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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러브 크리에이터
작가 : 모모제인
작품등록일 : 2018.12.31

 
10. 돼지유
작성일 : 18-12-31 22:51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7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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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돼지유

 

 “저 돼지 근처에 가면 냄새 쩔지 않냐?”

 

 “땀을 육수 수준으로 흘리니 당연히 냄새 쩔지, 극혐이야 극혐!”

 

 지유의 몸은 통통하다기보다는 거대했다. 지유가 앉으면 고등학교 교실에 있는 평범한 책걸상이 유치원의 그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비만인 사람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흑색가시세포증 때문인지 뒷덜미와 팔다리가 접히는 부분은 때가 낀 것처럼 새카맣고 얼굴에는 유분인지 땀인지 구분하기 힘든 개기름이 줄줄 흘렀다. 2교시만 되면 앞머리가 떡져서 머리도 안 감는 더러운 돼지라는 놀림에도 시달려야했다.

 

 몇몇 학생들은 대놓고 지유를 ‘돼지유’라고 부르며 조롱했고, 나머지는 은근히 지유를 따돌렸다. 교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지유를 향한 괴롭힘을 방관하거나 아니면 지유의 건강을 걱정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공개적으로 지유를 게으른 성격 때문에 스스로의 인생을 망치고 있는 루저라 낙인찍었다. 학교 밖의 시선 역시 폭력적이었다. 지유가 지나가면 사람들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거나 수군거렸고 혐오스럽다고 말하는 듯한 눈초리로 빤히 쳐다보기 일쑤였다.

 

 지유의 엄마는 이혼 후 병든 외할머니에게 딸을 버리고 떠나 버렸고, 자기 몸 하나 돌보기 힘든 외할머니는 엄마에게 버림받은 상처를 먹는 것으로 해결하는 어린 손녀의 문제를 살펴봐 줄 여력이 없었다. 그렇게 감당하기 힘든 외로움이 감당할 수 없는 식욕이 되어 지유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

 

 살이 찔수록 지유의 외로움은 더욱 커졌고, 외로운 만큼 과장되게 명랑한 성격을 연기하게 되었다. 놀림과 조롱에는 개그를 섞은 자기비하로 응수했고, 필요할 때만 친한 척하며 자신을 이용하는 애들에게 이용당하는 순간들을 오히려 고마워했다.

 

 그러던 어느 체육 시간 사고가 터졌다. 뜀틀넘기 연습을 하던 중에 지유의 체육복 반바지에 피가 흥건히 묻어버린 것이다. 늘 명랑한 척하던 지유도 생리혈로 범벅된 자신의 체육복 반바지를 발견하고는 몸이 굳어버렸다.

 

 체육 교사가 위경련 후유증으로 컨디션이 무너져 구령대에 앉아 쉬고 있던 설아에게 지유를 데리고 보건실에 갈 것을 지시했다.

 

 “이걸로라도 가릴래?”

 

 운동장으로 뛰어 내려간 설아가 지유에게 걸치고 있던 망사 카디건을 벗어 건넸다.

 

 “고마워...”

 

 

 지유가 평소와는 달리 호들갑을 떨지 않고 조용히 설아의 옷으로 생리혈이 묻은 엉덩이를 가렸다. 설아는 최대한 지유 뒤에 바짝 붙어 다른 학생들의 시선으로부터 지유를 보호하려고 했지만 이미 욕설까지 섞인 조롱하는 목소리들이 커져 있었다.

 

 “아! 씨발! 돼지유 때문에 내 눈 썩었어!”

 

 “으윽! 졸라 더러워.”

 

 “뭐냐, 저 년 지금 돼지유에서 피묻은돼지유로 랩업한 거냐?”

 

 “미친... 어떻게 생리 터지는 걸 모르냐... 병신 아니야?”

 

 고개를 숙이고 보건실을 향해 걸어가는 지유의 어깨가 들썩이고 있었다. 운동장부터 보건실 앞까지 바닥에 지유의 눈물이 발자국처럼 찍혀 있었다.

 

 “초경 시작한 지 꽤 지났을 텐데 아직도 생리 주기가 규칙적이지 않니? 생리 한 달에 한 번씩 규칙적으로 해?”

 

 “두 달에 한 번 할 때도 있고... 주기가 딱 맞지 않아요.”

 

 “생리통은?”

 

 “배랑 허벅지가 많이 아파요... 허리도 아프고...”

 

 “진통제 우선 먹고 여기 생리대도 받아. 근데 이미 속옷이 다 젖어서 어떡하니. 조퇴할래? 내가 너네 반 담임선생님께 사정 얘기하고 담임의견서 첨부해 달라고 할게.”

 

 “네... 감사합니다...”

 

 “이번에 생리 시작할 거 몰랐던 거니? 가슴 커지거나 뭐든 전조증상이 있었을 텐데...”

 

 “할 거 같긴 했는데 정확하지 않아서요... 생리대 대신 휴지 깔아 놨는데 너무 얇았나 봐요...”

 

 “아이고, 그냥 생리대를 하지 그랬어.”

 

 “... 너무 비싸서요... 생리 안 해도 금방 습해져서 자주 갈아야 하는데... 생리대 살 돈이...”

 

 보건교사가 안쓰러운 눈으로 지유를 바라보더니 캐비닛 안에서 생리대 한 통을 꺼내 지유 손에 쥐어 줬다.

 

 “선생님이 이렇게 많이 준 건 비밀이다. 빨리 가서 생리대부터 하고 교복 갈아입고 얼른 집에 가서 배 따듯하게 하고 쉬어. 내가 담임선생님께는 조퇴한 거 문제 없도록 메시지 보내 놓을 테니까 걱정 말고. 집에서 속옷이랑 체육복 빨 땐 찬물로 해. 뜨거운 물은 피가 안 져.”

 

 지유가 화장실에 가서 젖은 팬티 위에 생리대를 하고 교실에서 교복으로 갈아입는 동안 설아는 말없이 함께 있어 줬다. 지유가 가방을 메고 교실을 나오면서 설아에게 카디건을 돌려줬다.

 

 “저기... 설아야...”

 

 “응?”

 

 “나 부탁이 있는데.. 애들한테 나... 팬티에 휴지 깔아 놓고 있었던 건 비밀로 해 주라. 보건 선생님한테 생리대 많이 받은 것도...”

 

 “당연하지. 어차피 나 반에 그런 얘기할 친한 친구도 없는걸. 걱정할 필요 없어.”

 

 설아는 자신도 모르게 너스레를 떨며 지유를 안심시켰다.

 

 “고마워. 나 갈게...”

 

 학교 건물에서 나가 교문까지 가는 동안 또 다시 운동장을 지나야 하는 지유는 고개를 푹 숙였다. 아까 생리혈이 묻은 자신을 조롱하던 반 아이들 눈에 띄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지유야, 교문까지 같이 가자. 구령대에 혼자 앉아 있는 거 심심해.”

 

 설아의 말을 듣자마자 지유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런 지유의 표정을 보자 설아는 뭐라도 더 도와주고 싶어졌다.

 

 “혹시 너 내 채널 본 적 있어? 뷰티 영상?”

 

 “당연하지, 난 니 영상 꼭 챙겨 봐. ‘좋아요’도 항상 누르고.”

 

 “진짜? 고마워. 나 뷰티 영상 때문에 화장품 회사에서 샘플 많이 받거든. 근데 난 건성 피부라서 지성 피부용이나 여드름 케어 제품은 쓸 일이 거의 없어. 혹시 필요하면 가질래?”

 

 “정말?”

 

 “안 쓰고 그냥 두면 유통기한 지나서 아깝고. 화장품들이 공간도 엄청 차지해. 그래서 누가 써 주면 오히려 나한테 좋다니까.”

 

 “반 애들한테 나눠 주면 되잖아. 다 되게 좋아할걸.”

 

 “안 그래. 중학교 때 반 애들한테 줬었거든. 근데 누굴 더 비싼 걸 줬네, 자기는 부작용 나는 후진 걸 줬네 어쩌네... 받을 때는 무조건 좋다고 하지만 뒷담화 엄청 심하더라. 주고 나서 오히려 욕만 먹었어. 그러니까 너도 나한테 화장품 받은 거 비밀로 해 줘, 약속이다!”

 

 “응, 약속할게.”

 

 “폰 줘 봐. 내 번호 찍어 줄 테니까. 너네 집 주소 보내 줘. 화장품은 택배로 보내줄게.”

 

 #

 집에 온 설아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다임에게 털어놨다. 마치 엄마가 살아계실 때 그랬던 것처럼.

 

 “화장품 보내면서 생리대도 같이 넣어 보내면 기분 나빠할까요?”

 

 “흠... 자존심 상할 수도 있을 거 같긴 해. 니들 워낙 예민한 나이잖아.”

 

 “화장품보단 생리대가 더 필요해 보이던데...”

 

 “생리대 말고 다른 걸 많이 챙겨 줘. 샴푸나 치약 같은 거 안 사고 돈 아끼면 그걸로 생리대 살 수 있잖아.”

 

 “아! 그러면 되겠다.”

 

 “근데 니들 또래는 생리컵 안 쓰니? 그거 사용하면 생리대 거의 안 필요한데.”

 

 “생리컵이요? 애들이 얘기하는 거 못 들어 봤는데...”

 

 “그럼 니가 콘텐츠로 한 번 다뤄 봐. 10대 구독자들이 흥미롭게 볼걸. 내가 착용법 설명해 줄게. 난 대학생 때부터 썼는데 적응되면 되게 편해.”

 

 잠에서 깬 현수 삼촌이 설아가 온갖 제품을 넣은 커다란 박스를 옮기려고 낑낑대는 걸 보고 대신 상자를 문앞까지 옮겼다.

 

 “이거 어디까지 가지고 가려고? 삼촌이 옮겨줄게.”

 

 “요 앞 편의점 가서 택배 보내려고요.”

 

 “그럼 한솔이 유모차에 실어서 옮기자. 삼촌이 같이 가 줄게.”

 

 설아와 현수가 유모차를 밀며 편의점을 향해 갔다.

 

 “근데... 설아야, 누가 니 남친이니? 마루라는 애야? 효찬이라는 애야?”

 

 “무슨 말씀이세요? 저 남친 없어요.”

 

 “그럼 걔들 둘 다 너랑 썸타는 중인 거야?”

 

 “아니에요, 그렇게 보여요? 진짜 아닌데...”

 

 “마루란 애는 너 엄청 좋아하는 거 티 났고, 효찬이란 애도 은근히 너 챙기는 거 같았거든.”

 

 “마루는 원래 성격이 활발하고 효찬이는...”

 

 “효찬이는 어떤데?”

 

 “효찬이는... 잘 모르겠어요. 겉으론 차가워 보이는데 알고 보면 친절한 것도 같고...”

 

 “둘 다 너 좋아하는 거 맞네. 삼촌이 남자라 남자의 마음은 너보다 잘 아는데, 남자는 관심 없는 여자한테 친절한 표현 같은 거 절대 안 해.“

 

 #

 다시 돌아온 국어 시간, 수행평가 방식에 관한 설명이 이어졌다.

 

 “2:2든. 2:3이든 남자랑 여자 성비 맞춰서 마음대로 모둠 만드세요. 2학기 첫 번째 수행평가는 모둠으로 진행합니다.”

 

 마루와 친한 남자애 둘이 마루를 끌고 설아 자리로

 

 “야, 유설아. 우리랑 모둠하자. 너랑 친한 여자애 하나만 데려와.”

 

 마루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서 있긴 했지만 싫은 눈치는 아니었다. 설아가 주위를 둘러 봤다. 다들 자리를 옮겨 가며 모둠을 만들고 있었는데 지유만 덩그러니 자기 자리에 앉아 있었다. 설아가 일어나서 지유 자리로 갔다.

 

 “지유야, 나랑 같은 모둠할래?”

 

 그렇게 설아와 지유, 그리고 마루와 마루의 친구들이 한 모둠이 되었다.

 

 국어 수행평가 모둠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요일 오전에 쇼핑몰 앞에 모였다.

 

 “외래어 외국어 간판 사진 찍기니까 여기서 한 방에 해결되겠네.”

 

 “모둠원 얼굴 다 나오게 찍으라는 조건만 없으면 한 사람이 와서 찍어도 되는데 주말에 귀찮게 이게 뭐냐.”

 

 “다 같이 오니까 좋기만 한데 왜 툴툴거려.”

 

 “너야 유설아랑 같이 있으니 뭘 해도 좋은 거지.”

 

 마루가 설아의 눈치를 보며 대꾸했다.

 

 “그런 거 아니야, 여기 맛있는 거 많이 팔거든. 수행평가 빨리 끝내고 니들이랑 먹을 생각에 좋은 거라고.”

 

 “우리가 아니고 유설아랑 먹을 생각 중이겠지.”

 

 “진짜 그런 거 아니라니까!”

 

 다 같이 간판 사진을 찍고 점심 메뉴를 고르기 시작했다. 남자애들이 뭘 먹을까 고민하는 동안 내내 조용하던 지유가 설아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 니가 준 쿠션 바르고 왔는데 어때?”

 

 “그거 나한텐 매트할 거 같았는데 니가 바르니까 밀착력 엄청 좋다. 하나도 안 들뜨고 피부 되게 좋아 보여. 예쁘다 진짜.”

 

 “그치? 나 사실 톤업 선크림만 써 보고 쿠션으로 화장 첨 해 봤는데 진짜진짜 좋아. 정말 고마워. 학교에서 잃어버릴까 봐 바닥에 이름도 써 놨어. 헤헤.”

 

 설아는 순간 지유가 정말 귀엽게 느껴졌다. 쿠션 팩트 하나에 저토록 기뻐하다니.

 

 쇼핑몰 안에 부대찌개 집에서 점심을 먹고 각자 집으로 흩어졌다, 설아가 집에 도착해서 샤워를 하고 휴대전화를 확인하자 부재중 전화가 엄청 많이 찍혀 있었다. 문자도 많았다.

 

 모나에게 11통

 마루에게 4통

 우주에게 2통

 지유에게 2통

 그리고 효찬에게 1통

 

 - 너 결국 정마루에게 넘어간 거야? 그 키스 사진 뭐야?

  전화 빨리 받아. 안 받으면 집으로 한다.

 

 - 정말 미안해! 오늘 같이 쇼핑몰 같이 간 내 친구들이 장난으로 이상한 사진 찍어서 반 단톡에 올렸는데.. 내가 보자마자 지우라고 했거든. 근데 빛삭했는데도 캡처한 애들 있는 거 같아. 진짜 미안해. 사과하고 싶어. 전화 좀 받아.

 

 - 너네 반 단톡에 올라왔었다는 너랑 정마루 키스 사진 우리 반 단톡까지 떴어. 뭐야, 너랑 정마루 정말 사귀는 거야?

 

 - 설아야, 단톡에 괜히 이상한 분위기로 보이는 각도로 너랑 마루가 찍힌 사진 올라와서 애들이 막 키스한 거 아니냐고... 내가 같이 있어서 아는데 절대 아니라고 말해도 계속 말도 안 되는 소문 만들어내는 거 같아... 설아 넌 톡 안 해서 모를까 봐 전화했었어.

 

 그리고 아무런 멘트 없이 설아의 2G 폰으로 문제의 사진 캡처만 첨부 파일로 보낸 효찬. 효찬이 보낸 준 사진을 보니 오늘 수행평가를 위해 갔던 쇼핑몰에서 찍힌 게 맞았다. 오늘 쓰고 나간 모자 덕분에 설아의 얼굴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마루는 뒷모습만 찍혀서 누군지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사진을 찍힌 각도와 포즈 때문에 묘한 분위기가 나긴 했다. 키가 큰 마루가 설아를 향해 어깨는 구부정하게 숙이며 키를 맞추고 있는 모습이 키스하기 직전의 느낌을 풍겼다. 아마도 마루가 설아 모자에 묻은 먼지를 떼어 주려던 때 찍힌 사진인 것 같았다.

 

 설아는 가장 먼저 효찬의 부재중 전화에 콜백을 했다.

 

 “여보세요, 나야, 유설아.”

 

 “알아.”

 

 “사진 고마워. 안 그래도 어떤 사진인지 확인하고 싶었어.”

 “너 나한테 소원 빚진 거 기억하지? 반별체험학습 때?”

 

 “응, 기억해.”

 

 “지금 그 소원 하나 쓸게, 정마루랑 엮이지 마.”

 

 “딱히 엮인 거 아니야. 그냥 수행평가하러 같이 갔던 거야.”

 “어쨌든... 기분 나빠.”

 

 “니가 왜 기분이 나빠?”

 

 “... 니가 추측하는 이유 때문이겠지.”

 

 “그 이유가 뭔데?”

 

 “모르겠으면, 내가 왜 기분이 나쁜지 열심히 추측해 봐. 무튼 내 소원 잘 기억해.”

 

 전화를 끊은 설아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설아가 추측한 이유가 맞다면 방금 효찬에게 고백 받은 것이다.

 

 주말이 지나고 간 학교에선 생각보다 설아를 향한 관심이 뜨겁지 않았다. 지유에게 전해들은 얘기로는 마루가 단톡에다 인터넷에 사진을 유포하거나 루머를 퍼트리면 고소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고 한다. 아버지 친구 분이라는 변호사 명함 사진까지 올렸다고 하니 마루는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한 것이다. 하지만 설아의 반응은 냉담했다. 국어 수행평가 시간 프리즌테이션 준비를 위해 컴퓨터실에서 진행된 모둠수업에서 설아는 마루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니, 시선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고 교실로 돌아가는 길에 마루가 설아의 앞을 막아섰다.

 

 “설아야, 얘기 좀 해.”

 

 설아는 시선을 바닥에 둔 채 대답했다.

 

 “할 얘기 있으면 빨리 해. 교실에 가서 다음 수업 준비해야 돼.”

 

 “지금 말고, 점심시간에 잠깐 볼래?”

 

 “단둘이 있는 거 불편해. 그냥 여기서 말해 줘.”

 

 “정말 미안해, 너 사진 때문에 신경 쓰여서 나랑 눈도 안 마주치는 거 아는데 내가 다 해결했으니까”

 

 설아가 마루의 말을 끊었다.

 

 “미안해하지 마. 니가 사진 찍어서 퍼트린 것도 아니잖아. 그냥 전에도 말했지만 넌 주목 받는 스타일이라서 너랑 엮이면 뭐든 소문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어. 그러니까 이제부터 니가 나한테 신경 안 쓰면 돼.”

 

 “어떻게 신경을 안 써! 널 좋아하는데! 니가 계속 내 시선 피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마음이 아픈데!”

 

 마루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동하던 학생들이 고개를 돌려 설아와 마루를 쳐다봤다.

 

 “얼~ 정마루 거기서 유설아랑 둘이 뭐하냐? 복도에서 연애질하는 거냐?”

 

 남학생들의 놀리는 목소리가 들리자 마루가 정색을 하면서 소리쳤다.

 

 “시끄러워! 관심 끄고 가던 길이나 가라!”

 

 언제나 웃는 표정의 마루였기 때문에 다들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뭘 그렇게 정색을 하냐...”

 

 그 사이에 설아는 이미 교실로 돌아갔다. 마루가 복도를 뛰어서 설아를 따라잡았다. 마루가 교실로 들어서려던 설아의 팔을 잡는 순간, 효찬이 마루의 손목을 쥐며 말했다.

 

 “뭐든 그만 둬.”

 

 “니가 신경 쓸 일 아니야.”

 

 효찬이 노려보는 마루의 눈을 응시하며 턱을 복도 쪽으로 향했다.

 

 “저기 좀 보지.”

 

 복도에는 멈춰서 설아와 마루 그리고 효찬을 지켜보고 있는 아이들로 가득했다. 몇몇은 휴대전화로 그 모습을 찍고 있었다.

 

 마루가 금세 풀 죽은 강아지 같은 표정을 짓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는 순순히 설아의 팔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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