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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로즈 앤 스노우
작가 : 쿠페
작품등록일 : 2018.12.31

옛 동료들에게 쫓기게 된 두 킬러의 이야기

 
10
작성일 : 18-12-31 23:55     조회 : 268     추천 : 0     분량 : 4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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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작 눈치 챘어야 했는데. 후앙이 진입하고 네가 퇴로에 덫을 놓는다. 그게 너희의 기본적인 전략이었지. 후앙 그 자식 진짜로 교활해졌잖아? 비밀통로가 있는 걸 알았으면서 그렇게 시치미를 뚝 뗐단 말이야?”

  “제 전략이라고 해주세요, 선배. 제 전략. 그 사람이 어디 그런 걸 생각할 사람인가요? 후앙 씨는 이런 통로 같은 게 있는 줄도 몰랐어요. 아마 정말로 맨몸으로 선배와 블랑코 씨를 두들겨 패서 데려가려고 했을 걸요? 심지어 단기로 돌입하려는 걸 간신히 말렸으니까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스쿼드의 백업도 없이 혼자 당신들 앞에 섰을 거예요.”

  “그 녀석이라면 그러고도 남지.”

  마론의 입에 맺혀있던 미소와 닮은 것이 로제의 입가에도 번졌다. 하지만 그것은 생겨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곧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나를 죽일 거야?”

  “아뇨. 생포할 겁니다. 하지만 멀쩡히 데려갈 생각은 처음부터 없어요. 조직도 그럴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을 거고. 상처 입히지 말고 데려오란 말은 없었거든요. 팔다리 수가 좀 모자라더라도 최종적으론 듣고 답할 수 있으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는 거겠죠.”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입매를 늘어뜨리던 마론은 분위기를 바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임무랑은 별개로 선배와 만나고 싶었던 건 사실이에요. 후앙 씨는 선배랑 다르게 도무지 붙임성이란 게 없거든요. 맡은 일이야 깔끔하게 처리하는 사람이지만, 인간관계란 게 업무 성과가 전부는 아니잖아요?

  한 번은 밥을 먹는데 프로틴 바를 잘게 갈아서 비타민 음료에 섞어서 들이키더라니까요. 그냥 그게 더 효율적이라는 이유로요. 믿어져요? 효율적이래요! 뭐 그런 사람이 다 있담. 그 사람은 아마 죽기 전에도 엄격한 얼굴로 말할 거예요. ‘이미 급소를 맞았으니 불필요한 사격은 삼가시오. 총알 낭비요.’”

  로제가 신경질적인 웃음을 터뜨리지 않은 건 오로지 그 농담의 당사자가 하나뿐인 가족과 목숨을 건 싸움을 벌이고 있고 유일한 아군도 강철 와이어에 꽁꽁 묶여있는 우울한 상황 때문이었다.

  마론은 그런 로제를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그에 비해서 선배는 항상 갈구긴 했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썩 괜찮은 파트너였어요. 맘 같아선 후앙 씨와 정리하고 다시 선배와 일하고 싶을 정도로.

  그래서 선배가 블랑코 씨와 파트너가 된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유감스러웠어요. 그 사람 사내에서 유명하잖아요? 별명이 아마… 파트너 킬러였나?”

  “…….”

  그건 조직에서 떠돌던 블랑코의 별명이었다. 파트너가 사망하는 위험한 임무에도 끝내 자신만은 살아남는 블랑코에 대한 경외와 비아냥이 담긴 이름이었다. 실제로 블랑코는 몇 번이나 파트너의 사망에 의한 인사교체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 로제 역시 블랑코와 파트너를 맺는다고 들었을 때 그 소문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은 소문이 들어맞았네요. 또 한 번 블랑코 씨의 파트너가 이렇게 죽을 운명에 처하게 됐으니까요. 선배는 거절해야 했어요. 그 자리는 악운이 가득한 자리라니까요. 뭐, 그것도 블랑코 씨 본인이 죽게 되면 끝나는 일이니 이번이 마지막이겠지만.”

  로제는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말을 했다.

  “비켜 마론. 너와 싸우고 싶지 않아.”

  마론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지 마세요 선배. 이제 좀 후배를 인정해 줄 때도 되지 않았나요? 그렇지 않으면 저 아직도 그렇게까지 반편이로 보여요? 정 때문에 타겟을 눈앞에서 보내줄 만큼?”

  “네 목숨이 아까울 뿐이야. 네 실력으로 나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 파트너이던 시절에 너는 나를 한 번도 이겨본 적 없을 텐데?”

  “뻔한 허세는 그만두세요. 내가 과소평가 받을 때는 아무 것도 없는 개활지에서 적과 조우했을 때지 충분한 시간 동안 함정을 설치한 공간에 적을 끌어들였을 때가 아니에요. 특히나 이런 제한된 공간이라면 1개 대대가 와도 반시간 안에 전멸시킬 수 있어요. 선배 같은 비전투 요원이 상대라면 더 짧아지겠죠.”

  로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론의 말은 틀린 게 없었다. 마론은 로제와 같은 비전투 요원이었다. 하지만 독과 화학약품에 대한 지식을 사용해 타겟을 독살시키기를 즐기는 로제와 달리 마론은 함정과 기계장치의 대가였다. 아무 것도 없는 평지에선 마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총을 쏘며 도망치는 것밖에 없지만 그가 사전에 트랩을 설치해둔 곳이 전장이 된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도망칠수록 거미줄에 걸린 나비처럼 스스로를 옭아매다가 결국 그의 트랩에 빠져 살해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성능은 방금 뼈저리게 확인했다. 로제는 저도 모르게 블랑코가 있는 쪽으로 눈을 돌렸다. 마론도 그 시선을 의식했는지 그쪽을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그쪽에 있는 게 그 유명한 블랑코 씨겠군요. 악명에 비해 너무 시시하게 잡힌 거 아닙니까? 제 장치에 걸리고도 살아계신 건 인정하지만요. 어, 그러고 보니 어떻게 살아계신 겁니까?! 그거 포획용이 아니라 전술용이었는데요?”

  블랑코는 뭔가 대답하려 했지만 강화 와이어에 의해 압박되는 상태에선 말하는 것조차 자유롭지 않았다. 두부에 장착한 바이저를 조작한 마론은 그가 하려 했던 말을 짐작했다.

  “케블라… 아니, 그래핀 소재인가? 그렇군요. 재밌는 옷을 입고 계시네요. 그래도 압력 때문에 내부에서부터 터져 죽었어야 정상인데……. 소문도 가끔은 믿어볼만 한 거군요. 터무니없는 피지컬이에요.”

  마론이 다시 로제를 바라보고 말했다.

  “인정할게요. 선배의 파트너는 괴물이에요. 저 사람과 선배가 같이 덤볐다면 제 공간에 있어도 제가 졌을지도 모르겠어요.”

  로제는 그 뒤에 있을 말을 짐작했다. 마론도 그녀가 그러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일에서 ‘만약에’라는 말이 얼마나 의미 없는 말인지 선배도 잘 알고 있죠? 선배가 내게 알려준 거잖아요. 결과적으로 살아남는 게 누구냐. 중요한 건 그것뿐이라고. 선배는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해야 했어요. 이렇게 되지 않아도 될 기회가 여러 번 있었을 거라고요. 하지만 결국 이게 결과예요 선배. 전 살아남을 거고, 선배는 죽을 겁니다.”

  말을 마친 마론이 우지 기관단총을 들어 오수에 가라앉은 발광스틱을 향해 갈겼다. 박살난 발광스틱에서 흘러나온 용매는 곧 빛을 잃고 희미해졌다. 지하도에는 완전한 어둠이 내려앉았고 그와 함께 마론이 잠기듯이 사라져갔다. 로제는 반사적으로 총을 뽑아 쐈지만 맞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마론의 목소리가 어지럽게 메아리쳤다.

  “걱정 마세요. 지금 당장 죽이지는 않을 거니까. 조직이 원하는 건 선배의 목숨이 아니에요. 선배가 알고 있는 무언가죠.”

  로제는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향해 닥치는 대로 총을 발사했다. 총성과 섬광이 감각을 뒤흔들었지만 어지러운 그 감각 속에서 마론은 발견되지 않았다. 대신 그의 목소리가 또 한 번 들려왔다.

  “하지만 조직으로 데려가려면 일단은 몇 가지 조치를 취해야겠네요.”

  드르륵!

  “꺄악!”

  어둠 속에서 우지가 번쩍였다. 그와 동시에 로제는 팔에 불에 덴 듯한 통증을 느꼈다. 어둠을 뚫고 날아온 총알은 그녀가 든 총을 팔째로 꿰뚫었다. 권총은 저 멀리 어둠 속으로 날아갔고 오른팔은 눈으로 확인할 순 없었지만 당분간 제 기능을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미안해요 선배. 원래는 총만 맞추고 싶었는데. 역시 시리브린니 씨나 모나스코 씨 같은 사람이 아니면 그런 묘기는 쉽게 할 수 없나 봐요.”

  피 흘리는 오른팔을 감싸 쥐며 로제가 입술을 깨물었다. 총만 맞추고 싶었다고? 마론의 사격은 빛이 완전히 차단된 통로에서, 그것도 정확도보다는 연사력이 우선되는 기관단총을 쏘는 것치고 놀랄 정도로 정확했다. 로제는 앞서 이름이 거론된 두 킬러를 데려다 놓아도 시야가 차단된 상황에서 이런 정밀도를 보일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그리고 로제가 알기로 마론은 그 정도로 총을 잘 쏘는 킬러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답은 명백했다. 로제가 어둠을 향해 물었다.

  “그 바이저, 나이트 비전이군?”

  “정확히는 써멀비전이에요. 나이트 비전은 섬광에 너무 약해서 취향에 안 맞더라구요.”

  마론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로제가 뭔가를 내던지고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의 반대쪽으로 내달렸다. 쫓으려 했던 마론은 로제가 던진 물체가 떨어진 지점에서 기체가 발생하는 것을 보고 표정을 굳히며 호흡기를 가리고 물러섰다. 현명한 판단이었다. 로제가 던진 것은 약간의 용매와 함께 캡슐화 시킨 시안화나트륨이었다. 그대로 로제를 쫓았더라면 수 분도 지나지 않아 의식이 흐려지며 온몸의 세포가 파괴되었을 것이다. 마론이 착용한 최신형 써멀비전이 본래 무색인 시안화수소 가스의 온도를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판단이기도 했다.

  로제는 벽을 더듬으며 닥치는 대로 달렸다. 그러나 무작정 달린 것은 아니었다. 이곳으로 오던 길에 모퉁이가 있던 것을 기억해낸 로제는 몇 번이고 넘어져가며 그곳을 향했다. 이윽고 모퉁이에 도달한 로제는 거친 동작으로 골목에 파고들었다. 벽에 몸을 붙이고 주저앉은 로제는 그제야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이런 어둠 속에서 써멀비전 같은 걸 사용하는 상대와 맞서 싸우는 건 자살행위다. 시각을 사용할 수 없다는 리스크는 단순히 불편하다 정도로 끝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인간은 감각의 90퍼센트 이상을 시각에 의존하는 생물이었고 로제도 예외는 아니었다. 로제는 상황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론은 철저하게 준비해왔다. 어둠 속에서 시력을 잃고 무력해진 상대를 자유자재로 조종해 파멸로 몰아넣을 셈이었다.

  하지만 상대방도 자신을 볼 수 없다면 당장은 어찌할 수 없으리라. 시안화수소가 잠시 동안은 시간을 벌어줄 것이다. 그 동안 대책을 만들어야 했다. 머리를 식힌 로제는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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