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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라뷔린투스
작가 : Elcaminosolo
작품등록일 : 2018.12.31

‘스텔’ 이라는 힘을 가진 ‘스텔라’들이 존재하는 세계이다. 스텔은 대기 중의 에너지이며 무형이기 때문에 매개체를 써야 실체화된다. 이 힘을 다루는 자를 ‘스텔라’ 라고 부른다.

에펜슐렌 대륙 중부에 위치하는 국가 브리티아에서는 에드워드 왕태자가 그의 아버지인 클레이안 왕을 시해한 반역자로 처형되었다. 그에 따라 빈 왕좌와 주인을 잃은 왕관은 자연스럽게 왕의 둘째 아들이자 왕태자의 이복동생 에렌 왕자에게 넘어간다.
하지만 이는 상징적인 것 일뿐, 에렌 왕자의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그의 모후가 되는 헤스데아가 섭정후로 등극하였고, 브리티아는 그녀의 통치 아래 놓이게 된다.

에렌은 자신의 의지 하에 선택을 해 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그의 인생을 재단하는 것은 늘 그의 어머니 헤스데아 섭정후였다. 거짓 왕의 자리에 앉아 어머니와 그에 관련된 신하들 사이에서 놀아나는 것에 분노를 느끼던 나날 중, 우연히 카드 한 장을 발견하게 된다.

그 카드는 이복형이자 실각한 에드워드 왕태자에게 자신이 그려줬던 카드였다. 이 카드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왕태자와 자신뿐이었다. 평소 시해 사건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던 에렌은 이 카드의 끝에 닿으면 왕태자의 진실을 알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뒤를 쫓는다.

카드의 행방을 쫓으면 쫓을수록 에렌은 목적이 같은 자들과 방해하는 자들을 만나게 된다.
먼저, 목적이 같은 자들은 리안, 에녹, 로렌이다.
리안은 살인사건의 피해자 중에 과거 자신의 부하와 같은 방법으로 죽은 애나의 자취를 쫓던 중 비밀 클럽에서 에렌과 만나게 되고, 그 후 정보를 공유하며 협력하게 된다.
에녹은 에렌과 악연으로 처음 만났으나 같이 비밀 클럽의 폭발을 피하려다 헤르뮌 대공(자연을 다스릴 정도로 대단했던 브리티아 역사 속에 기록된 스텔라)이 만든 지하에 휩쓸려 그 곳을 빠져나오면서 친해지게 된다. 에렌 때문에 감옥에도 가고, 에렌의 적들과의 거래로 검투대회에 나가는 등 갖은 고생을 겪지만 위험한 순간마다 에렌이 구해준다.
로렌은 자신을 저주받은 자라고 말할 뿐, 그 카드와 카드판을 없애려고 에렌과 협력하게 된다.

그리고 방해하는 자들은 제이드, 검은 남자이다.
제이드는 처음에는 자신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남을 조종하여 에렌을 곤경에 빠뜨리지만 막판에는 그의 정체와 함께 용족과 하늘사람이라고 불렀던 종족들이 무엇인지 드러난다. 검은 남자는 사건 사고가 있는 곳마다(처음엔 비밀 클럽의 폭발 사고에서) 에렌과 마주치는데 후에 제이드와 같이 정체가 드러나며 국왕 시해사건의 전말이 드러난다.

이외에도 카드와 카드판으로 용족과 하늘사람들의 힘을 갖기 위해 네르센과 일로이드가 끼어들고, 나중에는 전쟁으로 치닫게 된다

 
#13 (저주받은 자와 방랑하는 자2)
작성일 : 18-12-31 23:42     조회 : 238     추천 : 0     분량 : 9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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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녹은 방으로 향하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라키아의 성격 일부를 수정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어쨌든 앞으로 몇 년 더 그와 더 붙어있어야 하니 그가 피해야할 행동들을 알아두는 것이 순탄한 앞날을 예고하는 것 일테니 말이다)

 

 라키아는 식사를 하는 도중 말을 하고 싶으면 자신의 입에 음식물이 담겨 있든 없든 말을 먼저 뱉고 보는 경향이 있어서 에녹은 그것이 그냥 늘 그가 그보다 윗사람과 식사할 기회가 적어서 기본적인 예의를 지킬 생각을 못하나 보다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그의 착각이었다.

 

 에녹에게 현재 라키아 라는 존재는 자신보다 손윗사람인 것과 더불어 상위 계급의 존재이지만 이곳에서는 표면적으로 삼촌이라는 존재인데 다행히도 라키아 본인 자신도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식사 위에서 질문을 쏟아내는 데 기본적인 식사 예의를 지키며 행동했으니 다행히도 그의 삼촌은(겉으로는) 상황에 따라 대처하는 능력이 조금이나마 갖춰져 있다는 것에 에녹은 안도했다. (수도에 있으면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에녹은 늘 고심이 많다)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어둠이 집안 내부에 전체적으로 내려앉아 가뜩이나 어두운 그림자를 더 어둡게 만들었다. 에녹은 필요한 곳에만 켜진 불빛에 의존하여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위층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가기 위해 밝을 때 보았던 반질반질 했던 계단을 거의 올랐을 때였다.

 

 탁

 

 에녹은 그 소리를 듣고 처음에는 바벤을 찾아온 갑작스런 방문객이 이제 돌아가나 생각했다. 하지만 바벤의 성품으로 보아 손님되는 사람을 이렇게 배웅도 없이 저 혼자 가버리게 내버려 두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되어 계단 아래 문 근처를 내려다보았다.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가 나간 것이 아니고 들어왔는지 문 근처 어둠 속에서 더 짙은 색의 인영이 보였다.

 

 인영은 이 집에 처음 들어온 사람 같지 않았다. 그는 들어와서 문 근처에서 조금 더듬거리기는 했지만 불빛을 어디서 찾아야하는지 정확히 알고 움직여 나갔다.

 

 그가 움직여 가져온 불빛에 정확히는 그들의 얼굴이 보였다. 문을 통해 들어온 사람은 정확히 둘이었다. 어두워 에녹의 눈에는 덩치가 큰 하나의 인영으로 보였던 것이었다.

 

 두 명의 공통점이라면 같은 모양의 재킷, 조끼, 셔츠, 그리고 언뜻 보이는 잎으로 만들어진 왕관 문양에서 에녹은 수도의 명문학교 체라노플 학생임을 알 수 있었다.

 

 차이점은 둘은 성별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불빛을 들고 앞으로 이끄는 이는 남학생, 그 뒤를 따라 가는 이는 앞의 남학생보다 골격이 작고 얇았으며 무엇보다도 하의를 치마로 입고 있어 에녹은 그가 여학생임을 알 수 있었다. 또 굳이 특이점이라면 여학생은 안경을 쓰고 있다는 정도였다.

 

 에녹은 그들을 보면서 아까 식사 시간에 얘기했던 바벤의 아들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문을 어떠한 저항 없이 열고 들어온 것 하며, 어둠 속에서 사물의 정확한 위치를 알고 행동하는 것 하며 이 집과 친숙한 자 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바벤이 자식은 아직 배움이 많이 필요해서 학교를 다니는 남자애가 하나가 있다고 했으니 틀림없이 그 일 것이다.

 

 그런데 그가 알기론 그 곳은 기숙학교이다.(대부분의 명문 학교들은 기숙학교이다)

 기숙사에 있던 도서관에 있던 교내에 있어야 할 학생 둘이 이 애매한 시간에(이르지도 않고 하지만 그렇다고 엄청 늦은 시간도 아닌) 집에 오다니. 물론 학교에서 집이 가까워 집에 올 수는 있다. 하지만 혼자도 아닌 친구와(그것도 이성친구와) 들어온 것에 에녹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품에 두꺼운 책들을 각자 껴안고 있는 것을 보니 수업관련해서 방문한 거 같았다.

 

 에녹이 고민하는 사이에 둘은 홀을 가로질러 남학생의 방이나 1층에 책들을 모아놓은 서재로 가는 듯했다. 그들은 곧 에녹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들은 그저 목적이 있어 자신의 집을 자기 발로 찾은 것뿐이고 자신이야말로 이 집의 침입자 일 텐데 더 이상 상관하지 말자는 생각에 에녹도 계단 밑에서 시선을 떼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탈칵

 

 에녹의 귀로 뒤에 있던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닫힌 문을 뒤로 하고 방 안으로 들어선 에녹은 문득 아까와 달리 미량의 차가운 공기가 섞여 그의 피부에 닿는다는 것이 느껴졌다. 아까 방에 오자마자 수도에 있는 집들은 무슨 풍경을 보고 사나 궁금해 창문을 열어 봤던 것이 기억이 났다. 설마 저도 모르게 문을 닫지 않았나 싶어 에녹은 창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겉으로 봤을 땐 창문은 닫혀있었다. 에녹은 문을 닫을 때 딱 창문의 모양에 일치하게 닫지 않고 엇갈리게 닫아서 바깥바람이 들어오나 싶어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 잘 닫혔나 확인 차 잠금을 하고 창문을 흔들어 확인했다.

 

 개인적으로는 문도 완벽히 잘 닫고 나간 것 같은데… 라고 에녹은 생각했지만 수도에서 부유한 집의 창문은 처음 겪어보는 것이니 자신이 자각하지 못한 실수를 했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잠금을 확인하고 뒤를 돌려 할 때였다.

 

 “넌 누구지?”

 

 에녹은 그가 말한 것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는 것을 자신의 턱 밑에 닿은 달빛에 반사되어 은빛이 나는 칼날을 확인하고서야 알았다. 창문에 비친 침입자는 그보다 한참 키가 컸다. 어둠 속에서 침입자는 당연히 검은 옷을 입고 있었고, 목소리에서 뭔가 막힌 듯한 소리가 들린다 싶었는데 복면을 하고 있었다. 머리도 흔한 짙은 갈색이나 남색 혹은 검정색 계열의 짙은 머리 색깔인지 어둠 속에 잘 어우러져 분간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도둑이라 생각했지만 ‘돈은 어디 있지?’ 이런 종류의 말로 협박한 것이 아니었고, 침엽수를 떠올리게 하는 그의 체취에서 도둑은 아닐 거라고 에녹은 생각했다. 이 자의 목적은 뭐지 고민하고 있을 때 다시 침입자가 말했다.

 

 “넌 누구냐. 왜 이 곳에 들어온 거지?”

 칼날은 더욱 에녹 쪽으로 다가왔다. 에녹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이...에녹 패트릭입니다. 왕의.. 왕의 탄신일을 맞아 삼촌과 함께 수도를 구경하러 왔습니다.”

 

 “…”

 

 침입자는 에녹의 대답에 아무 말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너무 식상한 대답이라 놀라서 아무 말도 못하는 건가 아니면 다음 질문을 생각하고 있는 건가 이럴 때 소리라도 쳐야할까 침입자를 밀치고 문으로 뛰어갈 수 있을까 등등 에녹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다치지 않고 잘 넘어갈 수 있는 방법들로 뒤죽박죽이었다.

 

 그 때 침입자가 다시 말했다.

 “우선, 넌 네 나이 또래 비해 성숙한 것인지 아니면 겁이 없는 것인지 여기에서 무사히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아니면 믿을 만한 무언가가 있다던가…”

 

 그러면서 침입자는 갑자기 에녹의 오른손을 잡았다. 그러다 그가 찾던 것이 아닌지 에녹의 오른손을 놓고 다시 반대편 왼손을 잡았다.

 “손에 박힌 굳은살로 보아 넌 검을 좀 쓸 줄 알겠군. 아니면 스텔라 일 수도 있고.”

 

 에녹은 자신도 예상치 못했던 침입자의 대답에 보이지 않는 송곳이 자신의 몸속에 훅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당황했단 것을 예리한 침입자가 알아채지 못할 리가 없다고 에녹은 생각했다.

 

 “네가 지금 입고 있는 옷은 많이 쓸리고 헤져서 값비싼 옷이 아닌 걸로 착각하기 쉬운데, 이 직물은 대륙 내 왕가와 고위 귀족들에게 주로 납품되며, 그 이외의 사람이 얻기 위해서는 이것을 만든 자와 친분이 불가결하지. 난 이 옷을 만든 자를 알고 있으니, 넌 아르덴에서 왔거나 아님 그곳을 다른 곳보다는 오래 머물 것이라는 알 수 있지.”

 

 침입자는 저 나름대로 결론을 지은 것인지 혼잣말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스텔라에 이 옷을 걸친 자라니 같은 스텔라 라고 해도 좀 꺼려지는군.”

 

 “…”

 에녹도 그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고 있다. 이 옷이 값비싼 이유는 실용적인 부분과 미적인 부분 둘 다를 만족시키기 때문이다.

 

 아르덴에 위치한 공방에서 만들어내는 옷으로, 한 옷을 만들 때 여러 스텔라들이 달라붙어 올 사이사이 마다 스텔을 담는다.(옷감 자체가 특수하기 때문에 스텔이 그 안에 담긴다)

 여기에 참여하는 스텔라들은 기본적으로 스텔을 운용하는데 매우 능숙하며, 도제 수습 기간도 약 10년 이상의 실력자들이다.

 

 스텔은 많은 쪽이 적은 쪽의 스텔을 흡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많은 스텔을 담고 있는 옷일수록 내구성과 방어능력이 증가한다. 그래서 한 옷에 얼마나 많은 스텔라들이 참여했고, 얼마만큼의 스텔을 옷 안에 촘촘하게 많이 담는지에 따라 그 가격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뿐만 아니라 기능적인 면 이외에도 미적인 면도 신경 쓰고 있다. 디자인에 대한 전문가가 투입되어 다양하고 독자적인 디자인과 스타일로 평상복도 가볍고 유행에 맞게 제작하고 있다.

 

 “아, 그리고 네가 들어오기 전에 네 가방을 좀 뒤져봤지. 명색이 도둑인데 방을 좀 뒤적이는 거 당연하지 않나?”

 

 “…”

 에녹은 그가 말하는 ‘도둑’이 물질적으로 무언가 훔치려는 도둑이라기보다는 그가 원하고자 하는 것만을 훔치려는 괴도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통행증의 국적을 보니 넌 아르덴 출신이더군. 아르덴 신분증도 있고. 근데…”

 

 에녹은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예상이 되지 않아 잠자코 있었다.

 “아르덴에서 자신의 시민에게 발급해주는 신분증은 보통 검정색에 아르덴을 상징하는 탑과 글라디올러스 꽃이 노란색으로 수놓아져 있지. 하지만 넌 남색이더군. 남색은 아르덴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에게 주는 것이 아닌 귀화를 신청한 자 중, 특히 망명한 자에게 주는 신분증이지.

 근 20년 사이에 망명한 자라면, 네르센의 에르반트 선제후에게 밑 보인 제후 및 황족, 일로이드의 왕당파 귀족, 레비시안의 왕족?“

 

 “…”

 

 “흠, 이것도 아닌가? 아니면 브리티아? 브리티아라면 검은 유니콘을 지지했던 귀족?”

 

 “…”

 

 “아! 브리티아 내에서 시끄러운 곳이 하나 더 있지. 돈이 적어도 조용할 날 없지만 많아도 조용할 날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남부 아그리젠. 남부에서의 신은 레테나퀴스도 아니고 유니콘도 아닌 돈을 손에 쥐고 있는 헤브레샤 라지? 그 쪽에서 쫓겨난 가문인가?”

 

 브리티아 남부, 아그리젠은 바다와 무역의 도시답게 배의 안전 기원을 위해 바다 여신, 헤브레샤를 모신다. 상체는 사람의 몸체에 하체는 물고기 비늘을 한 인어모습을 한 아그리젠을 수호하는 여신이다.

 

 아그리젠은 해상무역으로 많은 이득을 얻어 쌓은 부로 또 다른 곳에 투자를 해서 더 많은 돈을 낳았고, 그 냄새를 맡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사람들이 모여 들면서 그 곳의 기류를 타지 못하거나 경쟁에서 패한 많은 중‧소 귀족들은 몰락하였고, 유서 깊은 몇몇 가문의 대귀족들만이 상인들을 중재하거나 심판하는 역할을 도맡아 하겠다 하여 명목상의 신분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이곳에서는 높은 지위도 두꺼운 족보도 뛰어난 능력도 아무 소용이 없다. 더 많이 가진 자가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이다.

 따라서 브리티아 내에서 유일하게 독특한 구조로 이루어져있다.

 보통 브리티아의 지방귀족이 세금을 걷어 수도로 보내는 반면, 아그리젠은 수도에서 파견된 지방관이 아그리젠의 상인연합이 걷은 세금을 수도로 보낸다.

 

 세율도 다른 지역보다는 약간 높은 편이라, 그들은 자신들이 브리티아 전체를 먹여 살리고 있다며 불평하기도 한다. 하지만 마냥 불평하기도 뭐한 것은 높은 세율의 혜택으로 상인연합에 등록된 상인들은 수도의 중‧소 귀족들만큼의 사병수를 거느릴 수 있었기 때문에 돈 낸 만큼 권리를 다 누리고 있는 그들의 말은 수도의 중앙귀족과 왕족들에겐 그저 배부른 소리였다.

 

 이 연합은 그들의 상징으로 헤브레샤를 사용하고 있는데, 아그리젠의 실질적 권력과 돈을 쥐고 있어 이들 연합을 돈을 손에 쥐고 있는 헤브레샤 라고 칭하기도 한다.

 

 “…”

 에녹은 그가 일개 괴도라 칭하기에는 대륙 내 정세를 너무 잘 안다고 생각했다. 이 자가 진정 훔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지 갑자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아 꼭 답을 얘기해주지 않아도 좋아. 그냥 너에 대해서 내가 일부러 알아내기 위해서 막 뒤졌던 게 아니라 정말 우연한 계기로 네가 누구인지 찾아본 것뿐이니까.”

 

 “?”

 에녹은 그의 말에서 궁금증이 일었다. 어떠한 계기로 그가 나에 대해서 알아볼 마음이 생긴 것인지. 자신은 그를 우연히 만난 적이 있는데 기억을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가 찾는 무언가에서 뻗어 나온 가지 중 하나가 ‘나’ 인 것인가.

 

 그렇게 이것저것 떠올리며 허공을 헤매던 에녹의 눈이 창문에 비친 침입자의 눈과 마주쳤다. 침입자의 눈동자도 그의 머리처럼 짙은 색 아니면 무채색 계열인지 어둠 속에서 까맣게 만 보였다.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하지만 조그만 머리를 엄청 굴리고 있다는 건 이미 얼굴에 다 보인다고. 내가 널 스텔라 라고 했을 때, 너도 모르게 미세하게 위·아래로 동공이 흔들렸을 때부터 넌 이미 패를 다 보인 거나 마찬가지야. 그리고 한 곳만 보고 있는 횟수도 많고, 굳어져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거 하며. 아, 근데 이건 어찌 보면 현명하겠군. 괜히 아무 말 지껄이다가 자기 말에 자기가 넘어지는 수가 있으니.”

 

 침입자는 쿡쿡 저 혼자 웃더니 말했다.

 “앞으로 거짓말 칠 때, 그거 조심하라고 얘기 해주는 거야. 성장하려면 자신의 문제가 뭔지 알아야 하니까.”

 

 그의 말을 끝으로 에녹은 자신의 목 주변으로 느껴졌던 위압감이 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침입자가 그에게 들이댔던 칼을 치운 것이었다.

 에녹은 허전해진 느낌에 목 주위로 손을 더듬어 보았다. 역시 그가 자신에게 겨누던 칼을 치웠다.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이해가 가지 않아 에녹은 잠깐 동안 서 있었다. 그러자 침입자가 말했다.

 

 “애초에 널 해치려고 들어온 것이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단지 너한테 물어볼 게 있어서 여태껏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침입자는 에녹이 또 무슨 궁리를 하는 줄 알고 머리에 과부하가 걸릴까 배려 차원에서 말했다. 속으로는 ‘쪼그만 게 뭐 저리 의심도 많고 생각도 많은지.’ 라고 생각했다.

 

 “너, 이 물건 어디서 났지?”

 

 침입자는 에녹의 침대에 걸터앉아 손에서 무언가를 던졌다 받고 있었다. 처음에는 어두워서 에녹의 눈에는 둥그스름한 물체가 그의 손에 있다가 허공에 올랐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 같았다. 달빛에 반사되어 보이는 빛으로 언뜻 보아 꽤 무게가 나가 보이는 펜던트였다.

 

 “수도에 와서 어느 한 가게에서 산 물건입니다.”

 

 “그 가게 이름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럼 위치는?”

 

 “수도에 온 지 얼마 안 되어 여기 지리가 익숙지 않습니다.”

 

 “흠… 그렇게 나온다 이건가.”

 

 침입자는 에녹에게 그 펜던트를 에녹의 눈앞으로 가까이 가져가며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이 문양에 대해서 아는가?”

 

 그는 펜던트 위에 새겨진 문양을 말하는 것 같았다. 2마리의 용이 서로 마주보며 큰 나무를 얼기설기 엉겅퀴처럼 감싸고 있었다. 에녹이 봤을 땐 그 나무를 옥죄는 것 같았지만.

 

 “모릅니다.”

 

 침입자는 에녹의 시야에서 펜던트를 내리고 한숨 쉬며 말했다.

 “꼬맹이. 난 최대한 너에게 예우를 갖추며 물어보는 거야. 너는 내 말의 의도를 파악할 정도로 똑똑한 거 같으니까 최대한 똑같은 위치로 대우해주며 물어보는 거야. 언제 수틀리면 너에게 다시 칼을 들이댈지도 몰라. 칼을 들이대는 걸로 안 끝날지도 모르지.”

 

 에녹은 그의 말에 저도 모르게 입을 비죽이 내밀었다. 똑같이 대우해주긴 완전히 어린애 취급하면서. 그리고 그를 묵묵히 다시 쳐다보았다.

 

 침입자는 그런 에녹을 보며 다시 말했다.

 “이 문양을 나도 본 적이 있어서 그래. 꽤나 중요한 일이야.”

 

 “…”

 

 “난 이 문양 때문에 인생이 꼬인 사람이지. 그래서 네가 아는 거 단 하나라도 얘기해 주었으면 좋겠어.”

 

 “!”

 에녹은 그의 말에 놀랐다. 그가 말하는 문양은 자신의 인생을 망쳐놓지는 않았지만 뒤틀리게 한 요인으로는 어느 정도 기여를 했고, 자신도 아직까지 쫓고 있는 무언가의 흔적이었다.

 

 “난 이 문양을 꽤 오래 쫓았어. 처음엔 어느 가문의 문장인 줄 알았지. 그래서 대륙 내 국가문장원의 자료도 찾아보고, 서적이 많은 도서관들에 파묻혀 찾기도 하고 안 해본 게 없어. 하지만 대륙의 어떤 귀족이나 왕족도 이 문장을 가졌던 또는 가진 가문은 없어. 혹시나 누가 도안을 가져가서 새겨달라고 한 이가 없는지 싶어서 공방들도 뒤졌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어. 이 문양은 대륙에 존재하지 않는 거란 얘기지.”

 

 “…”

 

 “그리고 누가 생명의 나무를 이렇게 옥죄는 문양을 자신 있게 쓸 수 있겠어?”

 

 에녹은 그가 가리키는 생명의 나무가 무슨 의미인지 알았다.

 고대에 존재했다던 엄청 난 크기의 생명의 나무 뿌리 아래 지하 세계와 현재의 땅이 이루어졌고, 그 가지 위로 하늘이 생겨났다는 전설.

 그 신성한 의미인 나무를 레테나퀴스도 쓰지 않는데 그 누가 문장으로 쓸 수 있으며, 그것을 옥죄는 듯한 용을 그려넣는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문양…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그 물건은 저도 누군가로부터 받은 물건입니다.”

 

 침입자는 에녹의 말에 눈이 커지면서 걸터 앉아있던 침대에서 일어나 에녹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에녹의 어깨를 잡고 얼굴을 가까이 대며 말했다. 가까이서 본 그의 눈은 어두운 색인데도 불구하고 또렷해보였다.

 “누구? 누구에게 받았지?”

 

 똑똑똑

 

 누군가가 에녹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침입자와 에녹은 동시에 문을 쳐다보았다.

 

 “에녹, 삼촌이다. 뭐 좀 물어볼게 있어서. 자니?”

 라키아였다.

 

 에녹은 소리를 칠까 가만히 있을까 고민하다가 앞에 서 있는 침입자를 보았다. 침입자도 이 상황을 어떻게 할지 생각하는 것이 역력해 보였다.

 

 에녹은 침입자에게 정보를 더 캐낼까 생각했지만 그도 이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는 거 같았다. 단, 하나 궁금한 점이라면 이 침입자는 어디서 이 문양을 보았으며,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인생이 꼬인 것인지 그것이 궁금했다.

 

 똑똑똑

 

 라키아가 문을 다시 두드렸다. 에녹은 라키아의 집요한 성격을 알기에 만약에 자신이 자고 있더라도 깨워서라도 물어볼 것이다. 자냐고 물어봤던 건 그냥 예의상 물어본 것이고 자신이 자고 있던 깨어 있던 라키아는 궁금한 것을 해결해야 오늘밤 잠에 들 것이다.

 

 그 때 침입자가 에녹을 놓고 창문을 열었다. 그리고 문턱에 앉아 에녹을 돌아보았다. 달빛에 비친 그의 눈은 청색처럼 보이기도 했다. 생각보다 에녹은 어두운 색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다시 보지.”

 

 검은 침입자는 그렇게 나갔다. 에녹은 그가 열어놓고 나간 창문에 다가섰다. 이미 그는 사라지고 없었고, 움직이는 그림자라고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나 나뭇잎 정도였다.

 

 똑똑똑

 

 “에녹, 정말 자니?”

 

 에녹은 그가 찾아오지 않는 한 자신은 그를 절대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창가에서 미련 없이 돌아서 방문 쪽으로 걸어갔다.

 

 문을 여니 다시 문을 두들기려고 손을 든 라키아가 서 있었다. 라키아는 에녹이 문을 열자 에녹이 뭐라 말하기 전에 이미 몸을 방 안으로 들이밀어 들어갔다.

 

 “도대체 뭐 하고 있었…? 아니 이 추운 날 문은 또 왜 열어놓고.”

 

 라키아는 열린 창문으로 가서 능숙하게 문을 닫고 잠갔다. 그래도 라키아가 닫는 모양새를 보니, 그에게 익숙한 창문인가 싶었다. 그럼 적어도 창문 때문에 자신을 찾아온 것이 아닌가. 라고 에녹은 생각했다.

 

 “혹시 누가 있었어? 뭔가 웅얼웅얼 소리가 들렸던 것 같기도 해서.”

 

 “아닙니다. 창문을 열어놔서 바람이 불면 흔들리는 것들이 소리를 낸 것 같습니다.”

 

 “흠…”

 라키아는 한쪽 눈을 일그러뜨리며 에녹을 쳐다보았다. 에녹은 그런 그를 무표정하게 쳐다보았다.

 

 라키아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뭐 그럼…”

 그리고 뒤를 돌면서 침대 쪽을 보았다. 그의 눈에 익숙한 물건이 보여서 의아해하면서 에녹에게 물었다.

 

 “이게 왜 여기 있지?”

 

 라키아는 침대 위에 있는 펜던트를 들며 말했다.

 “웬만해선 네가 이걸 몸에서 떼어내지 않는데… 이런. 줄이 떨어져서 그랬나.”

 

 “…”

 

 라키아는 에녹을 스윽 한 번 보고 펜던트를 그에게 던졌다. 에녹은 반사적으로 그가 던진 것을 받았다. 에녹이 펜던트를 무사히 받아내는 것을 보고 에녹은 안심했는지 웃으며 말했다.

 

 “잘 관수하라고. 그건 너의 정체성을 알려주는 지표나 마찬가지 아니냐.”

 

 에녹은 손에 들어온 펜던트를 내려다보았다. 펜던트에 새겨진 문양을 눈에 다시 담았다. 두 마리의 용이 몸을 뱀처럼 꼬아 나무를 휘감은 문양을.

 

 “벌써 가십니까? 뭐 물어본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에녹은 펜던트를 내려다보다 허전한 느낌에 고개를 드니 라키아는 이미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고 있었다.

 

 “뭘 좀 물어보려고 왔는데 까먹었네. 내일 날이 밝아 맑은 정신이 되면 생각나겠지. 일단 자고 생각해봐야겠구나. 잘 자거라, 에녹.”

 

 에녹은 방을 나가는 라키아에 허리를 살짝 굽혀 인사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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