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러브 크리에이터
작가 : 모모제인
작품등록일 : 2018.12.31

 
13. 관계의 대가
작성일 : 18-12-31 23:20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863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3. 관계의 대가

 

 두 번째 영상이 업로드된 날, 지유가 설아네 집앞으로 찾아 왔다.

 

 “갑자기 무슨 일이야? 우리 집은 어떻게 알았어?”

 

 “미안해, 기분 나빴어? 너네 집 주소는 우주한테 물어 본 건데...”

 

 “기분이 나쁘긴... 그냥 갑자기 와서 무슨 일 생겼나 하고... 어디 아프거나 그런 건 아니지?”

 

 “이거 너 주려고...”

 

 설아는 지유가 내민 작은 수첩을 받았다. 수첩 위에는 리본이 묶여 있었다.

 

 “풀러 봐도 돼?”

 

 “당연하지. 니 선물이야.”

 

 “선물?”

 수첩에는 매일 지유가 설아에게 일기처럼 쓴 고마움의 편지가 적혀 있었다. 함께 찍은 셀카를 출력해서 코팅지를 붙이고 하트 모양으로 오린 사진도 하나 붙어 있었다.

 

 “너 원래 애들이랑 사진 같은 거 잘 안 찍잖아. 근데 나랑은 사진도 찍어 주고 돼지 같은 나 다이어트도 시켜 주고 너무 고마워서 뭐라도 선물하고 싶은데, 아직 알바를 못 구해서 선물은 못 샀어. 미안. 살 조금만 더 빼면 조흔 알바도 구할 수 있을 거야. 그땐 진짜 좋은 거 사 줄게. 미리 생일 축하해.”

 

 “정말 고마워. 다른 선물은 필요 없어. 나 이렇게 정선 담긴 편지는 처음 받아 봐. 너 글씨 엄청 예쁘게 쓴다. 그리고 알바 구하지 마. 내가 너 출연료 줄 거라니까. 실은 니가 돈 생기면 막 뭐 사 먹고 싶을까봐 프로젝트 끝나고 정산하기로 계약서에 명시했는데 어디 쓸 데 있으면 미리 줄게.”

 

 “아... 아냐. 진짜 그럴 필요 없어. 다임 언니가 나 다이어트 식단대로 먹을 수 있게 재료 배달 보내 주시잖아. 너랑 다이어트 영상 찍으면서는 군것질도 안 하니까 돈 쓸 데 진짜 없어. 니가 나 폰도 새로 사 줬잖아. 트레이닝복도 사 주고. 요가 매트랑 이것저것 너한테 받은 게 엄라나 많은데... 진짜 돈은 필요 없어.”

 

 “그래도 언제든 필요해지면 말해 줘. 그나저나 올해 생일선물은 너한테 제일 처음 받는다. 아직 일주일이나 남았는데.”

 

 “생일날은 너 파티 같은 거 할 거 같아서 바쁠 테니까 그냥 미리 주고 싶었어.”

 

 “생일 파티? 나 그런 거 안 하는데?”

 

 “정말? 너처럼 인기 많은 애들은 막 핑크색 풍선 가득한 데서 파티하고 사진 찍고 그러지 않아?”

 

 “매년 생일은 그냥 가족들이랑 보냈어. 올해는 어쩌면... 그냥 지나갈 수도 있겠다. 그날 케이크 먹는 치팅데이 영상 찍을래? 우리 둘이 폰으로만? 너도 달달한 거 한 번 먹으면 다이어트 스트레스 조금 풀릴 거야. 쿠킹 클래스 같은 데 예약하면 살 덜 찌는 비건 케이크 같은 거 만들어 먹는 곳도 있을 거야. 내가 알아볼게.”

 

 “정말? 나랑?”

 

 “응, 너 덕분에 나 구독자도 더 늘었고, 양다리니 뭐니 이상한 댓글들도 많이 줄었어. 니 다이어트 영상 조회수도 엄청 높아. 나 너한테 진짜 고마워.”

 

 설아의 실수였다. 설아는 실수인 줄 몰랐던 설아의 실수였다. 마음을 끝까지 줄 자신이 없으면서 외로움의 허기가 가득한 지유에게 마음 한 조각을 준 것이다.

 

 #

 마침 설아의 생일의 생일은 일요일이었다. 설아는 비건 베이킹을 전문으로 하는 쿠킹 스튜디오를 예약했다. 설아는 여느 때처럼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지유와 만나기로 한 쿠킹 스튜디오로 향했다. 브이로그(VLOG) 형식으로 영상을 올릴까 싶어 중간중간 가는 길도 촬영했다. 마스크를 벗고 2층 스튜디오 문을 여는 순간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서프라이즈! 생일 축하해! 유설아!”

 

 지유가 부른 우주와 다임, 다임이 부른 현수와 한솔, 현수가 초대한 모나, 모나가 데려온 마루와 효찬까지. 작은 쿠킹 스튜디오는 설아의 사람들로 가득했다. 기분 좋은 순간이었다. 모나가 설아의 야구모자를 벗기고 고깔모자를 씌웠다. 우주를 시작으로 함께 생일 축하송을 부르고 선물 증정식이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아줌마, 비건 케이크 밖에 주문 안 하셨어요? 생일날에는 생일 핑계로 몸매 관리 때려 치고 엄청 단 막 초코초코한 케이크 퍼먹는 거예요. 한솔이 제가 안고 있을 테니까 아줌마가 아래 베이커리 가서 단 거 더 사다 주시면 안 되요?”

 

 “야, 임모나, 결혼도 안 하신 분한테 아줌마가 뭐냐.”

 

 우주가 다임에게 안겨 있는 한솔이를 넘겨 받으며 케이크를 더 사달라고 칭얼대는 모나를 타박했다.

 

 “결혼도 안 하시다니, 그럼 두 분 결혼식 안 올리시고 설아부터 낳으신 거예요? 우와! 화끈하시네! 한솔아~ 너네 엄마 아빠 장난 아니시다!”

 

 모나는 한치의 의심도 없이 안고 있는 한솔이에게 장난을 쳤다.

 

 “임모나 너 왜 자꾸 헛소리야. 다임 언니는 설아 엄마 친구분이시잖아. 너 설아네 엄마 아빠 못 만나 봤구나.”

 

 “무슨 소리야? 나 여름에 설아 네서 살았는데. 내가 본 적 없는 설아네 엄마 아빠가 따로 있다고?”

 

 순간, 설아와 다임 현수. 그리고 사실을 알고 있는 효찬의 얼굴이 굳어 버렸다. 차갑게 굳은 설아의 표정을 본 우주는 설아네 집에 무슨 일이 있었음을 눈치챘다. 생일 파티 분위기는 얼음장으로 변했다.

 

 “유설아, 너네 집에 무슨 일 있었지? 근데 나한테 얘기 안 했어? 학교에서 매일매일 같이 점심을 먹으면서?”

 

 “그게...”

 

 “대체 무슨 일이길래 나한테도 말을 못 한 건데? 난 우리 부모님 이혼하는 얘기까지 너한테 했는데... 넌 왜 니 얘기는 하나도 안 하는 건데? 내가 다른 애들처럼 소문이라도 퍼트릴까봐? 너한테 난 그거밖에 안 되는 친구야?”

 

 설아는 서운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우주의 시선을 견디기 힘들었다. 우주는 설아가 어려웠던 순간마다 해결사가 되어 줬던 친구다. 언제나 설아를 믿고 자신의 비밀을 털어 놓은 우주에게 설아는 솔직한 자신의 모습은 하나도 보여준 것이 없었다.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일생에 한 명 얻기도 힘들다는 진짜 친구를 밀어내온 것이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우주야...”

 

 설아는 고깔모자를 벗고 야구모자를 손에 쥔 채 쿠킹 스튜디오를 뛰쳐나갔다. 지유가 그런 설아를 잡으려고 따라 나왔다. 뚱뚱한 몸으로 숨을 몰아쉬며 겨우 설아를 따라잡은 지유가 설아의 팔을 잡았다. 설아는 거칠게 지유의 손을 뿌리쳤다.

 

 “너 때문이야! 니가 내 허락도 없이 사람들을 초대해서 이렇게 된 거라고! 너만 아니었으면! 정말 싫어! 김지유, 난 니가 정말 싫어!”

 

 지유는 자신을 뿌리치고 멀어져 가는 설아를 한참이나 초점 없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모나야, 너도 아직 연락이 안 되니?”

 

 “계속 전화하고 있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는 거 같아요. 설아는 SNS도 안 해서 따로 연락할 방법이 없어요. 제가 나가서 아까 거기 근처 다시 살펴볼까요?”

 

 “아니야, 너무 늦었어. 이런 시간에 나가면 너도 위험해. 너희 부모님도 걱정하실 테고. 설아 집에 오면 연락해 줄게.”

 

 늦은 밤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는 지유를 기다리는 다임과 현수는 너무나 초조했다.

 

 “죄송해요... 제가 아까 화만 내지 않았어도... 오늘 설아 생일인데... 전 설아네 엄마 아빠가 돌아가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어떡해요,,. 설아 집에 안 돌아오면 어떡해요...”

 

 걱정이 돼서 집으로 찾아온 우주가 다임과 현수 앞에서 펑펑 울기 시작했다.

 

 “설아 집에 안 오면 다 제 탓이에요... 저라도 엄마 아빠가 죽었다는 말은 입 밖에 꺼내기 싫었을 거 같아요... 설아 마음도 모르고... 흑흑...”

 “우주야, 우린 니 마음 충분히 알아. 설아도 이해할 거야. 다만 지금은 설아가 너한테 자기 얘기 못 했던 게... 널 속인 거 같이 느껴져서 미안하고 창피해서 마음 다스릴 시간이 필요할 거야. 너무 늦었으니까 우선은 너도 집에 가 있어. 집에서 걱정하시겠다. 현수 삼촌이 데려다 주실 거야.”

 

 #

 설아는 거리를 헤매다 만화방으로 들어갔다. 아빠가 살아계실 때 설아의 학교 시험이 끝나면 종종 함께 만화방에 가곤 했다. 아빠가 좋아하셨다던 옛날 만화도 함께 보고 같이 라면도 시켜 먹었다. 설아는 자리에 앉아 아빠와 같이 읽던 만화를 꺼내 읽었다. 고아 소년이 마을을 지키는 리더를 꿈꾸는 소년물이었다. 설아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만화를 읽으며 웃던 아빠가 떠올라서 눈물이 흘렀다. 10시가 되자 만화방 주인이 다가왔다.

 

 “보호자가 없으면 학생은 10시 이후로 출입이 안 돼요. 다음에 다시 오세요.”

 

 설아는 어두워진 거리로 나갔다. 갈 곳이 없었다. 손님이 적어 보이는 프랜차이즈 카페에 가서 커피를 한 잔 주문했다. 커피를 좋아하셨던 엄마라면 맛이 없다며 괴로워 할 탄 원두 맛이 나는 아메리카노였다.

 

 따듯한 커피를 쥐고 꺼 놨던 전화기를 켰다. 부재중 통화와 문자 표시가 계속 들어왔다. 폴더폰을 닫고 천천히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통유리로 된 창밖을 쳐다 보았다. 엄마와 딸로 보이는 여자 둘이 지나갔다. 팔짱을 끼고 있었다. 설아와 설아의 엄마도 둘이 거리를 걸을 때면 항상 팔짱을 끼고 걸었었다. 설아는 창밖에서 시선을 거두고 다시 폰을 열었다. 마지막에 들어온 문자는 효찬의 것이었다.

 

 - 밖이면 연락해. 집에 데려다 줄게.

 

 설아는 효찬에게 답장을 보냈다.

 

 - 아까 그 동네 카페야. 커피가 너무 맛없어서 나가려고

 

 휴대전화 진동이 울렸다. 효찬의 전화였다.

 

 “혼자 있어? 어디야?”

 

 “혼자 있어. 카페야.”

 

 “카페 어디?”

 

 “몰라. 그냥 보이는 데 들어 왔어.”

 

 “카페 이름이 뭔데? 내가 찾아갈게.”

 

 “프랜차이즈 카페야. 이 동네 이 카페 한두 개가 아닐걸.”

 

 “그건 내가 알아서 해. 카페 이름이나 말해.”

 

 “주소 문자로 보낼게. 빨리 오기나 해. 배고픈데 혼자 밥 먹기 싫다.”

 

 설아가 카운터를 지키는 알바생에게 가 카페 주소가 찍혀 있는 네임카드를 받아 사진을 찍어 효찬에게 전송했다. 그리고 얼마 후 효찬이 헐레벌떡 카페 문을 열고 들어 왔다.

 

 “금방 왔네.”

 

 “계속 근처에 있었어.”

 

 “집에 안 가고? 너네 집에 무서운 재벌 할아버지 계신다며?”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한다고 했어.”

 

 “그걸 믿으셔?”

 

 “뭐든 믿게 만드는 게 내 특기거든. 너도 나 믿어서 부른 거잖아. 아니야?”

 

 “그러게. 널 왜 불렀을까?”

 

 “이유가 뭐든 잘했어. 다음에도 필요하면 나 불러.”

 

 “너 진짜 나한테 왜 잘해 줘? 나 좋아해?”

 

 “그걸 눈치챈 거야?”

 

 “내가 왜 좋아? 오늘 봐서 알겠지만 난 가식 투성이야. 제일 친한 친구한테도 내 속마음은 보여준 적 없어. 니가 보는 난 그냥 다 껍데기야.”

 

 “나도 그래.”

 

 “재벌 도련님이라 이미지 관리하는 거? 난 그런 거랑은 달라. 크리에이터라서 이미지 관리하는 거 말고도.. 진짜 내 마음은 아무한테도 얘기한 적 없어. 아까처럼 우주가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해. 나라도 나 같은 친구 싫겠다.”

 

 “진짜를 얘기해야 친해질 수 있어? 자기 얘기 안 하면 친구가 될 자격이 없어?”

 

 “당연하지. 너 친구 없어서 몰랐구나.”

 

 “나 사생아일지도 몰라. 할아버지가 내치지 않은 거 보면 아빠 쪽 사생아 같아.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엄마가 날 안아준 기억이 없어.”

 

 갑작스런 효찬의 고백에 설아는 얼이 빠진 사람처럼 효찬을 바라봤다.

 

 “아까 전화로 배고프다고 했잖아? 진짜 내 얘기했으니까 오늘 우리 친해진 거지? 기념으로 맛있는 거 먹자.”

 

 효찬은 설아의 손을 잡고 거리로 나갔다.

 

 “너 드라마에서 그런 거 봤지? 재벌집 도려님들이 길거리 음식 처음 먹는 장면. 내가 오늘 그거 보여 줄게. 마스크 내려.”

 

 효찬이 닭꼬치를 사서 설아에게 건넸다. 설아가 마스크를 벗고 효찬이 준 닭꼬치를 먹었다.

 

 “닭고기 품질은 그저 그런데 소스맛은 괜찮네. 추천할 만한 길거리 음식 없어?”

 

 “너 정말 이런 거 처음 먹어? 떡볶이도 안 먹어 봤어?”

 

 “그건 학교 급식에도 나오잖아. 먹어 봤지.”

 

 “그럼 저거 하자. 설탕과자 뽑기! 저건 급식에 안 나오거든!”

 

 설아는 효찬과 설탕과자 뽑기에 도전했다. 재벌집 도련님과 유명 크리에이터가 침을 묻혀 가며 설탕과자에 찍힌 별모양을 살리려고 노력하면서 과자를 부셔 먹는 모습은 정말 우스꽝스러웠다. 둘은 서로를 보며 웃었다. 효찬은 해 보고 싶었다며 인형 뽑기에도 도전했다.

 

 “자! 생일 선물.”

 

 “너 이거 뽑으려고 얼마를 쓴 지 알아?”

 

 “그 돈이면 침대만한 인형도 샀겠다.”

 

 “그럼 침대만한 인형이라고 생각하고 안고 자.”

 

 “... 고마워.”

 

 “뭘 인형 하나에 그렇게 고마워하냐.”

 

 “니 얘기해 준 거 고맙다고. 절대 아무한테도 니 비밀 말하지 않을 거야. 걱정 마.”

 

 “고마우면 이제 집에 들어가. 나 더 늦으면 거짓말 들통 나서 혼나거든. 택시 번호 찍어 놓을 테니까 택시 타고 가. 도착하면 연락하고.”

 

 “알았어.”

 

 효찬이 택시를 잡아 세우고 뒤에서 차량 번호를 찍었다. 설아는 뭔지 모르게 마음이 후련해졌다. 친구인 우주에게 숨겨오던 진실을 들킨 것 때문인지 효찬에게 조금이라도 속마음을 털어 놓아서인지 잘 구분이 가지 않았다.

 

 설아의 집앞에 택시가 섰다. 집 현관문 앞에 마루가 기다리고 있었다.

 

 “걱정했어.”

 

 “고마워. 근데 너무 늦어서 너희 부모님도 걱정하시겠다. 빨리 집에 가. 나 들어갈게.”

 

 “유설아! 지금까지 권효찬이랑 있었어?”

 

 설아는 대답하지 않고 초인종을 누르려고 했다.

 

 “권효찬이 집에 자기랑 스터디 카페에 있다는 거짓말을 해달라고 하더라. 나한테 부탁까지 하면서 효찬이가 밖에 있으려는 이유가 뭔지 생각해 봤어... 다른 사람 일에는 전혀 관심 없는 권효찬이 너랑 관련된 일이 생기면 먼저 나서고 시간을 냈는데 눈치를 못 채다니... 니가 나 밀어내는 이유가 권효찬이라면 난 물러날 생각 없어.”

 

 “권효찬이랑 상관없어. 마루 니가 남자로 안 느껴질 뿐이야.”

 

 “이래도?”

 

 마루가 뒤에서 설아를 껴안았다.

 

 “불편해. 놔 줘.”

 

 “... 미안.”

 

 설아는 마루를 향해 돌아서지 않고 초인종을 눌렀다.

 

 - 누구세요?

 

 - 저예요. 설아

 

 현관문이 열렸다. 설아는 그제서야 돌아서서 마루를 향해 말했다.

 

 “스킨십은 서로 좋아할 때도 조심스러운 건 줄 알았는데... 너한텐 정말 쉽고 가벼운 거구나. 여기서 나 걱정하면서 기다려 준 건 고맙지만, 방금 그 포옹은 정말 불편했어. 다시는 그러지 말아 줘. 나 들어갈게.”

 

 “쉽고 가벼운 거 아니야. 설아야, 내 말 좀 들어 봐.”

 

 마루 앞에는 꽝 닫힌 현관문밖에 없었다.

 

 월요일 아침, 설아가 우주 네 집으로 찾아갔다.

 

 “학교 같이 가자.”

 

 우주는 설아를 보는 순간 눈물을 흘리며 설아를 안았다,

 

 “나 안 미워?”

 

 “멍청아, 니가 왜 밉냐. 친구 한 명 없이 장례식에 혼자 서 있었을 너 생각하니까 눈물이 나서 밤새 울었어. 눈탱이 띵띵 부은 거 보이지?”

 

 “현수 삼촌이랑 다임 이모가 같이 있어줬어. 아빠 엄마랑 같이 일하던 회사 분들도 있었고.”

 

 “그래도 난 없었잖아. 똥멍청아. 그럴 땐 날 불러야지.”

 

 설아는 우주와 화해를 했고, 설아의 가족사를 알게 된 모나도 더욱 설아에게 다정했다. 설아는 모든 게 정상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따라 나온 지유에게 모진 말을 했던 사실을 까먹어 버린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유는 언제나처럼 설아의 말이라면 뭐든 웃으며 대답했고 다이어트에도 열심이었다. 변한 것이 없어 보였다.

 

 #

 “잠깐 좀 보자.”

 

 방과후수업에 참석하기 위해 종례 후 교실을 이동하는 효찬에게 마루가 찾아왔다.

 

 “너 어제 설아랑 있었지?”

 

 “니가 상관할 바 아닌 거 같은데.”

 

 “처음부터 내가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뭐하는 짓이냐?”

 

 “누가 먼저 유설아를 좋아했는지는 문제가 아니지. 설아가 누굴 좋아하는지가 문제지.”

 

 “잘난 니네 할아버지께서 설아를 인정하실 거 같아? 이 학교에 임모나 보낸 게 무슨 뜻인지 너도 알잖아.”

 

 “재벌가 돌아가는 사정 따윈 관심 없다던 녀석이 갑자기 그런 건 왜 들먹여?”

 

 “너랑 엮이면 설아가 힘들어질 게 뻔하니까, 좋아하는 여자가 다치지 않게 막으려는 거야.”

 

 “돌려 말하지 마. 그냥 솔직히 질투가 난다고 말해.”

 

 “그래, 질투 맞아. 근데 단순한 질투는 아니야. 내가 재벌가 도련님들의 사정은 자세히 몰라도 너희 할아버지가 정말 무서운 분인 건 알고 있어. 설아가 그렇게 지키고 싶어 하는 영상 커리어 정도는 어떻게든 단숨에 짓밟아 버릴 수 있는 분이지. 그리고 너한텐 그걸 막을 힘이 조금도 없다는 사실까지 알아.”

 

 “너만 입 다물면 설아가 다칠 일은 없어. 신경 꺼.”

 

 효찬이 마루의 어깨를 치고 복도를 돌아갔다. 늘 웃음이 가득했던 마루의 눈에는 한 번도 본 적 없던 분노가 서려 있었다.

 

 #

 코직그룹 권회장 본가의 저녁 식사 시간이다.

 

 “효찬아, 학교 수업은 들을 만하냐?”

 

 “할아버지께서 방과후수업 강사를 신경 써 주셔서 도움 많이 받고 있어요.”

 

 “허허허, 우리 손자 덕분에 청민고 학생들이 일류 강사들 강의를 듣고 있지.”

 

 “감사합니다.”

 

 “할애비가 재밌는 얘기 하나 해 줄까? 백화점에서 여자들한테 화장품이나 팔던 별볼일 없던 남자 둘이 눈 화장품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는데 그게 SNS에서 유명세를 타면서 글로벌그룹에 원화로 1조가 넘는 돈에 매입되었다고 하더구나. 굉장하지 않냐?”

 

 “미래 가치가 높게 평가됐나 보네요.”

 

 “사진으로 소통하고 영상으로 노는 세대는 이미지에 죽고 사니 화장품의 힘이 작아질 리 없겠지. 할애비가 좀 알아보니 코스메틱 시장은 꽤 넓은데 개발비나 생산비는 크게 투자할 필요가 없더구나. 그래서 재미 삼아 몇 개 회사를 인수해서 새 브랜드처럼 마케팅해서 키워 볼까 한다. 너랑 같은 반에 있는 마루 아버지 회사가 계속 상장해 있으려면 매출이 필요하니 거기다 선물로 하나 줄까 싶기도 하고. 어떻게 생각하냐?”

 

 “바이오 쪽은 특허 내고 글로벌 임상을 모두 끝내는 과정이 길어서 연구비를 회수하기까지 오래 걸리니 코스메틱 쪽의 자회사를 하나 두고 필요한 실적을 올리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내가 널 이래서 예뻐할 수밖에 없구나. 척하며 탁이니.”

 

 “할아버지께서 늘 좋은 말씀으로 지혜를 나눠 주셔서 그렇죠.”

 

 “새롭게 출발할 땐 바이럴이 가장 중요한데 인터넷 시장의 바이럴은 1020의 입소문에 달린 거 아니겠냐. 그래서 메인 모델로 유설아 양을 염두해 두고 있다.”

 

 효찬은 크게 놀란 마음을 표정에 드러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권회장은 사람 속을 꿰뚫어 보는 듯한 특유의 시선으로 손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 할애비 생각이 어떠냐?”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3 13. 관계의 대가 2018 / 12 / 31 260 0 8634   
12 12. 다이어트 프로젝트 2018 / 12 / 31 266 0 8326   
11 11. 커져 버린 소문 2018 / 12 / 31 270 0 5915   
10 10. 돼지유 2018 / 12 / 31 263 0 7206   
9 9. 낯설고 신기한 감정들 2018 / 12 / 31 247 0 7462   
8 8. 반별 숙박형 체험학습 2018 / 12 / 31 270 0 5616   
7 7. 모나의 눈물 2018 / 12 / 31 279 0 5758   
6 6. 직진남 정마루 2018 / 12 / 31 248 0 5508   
5 5. 새로운 전학생 임모나 2018 / 12 / 31 274 0 6198   
4 4. 루저들 2018 / 12 / 31 269 0 5609   
3 3. 도련님의 행동 방식 2018 / 12 / 31 267 0 5557   
2 2. 각자의 사정 2018 / 12 / 31 265 0 5716   
1 1. 뷰티 크리에이터 유설아 2018 / 12 / 31 431 0 6439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