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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능력1: 루트
작가 : 작휴
작품등록일 : 2018.11.8

언제나 과거에 사로잡혀있는 당신을 위해 조그만 선물 하나를 준비했습니다. 언제나 당신의 행동과 노력에 따라 변하는 갈대 같은 미래보다 과거가 튼튼하면 미래도 튼튼하다고 생각하여 이 능력을 드립니다.
부디 악용은 하지 말아 주세요.

 
『9』오지랖의 의미는 알 수 없었다
작성일 : 19-01-01 02:23     조회 : 261     추천 : 0     분량 : 4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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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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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헉..."

 

  어둠이 자욱하며 사람과 차가 없어 한적한 거리, 그 거리에는 가로등 몇 개만이 줄지어 어둠과 싸우고, 난 지금 소민을 쫓고 있는 스토커와 싸우고 있다.

 

  "뭐야, 너 약하잖아? 어떻게 처음 한 방을 맞을 수가 있지? 그리고 맞고 나서 나가떨어지다니, 일어설 수 있겠니? 손잡아 줄까?"

 

  날 조롱하며 비웃는 남자.

  그 남자는 장난기를 순식간에 없애고 스텝을 뛰며 자세를 잡았다.

  오른쪽 다리로 큰 궤적을 그리며 공격하는 스토커, 대충 피하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 발차기는 내 왼쪽 목에 제대로 꽂혔고, 그대로 쓰러질 뻔했지만, 정신을 잃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중심과 정신을 꽉 붙들어멨다.

  스토커는 발차기를 날리기 전부터 뛰었던 스텝을 갑자기 멈추고 입을 열었다.

 

  "넌 약해, 확실히 날 이길 수 없어. 그러면서 왜 오지랖이지?"

  "시끄러워... 그렇다면 죽을 수도 있는 사람을 앞에 놔두고 모른 척하라는 거야?!"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왠지 모르겠지만 화난 스토커는 비틀거리는 나에게 한 번 더 발을 휘둘렀다.

  역시 싸움 도중에는 머리를 쓰지 않는 게 제일 좋은 작전인 것 같다. 그저 상황과 의식에 몸을 맡기고 하고 싶은 동작을 시행하면 돼.

 

  "어? 뭐야?"

 

  당황한 스토커, 당연한 일이다.

  그가 휘둘렀던 오른쪽 다리를 내가 잡았으니 말이다.

  상대의 어느 쪽이든 좋으니 다리를 잡았을 경우, 반드시 이기길 수 있는 기술이 있지.

 

  "으아!"

 

  짧은 스토커의 비명.

  난 그의 다리를 잡아당겼고, 동시에 중신인 왼쪽 다리의 오금을 밟았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뒤로 쓰러질 수밖에.

  그는 머리를 땅에 박으며 퍽 소리를 냈다.

  스토커는 아픈 표정을 지었지만 1초만에 분노의 표정으로 탈바꿈했다.

  분노가 확실히 느껴지지만 왠지 웃으며 말하는 스토커.

 

  "너, 생각보다 꽤 하잖아?"

 

  스토커의 손이 검은 바지 뒷주머니로 향했다.

  분명 흉기다, 틀림없이 흉기다. 소민을 죽인 흉기를 저곳에 숨겨놨을 것이고, 이제 그 흉기의 꼭짓점은 나에게로 올 것이다.

  하지만 망설이는 표정을 지으며 아무것도 잡지 않고는, 그저 맨손만 다시 나왔다.

 

  "뭐야, 날 죽이지 않는 거냐? 착한 스토커인지 멍청한 스토커인지, 이 사회에 찌든 스토커인지, 알고 싶다."

  "멋진 스토커 쪽이다. 아마도 너보다 훌륭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싸움을 위해 낮춘 자세를 푸는 스토커.

  나도 덩달아 자세를 풀었지만 경각심은 늦추지 않았다.

 

  "잠깐 궁금한 게 있다. 네가 지키고 싶은 아이, 그 녀석에게 뭔가 있는 거지? 부잣집의 딸인가? 아니면 권력이 높은 부모가 있는 건가?"

  "저기 아저씨, 미안하지만 같아. 부잣집은 권력이 높고 「갑」 입장이고, 권력이 높거나 「갑」 입장은 부잣집이니까 말이야. 이 썩은 사회의 약속을 몰라도 너무 모르네."

  "높게 잡아봤자 고등학생, 넌 어떤 과거를 살았을까. 어떤 과거를 살았길래 이런 가치관을 가지고 있을까."

 

  몸을 낮추는 스토커, 난 잠시 동안만 그를 믿고 자세를 잡지 않았다.

 

  "잠깐 화제가 틀어졌는데, 아까 말하는 걸 들어보니 그 아이의 이름을 모르는 것 같은데. 뭐야 당신? 스토커 맞아? 그냥 변태같이 얼굴만 보고 쫓아다니는 거야? 그럴거면 권력이라든가 돈이라든가 물어볼 필요가 없는데?"

 

  마치 소민이가 자신이 아닌 누군가에게 스토킹 당하는 걸 알고 있다는 듯이.

 

  "그러니까 넌 잘못 알고 있다니까, 말했잖아. 오지랖 좀 그만하라고."

  "그걸 말하라고! 내가 뭘 잘못 알고 있는 건데! 오지랖? 사람을 지키고 싶은 게 오지랖이라고?!"

 

  이성을 제어하지 못하고 내가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점프해서 주먹으로 그의 얼굴을 치려 했지만.

 

  "큭..."

 

  그의 긴 팔로 인해 내 목이 졸리게 되었다.

  힘도 어지간히 세야지, 맨투맨으로 가릴 수 없는 근육들의 진정한 힘이 내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그의 손은 큰 아나콘다처럼, 간사하며, 교활하게 내 목을 점점 세게 조이고 있었다.

  조금의 산소라도 얻고 싶어서 목을 들어 올렸지만 들어오는 산소는 하나도 없었고, 점점 좁아지는 기도와 시아, 게다가 눈물이 앞을 가렸다.

  팔은 뻗어도 닿지 않는 게 현실, 힘도, 스피드도, 판단력도, 이성 제어 능력도, 전투 센스도 압도적으로 내가 밀린다.

  이쯤되면 왜 이런 녀석이 스토커 짓을 하고 있는지 의문뿐이다.

  그래도, 죽기 전에 시원하게 모든 걸 해보자는 내 좌우명이 생각났다.

  최후의 발악이라도 해보고 죽는 게 낫지, 그래놓고 죽으면 꼴보기 싫지만, 그것도 하지 않고 죽으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죽는 것과 동일하다고 봐도 된다.

  죽어도 나로서 죽고 싶다.

 

  "후..."

 

  입안에 있는 남은 산소를 전부 뱉어 마지막일 수도 있는 일격을 가했다.

  이걸로, 나로서 죽는 게 가능해졌다.

 

  『퍽』

 

  한적한 거리를 울리는 폭력의 소음, 그 소음은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어느 누군가에게는 절망이 된다.

  미세하게 들어오는 공기, 넓혀지는 시아, 떨어져가는 전신.

  아마도 성공했나보다, 내 최후의 발악이 말이다.

 

  "아악!"

 

  성공은 했지만 마무리가 영 좋지 않았다.

  등으로 떨어져서 일어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며, 지금은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관자놀이를 맞은 스토커도 쉽게 움직이지 못하고 비틀거리고 있다.

  우리의 모습을 보면 한숨이 나올 정도, 개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안 봐줘... 방해하는 녀석은 확실히 처리해주지... 아니다, 그냥..."

 

  갑자기 내 쪽으로 뛰어서 누워있는 나를 제친 뒤 계속 달리는 스토커, 한편으로는 의아했지만 한편으로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야!!! 거기 서!!!"

 

  날 버리고 곧장 소민에게 달려갈 속셈인 스토커. 확실하게 무서우며 미쳤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난 죽을 힘을 다해 달렸고.

 

  "저리 꺼져 망할 고딩! 달리기는 왜 이렇게 빠른 거야?!"

 

  겨우 스토커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잡았다기보다는 덮쳤다는 게 더욱 어울리는 표현이지.

 

  "악!"

 

  난 스토커 위에 앉아 그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 계속 때렸다.

 

  "이 무서운 자식! 나랑 싸워! 그냥 나를 죽여! 왜 굳이 힘도 없는 여자를 괴롭히는 거야! 왜 아무런 죄도 없는 여자를 죽이는 거야!"

 

  죄를 지어도 죽이는 건 안 되지만, 상대가 하찮은 스토커이기에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내가 언제 괴롭혔다고! 내가 언제 죽였는데! 이럴 시간이 없어, 제발 날 보내줘!"

 

  마스크에 가려진 입이 헛소리 같은 발언을, 목적에 찌든 눈이 거짓을, 행동 하나하나가 위험천만한 몸이 교활을.

 

  "거짓말하지 마! 넌 그 여자아이를 죽일 거잖아! 절대 안 보내줘! 차라리 날 죽여!"

  "자꾸 그렇게 방해하면... 진짜 찌른다!"

 

  이때 알았어야 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스토커와 싸운 순간부터 알았어야 했다.

  -이 스토커는 -날 봐주고 있었다는 것을.

 

  "아악!"

 

  지금 내 왼쪽 옆구리에는 스토커가 찌른 송곳이 그대로 꽂혀있다.

 

  "으아아악!!!"

 

  비명밖에 이 고통을 설명할 수 없으며, 이 상처의 깊이는 내 눈물의 길이가, 이 상처의 온도는 새어 나오는 피의 양이 설명해준다.

  숨을 쉴 때마다 욱신거리며 고통의 강도는 더욱 거세져만 가 빨리 죽는 걸 택하고 싶었고, 유혈은 벌써 내 손과 송곳의 면적 전체를 붉게 물들였다.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고통에 몸부림치는 날 밀어내는 스토커, 그는 숨을 고르며 말한다.

 

  "아프니? 그럼 빼줄게."

  "으아아!!!"

 

  송곳의 손잡이를 어루만지고 더욱 깊숙이 찌르는 스토커, 게다가 표정은 무표정에 살기가 숨겨져 있었다.

  허언은 아니었는지 깊숙이 박힌 송곳을 천천히 뺀다.

 

  "아... 아..."

 

  입술이 파르르 떨리며, 눈은 초점을 잃은지 오래, 서서히 펼쳐지는 주마등에 난 식은땀만 흘렸고, 고통은 점점 잦아들며 그렇게 정신을 잃어갔다.

 

  소민이를 구하고 싶었다, 누구보다 소중했으니까- 내가 죽은 이유를 논하라 한다면 난 이렇게 단정 지을 수 있다.

  그저 도구로써라도 날 필요로 해줬으니까- 이것이 그녀가 누구보다도 소중한 이유, 내 존재의 가치.

  이것이 내 운명이라면 "그저 결말이 안 좋은 한 사람에 불과하구나."라고 한숨을 쉬며, 또 어느 의미로 해석했다면 미소를 짓고, 내가 주인공이었던 나만의 인생을 되돌아 볼 것이다.

  한『恨』 없이 살고 싶었던 내 인생이 드디어 막을 내리는구나, 생각해 보니 내 한『恨』이 뭐였더라, 역시 이 사회였으려나.

  이 사회의 변화를 위해 살아가려고 했지만... 결국 눈총 받기 싫어서 사회에 녹아들었고, 이제 생각해보니 비열하고 지질하게 배신이나 하려고 했던 셈이네.

  그리고 아버지, 아버지를 한 번만 더 만나고 싶다.

  아직 사과를 못 했잖아... 이게 한이 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된다면 아버지를 한 번 더 만나서 제대로 대화하고, 제대로 사과해서, 맛있는 저녁을 같이 먹고 싶네.

  아, 생각해보니까 이대로 죽는다면 난 장례식때 효민의 눈물을 볼 수 없겠구나.

  관계가 좋지 않게 오늘이 끝나면, 내일 치러질 장례식에서 효민은 울지 않겠구나.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생각하기도 싫었으며 동시에 알고 싶지도 않은 사실, 현실이기도 하다.

  내일- 만약 내일이라는 게 온다면 소민은 죽지 않는 게 된다. 내가 여태까지 시간을 번 효과가 있었다고 판단해도 결코 거짓이 아니라는 말이다.

 

  어차피 마지막인데, 어디서 죽었는지 묘사쯤은 해야 할 것 아닌가. 일해라 작가야.

  난 눈을 뜨고 거리의 풍경을 바라봤다.

  안 된다, 스토커의 동향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아.

  소민이가 있는 쪽으로 가려나, 소민이는 잘 도망쳤으려나, 설령 스토커가 지금 뛴다고 해서 소민이가 잡히려나, 그냥 죽기 싫어, 살아서 소민이의 생사를 확인하고 싶어.

  죽기 싫어. 무서워. 지금 장난치는 거지, 이 감각 뭐야, 정신 차려 바보같은 뇌야, 똑바로 앞을 보라고!

  보이는 건 스토커의 넓은 등과 큰 걸음걸이뿐. 더 이상의 것들은 눈에 익지도 들어오려고 하지도 않는다.

 

  『펑』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검은 물체가 하늘에서 내려와 스토커를 거리 끝 쪽 풀숲에 날려버린 일이.

  피부는 너무나도 창백해서 건강이 걱정될 정도의 백색『白色』, 생기가 없는 검은 눈동자, 덥수룩한 흑발에, 지나치게 긴 두 개의 송곳니, 등에 달린 날개는 박쥐의 날개와 동일하지만 크기는 월등히 컸다.

  이상한 녀석이다.

 
작가의 말
 

 재미있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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