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판타지/SF
라뷔린투스
작가 : Elcaminosolo
작품등록일 : 2018.12.31

‘스텔’ 이라는 힘을 가진 ‘스텔라’들이 존재하는 세계이다. 스텔은 대기 중의 에너지이며 무형이기 때문에 매개체를 써야 실체화된다. 이 힘을 다루는 자를 ‘스텔라’ 라고 부른다.

에펜슐렌 대륙 중부에 위치하는 국가 브리티아에서는 에드워드 왕태자가 그의 아버지인 클레이안 왕을 시해한 반역자로 처형되었다. 그에 따라 빈 왕좌와 주인을 잃은 왕관은 자연스럽게 왕의 둘째 아들이자 왕태자의 이복동생 에렌 왕자에게 넘어간다.
하지만 이는 상징적인 것 일뿐, 에렌 왕자의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그의 모후가 되는 헤스데아가 섭정후로 등극하였고, 브리티아는 그녀의 통치 아래 놓이게 된다.

에렌은 자신의 의지 하에 선택을 해 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그의 인생을 재단하는 것은 늘 그의 어머니 헤스데아 섭정후였다. 거짓 왕의 자리에 앉아 어머니와 그에 관련된 신하들 사이에서 놀아나는 것에 분노를 느끼던 나날 중, 우연히 카드 한 장을 발견하게 된다.

그 카드는 이복형이자 실각한 에드워드 왕태자에게 자신이 그려줬던 카드였다. 이 카드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왕태자와 자신뿐이었다. 평소 시해 사건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던 에렌은 이 카드의 끝에 닿으면 왕태자의 진실을 알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뒤를 쫓는다.

카드의 행방을 쫓으면 쫓을수록 에렌은 목적이 같은 자들과 방해하는 자들을 만나게 된다.
먼저, 목적이 같은 자들은 리안, 에녹, 로렌이다.
리안은 살인사건의 피해자 중에 과거 자신의 부하와 같은 방법으로 죽은 애나의 자취를 쫓던 중 비밀 클럽에서 에렌과 만나게 되고, 그 후 정보를 공유하며 협력하게 된다.
에녹은 에렌과 악연으로 처음 만났으나 같이 비밀 클럽의 폭발을 피하려다 헤르뮌 대공(자연을 다스릴 정도로 대단했던 브리티아 역사 속에 기록된 스텔라)이 만든 지하에 휩쓸려 그 곳을 빠져나오면서 친해지게 된다. 에렌 때문에 감옥에도 가고, 에렌의 적들과의 거래로 검투대회에 나가는 등 갖은 고생을 겪지만 위험한 순간마다 에렌이 구해준다.
로렌은 자신을 저주받은 자라고 말할 뿐, 그 카드와 카드판을 없애려고 에렌과 협력하게 된다.

그리고 방해하는 자들은 제이드, 검은 남자이다.
제이드는 처음에는 자신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남을 조종하여 에렌을 곤경에 빠뜨리지만 막판에는 그의 정체와 함께 용족과 하늘사람이라고 불렀던 종족들이 무엇인지 드러난다. 검은 남자는 사건 사고가 있는 곳마다(처음엔 비밀 클럽의 폭발 사고에서) 에렌과 마주치는데 후에 제이드와 같이 정체가 드러나며 국왕 시해사건의 전말이 드러난다.

이외에도 카드와 카드판으로 용족과 하늘사람들의 힘을 갖기 위해 네르센과 일로이드가 끼어들고, 나중에는 전쟁으로 치닫게 된다

 
#11 (저주받은 자와 방랑하는 자1)
작성일 : 18-12-31 23:41     조회 : 222     추천 : 0     분량 : 844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건물로 다시 들어가니 아까 봤던 여자가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까딱까딱하는 것이 보였다. 여자는 종이 쪼가리를 보고 있었다. 그는 여자를 보며 말했다.

 “뭐야, 아직 안 갔어?”

 

 그의 부름에 여자는 보고 있던 종이에서 고개를 들어 그를 보며 말했다.

 “내가 본 게 맞나 확인하고 싶어서 그렇지. 내가 틀렸을 수도 있잖아.”

 

 그는 여자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네가 확인하고 싶으면 가서 물어보면 되지. 왜 내가 가냐?”

 

 여자는 당연하듯 말했다.

 “그건 니 일이잖아. 넌 보안부 소속이고 심지어 리안 경 밑에 어쨌든 속해 있잖아. 난 아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귀찮아. 난 내 일만 확인하면 되는데 왜 굳이 얘를 쫓아가야해?”

 

 “…”

 그는 어이없었지만 그녀의 말이 맞기 때문에 반박할 수 없었다. 자신의 일을 한 것까지는 좋지만 왠지 그녀의 일까지 자신이 한 것 같아(그녀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묘하게 기분이 나쁘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여하튼 내 말 맞지? 얘가 리안 경의 물건을 가지고 있는 거. 그럼 너도 리안 경께 가는 거지? 같이 가.”

 

 “…”

 그는 같이 가자는 그녀의 말에 뚱한 표정을 지었다. 같이 가기는 싫었지만 가는 길이 같아서 같이 갈 수밖에 없었다. 그가 가면 그녀도 뒤따라올 것이고 그가 움직이지 않으면 그녀는 그가 움직일 때까지 기다릴 것 같았다.

 

 “나는 맨날 너 마음대로 하는 게 정말 싫어.”

 

 “나도 너 이렇게 코치 코치 묻는 거 정말 싫어.”

 

 “…”

 에녹은 본의 아니게 리안 경이란 사람한테 가는 길에 남자와 여자가 계속 투덕거리면서 싸우는 걸 구경했다. 제일 재밌는 구경은 싸움과 불구경이라고 하는데, 에녹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싸움 구경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들은 서로 원수가 외나무다리에서 오랜만에 만난 것처럼 위태위태하게 싸워 처음에는 보는 사람이 다 불안했다.

 그런데 계속 좀 구경해보니 둘은 사이가 나쁜 듯 하면서도 좋은 듯 해보였다. 남자는 여자의 날카로운 말에 익숙해진 건 몰라도 그의 공격에 ‘그래 그래.’ 하면서 그 자체를 이해했다.(혹은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여자는 저주 같은 말을 퍼부으며(에녹이 보기에) 남자에게 뭐라 하지만 반대편에서 사람과 부딪칠 뻔 하거나 뒤에서 화물 같은 걸 밀고 가는 사람이 자나갈 때 그를 안쪽으로 이끌었다. 그래도 에녹은 이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렇게 그들의 싸움은 안 끝날 것 같았지만 어느 방 앞에서 멈췄다. 방 옆에는 주인의 이름이 적혀있는데, 리안 뤼베츠 이베니엘 이라고 적혀있었다. 에녹이 그렇게 찾아 헤맸던 사람이었다. 남자가 문을 3번 두들겼다.

 

 똑똑똑

 

 방 안에는 별다른 대답이 들리지 않았다. 남자는 다시 한 번 3번 두들겼다.

 

 똑똑똑

 

 여자가 남자에게 물었다.

 “안 계신 거 아니야?”

 

 “이 시간에는 계실 텐데…”

 

 남자가 다시 문을 두들기려 했다. 여자는 그런 남자를 밀어 제쳤다.

 “비켜봐.”

 그러더니 여자가 문을 3번 두들겼다.

 

 쾅쾅쾅

 

 그건 예의상 하는 행동이 아니라 마치 ‘너 이 안에 있냐?’ 라는 식의 행동이었다. 남자는 그의 행동에 당황하면서 말했다.

 

 “미쳤어?”

 

 “요즘 일 많으시다 며? 깜빡 잠이 드셔서 못 들은 걸 수도 있지. 이렇게 해야 들리실 거 아니니?”

 

 남자는 여자를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았다.

 “…”

 

 그러는 사이에 여자는 문을 다시 부술 것처럼 두들겼다.

 

 쾅쾅쾅

 

 “리안 경, 계십니까?”

 

 여자가 다시 두들기기 위해 손을 들었을 때, 옆방에서 누군가 나왔다. 그는 나와서 여자를 보자마자 놀랐으나 곧 ‘너 일 줄 알았다.’ 라는 식의 얼굴로 바뀌었다.

 

 “어쩐지… 설마 했는데… 너 같은 인간이 보안부에 또 있었나 싶어 그 얼굴이 궁금해서 나와 봤다. 역시 너 같은 인간이 또 있을 리가 없지.”

 

 “…”

 여자는 방문을 열고 나온 사람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워워, 진정하라고. 너 여기서 나 치면 바로 현행범이다?”

 

 “…”

 

 “그런데 다시 왜 온 거야? 레테나퀴스랑 한 번 제대로 붙어서 잘릴 뻔 한 거 리안 경이 그 구렁텅이에서 건져줬는데, 니가 박차고 나간 거잖아. 설마 레테나퀴스랑 또 한 판 붙고 와서 우리한테 뒤집어씌우려고? 아니면 일 만들고 그거 해결해달라고 리안 경 찾아온 거 아니지? 아서라. 너 아니라도 충분히 바쁘신 분이다.”

 

 “…”

 에녹은 여자가 불굴의 의지로 참는 것을 모르는 자신도 느낄 수 있었다. 둘 중 누군가 당기면 뭔가 펑 하고 터질 것 같은 분위기와 긴장감이 흘렀다. 그 때 누군가 말을 걸었다.

 

 “어머, 리안 경 찾으세요?”

 

 방문을 열고 나온 사람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여자를 대신해서 남자가 대답했다.

 “아, 예…”

 

 “경께선 지금 범인이랑 따로 얘기 하신다고 들었어요. 들어가신 지 좀 됐으니까 곧 끝나지 않을까요? 정식은 아니고 개인적으로 따로 얘기하시는 거라 아마 금세 끝나실 거예요.”

 

 여자는 방문을 열고 나온 사람에게서 눈을 떼고 남자에게 가자고 고갯짓했다. 남자는 한숨을 쉬며 에녹을 챙기며 그 사실을 알려준 사람한테 말했다,

 

 “감사합니다.”

 

 

 

 

 

 창 하나 없는 꽉 막힌 방에 등불 하나에 의존한 사람 둘이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등불 아래 비춰진 그들은 상당히 대조적이었다. 일단 한 사람은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다른 한 사람은 웃는 얼굴이었다. 그 웃는 표정이 행복하거나 즐거운 일이 있어서 웃는 것이 아니라 비웃는 듯한 웃음이었다.

 

 비뚤어진 웃음을 한 사람이 말했다.

 “당신이 저를 따로 보자고 하셔서 놀랐습니다. 리안 경.”

 

 리안은 빈정거리는 그의 말투에 반응하지 않고 무표정을 유지했다.

 “…”

 

 그는 흥미가 떨어졌다는 듯이 리안 쪽으로 두었던 몸을 떼어 의자 등받이로 기대며 말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재미가 없네. 빨리 끝냅시다.”

 

 “애나 브리옌을 기억하나?”

 

 “그걸 일일이 어떻게 기억해.”

 

 “마지막 피해자다.”

 

 “아… 그러고 보니 기억 날 것도 같고…”

 

 “애나 브리옌을 칼로 잔인하게 난도질했지만 사실은 네가 죽인 게 아니야, 그렇지?”

 

 그는 리안의 말에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치듯 말했다.

 “뭐라는 거야! 그건 내가 한 거라고!”

 

 “아니. 애나에게 갔을 땐 이미 죽어 있었을 거다.”

 

 그는 리안의 말에 노려보았다.

 “…”

 

 “처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넌 여태껏 너와 부딪치거나 만난 적 있는 사람을 죽였는데 애나는 접점이 없었거든.”

 

 “멍청하군. 튜리엔드의 한 술집에서 만났어.”

 

 “기억하는군.”

 

 “…”

 

 “물론 넌 튜리엔드의 어느 한 술집에서 만났겠지. 넌 안에서 누군가와 얘기하고 있었고 그 때 애나가 들어와서 네 옆에 있는 누군가를 보고 아는 척을 했고, 그 자리에 같이 앉고 싶다고 해서 셋이 얘기 했을 거야. 셋은 잘 맞고 얘기가 잘 통해서 꽤 오랫동안 얘기했지. 그런데 술이 점점 더 들어가면서 취한 애나가 너를 언짢게 했을 테지. 그 정도는 점점 심해졌고 너는 급기야 술잔까지 집어던졌지. 그 난폭함에 정신이 번쩍 든 애나는 자리를 떴을 거야.”

 

 “…”

 

 “애나가 자리를 뜬 후 얼마 안 돼서 넌 바깥바람을 좀 쐬고 싶다며 같이 있었던 사람에게 얘기하고 나왔지만 실은 애나를 쫓아간 거지. 넌 나오기 전에 같이 있던 사람에게 애나에게 사과를 하고 싶다는 식으로 얘기하면서 애나의 집을 물었고 그 사람은 너에게 주소를 알려줬고 넌 나오자마자 애나보다 늦게 나왔지만 놓치지 않고 잘 쫓아갔겠지.”

 

 “…”

 

 “근데 애나는 집으로 향하는 것 같다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 외진 곳으로 가는 거야. 처음엔 당황했겠지만 일이 수월해질 테니 이편이 좋다고 생각하며 갔을 거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쫓아갔다가 외진 곳에서 죽였을 테지.”

 

 “잘 아네. 그게 전부야. 시건방지게 이래라 저래라 하고 게임 할 때마다 그날따라 유독 계속 지는데 그 쉬운 것도 못 하냐면서 얼마나 무시하던지. 그 주체 못하는 입을 달은 얼굴을 그대로 도려내고 싶었다니까.”

 

 “…”

 

 “뭐 다 맞는 말이야. 대충 그랬던 거 같아. 나랑 같이 있었던 놈한테 물어만 봤어도 알겠군.”

 

 “너랑 있었던 누군가에게 들었던 얘기가 아니다. 그 시간에 술집에서 일했던 사람에게서 들은 지. 너랑 있었던 사람은 현재까지 파악이 안 되고 있지.”

 

 그는 리안에게 무슨 말이냐는 식으로 쳐다보았다.

 “?”

 

 “그리고 그 날 네가 만났던 애나 라는 사람은 니가 죽인 사람과 다른 인물이란 걸.”

 

 “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만났던 애나는 진짜 애나와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더군. 얼굴에 있는 점의 위치라던가 네가 던지 파편에 맞은 상처가 없고, 누군가 진짜 애나의 집에 들어왔던 흔적, 그의 달력에 다른 필체로 남겨놓은 글이나 표시를 발견했지.”

 

 “…”

 

 “무엇보다도 너에게 애나 라고 소개했던 여자를 찾았지. 그 여자는 너와 합석했던 누군가가 ‘애나’ 라는 여자인 척 하고 얘기하며 너의 화를 돋아주면 돈을 준다고 했어. 4인 가족이 1년 동안 지낼 수 있는 돈을.”

 

 “또 진짜 애나는 네가 어찌해 보기 전에 이미 죽어있었다. 목 뒤에 움푹 들어간 공간을 정확하게 누군가가 찔렀더군. 네가 본 건 술 취해 누워있는 것처럼 보인 죽은 애나 일 테지.”

 

 “…”

 

 “그 위에 번거롭게도 X 라는 상처를 누군가가 굳이 내놨더군. 네가 했던 이전의 시체들에서 볼 수 없었던 상처인데… 굳이 왜 그랬을까? 무언가를 가리기 위해서? 누군가가 너에게 부탁을 했을까? 아님 너랑 합석했던 그 누군가 했을까? 그럼 그 자는 지금 어디 있는가?”

 

 “리안 경,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

 

 이죽거리고 비웃음이 만연했던 그의 얼굴은 점점 그 태도가 사라져 리안과 마주보며 무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노려볼 듯이 서로를 쳐다보던 둘 중 리안 경이 먼저 말했다.

 

 “목 뒤를 구멍 내는 것은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사람도 쓰기 힘든 방법이다. 아주 정확하게 머리와 몸을 절단했는데 그것을 네가 했다는 건 더욱더 말이 안 되지.”

 

 “하나라도 죄를 더 달아주고 싶어 안달 난 것처럼 굴더니 뭐하는지 모르겠네.”

 

 “아니. 니가 솔직하게 얘기하지 않으면 난 너에게 죄를 더 추가할 생각이야. 너는 모르겠지만 몇 년 전에 광장에서 그 방법과 똑같은 방법으로 내 밑에 있던 인재가 목숨을 잃었다. 난 그 죄도 너에게 뒤집어씌울 생각이야.”

 

 그는 리안을 계속 노려보았다.

 “…”

 

 “너와 같이 있었던 자는 누구인가? 너에게 무엇을 시켰는가?”

 

 “…”

 

 그들은 무표정하게 서로를 마주보며 쳐다보았다. 그러고 말없이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얼음장 같은 분위기를 깨뜨린 건 리안이었다. 그러나 그가 던진 말은 얼음장을 깨뜨린 것이 아니라 더 얼려놓기 충분한 말이었다.

 “넌 입을 쉽지 열지 않을 테지. 그래서 네가 재판에 서기 전까지 너에게 불리하거나 피해가 갈 수 있는 일들을 하나하나 알려주러 올 거다. 오늘은 전에 있었던 일을 너에게 달아놓을 거라고 얘기 하는 거다. 다음엔 나도 내가 뭘 가지고 올지 몰라. 네 주변 사람의 일을 가지고 올지도 모르지.”

 

 그는 리안의 말을 무표정하게 다 들은 후 크게 웃었다.

 “하하하 하하. 그 인자하시고 너그러운 리안 경께서 이렇게 치사하고 치졸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없는 일까지 만들고 제 주변에 위협을 가하시다니. 본인이 얻고 싶어 하는데 수단을 가리지 않고 이렇게 비열하고 치사하신 줄 몰랐습니다.”

 

 리안은 그의 도발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무표정하게 말했다.

 “그것도 사람에게나 통하는 말이지. 너 같이 인간이길 스스로 포기한 자를 어떻게 사람에게 해 줄 수 있는 대접을 하나. 나도 그런 너의 눈높이에 맞게 똑같이 대해주려고 하는 것뿐이다. 그럼, 오늘은 바쁘니 여기까지 하지.”

 

 그는 리안을 노려보았다.

 “…”

 

 리안은 아랑곳하지 않고 문을 향해 걸어갔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 나가기 전에 그를 보며 말했다.

 “다음엔 내가 원하는 답을 들려주길 바라네. 나도 내가 뭘 들고 올지 모르거든.”

 그러고 문을 닫고 나갔다.

 리안이 나가자마자 방 안에서는 물건을 던지고 부서지는 소리가 여러 번 났다. 리안은 소음을 뒤로한 채 걸어갔다.

 

 

 

 

 

 에녹은 남자와 여자를 따라서 리안 이란 사람의 자취를 따라가고 있었다.

 

 “이 층 맞냐고.”

 

 “맞아.”

 

 “근데 왜 여길 돌고 있는 건데? 저 옆에 별관 탑 쪽인 거 아니야?”

 

 “…”

 남자는 여자의 말에 ‘그랬던 것인가…’ 라는 얼굴을 했다.

 

 여자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 괜히 너랑 같이 왔어. 널 믿은 내가 바보지.”

 

 “…”

 남자는 여자의 말에 더 이상 일일이 대답하지 않았다. 에녹은 그가 지쳐서 그럴 거라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뭐하는 건지 모르겠네. 별관 쪽 탑으로 가자.”

 

 여자는 일행들을 이끌고 가려할 때였다. 남자는 무엇을 봤는지 갑자기 여자와 에녹을 내버려두고 그 쪽으로 뛰어갔다. 여자는 남자의 돌발 행동에 놀라 그의 등 뒤로 외쳤다.

 “야! 어디가!”

 

 여자의 외침에도 남자가 돌아오지 않았다.

 “아 진짜 저게. 야, 너도 쫓아와.”

 여자는 에녹을 데리고 남자를 쫓아갔다.

 

 남자를 쫓아가 다시 만났을 때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남자는 어떤 멀끔하게 잘생긴 남자와 같이 있었다. 여자는 그 모습을 보자 외쳤다.

 

 “리안 경!”

 

 에녹은 드디어 말로만 듣던 리안 경이란 사람을 직접 보게 되었다. 그는 잿빛 머리와 남빛 눈을 가졌고 남자보다 키가 훌쩍 크고 울퉁불퉁한 남자와 달리 그에 맞는 체격을 가졌다. 전체적으로 선해 보이는 인상이었지만 또렷한 눈동자가 그의 총명함과 호락호락 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듯 했다. 리안 경은 여자의 외침에 약간의 놀라움이 있었으나 곧 반가움의 얼굴로 바뀌었다.

 

 “미아 경, 오랜만이군.”

 

 여자, 미아는 악수하기 위해 내민 리안의 손을 맞잡았다.

 

 “네, 리안 경.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리안은 미아의 말에 웃었다.

 

 “정말 오랜만일세. 잘 지내는가?”

 

 “예. 나쁘지 않습니다. 리안 경께선 어떠십니까? 모르는 제가 밖에서 들리는 얘기로는 일이 많은 걸로 들었습니다.”

 

 “뭐, 바쁜 거야 늘 있는 일 아닌가. 자네가 날 오랜만에 찾아온 거라면 왠지 얘기가 길어질 거 같군. 그럼 일단 우린 저 소년의 얘기부터 먼저 들어보고 보내주는 게 좋겠네.”

 

 에녹은 갑자기 여기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니 그게 뭐라고 긴장이 됐다. 뻣뻣하게 서 있는데 리안이 말했다.

 

 “제 칼을 가져왔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갖게 되고 가져왔는지 좀 알려 주실 수 있겠습니까.”

 

 에녹은 꽤나 상냥하고 부드러운 물음과 깍듯이 예의를 차리는 리안이란 사람이 친절한 사람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자신은 앞으로 앞‧뒤가 맞지 않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할 것이기 때문에 이었다. 자신도 이해가 안 되는데 물건을 잃어버렸던 사람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들으면 어이없어서 계속 묻지만 자신은 똑같은 대답밖에 할 수 없으니 화를 돋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리안 경은 분노의 시작점이 남들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분노의 지표가 끝을 가리켜도 일반 사람 화를 내는 것의 중간 정도까지 폭발할 것 같았다. 사실 제발 그러기를 바랐다.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제가 훔치거나 가져온 게 아니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그렇게 보실 수 있기 때문에… 정말 죄송합니다.”

 

 리안이 에녹에게 웃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물건이 돌아왔으면 됐습니다.”

 

 에녹은 그의 반응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그게 제가… 어떤 분과 마찰이 생겨서… 아, 근데 문제는 원만히 해결됐습니다. 그런데 그 분이 제게 그 칼을 주면서 보안부에 리안 경께 전해달라고 하셔서… 그런데 제게 부탁하신 분이 저는 정말 누군지 모릅니다. 여기서 처음 본 사람이고, 저는 이 나라 사람도 아닙니다. 그저 왕의 탄신일에 다른 사람들처럼 수도를 구경하러 온 것뿐입니다.”

 

 에녹이 처음에는 작고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시작하다가 자신을 변호하는 부분에서 그 목소리가 점점 커지자 리안은 놀랐으나 곧 웃으며 말했다.

 “예, 그러십니까. 혹시 그 부탁하신 분께서 밲금발에 유독 올라가고 가로로 긴 눈매의 푸른눈과 그 밑에 점이 있지 않으셨습니까?”

 

 에녹은 리안의 말에 깜짝 놀라 대답했다.

 “예, 예, 예. 맞습니다. 그 여우입니다!”

 

 리안은 에녹의 말에 크게 웃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모시는 분입니다.”

 

 “…”

 에녹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자신을 믿어주지 않아서 절도로 재판을 받아야 하나 안절부절 했는데 다행히 무사히 해결되었다. 긴장이 풀려 에녹은 힘이 쭉 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데브 경, 이 분을 댁까지 모셔다 드리게.”

 

 남자, 데브는 리안에게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에녹은 드디어 자유로운 몸이 되자 날아갈 듯이 기뻤다. 이 리안이란 사람을 붙잡고 춤이라도 출 수 있을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이 물건으로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혹시 수도에서 무슨 일이 있거나 필요한 일이 생기시면 주저 하지 마시고 저를 찾아오십시오. 밑에 사람들에게 일러두겠습니다. 걱정 말고 찾아오십시오.”

 

 “아, 아닙니다. 말씀 만이라도 감사합니다. 말도 안 되는 얘기였는데 들어주시고 이해해 주셔서 저야말로 너무 감사합니다.”

 

 리안은 에녹의 말에 빙긋 웃었다.

 “그럼 살펴 가십시오.”

 

 리안이 허리 굽혀 에녹에게 인사하는 바람에 에녹도 놀라서 급하게 허리를 굽혔다. 그리고 에녹은 데브와 리안은 미아와 각자 반대편으로 뜯어졌다. 에녹은 헤어지기 전에 미아를 보았는데, 그는 아까 자신과 있을 때와 달리 무언가를 계속 생각하는 듯 했다.

 

 자신이 얘기하면 ‘뭐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어.’ 라고 끼어들 것 같았던 미아가 오히려 자신의 얘기를 들은 후 뭔가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의아했지만 에녹은 더 이상 보안부와 엮이고 싶지 않아서 관심을 끊기로 했다. 드디어 그렇게 원하던 자유를 얻었는데 그게 다 나랑 무슨 상관인가!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9 #17 (저주받은 자와 방랑하는 자2) 2018 / 12 / 31 220 0 6137   
18 #16 (저주받은 자와 방랑하는 자2) 2018 / 12 / 31 238 0 4714   
17 #15 (저주받은 자와 방랑하는 자2) 2018 / 12 / 31 236 0 8231   
16 #14 (저주받은 자와 방랑하는 자2) 2018 / 12 / 31 241 0 6244   
15 #13 (저주받은 자와 방랑하는 자2) 2018 / 12 / 31 238 0 9897   
14 #12 (저주받은 자와 방랑하는 자2) 2018 / 12 / 31 226 0 9786   
13 #11 (저주받은 자와 방랑하는 자1) 2018 / 12 / 31 223 0 8445   
12 #10 (저주받은 자와 방랑하는 자1) 2018 / 12 / 31 223 0 6406   
11 #9 (저주받은 자와 방랑하는 자1) 2018 / 12 / 31 225 0 9665   
10 #8 (저주받은 자와 방랑하는 자1) 2018 / 12 / 31 237 0 8350   
9 #7 (추적자) 2018 / 12 / 31 243 0 10187   
8 #6 (추적자) 2018 / 12 / 31 243 0 8313   
7 #5 (여우사냥) 2018 / 12 / 31 252 0 16845   
6 #4 (여우사냥) 2018 / 12 / 31 233 0 13465   
5 #3 (도망자) 2018 / 12 / 31 238 0 9607   
4 #2 (도망자) 2018 / 12 / 31 237 0 7600   
3 #1 (도망자) 2018 / 12 / 31 211 0 6214   
2 등장인물 2018 / 12 / 31 243 0 1239   
1 배경과 에펜슐렌 대륙의 주요국가 2018 / 12 / 31 363 0 72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