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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에스프레소
작가 : 냐옹이
작품등록일 : 2018.12.31

한국을 대표하던 미녀 최수지. 그녀가 사라졌다. 갑작스러운 은퇴. 머지않아 유명한 커피 회사에 취직했다는 기사가 뜬다.
많은 사람의 입을 타고 소문에 소문이 더해지면서 수많은 구설수를 낳는다.

5년 후, 이제 그녀의 나이도 서른이다. 회사에서 인정받기 위해서 열심히 일해왔지만, 회사 사람들도 그녀를 싫어하고 믿지 않는다.

그런 그녀에게 갑자기 나타난 사람, 저스틴, 세계 바리스타대회 1등 한 인재이며, 스물두 살의 젊고 잘생기고 스윗한 그는, 그녀의 모든 걸 믿고 언제나 그녀의 편이 돼준다고 한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 나만 바라봐주는 사람, 항상 내 편이 돼주는 사람, 저스틴. 수지는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

 
에스프레소 18화
작성일 : 18-12-31 23:07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5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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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승리는 나의 것

 

 

  왕진 식품의 사내 체육대회가 시작되었다. 크게 A팀과 B팀으로 나눠 경기하고, 작게는 부서별로 하였고 개인전까지 다양했다.

 

  가장 먼저 시작된 건 피구였다. 최신형 노트북이 걸린 만큼 다들 최선을 다했지만, 많은 인원이 우왕좌왕하다 보니 대거 탈락이 줄을 이었다.

 

  결국, A팀의 왕지성과 김비서. B팀의 저스틴과 수지. 네 사람은 우승을 놓고 한판 대결을 벌이게 되었다.

 

  체육관에서 매일 수련해온 왕지성은 굳은 의지로 머리띠를 한다. 김 비서가 공을 넘겨주자 높이 손가락을 치켜세운 뒤 수지를 지목한다.

 

 “넌 이제 끝났어. 내 불꽃 슛이면 한방에 저 세상이야! 오늘 드디어 원수를 갚는구나. 하늘이 이 왕지성을 버리지 않았어. 죽창 한 번 맞아봐.”

 

  도움닫기 후에 기괴한 소리를 내며 강력한 슛을 날린다. 살벌하게 날아오는 볼. 수지는 눈을 감고 얼굴을 감싼다.

 

  그때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저스틴이 수지 앞에서 볼을 받아낸다. 볼을 받은 후 저스틴은 괜찮다며 수지를 톡톡 친다.

 

 화가 난 왕지성은 저스틴을 노려본다.

 

 “야, 저스틴 끝까지 나를 방해할 셈이야.”

 

 “같은 팀인데 당연히 도와줘야 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저스틴의 슛이 공기를 가른다. 휘잉! 굉음을 내며 날아가는 슛. 왕지성은 잡으려다 놓치고 공은 하늘 높이 치솟는다. 빠르게 달려가서 잡아내는 김 비서.

 

 “부사장님! 받아냈어요?”

 

 김 비서는 기뻐서 깡충깡충 뛰며 왕지성을 바라본다.

 

 “김 비서가 나를 구했어. 하마터면 죽을 뻔했네.”

 

 “방심하지 마세요. 부사장님.”

 

  다시 한번 김 비서의 공을 이어받은 왕지성. 온몸을 휘둘러 수지를 향해 강력한 슛을 날린다.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는 슛이었지만, 그녀를 지키는 기사, 저스틴, 그를 뚫을 수 없었다.

 

  공을 받은 저스틴의 바로 이어지는 반격. 왕지성은 공을 놓치고 데자뷰처럼 다시 받아주려던 김 비서. 잡는 듯하였으나 놓치고 만다. 더블아웃으로 B팀의 승리로 끝난다. 저스틴과 수지는 노트북을 부상으로 받는다.

 

 상을 받고 기뻐하는 수지를 보며 왕지성은 역정을 냈다.

 

 “아아 짜증 나. 내가 받을 줄 알고 젤 비싼 거로 골랐는데.”

 

 “부사장님, 약해지지 마세요. 아직 경기가 많습니다.”

 

 “김 비서, 고마워. 체육대회 5회 MVP의 저력을 보여주겠어!”

 

 피구가 끝난 후 휴식시간을 가졌다. 기획 B팀 직원들은 모여서 나성미 과장이 싸 온 5단 도시락을 나눠 먹었다. 승리에 도취한 B팀은 피구 얘기로 한창이다.

 

 “팀장님, 저희가 이겼어요.”

 

 “아까 정말 고마웠어. 생명의 은인 같았어.”

 

 “에이, 그건 아니죠.”

 

 “그런데 진짜 피구 잘한다. 피구왕인 줄 알았어.”

 

 “저 축구도 잘하는데, 이따 기대하셔도 돼요”

 

 “응, 열심히 응원할 게.”

 

 도시락을 먹던 저스틴은 나성미를 칭찬한다.

 

 “이거 도시락 진짜 맛있네요?”

 

 “진짜로? 어제 밤새서 만든 보람이 있네.”

 

 “일일이 만든 거예요? 솜씨가 정말 좋으세요.”

 

 “고마워 저스틴.”

 

 듣고 있던 수지도 한 수 거든다.

 

 “성미가 만드는 도시락은 진짜 혜자야. 맛도 깔끔하고 모양도 예쁘고 그래서 성미가 떠난 후로도 많이 생각났었어.”

 

 “언니, 나는 생각 안 하고 도시락만 그리워했었구나! 실망이야!”

 

 “아니야. 네가 생각나니까 도시락도 생각나는 거지.”

 

 “뭐 석연치는 않지만 그래도 고마워.”

 

 시계를 확인하는 수지.

 

 “저스틴 이제 축구할 시간이네. 파이팅!”

 

  양 팀의 직원들이 축구장으로 몰렸다. 삑! 휘슬이 울리고 축구가 시작되었다. 옆 직원의 패스로 공을 받게 된 저스틴. 빠른 속도로 중앙을 돌파한다. 그의 현란한 움직임을 막을 사람이 없었다.

 

  응원 소리는 더욱 커지고 수지는 역동적으로 운동하는 저스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빠른 속도로 선수들을 따돌리고 골대까지 돌파하는 저스틴. 그는 축구의 신이었다.

 

  저스틴은 강한 힘을 가진 왕지성과 일대일 대결을 하게 된다, 왕지성은 몸집을 이용해서 몸싸움을 건다. 거대한 덩치, 강력한 힘에 고전하지만, 재빠른 움직임으로 따돌리고 골대 바로 앞까지 간다.

 

  슛을 차기 위해 왼발로 도움닫기를 하는 순간. 갑자기 넘어지는 저스틴. 뒤에서 왕지성이 백태클을 가했다. 수지는 놀라 일어서며 저스틴을 부른다.

 

  수지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인지 서둘러 일어난 저스틴. 수지를 보며 괜찮다고 손짓을 한다.

 

 곧 이어지는 프리킥. 슛을 차기 전 저스틴은 수지를 슬쩍 바라보고 손을 흔든다.

 

  저스틴의 강한 힘이 공에 닿자 대포알처럼 빠른 속도로 날아간다. 공을 맞은 그물망은 살려달라는 듯 요동쳤다. 골~인!

 

  양손을 번쩍 들고 저스틴은 뛰어온다. 수지의 근처에서 하트 세레모니를 한다. 부끄러워진 수지는 양손으로 두 볼을 감싼다.

 

  후반전이 시작될 무렵,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가볍게 입고 온 수지가 양팔을 감싸고 떨기 시작한다.

 

  축구를 하던 저스틴은 물 마시는 척을 하며 자신이 벗어놓은 점퍼를 손에 쥔다. 경기장에서 나와 아무 말 없이 수지에게 점퍼를 쥐여주고 다시 경기장으로 들어간다.

 

  점퍼를 받은 수지는 바로 자신의 양팔을 집어넣고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옆에 있던 성미가 부러워한다.

 

 “언니, 완전 부럽다. 나도 벗고 올걸.”

 

 반대편에 있던 김 부장이 그 광경을 보고 한마디를 한다.

 

 “이 대리, 저게 뭐 하는 짓이지. 저스틴 왜 저러는 거야? 저렇게 챙겨줄 이유가 없잖아.”

 

 “부장님, 혹시 돈 받은 거 아닐까요. 왜 학교도 잘 봐달라고 촌지 주고 그러잖아요.”

 

 “맞아,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사람이 저렇게 순수하지가 못해서….”

 

 “저는 돈 안 받아도 부장님께 옷 벗어드릴 수 있습니다.”

 

 “아이, 이 사람. 왜 이렇게 순진해 빠졌어. 그래서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려고.”

 

 “부장님이 보살펴 주셔서 괜찮습니다.”

 

 “이 대리 역시, 센스 있어.”

 

  축구 경기는 저스틴의 활약으로 역시 B팀의 승리로 끝났다. 계속된 패배에 왕지성을 이를 갈았다.

 

  여러 가지 대회들을 마치고 체육대회의 백미인 이인삼각 경기가 마지막으로 남았다. 가장 많은 상품이 걸려있고 가장 주목받는, 마치 올림픽의 마라톤 같은 경기였다.

 

  수지와 저스틴 VS 왕지성과 김 비서. 최후의 대결이 펼쳐지게 되었다. 탕! 총소리가 울리자 왕지성과 김 비서가 빠르게 치고 나간다.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까닭에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마치 한 몸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수지와 저스틴은 힘내서 쫓아가지만 역부족이었다.

 

  결승에 다다라 갈 때쯤 갑자기 수지와 저스틴을 묶었던 끈이 끊어졌다. 바로 수지는 넘어지고 만다. 왼쪽 발목을 붙잡고 넘어져 있는 수지를 보며 저스틴이 걱정어린 시선으로 살폈다.

 

  수지는 쩔뚝거리며 일어서려 했지만, 저스틴이 막는다. 아파하는 수지를 쳐다보며 걱정스러운 말투로 입을 뗐다.

 

 “가만히 있어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저스틴은 발목을 만지며 상태를 확인하고는 업히라고 신호를 보낸다. 부끄러운 수지가 거절하지만, 저스틴이 계속 재촉한다. 마지못해 업히는 수지. 넓은 등이 안정감을 주었고 따뜻했다. 다리에는 꽉 쥐어오는 힘이 느껴졌다.

 

  수지는 자신도 모르게 저스틴의 목을 두른 양팔에 꽉 힘을 주었다.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수지는 볼이 빨개지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일제히 다정한 두 사람에게 시선들이 꽂혔다. 주변에서 술렁이기 시작한 사람들.

 

 근처에 있던 김 부장과 이대라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 대리 아무리 봐도 분위기가 묘하지 않아?”

 

 “역시, 용돈을 많이 준 것 아닐까요? 돈만 주면 간이고 쓸개고 다 빼주죠.”

 

 “음, 그런 거겠지. 설마…. 에이 아니겠지.”

 

  1위로 골인한 왕지성과 김 비서도 승리의 기쁨도 잊은 채, 어느 순간 그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김 비서, 왜 우리가 이겼는데, 진 것 같지?”

 

 “저희가 진 것 같습니다. 부사장님.”

 

 “김 비서 미안해!”

 

 왕지성은 김 비서를 살짝 밀어서 쓰러뜨린다.

 

 “아악! 부사장님?”

 

 “어떻게! 김 비서, 다리가 부러졌나 봐!”

 

  김 비서는 의아한 표정으로 부사장을 쳐다본다. 비명을 들은 사람들의 시선은 두 사람을 향한다. 김 비서에게 속삭이는 왕지성.

 

 “이래야 자연스럽지. 김 비서, 여기서 질 수는 없잖아!”

 

 “네?”

 

 “뭐해! 빨리 업혀!”

 

 부끄러운 듯 김 비서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 입을 살짝 가리고 있었다.

 

 “어부자 좀 하자니까! 지금 아니면 또 언제 해!”

 

 마지못해 김 비서가 업히자 왕지성은 신나서 업은 채로 뛰어간다.

 

 “부사장님, 등이 참 넓으세요.”

 

 “내가 등빨 하나는 죽이지.”

 

 

 *

 

 

 근처에 벤치가 보이자 수지는 내려 달라고 말하며 어깨를 두드렸다.

 

 “저스틴, 힘들잖아. 이제 내려줘도 돼.”

 

 “전혀요. 아주 가벼워서 가방 대신 메고 다녀도 되겠어요, 음, 이대로 집까지 업고 가도 되겠는걸요.”

 

 “아, 뭐야! 이제 진짜 괜찮아. 내려줘도 돼.”

 

 수지가 등을 살짝 치며 신호를 보내자. 벤치로 가서 내려준다.

 

 “내일 쉬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 정도는 아니야. 오바는!”

 

 “병원까지 태워드릴게요.”

 

 “살짝 삔 거라 좀 있으면 괜찮아져.”

 

 “저는 괜찮지가 않아요.”

 

 “아 맞다. 이 점퍼 돌려줘야지.”

 

 수지가 점퍼를 벗어서 주려고 하니, 저스틴이 점퍼를 벗기는 수지의 팔을 붙잡는다.

 

 “추우니까 입고 가세요.”

 

 저스틴은 점퍼의 지퍼를 올려주고 단추까지 꼭꼭 채워 준 후. 모자까지 씌워준다.

 

 “이러니까 무슨 내가 애 같잖아.”

 

 투덜거리는 수지였지만, 웃음을 숨길 수 없었다. 저스틴은 수지를 어깨동무하고 부축하여 걷는다.

 

 주차장에 도착하자. 저스틴이 입을 열었다.

 

 “팀장님 잠시만 기다리세요.”

 

 빠른 속도로 뛰어갔다 돌아온 저스틴. 갑자기 수지를 번쩍 들어 올린다.

 

 “어, 어, 뭐 하는 거야! 저스틴 내려놔!”

 

  저스틴은 그대로 발버둥 치는 수지를 안고서, 열려진 자신의 차 안에 강제로 태운다. 곧 운전석에 탄 저스틴이 수지의 안전벨트를 채워준다.

 

 “아무래도 병원에 가서 검사해야 할 것 같아요.”

 

 “강제로 이러는 게 어딨어?”

 

 “말을 안 들으니까 그렇죠. 시간 늦으면 응급실 가야 해요. 어서 서둘러야 해요.”

 

  수지를 설득시킨 저스틴은 빠른 속도로 차를 몰기 시작했다. 금방 병원에 도착한 수지는 엑스레이를 찍고 가벼운 염좌 판정을 받았다. 검사 결과를 들은 수지는 저스틴의 팔뚝을 때린다.

 

 “이것 봐 쪼금 아픈 거라 그랬지!”

 

 “쪼금 아픈 것도 안 돼요.”

 

  저스틴의 단호한 말에 수지는 눈이 휘둥그레져 저스틴을 바라본다. 진심으로 걱정하는 그의 얼굴을 보자 수지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겨우 참아내며 말을 이었다.

 

 “에이, 오바하기는, 다음에 또 맘대로 그러면 혼난다.”

 

 “다음에는 다치지 않게 할 거예요. 조금도”

 

 

 *

 

 

  콜드브루 커피에 필요한 생수 공급처를 찾던 수지와 저스틴. 충청북도 청주의 한 공장을 찾는다. 시찰을 마친 후 8층짜리 옆 건물로 이동한다.

 

 “팀장님, 약속 시각보다 1시간 정도 이른데요.”

 

 “어차피 밖은 허허벌판이잖아. 미리 가서 커피나 마시며 기다리는 게 났지.”

 

  앨리베이터에 올라간 두 사람. 7층을 누른다. 갑자기 둔탁한 기계 소리가 들리며 6층에서 멈춰버린 앨리베이터.

 

 잠시 뒤에 쿵쿵하는 소리가 들리며 엘리베이터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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