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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오빠는...오빠잖아!
작가 : 슫텔라
작품등록일 : 2018.12.31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복 사촌 오빠와의 짜릿한 로맨스!

 
제대로 된 키스
작성일 : 18-12-31 22:52     조회 : 208     추천 : 0     분량 : 5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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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재권 회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몸이 안 좋은 이후로 최근엔 쭉 형준이 성재권 회장의 역할을 대행하고 있었다. 이른 아침 나가 새벽에 들어오기 일쑤고 주말조차도 회사에 나가는 날이 더 많았다. 2주 전 성재권 회장의 병문안 이후 수민과 형준은 한 번도 집에서 마주친 적이 없을 정도로 바빴다. 영훈이 주말에 집에 아무도 없을 거라고 말한 건 그런 형준의 상황까지도 감안한 말이었다. 형준은 주말에도 집에 거의 없을테니 집안엔 아무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수민은 형준까지도 부안에 같이 내려간 줄로만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상황은 그러니까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다.

 “오..빠? 부안에 같이 내려가신 거 아니었어요?”

 형준 역시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애초 할머니와 할아버지, 고모만 가는 걸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준과 재희, 영훈은 집에 남는 건줄 알고 있었다. 금요일 밤 10시. 다른 식구들이 모두 떠나고 아무도 없는 집에서 수민과 단둘이 마주칠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부안? 난 일이 많아서 안 갔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랑 고모만 가신 거 아니었나?”

 아아...이 상황을 어쩐담. 수민은 레모네이드가 가득 담긴 잔만을 꼭 쥐고 있었다. 상큼하고 진한 레몬 향이 두 사람을 가득 에워쌌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수민에게 형준이 멋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너, 나랑 마주쳐서 당황했구나.”

 게다가 수민은 엉덩이만 겨우 가릴 정도로 짧은 슬립세트만 입고 있었다. 상의 역시 가느다란 끈으로 된 채 가슴이 깊게 패인 슬립 차림이었다. 형준은 일부러 수민의 옷차림에 눈길을 주지 않으려 수민의 손에 꼭 쥔 유리잔으로 애써 시선을 돌렸다.

 “레모네이드야? 레몬 향이 진하네.”

 “오빠도 드실래요?”

 아무 말이라도 해야 할 것만 같은 이 어색한 상황에서 수민은 손에 든 레모네이드 잔을 건넸다.

 “응. 그래, 고마워. 안 그래도 목이 말랐는데 잘됐네.”

 형준 역시 어색하게 잔을 받아들었다. 벌컥 벌컥 애꿎은 레모네이드만 들이켰다. 수민은 당장 2층으로 올라가기도 뭐해 싱크대 앞에 뻣뻣하게 서서 형준의 레모네이드 마시는 모습만을 두 손을 있는 한껏 어색하게 모은 채 바라보고 있었다. 다 마신 잔을 싱크대에 내려놓으려 손을 뻗는 순간 형준의 오른팔이 수민의 오른팔을 스쳤다. 서로의 몸이 스치는 순간 수민은 휘청거렸고 형준은 재빨리 수민의 왼쪽 팔을 붙잡았다.

 “미안”

 의도치 않은 스킨십에 형준은 사과를 건넸다. 휘청거리던 수민이 중심을 잡으며 형준은 수민의 몸에서 손을 뗐다. 하지만 수민이 몸을 바로 세우며 둘은 졸지에 갑자기 몸을 거의 밀착한 채 마주보게 됐다. 애써 외면하고 있던 형준의 시선은 무의식 중에 수민의 슬립으로 향했다. 한눈에 봐도 부드러워 보이는 슬립으로 형준의 손길이 향했다.

 “오빠가 너한테 이러면 안 되는데...”

 형준은 중얼거리며 자신도 모르게 수민의 슬립 바지 끝단에 검지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수민은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오빠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는데 못 참겠다...너 이런 모습 보니까...”

 형준의 손길은 점점 슬립 위로 다가왔다. 오른쪽 검지 손가락과 엄지 손가락으로 매끄러운 슬립 상의 자락을 잡고 왼손은 수민의 슬립 상의 안쪽으로 넣기 시작했다.

 대궐같이 넓디넓은 저택이 숨죽인 듯 조용해졌다. 두 사람과 함께 하고 있는 건 오로지 상큼한 레몬 냄새였다. 둘의 가빠진 숨소리만이 저택을 지배했다.

 ‘툭!’

 수민이 즙을 짜고 싱크대 위에 얹어놓았던 레몬이 싱크대 아래로 떨어지며 ‘툭’ 소리를 냈다. 정적을 깨는 툭 소리와 함께 형준 역시 정신을 차렸다. 고개를 가볍게 내저으며 수민에게서 몇 걸음 물러났다.

 “레모네이드 맛있네. 고마워.”

 짧은 인사만을 남기고 형준은 마치 도망치듯 주방을 나가 제 방으로 향했다. 수민은 넋이 나간 채 그대로 주방에 서 있었다.

 

 “후...”

 형준의 방과 주방에선 동시에 큰 한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형준은 방에서 수민은 주방에 그대로 선 채로 동시에 상대방에겐 들리지 않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쉬움과 자책이 뒤섞인 가볍지만 무거운 한숨이었다. 수민은 방에 돌아와 노트북을 켰다. 혼란스러워진 마음을 집중하려 미드라도 찾아볼 요량이었다. 여기저기 정신없이 클릭하다 튼 미드는 ‘슈퍼내추럴’. 온갖 요괴들을 소탕하는 잘생긴 두 형제의 이야기였다. 일부러 화려한 액션물을 골랐지만 눈길이 안 갔다. 아니, 눈엔 들어왔지만 머릿속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심란하고 싱숭생숭한 마음에 결국 30여 분간 억지로 보던 미드를 정지시키고 노트북을 접었다. 수민은 후드티셔츠에 반바지로 갈아입고 조용히 방문을 나섰다. 형준에게 들키지 않으려 살금살금 발뒤꿈치를 들고 걸어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정원에서 몸을 펴고 섰다. 바깥 공기를 마시며 마음을 다잡아보려 노력했다.

 ‘왜 또 이러는 거야. 남자친구도 있는 몸인데, 아까 오빠한테 느꼈던 그 감정은 또 뭐야. 저 사람은 법적으로는 엄연한 사촌오빠라고. 제발, 아빠한테 폐 끼칠 짓은 하지 말자.’

 

 수민보다 조금 먼저 방으로 돌아간 형준은 방 안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누웠다. 무의식중에 수민의 슬립에 손을 댄 자신의 행동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이없었다. 심지어 슬립 안 쪽으로 손을 넣으려고까지 했다. 차라리 잠을 자려고 불을 끄고 누워봤다. 하지만 1시간 째 뒤척일 뿐이었다. 다 잊고 일만 하려고 지난 2주 동안 그렇게 노력을 했는데 2주 만에 우연히 마주친 수민은 마음에 남은 작은 불씨에 다시 활활 불을 지폈다. 자책을 해봤지만 소용없었다. 지금 이 순간도 집에 단 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면 설레기까지 했다.

 “양 하나, 양 둘, 양 셋.”

 양을 세 봐도 잠은커녕 졸음도 오지 않았다. 형준은 결국 싱숭생숭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드라이브라도 할 셈으로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그런데 집 밖으로 나간 형준의 눈에 또다시 비친 건 수민이었다. 정원에 서서 심호흡을 하고 있는 수민의 모습이다.

 ‘아아. 이리 또 마주치면 정말 어쩌잔 말인가!’

 수민 역시 당혹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오빠...왜 나오셨어요?”

 “아...그냥 더워서”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는 형준에게 수민 역시 말도 안 되는 대답을 했다.

 “네...그쵸. 집이 좀 덥긴 하더라고요.”

 민망한 두 사람은 어색함에 자신의 손가락만 만지작거렸다. 이렇게 밖에 나와서까지 수민을 보자, 형준은 수민을 놔두고 드라이브 갈 마음은 싹 사라졌다. 더 이상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수민도 같은 마음이었다. 너무나도 당혹스럽지만 한편으론 오빠와 이렇게라도 있을 수 있는 순간이 감사했다.

 “수민아” “오빠”

 둘은 동시에 서로를 불렀다.

 

 “수민아” “오빠”

 동시에 서로를 부른 둘은 멋쩍게 바라보며 웃었다.

 “오빠. 그땐 미안했어요. 일방적으로 레스토랑에 두고 저 먼저 일어선 건...”

 “아냐, 당황해서 그랬겠지. 내가 너무 일방적으로 너한테...오히려 내가 미안하지 뭐.”

 “오빠가 갑자기 그런 말할 줄은 몰라서...”

 “미안해. 수민이랑 난 수민이 말대로 이어져선 안 돼는 사이잖아. 난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넌 나보다 더 힘들어질 수도 있을 거라는 것까진 내가 생각을 못 했어.”

 “똑같이 힘들죠 뭐. 사실 오빠가 절 좋아한다고 말할 줄은 몰랐어요. 그래서 더 충격이었어요.”

 “왜 몰랐어? 오빠랑 그날 방에서...”

 격정적인 금지된 키스를 나눈 밤을 떠올리던 형준은 이내 말을 흐렸다. 수민에겐 잊고 싶은 기억일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건 그냥 오빠가 순간적으로 그런 건 줄 알았는데...”

 “순간적이라니. 오빠는 널...”

 널 많이 좋아한다는 말을 꺼내려던 형준은 이내 말을 목구멍으로 삼켰다. 그리고 수민에게 물었다.

 “이름이 유재영? 맞지? 남자친구하고는 잘 지내?”

 “네, 잘 지내요. 얼마 전엔 월미도 놀이공원도 다녀왔어요.”

 수민은 형준을 단념시키기 위해 보란 듯 재영과의 데이트 이야기까지 꺼냈다. 순간 형준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확 퍼졌다.

 “월미도? 가서 놀이기구 탄 거야?”

 “네 다람쥐통도 타고 또 타로점도 보고...”

 타로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잊고 있었던 아주머니의 말이 갑자기 수민의 머릿속을 스쳐갔다. 6개월 안에 결혼을 할 거라다는 그 말...

 “타로 점? 그런 것도 보는구나. 하하. 그래서, 타로가 뭐래?”

 “그냥...별 건 없었어요.”

 “그렇구나.”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형준을 수민은 애써 외면했다. 마주 보면 또 형준의 저 섬세하고 남자다우면서도 애처로운 눈빛에 빠져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눈빛은 외면했지만 마음은 너무나도 강하게 끌렸다. 이대로 달밤에 둘이 향기로운 정원에 서 있는 것조차 위태로웠다. 아슬아슬 달밤의 기운은 두 사람을 점점 더 자석처럼 끌리게 만들고 있었다. 수민은 먼저 분위기를 깨려 했다. 일부러 씩씩하고 큰 목소리로.

 “어, ‘동전 속의 남자’ 할 시간이다. 오빠! 우리 이렇게 계속 서 있지 말고 들어가서 드라마 봐요!”

 “응? 드라마? 아, 그래.”

 형준도 얼떨결에 수민을 따라 들어갔다. 수민은 거실 소파에 앉아 티비를 켰다. 요즘 최고의 인기 드라마인 ‘동전 속의 남자’가 막 시작된 참이었다.

 “오빠, 배고프시죠? 전 좀 배고픈데. 간식거리라도 좀 가져올게요.”

 수민은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가볍게 만들고자, 주방에 가서 아몬드를 접시 한 가득 담아왔다. 둘 사이엔 아몬드 접시가 놓여 어쩔 수 없이, 또는 다행스럽게도 떨어져 앉을 수 있었다.

 

 드라마 ‘동전 속의 남자’ 여자 주인공은 갑자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러자 남자 주인공이 자신의 셔츠를 벗어 여자에게 건넸다. 여자는 남주의 셔츠를 허리에 묶었다. 드라마 속 여주가 갑자기 생리가 터진 상황이었다. 셔츠를 건넨 것도 모자라 여주에게 앞에서 걸어가라며 뒤에 딱 붙어 걸어가는 남주의 행동에 여주는 반하고 말았다.

 “오늘 고마웠어. 너, 멋있더라?”

 “선배 그럼 나랑 사귀는 거예요?”

 “한번 사겨볼까?”

 드라마 속 여주, 그러니까 여자 선배의 답변에 남주, 남자 후배는 박력있게 그리고 터프하게 키스를 퍼부었다. 그리고 둘은 방문을 닫고 침대로 향했다.

 

 예상치 못한 드라마 속 장면에 수민과 형준 사이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형준은 ‘꼴깍 꼴깍’ 침만 삼키며 텔레비젼만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때, 애꿎은 아몬드라도 집으려는 서로의 손이 맞닿았다.

 “미안.”

 손이 닿는 순간 형준이 수민을 바라보며 사과했다.

 “괜찮아요. 오빠.”

 수민은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 다시 정적이 흘렀다. 지금 이 상황에선 아무 말이라도 해야 했다.

 “저 남자 주인공 어떤 것 같아요 오빠?”

 “그냥 그러네.”

 “에이, 요즘 인기 최곤데요? 연기도 잘 하고. 키스신 장인이라나 뭐라나.”

 “키스신 장인은 무슨? 나보다 키스 못 하는 것 같은데.”

 형준은 무심결에 말했다.

 무심코 중얼거린 형준의 말에 지난날 방에서의 뜨거운 키스가 생각났다. 수민은 얼굴이 빨개졌다. 형준 역시 무심결에 내뱉은 말에 스스로 아차 싶었다. 하지만 이미 뱉어버린 말. 둘의 머릿속엔 같은 순간이 떠올랐다. 격정적이었지만 너무나도 짧았던 키스. 달콤 쌉싸름했지만 너무나도 아쉬웠던 키스. 형준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책임지는, 모두에게서 브레인으로 칭송받고 언제나 침착한 태도에 때로는 냉혈인간으로까지 불리는 형준이지만 더 이상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형준은 수민을 빤히 바라봤다. 이번엔 수민도 피하지 않았다. 제어할 수 없는 본능이 깊숙한 곳에서 용솟음 쳤다. 형준을 빤히 바라봤다. 형준은 아몬드가 담긴 접시를 탁자 위로 치웠다. 그리고 한 손으론 수민의 허리를 감쌌다. 대체 이렇게 바쁜 사람이 언제 연애를 해 본 건지 능숙한 오빠의 손길이었다.

 수민은 고개를 들어 형준을 계속 응시했다.

 “오빠...”

 “수민아 오빠가 이러면 안 되는 거야?”

 “모르겠어요...”

 “수민이한테 키스 장인이 뭔지 오빠가 이번엔 제대로 보여주고 싶은데.”

 “궁금해요...오빠...”

 형준은 수민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댔다. 수민은 두 눈을 꼭 감았다. 형준의 입술이 점점 수민에게로 다가갔다. 방 안에서 벽에 밀어붙인 채 나눈 급하고 격정적이지만 서글픈 키스와는 달리 이번 키스는 달콤할 것만 같았다. 그때였다.

 쿵쿵.

 형준이 입술과 수민의 입술이 막 닿는 순간. 누군가의 큰 발걸음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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