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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라뷔린투스
작가 : Elcaminosolo
작품등록일 : 2018.12.31

‘스텔’ 이라는 힘을 가진 ‘스텔라’들이 존재하는 세계이다. 스텔은 대기 중의 에너지이며 무형이기 때문에 매개체를 써야 실체화된다. 이 힘을 다루는 자를 ‘스텔라’ 라고 부른다.

에펜슐렌 대륙 중부에 위치하는 국가 브리티아에서는 에드워드 왕태자가 그의 아버지인 클레이안 왕을 시해한 반역자로 처형되었다. 그에 따라 빈 왕좌와 주인을 잃은 왕관은 자연스럽게 왕의 둘째 아들이자 왕태자의 이복동생 에렌 왕자에게 넘어간다.
하지만 이는 상징적인 것 일뿐, 에렌 왕자의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그의 모후가 되는 헤스데아가 섭정후로 등극하였고, 브리티아는 그녀의 통치 아래 놓이게 된다.

에렌은 자신의 의지 하에 선택을 해 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그의 인생을 재단하는 것은 늘 그의 어머니 헤스데아 섭정후였다. 거짓 왕의 자리에 앉아 어머니와 그에 관련된 신하들 사이에서 놀아나는 것에 분노를 느끼던 나날 중, 우연히 카드 한 장을 발견하게 된다.

그 카드는 이복형이자 실각한 에드워드 왕태자에게 자신이 그려줬던 카드였다. 이 카드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왕태자와 자신뿐이었다. 평소 시해 사건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던 에렌은 이 카드의 끝에 닿으면 왕태자의 진실을 알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뒤를 쫓는다.

카드의 행방을 쫓으면 쫓을수록 에렌은 목적이 같은 자들과 방해하는 자들을 만나게 된다.
먼저, 목적이 같은 자들은 리안, 에녹, 로렌이다.
리안은 살인사건의 피해자 중에 과거 자신의 부하와 같은 방법으로 죽은 애나의 자취를 쫓던 중 비밀 클럽에서 에렌과 만나게 되고, 그 후 정보를 공유하며 협력하게 된다.
에녹은 에렌과 악연으로 처음 만났으나 같이 비밀 클럽의 폭발을 피하려다 헤르뮌 대공(자연을 다스릴 정도로 대단했던 브리티아 역사 속에 기록된 스텔라)이 만든 지하에 휩쓸려 그 곳을 빠져나오면서 친해지게 된다. 에렌 때문에 감옥에도 가고, 에렌의 적들과의 거래로 검투대회에 나가는 등 갖은 고생을 겪지만 위험한 순간마다 에렌이 구해준다.
로렌은 자신을 저주받은 자라고 말할 뿐, 그 카드와 카드판을 없애려고 에렌과 협력하게 된다.

그리고 방해하는 자들은 제이드, 검은 남자이다.
제이드는 처음에는 자신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남을 조종하여 에렌을 곤경에 빠뜨리지만 막판에는 그의 정체와 함께 용족과 하늘사람이라고 불렀던 종족들이 무엇인지 드러난다. 검은 남자는 사건 사고가 있는 곳마다(처음엔 비밀 클럽의 폭발 사고에서) 에렌과 마주치는데 후에 제이드와 같이 정체가 드러나며 국왕 시해사건의 전말이 드러난다.

이외에도 카드와 카드판으로 용족과 하늘사람들의 힘을 갖기 위해 네르센과 일로이드가 끼어들고, 나중에는 전쟁으로 치닫게 된다

 
#2 (도망자)
작성일 : 18-12-31 23:35     조회 : 235     추천 : 0     분량 : 7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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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 빈 성채를 돌아다니는 조그마한 남자 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구걸을 하는 거지나 떠돌아다니다 우연히 빈 성채에 들어온 부랑아와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걷어 올린 소매와 셔츠 주변에 흙에 스친 자국과 얼룩들이 묻어있었지만 오래 입거나 닳아 낡아보이지는 않았다.

 

 아이치고는 단단해 보이는 체구도 그를 거리의 아이들과 같다고 치부할 수 없었다. 뛰어다녔는지 짙은 검은 머리카락에 닿은 땀들을 닦아낸 아이는 성채 내부의 지리도 꽤나 잘 아는 지 요리조리 돌아다니면서 벽을 만져보기도 하고 두드려보기도 했다.

 

 아무도 없는 성 내부를 자연스럽게 돌아다니는 이 남자아이, 켈렌은 그의 작은 형을 따라 다니다가 이곳에 오게 되었다. 그가 원래 있었던 북부에서 여기까지 내려온 이래로 형과 하루 종일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서로 붙어 다녔다.

 

 켈렌의 본가는 국경 지대에 네르센과 마주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자연스럽게 어렸을 때부터 검을 잡아왔다. 그 곳의 그 나이 또래 아이들과 같은 가르침을 받고 동일한 훈련을 했지만 검에 대한 타고난 재능은 감출 수 없었고, 이 소식은 본가로 자연스럽게 흘러들어갔다.

 

 그에 따라 본가에서는 자신의 세대에서 저 네르센 놈들의 오만한 눈을 내리깔게 만들고 뻔뻔한 저 면상에 획을 긁을 수 있게 되었다며 환호했다. 켈렌이 아주 어렸을 때, 수도로 내려간 그의 작은 형이 본가의 희망이었는데 왕가의 약속에 따라 눈물을 머금고 보냈기 때문에 그들은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들은 켈렌의 스승에 대해 심사숙고 했고, 논의할 때마다 결론은 늘 한 곳에 도달한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건 바로 현재 존재하는 최고의 스승은 그의 작은 형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작은 형에게 서신을 보내며 요청했지만, 답은 오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켈렌이 본가 중에 누군가가 스승님이 되시겠지 라고 생각할 무렵, 큰 형이 세상모르고 자던 그를 깨웠다. 큰 형은 얼른 짐을 싸서 가야 한다고 하길래 당시 정신이 없었던 켈렌은 네르센의 침입을 막지 못한 것인가 하는 아찔함에 번쩍 눈이 띄었다. 그래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큰 형을 따랐다.

 

 그러나 너무도 고요한 성 외부와 달빛에 비추어진 홀은 너무도 깨끗했다. 다행히 네르센의 침입은 아니라고 안도했지만 여전히 그는 왜 이 새벽부터 떠나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성 밖으로 나와 차가운 공기가 켈렌의 뺨을 때리자 더욱 밝아진 시야로 주위를 둘러볼 수 있었다. 그 어떤 것도 어제와 비교했을 때 달라진 것이 없고 그대로였다. 그렇게 안도하며 큰 형을 따라갔다.

 

 큰 형을 총총 따라가 성문에 다다랐다. 성문에는 한 사람이 말 두 마리를 고삐로 잡고 있었다. 켈렌은 그 중 한 마리 말을 타고 자신이 떠나야 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큰 형은 켈렌을 한 번 꼭 안아주며 작은 형의 안부를 부탁했다.

 

 그리고 작은 형의 위치를 찾기가 쉽지 않아 지금 당장 행적을 알았을 때 가야한다고 했다. 켈렌은 그 때 네르센 인들 못지않게 집요한 본가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구나 생각했다. 그렇게 가족들에게 인사를 하지 못하고 떠나 수도로 온 켈렌은 와서도 그 도도하고 잘난 작은 형 때문에 고생했다.

 

 수도에서 작은 형은 변변한 집 없이 떠돌면서 살았다. (그래도 나름 귀족인데 집 없이 사는 건 모두 의아했지만 피를 나눈 가족들도 그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작은 형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자신의 옆에 있는 동생을 보고 기함을 토했다. 네르센 인들 욕할 게 아니라면서 본가가 제일 싫어하는 말들을 쏟아냈다.(네르센과 관련된 말은 그들에게 모두 욕이었다)

 그리고 작은 형은 켈렌에게 으르렁 거리고 윽박지르며 돌아가라고도 해보고 나름 상냥하게 설득도 해 보았지만 그는 고개만 저었다.

 

 작은 형이 좋게 말하면 자유분방하고 나쁘게 말하면 무책임한 데 반해 켈렌은 은근히 고지식하고 고집 센 면이 있었다. 어른들이 정해주신 스승에게 꼭 배워야 하며, 그게 좋은 것이라고 켈렌은 생각했다. 이제 그 때부터 켈렌과 작은 형의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그를 놓치면 미아가 되는 켈렌은 쫄래쫄래 쫓아다녔지만 작은 형은 신경 써 주지 않았다. 그는 항상 평소처럼 성큼성큼 걸었고 뒤에 꼬리처럼 쫓아가는 켈렌은 늘 숨이 벅찼다. 식사도 불규칙적이어서 나중에는 따로 챙겨서 따라갈 정도였다.

 

 무엇보다도 켈렌을 곤란하게 했던 것은 작은 형이 궁에 들어갈 때였다. 들어갈 자격이 없는 켈렌은 성문 앞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성문 앞을 지키는 기사들은 그들의 고용된 의무에 따라 켈렌을 성문 앞에서 쫓아내는 수밖에 없어 온갖 꾸지람을 들으며 쫓아냈다.

 그렇게 켈렌과 기사들과의 실랑이가 계속되면서 켈렌이 한 가지 터득한 것은 성문으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으면 그들도 더 이상 쫓아내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켈렌은 늘 성문에서 일정 거리를 두고 형을 기다렸다.

 

 켈렌은 암묵적으로 기사들과 약속을 맺었고 성문에서 일정거리 떨어진 거리 앞에서 형을 기다렸던 어느 날, 형의 나이 즈음 정도 되어 보이는 한 청년이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던 남색 빛 머리카락과 잿빛과 약간의 청색이 섞여있는 눈으로 그를 쳐다보는 말끔한 차림의 남자였다.

 

 그는 성 내에 꽤 높은 탑을 가리키며 말했다.

 - 창으로 항상 여기에 있는 너를 보았단다.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구나.

 

 켈렌은 그가 가리킨 탑을 한 번 보고 남자를 보았다. 성의 출입이 자유로운 꽤 높은 사람인 거 같았다.

 - 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자 그는 의아한 듯 물었다.

 - 네 나이 또래 동생을 가진 자를 본 적은 있지만 보통 네 나이 또래는 집에서 장난감 성을 쌓고 놀거나 전쟁놀이 하면서 놀지 않니? 부모님이 여기 이렇게 기다리고 있다가 형과 함께 돌아오라고 부탁하셨니?

 

 - 아닙니다. 저 혼자 형을 기다리고 있는 것뿐입니다.

 

 - 내가 처음 널 발견하기 전부터 넌 여기 계속 있었던 거 같구나. 혹시 형 이름을 알 수 있을까?

 

 그의 말에 켈렌이 의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자 그는 얼른 말을 이었다.

 - 나도 네 나이 또래의 동생이 있어 걱정 돼서 그래. 네가 알려주면 너의 형을 혼내주마. 어린 동생을 여기 이렇게 나무처럼 세워놓고 기다리게 하다니.

 

 - 괜찮습니다. 형이 하기 싫은 일을 갑자기 맡아서 그렇습니다. 마음을 돌리게 하는 것은 제 책임입니다.

 

 그는 켈렌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말했다.

 - 참 어린데 꼿꼿한 나무 같구나. 아무리 타일러도 넘어올 거 같지 않으니 꼭 누가 겹쳐 보이는데… 그럼 어디 나도 네 형을 기다려 봐야겠구나.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켈렌 옆에 앉았다. 켈렌은 자신의 옆에 앉는 그를 보며 괜찮다며 불편한 이방인을 쫓아내려 했지만 그는 그저 웃기만 할 뿐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가 자신에게 나무 같다고 했지만 그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말주변과 재주가 없는 켈렌은 이방인을 쫓기를 포기했다.

 

 그는 시선을 앞에만 고정하고 있는 켈렌에게 말을 걸며 이것저것 얘기해주었다.

 수도 셀레테첼에 상업지구의 모습과 곳곳에 남아있는 고대 유적지, 축제, 유행, 명문 체라노플 학교와 교수들, 그들 앞에 있는 성과 성문에 얽힌 유래 등을 얘기해주었다.

 

 그는 수도 셀레테첼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는 것 같았다. 수도에 왔으면 이걸 꼭 봐야한다면서 그는 나뭇가지를 주워 땅에 적어 별표까지 쳤다. 형과 꼭 다녀오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켈렌은 형이랑은 절대 못 갈 터이니 혼자라도 다녀와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그의 말에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어느 덧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주홍빛이 하늘에 전체적으로 번질 즈음이었다.

 

 그는 심심했는지 켈렌에게 땅따먹기 게임을 제안했고, 긴장감이 풀어진 켈렌도 동의했다. 근처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주워 땅을 그리고 그 안에서 게임을 했다. 그는 정말 작은 게임에 목숨이라도 건 듯 열심히 했고 켈렌은 제 안에 있는 오기와 고집이 발동했다. (처음엔 수도의 높은 분이라는 생각에 경계를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는 동네 형이 되어있었다)

 

 별 다른 의도 없이 시작된 게임의 2번째 판에서 켈렌의 차례가 되었다. 돌을 던지고 밟아야 할 땅을 찾고 있는데 그 안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고개를 들었다. 그의 작은 형이었다.

 

 형은 켈렌을 한 번 보고 뒤에 있는 그에게 눈길을 돌렸다. 켈렌은 그 때 형의 눈이 저렇게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툭 치면 떨어질 거 같은 눈으로 그를 보았다가 얼른 무릎을 꿇어 인사했다.

 

 - 브리티아의 수호자, 하늘 도시의 대리인, 검은 유니콘, 흑태자를 뵙습니다.

 

 켈렌은 형이 갑자기 무릎을 꿇은 것에 놀랐다가 그가 읊는 말에서 첫 문장을 듣자마자 그의 옆에 가서 같이 무릎을 꿇었다. 그가 읊은 문장은 왕가의 사람께 인사를 드릴 때 갖추는 예의로 귀족이라면 나이가 어리든 많든 알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 검은 유니콘, 흑태자 에드워드 페레드비안 브리티아가 말했다.

 - 아아, 역시 그대의 동생이었군. 동생이 그댈 닮았어.

 

 왕태자의 말에 형은 켈렌을 힐끔 보고 의아해 했지만 달리 반박하진 않았다.

 - 그대는 잘 모르겠지만. 그대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아이를 계속 보면 자네밖에 떠오르지 않아. 혹시 동생이 아닌 아들이 아닌가?

 

 왕태자의 말에 형은 놀라며 부인했다.

 - 아닙니다, 전하. 어머니께서 늦게 얻은 제 막내 동생입니다.

 

 왕태자는 형의 말에 허허 웃으며 말했다.

 - 그렇게 놀라며 정색할 필요는 없네. 농담이었네 농담. 자네 성격으로 봐서는 자식은 엄두도 안 나지. 연애도 엄두가 안 나는데.

 

 왕태자의 말에 형은 미묘하게 눈썹을 찡그렸지만 곧 표정을 지웠다. 왕태자는 형의 표정을 못 봤는지 계속 말을 이었다.

 - 그대의 동생이 여기에 있은 지 꽤 오래된 거 같더군. 놀아야 할 어린 아이가 왜 이러고 있는가. 에렌의 나이랑 비슷한 거 같은데…

 

 형은 잘못 걸렸다는 표정이었다. 뭔가를 말할 결심을 했는지 형은 눈을 한 번 꾹 감았다 뜨고 말했다.

 - 본가에서 하찮은 저의 검술 실력으로 이 아이의 스승이 되라고 내려 보냈습니다. 하지만 제 검술 실력이 그리 대단치 않다는 것을 알기에 더 능력 있고 훌륭한 스승을 찾아가라 일렀지만 본가에선 저의 의견을 무시하고 아이부터 보냈습니다. 그래서 이 아이를 다시 본가로 돌려보내기 위해 마음 아프지만 잔인하게 굴었던 것입니다.

 

 왕태자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 세상에 이런 모순이 있다니. 그대의 검술 실력이 하찮다니. 국왕 탄신일에 열렸던 토너먼트에 참여했던 다른 기사들이 분통 터지다 못해 대성통곡 하겠네. 내 생각엔 그대의 본가에서 올바른 선택을 한 거 같은데.

 

 - 높게 평가해 주셔서 감읍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이런 말씀 올리기 송구합니다만 전하를 보필하는 데 집중하고 싶습니다. 저는 전하를 보필하기 위해 이 셀레테첼에 온 것이고,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에 대해 나라로부터 봉급을 받고 있습니다. 제 처지와 입장을 고려해주십시오.

 왕태자는 그의 번지르르한 말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말했다.

 

 - 아, 그러한가? 자넨 그 역할을 맡기 위해 고용된 사람이라 이거군. 그럼 내 그대에게 의무를 하나 더 주어주고 내 사비로 봉급을 더 줄 터이니 이 아이를 가르쳐보오.

 

 형은 예상치 못한 왕태자의 답에 놀라며 반박을 하기 위해 머리를 열심히 굴렸다. 하지만 왕태자가 본인의 사비까지 들이겠다면서 명령 하는데 할 수 없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 아, 아닙니다. 전하를 보필하기 위해 있는 사람으로서 전하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 이건 명령이 아닐세. 나는 분명 대가를 치르고 부탁을 하는 것일세. 자네 같이 훌륭한 인재가 아무 대가없이 봉사한다는 건 모욕 아닌가.

 

 - 그리 말씀해주셔서 소신 감격스러워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 세상에 제 가치를 이렇게 대단케 평가를 해 주시는 분이 계셔 든든한 아군을 얻은 듯 기쁘옵니다.

 

 켈렌은 형의 소름 돋는 대답에 그가 수도에서 많은 것을 배웠구나 생각했다. 예전에 북부에 있을 땐 말 보다 행동이 먼저 나갔던 사람으로 이런 고운 말들이 그의 입에서 튀어나오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 그럼 받아들이는 걸로 알고 있겠네.

 

 - 예, 전하.

 

 형은 왕태자에게 감사의 표현으로 허리를 굽혔다 일어나려고 할 때, 왕태자의 입이 다시 열렸다.

 - 아, 그리고 동생한테 수도 구경 시켜주고 놀아주는 것도 포함되네. 자네 동생 여기에 언제 온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모르더군!

 형은 왕태자의 말에 허리를 어정쩡하게 굽힌 상태에서 멈춰 섰다.

 

 예상치 못한 은인의 도움으로 켈렌은 형에게 검술을 배울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수도의 전반적인 관광인 문화적인 부분도 포함하여 나름 삶이 윤택해졌다.(왕태자가 형에게 또 뭐라 했는지 어엿한 집이 생김에 따라 식‧주를 다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켈렌은 왕태자가 수도 근방의 카이르벳을 다스리는 공작 작위를 받고 난 후에야 만날 수 있었다. 그가 그 지역 공작으로 발령받아 수도에서 나올 때 그의 작은 형이 따라갔기 때문에 그제야 켈렌은 왕태자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이곳에서 지낸지 약 3년. 늘 활기차고 여유 넘치고 존경심 가득한 눈으로 왕태자를 보던 이 곳 사람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어디 갔는지 모르지만 왕태자의 명령으로 그의 형과 측근들의 지휘 아래 어디론가 떠나는 것을 켈렌은 보았다. 그리고 약 2달 전에 왕태자가 수도를 다녀온 이후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는 것만 켈렌이 아는 전부였다.

 

 켈렌은 이제 자신도 머지않아 여기를 떠나야 할 것 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아무도 알아줄 것 같지 않은 왕태자가 여기 세운 업적을 자신이 기록하듯 성채를 돌아다녔다. 사람들이 자주 모이고 공고가 붙었던 광장, 그 곳에 한 때 생동감 넘쳤지만 이젠 멈춰버린 인어 조각상 분수대, 시장이 들어설 때면 외국 상인들이 자주 왕래하여 진귀한 것들이 많았던 가판대와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 공연을 하던 사람들, 가을 즈음에 열렸던 축제, 제 나이 또래 아이들이 아침과 낮 시간에 모여 글을 배우던 장소, 기술자들이 도제들을 두어 기술을 전수하던 모습, 예술가들을 불러들여 꾸몄던 벽과 건물들, 기사들이 땀을 흘리며 훈련하던 모습과 그것을 자주 참관했던 왕태자. 어린 켈렌의 눈에도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왕태자의 성으로 향하는 정갈한 길옆에 벽을 켈렌이 보고 있을 때였다. 그 벽은 어느 한 예술가가 왕태자를 상징하는 검은 빛깔의 털을 가진 유니콘과 장미를 그려넣은 것으로 시작하여 동맹왕국시대 때 각 나라에 위대한 군주들을 상징했던 동물과 식물들을 그려넣었다.

 벽에 그려진 그림의 시간은 역으로 흐르고 있었지만 브리티아의 국민과 이 대륙의 사람들이라면 이 벽에 새겨진 그림들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알고 있다. 켈렌이 그 벽을 따라 걸으며 시간여행을 하고 있을 때였다.

 

 저 멀리 성벽 아래에서 말 울음소리와 사람이 외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이 성채 안에 있었던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없는데 누군가 다시 돌아온 건가 의아해 하면서 그 소리가 난 곳으로 켈렌은 달려갔다. 달려가면서 몇 번이나 말 울음소리와 사람이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에 이끌려 켈렌은 성벽만을 보며 뛰어갔다.

 

 성벽에 도착해 내려다보니 어느 한 기수가 이제 막 떠나려고 했다. 그 깃에는 브리티아 왕실을 상징하는 유니콘이 그려져 있었다. 켈렌은 왕실에서 파견된 대리인이 성 내부에는 발을 디뎌보지도 못하고 돌아가려하는 것이 의아했지만 곧 성 내부의 상태를 보고 이해했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나. 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돌렸을 때 켈렌은 활시위를 당겨 화살을 그 대리인에 향해 맞추고 당장이라도 쏠 것 같은 자세를 한 작은 형을 볼 수 있었다. 켈렌은 그가 진짜 화살을 쏠까봐 놀라서 말려야 되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목에 걸려 있던 작은 피리를 힘껏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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