 

  리포터는 쓰레기 처리장에서 환경부 장관과 인터뷰를 했다. 타는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의 양이 현저하게 줄어들어 환경개선에 기여한다는 내용이었다. 경제부 장관은 올해 1시간을 사기 위한 공시가격으로, 10%의 세금을 포함하여 3만 원으로 정했다고 한다. 거둬들인 세금으로 복지정책을 확대할 것이라는 공치사를 했다.

 

 "이렇게 화장실 청소를 하는데 필요한 1시간을 사려면 3만 원을 내야 한다고?“

 

 “살 때는 5, 6천 원, 팔 때는 3만 원 받으면... 얼마나 남는 장사야?”

 

 "TG 사장은 영원히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다."

 

  나주연은 세제 거품을 뿌려서 타일 사이의 곰팡이를 수세미로 박박 밀어내었다. 이마에 땀이 흐를 때쯤 수세미질이 끝나고 키친타월로 거품을 닦았다. 물을 써서 씻어 내면 한결 수월하지만 키친타월을 선택했다.

 

  최저시급보다 조금 더 받는 형편인 나주연의 입장에서는 물을 쓰고 버리는데 드는 세금보다는 키친타월을 이용하는 것이 조금은 더 유리했다. 화장실 청소를 끝내고 거실로 나온 나주연은 꼬박 한 시간 동안 고생한 자신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차를 한 잔 탔다.

 

  TV에서 가장 효율적인 국민들의 수면율이 30%인데 아직은 거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아쉬운 소리를 할 때쯤, 나주연은 TV를 껐다. 정부가 원하는 대로 30%가 잠들고, 다른 30%가 시간을 팔아 휴가를 즐길 때,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나주연처럼 일을 해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도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아무도 듣지 않는 대사를 내뱉은 나주연은 신문의 구직란을 훑었다. 이상민과의 휴가를 이제 막 끝냈기 때문에 다시 일자리를 알아봐야 했다. 최저시급보다 조금 더 많이 받을 수 있겠지만, ATD 시대에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나주연은 여행사의 구직 광고를 유심히 들여야 봤다. ATD 시대에 여행사는 지지 않는 해와 같은 업종이었다. 시간을 팔고 나온 사람들이 빠지지 않고 하는 일 중의 하나가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여행도 하고 돈도 번다?”

 

  기대와 함께 걱정이 앞섰다. 시간을 판 대가로 여행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본전심리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민도 그랬다. 그냥저냥 눈 감고 넘어갈 일들이었다. 그렇지만, 이상민은 단 한 푼의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손해 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곤 했다.

 

  필리핀의 모알보알에서 그를 처음 만나고, 뭔가 쿨하고 멋진 그를 따라 로컬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마음 한구석에서 두근거리는 마음을 감추고서. 그가 유창한 영어로 주문을 한 후 음식이 나왔는데, 메뉴판의 사진과는 많이 달랐다.

 

  사실, 나도 조금 실망했지만, 점심과 저녁 메뉴는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저 그렇게 지나갈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상민은 달랐다. 웨이터를 부르더니 왜 음식이 사진과 다르고, 메뉴에 적힌 설명과 다르냐며 따지고 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따짐은, 친절한 미소로 서빙을 하던 필리핀 소년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사과에 사과를 거듭한 후에야 끝을 맺었다. 그런 행동이 나주연의 마음속에 아름답게 물든 모알보알의 노을과 이상민을 향한 두근거림에 흠집을 내었다는 사실을 그는 몰랐다.

 
작가의 말
 

 go? s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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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객 19-01-08 05:07
 
go! 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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