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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러브 크리에이터
작가 : 모모제인
작품등록일 : 2018.12.31

 
11. 커져 버린 소문
작성일 : 18-12-31 23:01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5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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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커져 버린 소문

 

 그날 저녁 한 온라인 게시판에 청민고 학생이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올라왔다. 교실에 들어서려는 설아, 설아의 팔을 잡은 마루, 그런 마루의 손목을 잡고 저지하는 효찬. 휴대전화로 찍은 조악한 영상이었지만 유명 뷰티 크리에이터 유설아와 관련된 영상인 만큼 금방 여러 사이트로 퍼졌다. 10대들의 반응은 역시나 뜨거웠다.

 

 - 아주 학교에서 드라마를 찍고 난리네

 - 딱 봐도 삼각관곈데 뭔 상황이냐

 - 유설아를 두고 남자 둘이 매달리는 상황 아님?

 - 남자애 중 하나가 코직그룹 후계자라던데... 유설아 돈 보고 남자 골랐구만

 - 남자를 둘이나 후리다니 유설아 뷰티 영상에선 졸라 조신한 척하던데 알고 보면 상여우일 듯. 솔직히 사생활 복잡한 여자치고 정상인 애 없음

 

 영상이 돌기 시작하자 국어 수행평가 때 찍힌 설아와 마루가 키스하는 것처럼 찍힌 사진까지 이상한 소문을 만들며 같이 퍼져나갔다. 추측으로 가득한 댓글들 속에서 설아는 유명세를 이용해 부자 남학생들만 골라 끼 부리고 양다리나 걸치는 이상한 여고생 크리에이터가 되어 가고 있었다. 불난 곳에 기름을 퍼부으려는 것인지 라이벌 크리에이터인 채예빈은 새 영상 안에 은근히 설아의 스캔들을 떠올릴 만한 멘트를 넣어 두었다.

 

 “여러분, 아시죠? 예빈이는 정말 여러분께 알찬 뷰티 꿀팁만 전달하면서 전문성 있는 뷰티 크리에이터로서 성장하고 싶어요. 그래서 친구들의 소개팅 제의도 다 거절하고 있고, SNS로 관심 표현해 주시는 분들의 메시지까지 모두 정중하게 거절한답니다. 괜히 이런저런 스캔들로 유명해지고 싶지 않기 때문에 저는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진 남자친구를 사귀지 않을 계획이거든요. 저를 응원해 주시는 분들께 실망을 드리기 싫어서요. 그러니 걱정 마시고 제가 더 영향력 있는 뷰티 장인이 되는 그날까지 함께해 주세요!”

 

 채예빈의 새 영상에는 예빈을 응원하는 댓글과 동시에 설아를 비하하는 댓글들을 달렸다.

 

 - 예빈님, 역시 누구랑은 다르시네요.

 - 저 오랫동안 유설아 구독자였는데 오늘부터는 예빈님 영상만 볼 거예요. 유설아는 고딩 주제에 벌써부터 가십으로 시끄러워서 정떨어져요!

 

 물론 설아의 팬 중 일부는 괜히 확인도 되지 않은 소문을 확대시킬 만한 영상을 올렸다며 예빈을 비난했지만 그건 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설아의 지난 영상에는 해명을 요구하는 댓글과 욕으로 도배되고 있었다.

 

 - 실제 누구랑 사귀는 중? 정마루? 권효찬? 아님 정말 양다리?

 - 설아 언니, 정말 양다리예요? 저 중딩 팬인데요. 제 친구들이 설아 언니가 양다리하다 걸려서 난리났다고 막 욕하는데 진짜예요?

 - 유설아 학교에서 맨날 낯가리고 순진한 척한다던데 돈 많은 남자는 잘 골라서 후리고 있었구만 ㅋㅋㅋ

 - 양디리년! 학생답게 공부나 할 것이지 어릴 때부터 화장하는 영상이나 올려서 어린 애들 화장하게 이상한 유행이나 조장하더니... 쓰레기 인성이 결국 들켰구만!

 

 #

 효찬은 설아의 영상 채널에 달린 댓글들을 읽고 너무나 화가 났다. 특히 이 모든 스캔들의 씨앗이 된 정마루에게 화가 났지만, 그 녀석에게 화를 내 봐야 해결될 건 없었다. 효찬은 우선 퍼지고 있는 영상을 막을 방법을 생각했다. 심비서를 대리인 삼아 조용히 외부 법률회사를 고용해 초상권 침해 문제로 영상 게시를 막는 게 제일 확실한 방법이다. 그러려면 돈이 필요했다.

 

 “심비서님, 할아버지께 들키지 않을 선에서 제 명의로 된 것들을 현금으로 만들 방법 뭐가 있을까요?”

 

 “무슨 일이신지?”

 

 “지금 제 얼굴이 담긴 영상이 돌고 있어요. 워낙 많은 사이트에 올라 와서 다 내리게 하려면 돈이 꽤 필요할 거 같아요.”

 

 “그 문제라면 회사 차원에서 벌써 조치하고 있습니다.”

 

 “네?”

 

 “전략기획팀에서 저희 비서실이 하는 일 중 하나가 총수 일가 이미지 관리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매일 정기적으로 인터넷을 체크하고 있습니다. 특히 도련님은 정보 노출이 쉬운 일반 국공립 고등학교에 다니셔서 더욱 세심하게 관리하는 중입니다. 이번에 유설아 정마루 학생과 함께 찍히신 영상도 초상권 침해를 문제 삼아 주요 사이트에 올라온 게시물들은 거의 다 블락 처리를 마친 상태입니다. 이미 최초 유포자를 찾아 원본 영상까지 삭제했지만 모바일을 이용해 퍼진 영상은 처리하기 어려워서 완벽하게 없애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포털이나 주요 SNS에 게시하는 이용자는 금방 색출 가능하게 손을 써 두었으니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금 말씀하신... 그 비서실 업무는 당연히 할아버지께 보고되는 거겠죠?”

 

 “물론입니다.”

 

 “할아버지께서 보고 받으시고 뭐라고 하셨는지 들으셨어요?”

 

 “제가 직접 보고한 게 아니라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확인해 보고 알려드리겠습니다.”

 

 “됐어요. 하지 마세요. 심비서님이 주변에 그런 정보 캐고 다니시면 제 사람인 게 들통날 수 있어요.”

 

 효찬은 철두철미한 코직그룹의 감시망에 소름이 돋았지만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적어도 그 영상이 지금보다 더 설아를 괴롭게 만들 리는 없었다. 문제는 설아가 할아버지의 시야 안에 들어온 것이다.

 

 #

 다음 날 아침 모나가 자신의 집에 설아, 마루, 효찬을 불러 모았다. 토요일 오전, 비어 있는 모나의 집 거실에 모인 네 사람 사이에는 어색한 공기가 가득했다. 설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모나야, 다음 콘텐츠 뭐할지 같이 아이디어 회의해 주겠다고 나 부른 거 아니야? 여기 얘들은 왜 있어?”

 

 “문제 당사자가 다 모여서 입을 맞춰야 해결이 깔끔하게 되잖아. 지금 퍼지고 있는 스캔들에 어떻게 대응할지 정해야지. 여기서 입장을 다 정리해야 채예빈처럼 Q & A 영상 만들어서 올려도 후폭풍이 없지.”

 

 모나의 말에 효찬이 대꾸했다.

 

 “대응 방법 찾을 필요 없어. 우리 그룹에서 이미 영상 블락 처리 다 요청해 놨어. 곧 사그러들 거야.”

 

 “영상만 안 퍼지면 해결이 되냐? 이번 일로 우리 설아 이미지가 완전 이상해졌는데 그건 어떻게 하고?”

 

 “잠깐 타격은 있겠지만 유설아 반짝 스타 아니잖아. 벌써 영상 만든 지도 오래고 골수팬들도 많다고 알고 있는데.”

 

 “팬이 안티가 되는 거 순간이야, 뭘 알고 그러 소리를 해. 그리고 권효찬! 너도 이 모임 진짜 필요하지 않냐? 니네 할아버지가 영상 도는 거 아시면 너 가만 안 둘 텐데, 얘들 다 데려와서 삼자대면이라도 하자고 안 하셔?”

 

 “니들은 그런 문제까지 신경 쓸 필요 없어.”

 

 “어차피 나도 니네 할아버지 노여움 풀 방법까진 생각 못 해. 우선은 학교에서 입장부터 정리하자. 정마루, 니가 설아 짝사랑한 건 학교 애들 다 아는 사실이니까 어떻게 포장할 순 없고. 설아한테 고백했다 차여서 잠깐 미련 갖고 매달린 걸로 하는 거 어때? 너랑 친한 권효찬이 니 자존심 생각해서 그걸 말린 걸로 하고. 니들 초등학교 동창이니까 은근히 친하다는 건 제법 말이 되잖아. 이번 소동을 끝으로 정마루는 자신을 말려 준 권효찬과 더욱 친해지고. 우리 설아는 완전 단념하기로 다짐한 걸로 하면 될 거 같지? 니들 다 동의해?”

 

 “...”

 

 “야, 정마루. 지금 입 다물고 가만히 있는다고 뭐가 해결돼? 니 시시한 사랑놀음 때문에 우리 설아가 천하에 양다리녀가 됐다고! 뭐라고 말 좀 해!”

 

 “... 이미지 나빠지게 만들어서 설아한테 미안한데. 내 마음 시시하지 않아. 설아 단념할 생각도 없어.”

 

 “너 지금 그게 할말이야! 니가 우리 설아한테 뭔 짓을 한지 몰라서 그래?”

 

 “대체 내가 설아한테 무슨 나쁜 짓을 했는데? 좋아한다고 마음 표현한 게 나빠? 이상한 사진 올라와서 미안하다고 얘기하려던 게 잘못이야?”

 

 살짝 울먹임이 섞인 마루의 목소리에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모나야, 내 문제 같이 고민해 주려는 건 정말 고마운데. 나 사생활로 Q & A 영상 같은 건 안 만들 거야. 효찬이 말대로 영상이 더 안 퍼지면 소문도 가라앉을 거고, 더 괜찮은 콘텐츠 만들어서 올리면 구독자 마음잡을 수 있어. 먼저 일어날게.”

 

 휴대전화와 가방을 챙겨 일어선 설아 앞으로 마루가 다가왔다.

 

 “한 번만 물을게. 남들이 어떻게 보는지 그런 거 상관없으면... 나 남자로 어때?”

 

 “무슨 얘기하려는 거야?”

 

 “사실 캐나다에서 청민고로 전학가야 한다는 소식 듣고 좋았어. 유설아, 니가 다니는 학교라는 거 알고 있었거든. 초등학교 때부터 니 영상 쭉 지켜봤어. 우리 엄마는 강제로 공부시키겠다고 ADHD도 아닌 나한테 영양제라고 속여서 주의력결핍약이나 먹이는데 너네 엄마는 너랑 같이 수제 비누도 만들고 화장품도 골라 주고... 솔직히 부럽더라. 엄마 아빠 얘기하면서 즐겁게 영상 만드는 니 모습을 보면 마음이 편해지곤 했어. 그렇게 오래 화면 속으로만 보던 널 실제로 보게 되니까 더 좋았어. 친해지고 싶었고 잘해주고 싶었어. 방법은 멍청했을지 몰라도 내 마음은 진짜야. 너 힘들게 만든 건 알지만 그래도 널 포기하지 않을 거야. 내 마음 가볍게 생각하지 말아 줘. 유설아, 나 너 정말 좋아해.”

 

 설아는 마루의 진지한 고백에 당황했다. 한 번도 마루의 마음을 깊이 생각해 본 적 없었기 때문이다.

 

 “피하지 말고 대답해 줘.”

 

 마루가 다시 한 번 설아의 눈을 보며 말했다.

 

 “난... 난 한 번도 널 그렇게 생각해 본 적 없어... 미안해.”

 

 “지금 좋아하는 사람 있어?”

 

 “좋아하는 사람?”

 

 순간 설아의 머릿속에 효찬의 얼굴이 스쳐갔다. 그때 설아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설아야, 삼촌인데. 지금 어디니? 병원으로 올 수 있니? 한솔이가 열이 나서 동네 병원에 왔는데 큰 병원으로 가 보라고 해서 대학 병원으로 택시 타고 가는 중이야. 다임씨도 그리로 온다고 했어.”

 

 “알겠어요. 저도 갈게요. 어느 병원인데요?”

 

 “병원 위치 문자로 보내줄게. 그럼 이따 보자.”

 

 모나가 놀란 표정으로 전화를 끊은 설아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병원이라니? 누가 아파?”

 

 “그게... 한솔이가 많이 아파서 대학 병원으로 가는 중이라고... 삼촌이... 모나야 나 택시 좀 불러 줘.”

 

 설아가 얼이 빠진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냥 내 차 타고 가. 나 기사랑 같이 왔어.”

 

 효찬이 말했다.

 

 “어... 고마워...”

 

 “나도 같이 가.”

 마루가 함께 가려고 하자 효찬이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

 

 “임모나, 정마루. 니들은 여기 있어. 나도 병원에 내려주기만 하고 올게. 이런 상황에서 설아 더 힘들어지게 소문 키울 행동은 하지 말자.”

 

 효찬이 설아와 함께 나간 후 모나가 혼잣말을 내뱉었다.

 

 “삼촌? 근데 설아네 엄마 아빠는 어디 가시고 삼촌한테 전화가 왔지?”

 

 

 #

 차가 대학 병원 앞에 도착하자 효찬이 말했다.

 

 “혼자 괜찮겠어?”

 

 “응, 데려다 줘서 고마워.”

 

 효찬이 급하게 내리려는 설아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 꼭.”

 

 설아가 효찬의 눈을 마주보고 고개를 끄덕힌 후 차에서 내렸다. 효찬은 백밀러로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최기사에게 지시했다.

 

 “블랙박스 영상은...”

 

 “말씀 안 하셔도 압니다. 오늘 일정은 다 지워 놓겠습니다.”

 

 효찬의 차에서 내린 설아가 응급실 안으로 뛰어갔다.

 

 “삼촌! 어떻게 됐어요?”

 

 삼촌은 울고 있는 한솔이를 어르고 계셨다.

 

 “주말이라 오전인데도 응급실에 대기 환자가 많나 봐. 접수는 했고 여기서 할 수 있는 검사부터 할 거래... 설아야... 미안하다...”

 

 갑자기 현수 삼촌이 울기 시작했다.

 

 “삼촌, 갑자기 왜 우세요. 한솔이 많이 심각한 거예요?”

 

 “그게 아니라... 삼촌이 더 신경을 썼으면 한솔이가 이렇게 아프진 않았을 텐데... 아까 간호사가 예방접종 뭐뭐 했냐고 물어 보는데 모르겠는 거야... 다임씨한테 전화했더니 다임씨는 기억하고 있더라... 너랑 한솔이 핏줄은 난데... 내가 너네를 잘 돌봐야 하는데... 진짜 미안하다...”

 

 “아니에요, 삼촌... 삼촌이 저희 맡아 주시겠다고 하지 않았으면 한솔이랑 저 어떻게 됐을지 모르잖아요. 고아원에 갔을 수도 있어요. 저야 말로... 한솔이한테 신경도 안 쓰고... 도와드리지도 않았던 거 죄송해요...”

 

 다임이 도착할 때까지도 한솔이는 검사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다임이 간호사에게 따졌지만 더 응급한 환자부터 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기다리라는 얘기뿐이었다. 입술을 깨물고 고민하던 다임이 뭔가 결심한 표정을 짓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저예요, 엄마. 한세움대학병원에 엄마 친구분 계시죠? 연결 좀 시켜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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