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판타지/SF
라뷔린투스
작가 : Elcaminosolo
작품등록일 : 2018.12.31

‘스텔’ 이라는 힘을 가진 ‘스텔라’들이 존재하는 세계이다. 스텔은 대기 중의 에너지이며 무형이기 때문에 매개체를 써야 실체화된다. 이 힘을 다루는 자를 ‘스텔라’ 라고 부른다.

에펜슐렌 대륙 중부에 위치하는 국가 브리티아에서는 에드워드 왕태자가 그의 아버지인 클레이안 왕을 시해한 반역자로 처형되었다. 그에 따라 빈 왕좌와 주인을 잃은 왕관은 자연스럽게 왕의 둘째 아들이자 왕태자의 이복동생 에렌 왕자에게 넘어간다.
하지만 이는 상징적인 것 일뿐, 에렌 왕자의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그의 모후가 되는 헤스데아가 섭정후로 등극하였고, 브리티아는 그녀의 통치 아래 놓이게 된다.

에렌은 자신의 의지 하에 선택을 해 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그의 인생을 재단하는 것은 늘 그의 어머니 헤스데아 섭정후였다. 거짓 왕의 자리에 앉아 어머니와 그에 관련된 신하들 사이에서 놀아나는 것에 분노를 느끼던 나날 중, 우연히 카드 한 장을 발견하게 된다.

그 카드는 이복형이자 실각한 에드워드 왕태자에게 자신이 그려줬던 카드였다. 이 카드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왕태자와 자신뿐이었다. 평소 시해 사건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던 에렌은 이 카드의 끝에 닿으면 왕태자의 진실을 알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뒤를 쫓는다.

카드의 행방을 쫓으면 쫓을수록 에렌은 목적이 같은 자들과 방해하는 자들을 만나게 된다.
먼저, 목적이 같은 자들은 리안, 에녹, 로렌이다.
리안은 살인사건의 피해자 중에 과거 자신의 부하와 같은 방법으로 죽은 애나의 자취를 쫓던 중 비밀 클럽에서 에렌과 만나게 되고, 그 후 정보를 공유하며 협력하게 된다.
에녹은 에렌과 악연으로 처음 만났으나 같이 비밀 클럽의 폭발을 피하려다 헤르뮌 대공(자연을 다스릴 정도로 대단했던 브리티아 역사 속에 기록된 스텔라)이 만든 지하에 휩쓸려 그 곳을 빠져나오면서 친해지게 된다. 에렌 때문에 감옥에도 가고, 에렌의 적들과의 거래로 검투대회에 나가는 등 갖은 고생을 겪지만 위험한 순간마다 에렌이 구해준다.
로렌은 자신을 저주받은 자라고 말할 뿐, 그 카드와 카드판을 없애려고 에렌과 협력하게 된다.

그리고 방해하는 자들은 제이드, 검은 남자이다.
제이드는 처음에는 자신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남을 조종하여 에렌을 곤경에 빠뜨리지만 막판에는 그의 정체와 함께 용족과 하늘사람이라고 불렀던 종족들이 무엇인지 드러난다. 검은 남자는 사건 사고가 있는 곳마다(처음엔 비밀 클럽의 폭발 사고에서) 에렌과 마주치는데 후에 제이드와 같이 정체가 드러나며 국왕 시해사건의 전말이 드러난다.

이외에도 카드와 카드판으로 용족과 하늘사람들의 힘을 갖기 위해 네르센과 일로이드가 끼어들고, 나중에는 전쟁으로 치닫게 된다

 
#6 (추적자)
작성일 : 18-12-31 23:37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831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애나의 먼 친척이라고요?”

 

 “아, 예에…”

 

 “애나한테 가족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아, 그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애나의 외가 쪽 작은 할머님의 셋째 여동생의 사촌동생의 여섯째 따님의 넷째 고모님의 둘째 동생의 따님의 다섯 째 정도의 위치라 서요.”

 

 “…”

 여자는 ‘그건 거의 남인데?’ 라는 얼굴로 에렌을 쳐다보았다.

 

 “저희가 워낙 가족 수는 적고 상대적으로 남자가 많은데, 네르센‧일로이드 전쟁 때 출정했다가 거의 돌아오지 못해서… 다 합쳐도 가족 수가 몇 안 돼서 서로 왕래하면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멀리 있어도 애나의 소식을 듣고는 했는데… 최근에 끊겨서 이상하다싶었는데 그렇게 될 줄은…”

 

 “아, 다시 한 번 신의 이름으로 애나가 편안한 영면에 들었길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혹시 장례식에 오셨나요? 못 본 거 같은데…”

 

 에렌은 여자의 물음에 순간 얼굴이 굳어졌으나 그것을 가리기 위해서 일단 대답부터 먼저 했다.

 “아, 네… 수도에서 워낙 멀리 떨어진 곳이라 소식을 받았을 때, 그 땐 이미 장례식이 끝나버려서 참석하지 못 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애나가 가끔 어디 간다고 하고 며칠씩 안 들어오곤 했는데 가족한테 갔나보네요. 성격은 밝은데, 자기 얘기는 잘 안하다보니 저도 이제야 알게 되네요.”

 

 “하하, 그랬습니까? 아주 어렸을 때 만나고 못 봐서… 그 때도 밝았던 기억이 있는데 그대로 컸나보군요.”

 

 “네. 착하고 밝은 아이였어요. 저 방이에요.”

 계단을 다 올라온 여자는 그 층에서 제일 끝에 있는 방을 가리켰다.

 

 “저기군요…”

 

 여자와 에렌은 애나가 살았던 방 앞에 섰다. 여자는 열쇠 꾸러미를 꺼내 훑어보더니 맞는 열쇠를 찾아 구멍에 끼웠다. 그 때 애나의 옆방의 문이 열렸다.

 

 달칵

 

 에렌은 예상 못 했던 문이 열리는 소리에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 쪽으로 향했다. 방문을 열고 나온 사람은 20대 초반에서 중반 정도로 보이는 하얀 원피스 차림에 크림색 카디건을 걸친 여자였다. 그는 그들을 보자마자 짜증을 내며 말했다.

 

 “로우웬(기혼 여성을 높여 부르는 말). 제가 방에 있는 낡은 거나 불안한 상태인 것들 좀 고치거나 바꿔달라고 얘기했잖아요. 그래서 내가 돈까지 더 얹어줬는데, 도대체 그 돈 갖고 무슨 짓을 한 거예요?! 당신의 그 무책임한 행동으로 난 오늘 내 손을 잃을 뻔 했다고!!”

 

 여자는 낮은 저음으로 시작해 점점 높아지더니 나중에는 높은 고음으로 소리치며 말했다. 허스키한 목소리라 여성 성악가처럼 쨍하며 귀를 관통하는 느낌의 소음은 아니었지만, 이건 이것 나름대로 고통이었다.

 

 “아휴, 저건 나만 보면 난리야.”

 여자는 열쇠를 돌리려다 말고 애나의 옆 방에서 나온 세입자에게 말했다.

 

 “라일라(미혼 여성을 높여 부르는 말), 요구 하신대로 다 바꿔드렸어요. 이곳에 거주하신지 꽤 되셨고 서로 계속 부딪쳤는데, 그 포악한 성질을 모르겠습니까. 안 해드리면 있는 난리 없는 난리가 나는데 그거 보기 싫어서라도 해드려야죠.”

 에렌이 보기에 여자는 일부러 높인 말을 쓰며 빈정거리는 것 같았다.

 

 “근데 왜 열려있던 창문이 그냥 닫히는 거야? 먼지 털고 있는데 손 잘릴 뻔 했다고!!”

 

 “잘못 열었나 보죠. 아님 털다가 건드려서 닫힌 거 아닙니까? 자신의 실수를 남한테 뒤집어씌우지 맙시다.”

 

 에렌은 실제로 창문에 손을 찌지도 않았는데 이 층에서 쩌렁쩌렁하게 난리를 치는데 만약에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아마 이 층이 폭파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입자는 여자, 즉 집주인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

 

 “아, 그 때 주신 돈으로 뭘 했는지 명세서를 가져올 테니 하나하나 따져봅시다. 내가 너한테 뭐 받고 한 거는 무조건 기록이나 증거로 남긴다! 뭐로 꼬투리 잡고 늘어질까 몰라서!”

 

 세입자는 입읇 비죽이더니 말했다.

 “아, 됐어요. 내가 이 놈의 건물에서 나가던지 해야지 정말.”

 

 집주인은 ‘저 성질 더러운…’같은 말을 입모양으로만 하고 애나의 문에 꽂혀있던 열쇠를 돌렸다.

 

 탈칵

 

 문이 열리고 에렌은 여자와 같이 애나의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어머, 새로운 세입자인가요?”

 

 에렌이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집주인이 말했다.

 “신경 꺼. 엄한 데 들이 밀지 말고 가서 네 할 일이나 해.”

 

 세입자는 그 말을 듣고 인상을 확 찌푸렸다가 입술을 비뚜름하게 올리며 말했다.

 “어머, 새로 오실 세입자님은 이게 어떤 방인지 아실지 모르겠네요? 혹시 얼마나 재수 없고 부정 탄 방인지 아시나요?”

 

 집주인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세입자는 가로채어 말을 이었다.

 “최근까지 뒤숭숭했던 살인사건 아시죠? 어린이와 여자들이 계속 죽었던. 그 중에 한 명이 이 방 전 집주인이었어요.”

 

 “…”

 에렌은 평온하지만 아직도 자신의 손이 잘릴 뻔한 일에 악에 받친 여자의 말을 계속 들었다. 워낙 여자가 숨도 안 쉬고 내뱉듯이 말해서 끼어들 틈이 없기도 해서 들을 수밖에 없었다.

 

 “뭐, 그렇다고 여기서 죽은 건 아니지만. 만약에 여기서 비명횡사했다면 전 당장 이 건물에서 나갔을 거예요. 아휴, 생각만 해도 소름끼쳐.”

 

 “아주 망하라고 등 떠 밀어라.”

 

 “전 이웃이 될 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친절하게 알려드리는 것뿐이에요. 또 로우웬이 깜빡하고 이 방에 들어오실 분에게 이 사실을 안 알려줘서, 이걸 나중에 알아서 법적인 문제로도 번질 수도 있잖아요? 두 분을 위해서 제가 제일 객관적으로 말씀해드리는 거예요. 뭣하면 다른 것도 말씀해드릴까요, 미래의 세입자님?”

 세입자는 자신의 행동이 자랑스러운 양 허리에 손을 얻고 가슴을 쫙펴고 당당하게 행동했다.

 

 에렌은 자신은 여기 들어올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벙긋하는 걸로 끝났다. 집주인이 빠르게 대신 대답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이 분은 애나의 먼 친척 되는 분이니 무례하기 굴지 말아주시길 바라네, 라일라.”

 

 그러자 세입자는 눈이 동그랗게 커지며 말했다.

 “걔한테 가족이 있었어요? 아, 물론 개인적인 얘기는 안 하긴 했지만 거의 없다시피 라고 들었던 거 같은데…”

 

 “거의 없다 라고 했지 없다고는 안 했잖아. 이 분은 애나의 그러니까… 뭐였죠? 어디 친척이라고 했었죠?”

 

 “애나의 외가 쪽 작은 할머님의 셋째 여동생의 사촌동생의 여섯째 따님의 넷째 고모님의 둘째 동생의 따님의 다섯 째 됩니다.”

 에렌은 대답하면서 이 괴상한 가족관계를 외워서 읊는 자신이 대견하게 느껴졌다.

 

 “그거 거의 남 아니에요?

 역시 날카로운 세입자 여자다운 말이었다.

 

 에렌은 바로 대답했다.

 “그냥 거리가 멀 뿐이지 남은 아닙니다.”

 

 “아하… 근데 남이 아니라고 하시는 분이 사건이 터졌을 때는 뭐하고 장례식도 다 끝나고 이제야 왔는지 궁금하네요.”

 

 “수도에서 워낙 먼 곳에 떨어져 있는 곳이라 소식이 늦었데. 근데 언제부터 그렇게 남한테 관심이 많았어? 신경 끄고 가서 네 할 일이나 해.”

 집주인은 더러운 벌레라도 쫓듯이 손을 털며 세입자에게 떨어지라는 시늉을 했다.

 

 그런 취급에도 세입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할 말을 했다.

 “아니, 좀 이상하니깐 그렇지. 수도에서 먼 곳에서 살았다는 데 말하는데 특유의 억양이 없잖아. 수도랑 가깝다 거나 아그리젠 지방처럼 상업도시거나 아님 유동인구 많은 데는 별 차이 없는데, 멀고 사람이 적은 곳은 그 지방 억양이 있던데. 그리고 이 분은 지금 당장 저 광장에 떨어뜨려놔도 여기 사는 사람 같은 옷차림인데? 어머, 어머, 이거 옷 반듯한 거 봐.”

 

 에렌은 자신의 옷을 당기는 여자를 저도 모르게 탁 쳤다. 모르는 사람과 접촉이 생기면 불쾌한 느낌에 생긴 손버릇이었다.

 

 “어머, 어머, 어린 게 싸가지 없는 거봐.”

 

 왕궁 안에서는 오만 정 다 떨어지게 행동해도 받아주는 사람이 있지만 여긴 애나라는 사람의 ‘친척’으로 온 것이기 때문에 에렌은 얼른 사과했다.

 “아, 죄송합니다.”

 

 세입자는 에렌의 사과에 성이 차지 않는 지 에렌을 노려보듯 쳐다보았다. 에렌에게 맞은 손은 계속 만지작거렸다.

 

 ”진짜 애나 친척 맞아요? 로우웬, 신분증 확인해봤어요? 이봐요, 신분증 좀 줘 봐요.“

 

 에렌이 없다고 대답할려고 했는데, 집주인이 더 빨랐다.

 “어디 무례하게 처음 본 사람한테 뭐 내놔라 하고 있어. 괜한 헛소리 지껄이지 말고 좋은 말 할 때 가라.”

 

 세입자는 집주인의 이를 갈 듯 얘기하는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아님 사실 애나 뭐 보물 같은 거 숨겨놓은 거 아니에요? 아님 누구 대단하신 분의 보석이라도 훔쳤나? 그거 찾으러 온 거 아닌가? 로우웬, 애나 방 정리할 때 뭐 발견했어요? 설마 로우웬이 대단한 거 발견하고 우리한테 숨기는 거 아냐?“

 

 집주인은 아무 말을 넘어 소설을 쓰는 세입자를 어이없게 쳐다봤다.

 “나도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여기서 큰 소리로 헛소리 할 거면 들어가서 잠이나 자던가 나가서 할 일이나 해. 난 내 할 일 할 테니까. 자자, 저 미친 건 무시하고 애나 친척 분, 그럼 방에 들어가 보실까요?”

 

 집주인은 에렌의 등을 다독이며 에렌을 애나의 방으로 밀었다. 에렌은 참 이 사람 집에 발 들여놓기가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넌 어딜 들어와?”

 에렌은 집주인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들이 들어올 때, 세입자도 같이 들어온 모양이었다.

 

 “로우웬, 혹시 저거 뭐 훔치러 온 거면 어떻게 해요. 못 하게 지켜보고 있어야지.”

 

 “…”

 에렌은 애나 라는 사람의 방에서 자신이 원하는 흔적이라던가 정보라던가 그런 걸 못 찾을까봐 예상했지 이런 사람을 만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뭐라고 하고 싶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들과 나누는 대화가 길어질수록 들킬 위험 때문에 입을 다물게 되었다. 그래도 입을 계속 다물고 있으면 저렇게 미친 듯이 날뛰는 세입자도 제 풀에 지쳐 떨어져 나가겠거니 했지만 아직도 팔팔하기만 한 것 같았다.

 

 애나의 방은 평범했다. 그냥 흔히 말하는 혼자 쓰는 방이면서 아주 표준적인 방이었다. 기본적인 가구들과 침대 그리고 거울. 생활할 때 딱 필요한 용품만 있었다. 장식하고 꾸미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방은 깨끗하고 깔끔하다고 할 수 있지만 애나라는 사람을 의심스럽게 생각하면 이렇게 짐이 없어서 언제라도 가볍게 떠날 수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여기가…?”

 

 “네. 보안부에서 사람이 와서 문을 열어줬을 때부터 이랬어요. 그들이 조사 차원에서 상자에 담아서 물건을 좀 가져가긴 했는데… 별 거 아니었는지 다 돌려줬고요. 그 상자는 저기에 있고요.”

 

 집주인은 침대 옆에 있던 커다란 상자를 가리켰다.

 “그 후에 제가 가끔 청소하고 정리를 하긴 했는데 아무것도 건들지 않았어요.”

 

 에렌은 작은 선반 위에 살짝 쌓인 먼지를 보면 최근에는 청소를 하지 않은 것 같았다.

 “상자를 좀 봐도 될까요?”

 

 “그럼요, 애나 거예요. 신의 이름 아래 보안부에 갔다가 돌아온 후에도 그 안은 열어보지도 않았다고 맹세해요.”

 

 “아, 네.”

 에렌은 상자를 열어보았다. 상자 안에는 병에 담긴 약들, 수첩, 공책, 달력, 여러 가지 문장을 적은 낱장의 종이들, 신분증, 몇 권의 책, 호신용 작은 칼, 초상화 몇 장, 뱃지 혹은 브로치로 보이는 장식품과 펜던트 목걸이가 들어있었다. 장식품과 목걸이는 의외였지만 대체적으로 애나라는 사람의 방과 어울리는 물품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이 상자를 가지고 돌아가서 제대로 한 번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상자 가져가도 되나요?”

 

 “물론이죠. 원래 애나 것이었고, 조사도 다 끝나고 돌려받았으니 가져가셔도 될 거에요.”

 

 “로우웬, 얘가 누군지 알고 그걸 넘겨요. 사기꾼한테 주고 나중에 진짜 가족이 와서 머리채 잡히고 싶어요?”

 

 아무래도 전생이 있다면, 에렌은 이 세입자와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 난 원수였을 거라고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저 세입자를 빨리 자신의 앞에서 치워야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이름 중 제일 이 일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람이며 나중에 들켜도 제일 잘 넘어갈 수 있는 사람을 내세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라일라, 제가 애나의 너무 먼 친척이고 아직 성년이 아니라 신분증은 없지만 제 신분을 증명해주실 분은 계십니다. 이 사건을 담당했던 이베니엘 경과 친분이 있습니다.”

 

 세입자는 그의 말에 얼빠진 얼굴을 보였다가 에렌에게 말했다.

 “설마 리안 뤼베츠 이베니엘 경을 안다고 지금 말하고 있는 거야?”

 

 세입자가 어이없다는 식으로 얘기하자 집주인은 궁금함에 물었다.

 “리안 뤼… 뭐? 이름이 왜 이렇게 길어?”

 

 “하, 로우웬 당연하죠. 귀족 출신이니 길죠. 지금 저 시골 소년이 귀족과 친분이 있으시답니다. 그리고 엄밀히 말해 이베니엘 경의 팀이 이 사건을 나중에 담당했지만 시골에 있던 댁은 그 분을 만날 수 있었을 리가 없을 텐데요.”

 

 ‘뭐 이렇게 의심이 많고 부정적인지… 알 수도 있는 거지.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어.’

 에렌은 이 세입자가 세상을 보는 방식은 의구심으로 시작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베니엘 경이 어디 시간이 남는 분이십니까? 현재 보안부 지휘관 중에선 제일 어리신데, 능력을 빠르게 인정받아 그 자리에 올라간 분 아닙니까. 최근에는 스텔라들의 훈련이나 강의까지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거기에 귀족출신이시라 또 그 쪽 일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분이 댁을 어떻게 만납니까?”

 

 듣고 있던 집주인은 세입자가 그 긴 이름을 안 것도 신기하지만 그 사람에 관한 정보도 아는 것이 신기하여 되물었다.

 “네가 그걸 다 어떻게 알아?”

 

 “제 나이 대 수도에 사는 여자들은 다 알아요. 미혼에 잘생기고 돈 많고 능력 좋고 집안 좋고. 뭐, 성격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겉으로 보기엔 괜찮잖아요? 이 사람 말고도 뭐 몇이 더 있긴 한데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넘어가고, 여하튼 말이 안 되잖아요. 수도에 그 사람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만 한가득 인데 그 사람들도 못 만나고 있는데 이 분이 어딜 가서 만나요.”

 

 에렌은 괜히 리안 경의 이름을 대었다고 생각했다. 리안 경이 유능한 건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에게 인지도가 있는지는 몰랐다. 그냥 능력이 있어 꽤 젊은 나이에 지휘관의 자리에 오른 정도로 알고 있었고 기사단에서나 유명한 줄 알았다. 저렇게 기사단 밖에서도 유명할 거라곤 생각 못했다. 특히, 수도 내에서 여성분들에게.

 

 그러고 보니 카야 공주가 와서 그런 얘기를 했던 것 같기도 했다.

 ‘리안 경 너무 괴롭히지 마세요. 많은 분들에게 미움을 산 답니다. 특히나 여자들이 한을 품으면 얼마나 무서운 줄 아시죠? 폐하의 무덤까지 쫓아갈 수도 있답니다.’

 그 때는 카야 공주가 그냥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인 줄 알고 웃어넘겼는데 세입자를 통해 본 리안 경은 건드리면 뒷일을 걱정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무르고 싶어도 무를 수 없기에 최대한 이 주제에서 빨리 벗어나야겠다고 에렌은 생각했다.

 “보안부에 확인 차 들렀을 때, 마침 이베니엘 경이 계셔서 ‘직접’ 얘기했습니다. 정 뭐하시면 글이라도 적을까요?”

 

 세입자는 에렌의 말에 여전히 그를 게슴츠레 눈으로 쳐다보며 의심을 지우지 않았다. 그는 결심한 듯 에렌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네, 적어주세요.”

 

 “얘가 오늘 미쳤나? 아휴, 가족 잃은 것도 슬프신 분한테 무례하게 왜 이럴까? 너 오늘 아무것도 없어? 너도 매일 어딜 그렇게 잘 싸돌아다니잖아. 빨리 그리로 꺼져. 훠이, 훠이.”

 

 듣다 듣다 집주인은 세입자의 무례함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를 밖으로 쫓아내길 결심한 것 같았다. 세입자를 거칠게 밀어 문 밖으로 밀고 있었다. 키는 세입자가 더 컸지만, 덩치는 집주인이 커서 힘의 차이로 세입자가 쉽게 밀릴 것 같았다. 하지만 의외로 세입자는 집주인의 힘에 맥없이 끌려가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아휴, 뭔 애가 힘이 이렇게 좋아. 꿈쩍도 안 하네!”

 

 “로우웬, 내가 지금 당신을 도와주고 있는 거라고! 모르는 사람, 특히 신분이 확실치 않은 사람이랑 엮였다가 무슨 일 생기면 어떡해! 가뜩이나 애나 일로 뒤숭숭한데! 그리고 저렇게 어린 애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어리다고 생각하면서 방심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등쳐먹는다니까!!”

 

 세입자는 악에 받친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에렌은 저 세입자가 분명히 어디선가 영악한 어린 친구한테 사기를 당한 적이 있을 것 같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아… 좋습니다. 종이와 펜을 좀 부탁드립니다. 대신에 제가 쓰면 저를 좀 내버려 두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까지 의심받는 것도 지칩니다.”

 

 세입자는 에렌을 아니 꼽게 한 번 쳐다보고 말했다.

 “제가 가져올 테니 잠시만 기다려요.”

 

 에렌은 세입자가 나가는 모습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에 대해 뭐가 저리 마음에 안 들고 못 미더운 건지 모르겠다. 그렇게 자신이 믿음직스럽지 못한 사람처럼 보이나?’

 

 에렌이 이런저런 의아함을 가지고 있을 때, 집주인은 애나의 방문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잠가버렸다.

 

 “아휴, 죄송합니다. 원래 까다롭고 성질이 끔찍하긴 하지만 이렇게 막무가내는 아닌데… 아무래도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 안 좋은 일을 당해서 더 유난스럽게 구는 거 같네요.”

 

 “아, 아닙니다. 그럴 수도 있지요.”

 에렌은 체면치레 그렇게 얘기했지만 자신은 도저히 저 세입자를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문손잡이가 돌아가는 소리가 방에 울렸다. 한 번에 열리지 않자 손잡이가 계속 달칵달칵 거리면서 돌아갔다. 그래도 문이 안 열리자 세입자는 쾅쾅거리며 문을 두들겼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9 #17 (저주받은 자와 방랑하는 자2) 2018 / 12 / 31 219 0 6137   
18 #16 (저주받은 자와 방랑하는 자2) 2018 / 12 / 31 237 0 4714   
17 #15 (저주받은 자와 방랑하는 자2) 2018 / 12 / 31 236 0 8231   
16 #14 (저주받은 자와 방랑하는 자2) 2018 / 12 / 31 241 0 6244   
15 #13 (저주받은 자와 방랑하는 자2) 2018 / 12 / 31 238 0 9897   
14 #12 (저주받은 자와 방랑하는 자2) 2018 / 12 / 31 226 0 9786   
13 #11 (저주받은 자와 방랑하는 자1) 2018 / 12 / 31 222 0 8445   
12 #10 (저주받은 자와 방랑하는 자1) 2018 / 12 / 31 223 0 6406   
11 #9 (저주받은 자와 방랑하는 자1) 2018 / 12 / 31 224 0 9665   
10 #8 (저주받은 자와 방랑하는 자1) 2018 / 12 / 31 237 0 8350   
9 #7 (추적자) 2018 / 12 / 31 243 0 10187   
8 #6 (추적자) 2018 / 12 / 31 242 0 8313   
7 #5 (여우사냥) 2018 / 12 / 31 252 0 16845   
6 #4 (여우사냥) 2018 / 12 / 31 231 0 13465   
5 #3 (도망자) 2018 / 12 / 31 237 0 9607   
4 #2 (도망자) 2018 / 12 / 31 236 0 7600   
3 #1 (도망자) 2018 / 12 / 31 211 0 6214   
2 등장인물 2018 / 12 / 31 242 0 1239   
1 배경과 에펜슐렌 대륙의 주요국가 2018 / 12 / 31 363 0 72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