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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분노거래소
작가 : 순둥이
작품등록일 : 2018.12.31

자신의 본성을 감춘 채 상대방에게 이중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오늘날의 현대인을 솔직담백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당신의 분노, 제가 사드리겠습니다"

 
[분노거래소] R13: 뜻밖의 만남, 엘리자베스, 분노거래소
작성일 : 18-12-31 22:49     조회 : 272     추천 : 0     분량 : 4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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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오전 9시. 강렬한 햇빛이 내 머리를 강타한다. 덥다. 주변에는 흔한 출근길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차들의 소음. 어딘가에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 난 조용히 카페 앞을 서성거리며 흥미롭게 이 상황을 지켜본다. 무언가 우쭐해지는 이 기분. 그때 검은색 스포티지 한 대가 내 앞 도로변에 정차한다. 창문이 올라가고 어제 보았던 K가 얼굴을 내밀며 내게 소리친다.

 

 “타세요.”

 

 어디론가 향하는 차. 1시간은 지났을까. 여전히 같은 풍경만을 바라보고 있는 지 눈이 점점 감긴다. 이때 그가 나에게 한 손으로 안대를 건네주며 말한다.

 

 “졸리면 이 안대를 쓰고 주무십시오. 단, 도착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안대를 풀어서는 안 됩니다. 제가 풀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아시겠습니까.”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안대를 받아 바로 쓴다.

 

 “일어나세요. 다 왔습니다.”

 

 누군가 흔들어 깨운다. 더 자고 싶은데‥조금만 더 있었으면 한 때 좋아했던 그녀와 격렬하게 한 바탕 했을 텐데‥아쉽다.

 

 “눈부셔”

 

 깊은 산 중. 내 앞에 작은 통나무집이 보인다. 고요한 주변. 음산하다.

 

 “들어가 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전 밖에서 기다리죠.”

 

 같이 가는 게 아니었나. 저 안에 누가 있다는 거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다. 어두 캄캄한 내부. 그리고 흘러나오는 여성의 목소리

 

 “J씨인가요. 어서 문을 닫아주세요.”

 

 오싹한 이 기분. 그 상황에서 크게 화라도 내거나 소리를 쳤을 법 한데 자연스레 그녀의 말에 고분고분 따른다. 문을 닫으니 완벽한 어둠이 찾아온다. 숨쉬기 힘들 정도로 답답한 무거운 공기. 차차 눈이 어둠에 익숙해졌을 때, 하나 둘 양초가 켜진다. 몇 개 안되었지만 켜 있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된다. 그리고 이제야 그녀의 모습을, 아니 얼굴이라도 식별할 수 있게 되었다.

 

 초점 없는 눈. 입에서는 항상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는 듯 연신 씰룩거린다. 오뚝한 코와 큰 눈망울, 붉은 입술은 미모를 더욱 빛나게 해주었다. 파란 원피스와 가느다란 다리. 그리고 볼륨감 있는 몸매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녀의 성숙된 매력을 물씬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일반인들과는 다른 어딘가 위화감이 드는 모습, 분위기 등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녀를 가까이 다가가게 하지 못하는 방어기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뭐랄까. 가시가 많은 장미라고 보면 될라나. 그것도 날카롭고 맹독이 묻혀 있는, 그러나 이 세상 누구보다 향긋한 냄새를 풍기고 있는 치명적인 매력의 꽃.

 

 “반가워요. 제 소개는 조금 있다 하도록 하죠.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미스터 마를, 아니 우리 아버지를 없애주세요.”

 

 뭐라고?

 

 “더 이상 아버지의 피의 복수극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해요. 전 두려워요. 예전처럼 그 일이 다시 발생할까봐…”

 

 그녀가 눈물을 흘린다. 내 가슴 한 구석도 시려온다.

 

 “저기‥”

 “미안해요. 그때 일이 떠올라 저도 모르게 그만…”

 “K에게 얘기 들었습니다. 분노거래소에 대한 얘기들을.”

 “그것이 전부는 아니랍니다. 제가 오늘 당신을 보자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무엇을 제게 말씀하려고 하는 건데요?

 “분노거래소는 환상입니다. 저의 환상이기도, 모든 이들의 환상이기도 하죠. 처음 거래소가 정신병원을 모태로 해서 지어졌다는 것은 이미 들으셨겠죠. 하지만 여기에 하나 빠진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버지가 저렇게 미치광이로 변한 것은 바로 어머니 때문입니다.”

 “어머니가?”

 “네. 제가 태어나기 이전, 아버지는 전도가 유망한 외과 의사였습니다. 어머니는 한 대학의 심리학 조교였고요. 두 분이 어떻게 만나 저를 낳게 되었는지는 구구절절 설명 드리지 않겠습니다. 어차피 관심도 없을 테지요. 처음 개인병원을 차리자는 의견에 아버지는 반대했다고 해요. 바로 어머니의 그 『치료이상론』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건 당신의 어머니는 물론, 미스터 마 또한 주장한 것인데요. 그렇다면 미스터 마도 그 이상론에 동조한 거 아닙니까?”

 “아니 예요. 아버지는 거래소 설립에도, 이상론을 주창하는 어머니의 의견에 심하게 반대를 하셨어요. 말이 되지 않는 허무맹랑한 얘기로 들리셨을 수도 있고 비용적인 측면도 있었겠죠. 하지만 무엇보다 반대하였던 결정적인 이유는 ”사람의 감정“을 이용해 모의실험을 한다는 점이었어요.”

 “모의실험?”

 “어머니는 사람의 감정과 관련한 무언가 실험을 해보고 싶으셨던 모양이었는지 아주 오래전부터 계획하고 있었나 봐요. 그중에서도 가장 원초적이면서 자극적인 감정인 『분노』를 가지고 말이죠. 오늘날 사회에서 발생되어지는 비상식적이고 이해되지 않는 문제들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감정을 통제해야한다는 논리를 가지고 계셨다고 해요. 더 나아가 통제된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세뇌, 전파함으로써 사회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허황된 믿음도 가지고 있었고요. 그래서 조교시절, 연구실에서 사람의 감정에 대한 모의실험을 통하여 축척된 자료들을 가지고 『Reverse 프로젝트』라는 새 연구를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연구 프로젝트? 점점 일이 커지는 것 같은 느낌인데.

 

 “예전 어머니의 연구일지를 몰래 보면서 안 내용이니 믿으셔도 좋아요. 안 믿으면 할 수 없고요. 아버지도 어머니의 프로젝트를 알게 되면서 두 분이 싸우시는 횟수가 잦아졌어요. 그런데‥그런데 결국 아버지 또한 어머니에게 세뇌당하고 말았어요. 어느 순간부터 프로젝트에 적극 동참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어머니의 일을 옆에서 보조하기까지 하였으니까요. 처음에는 다른 의도가 있겠거니 생각했었지만 그건 저의 큰 착각이었어요. 어머니보다 더 악랄하게 분노를 거래하러 온 사람들을 이용해 먹었으니까요.

 가장 충격적인 것은, 일정기간동안 관찰을 통해 피 실험체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지를 살펴본 뒤, 그 기간이 끝나면 『폐기처분』한다는 것이었어요.”

 “폐기처분?, …혹시."

 "의문의 교통사고, 자살, 심한 상해…그것들이 전부 우연이지는 않지요. 누군가를 시켜서 그랬든 아니면 직접 그랬든 말이죠. 저는 두려웠어요. 사람을 소모품으로밖에 취급하지 않는 어머니가 무서웠어요. 그러던 어느 날. 그 사건이 터진 것이죠. 모두를 충격에 몰아넣은…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또…“

 

 그녀가 운다. 소리 없이. 안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애써 울음으로 참아보려고 한다.

 

 “그래서 아시는 바와 같이 우리 가족은 흩어지고 말았어요. 어머니는 죽었고 아버지는 감옥에, 저는 고아원으로…거기서 지낸 몇 년은 절대 잊을 수가 없어요. 살인자의 딸, 정신병자의 자식으로 또래 애들에게 불리며 심한 괴롭힘과 놀림을 받고 살았었죠. 그러다 지금의 제 양아버지가 저를 거두어 주셨고 이렇게 당신 앞에 앉아 있는 겁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양아버지는 저의 가족사를 모두 알고 계셨더라고요. 부모 없이 지낼 제가 불쌍하게 느껴진 나머지 동정을 베풀어 입양했다고 고백하셨거든요.”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런데 어떻게 K씨와는 알게 되었습니까.”

 “제 양 아버지의 비서예요. 굉장히 유능하고 멋지신 분이죠. 고통 속에 살던 저에게 작은 힘이 되어주신답니다. 그도 한 때 분노를 거래했다는 사실은 알고 계시나요.”

 “예. 직접 말하더군요.”

 “그럼 어디서 거래했는지도 말해주던가요.”

 “아뇨, 그거는…”

 “그는 분노거래소에서 거래한 게 아니 예요.”

 “그렇다면 어디서입니까.”

 “바로 분노거래소로 명칭 바뀌기 이전, 즉 『Persona』라고 불렸었던 부모님의 개인정신병원에서였습니다.”

 “그의 분노의 유형과 목적은 무엇입니까?”

 “저는 몰라요.”

 “그가 말하길 어린 시절의 당신은 분노를 감별할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순진하시군요. 그것은 순전히 저의 연기였어요. 사람의 감정은 함부로 평가하는 게 아니라는 걸 본인도 아시잖아요. 아버지와 어머니가 시킨 일종의 연극이라고요.”

 “그럼 나도 그렇고 이 모든 것이 전부 프로젝트를 위한 것이었습니까.”

 “네. 현재 위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나와 K씨, 그리고 당신 세 사람 뿐 이예요. 다른 사람들은 알아서도, 알려져서도 안 되는 숨겨진 이야기이기에.”

 “그렇다면 왜 굳이 절 선택한 겁니까. 저는 아무 힘도, 능력도 없는 그저 보잘것없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고요.”

 “모르겠어요. 처음 K가 최근 분노거래소를 이용한 고객명단을 제게 보여주었을 때는 별 관심도 가지 않았어요. 하지만 분노거래소가 다시 문을 열고나서 생긴 첫 희귀형 분노소지자라는 점과 무언가 신뢰감을 주는 당신의 눈을 보고 확신했어요. ‘이 사람이라면 할 수 있겠구나’ 라고요.”

 “제가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아뇨. 당신은 할 수 있어요. K가 알려준 정보에 의하면 곧 당신의 분노를 살 구매자가 연락이 올 거라고 해요. 그 사람을 만나세요. 그리고 다시 아버지를 만나 설득해주세요. 아무도 다치는 걸 보고 싶지 않아요. 그곳을 떠올릴 때마다 이 상처가 욱신거리거든요.”

 

 <여자가 자신의 목덜미를 가리킨다. 일자로 그어져있는 흉터. 다행히 자국이 많이 사라지기는 했지만 J와 이야기하는 내내 손으로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자신의 아픔을 잊어보려고 한다. 오두막 밖에서는 심각한 표정으로 누군가와 통화하는 K가 보인다.>

 

 『팔렸다. 나의 분노가. 그런데 석연치가 않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닐까 의심해본다. 납득은 간다. 그러나 무언가 기분이 찝찝하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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