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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에스프레소
작가 : 냐옹이
작품등록일 : 2018.12.31

한국을 대표하던 미녀 최수지. 그녀가 사라졌다. 갑작스러운 은퇴. 머지않아 유명한 커피 회사에 취직했다는 기사가 뜬다.
많은 사람의 입을 타고 소문에 소문이 더해지면서 수많은 구설수를 낳는다.

5년 후, 이제 그녀의 나이도 서른이다. 회사에서 인정받기 위해서 열심히 일해왔지만, 회사 사람들도 그녀를 싫어하고 믿지 않는다.

그런 그녀에게 갑자기 나타난 사람, 저스틴, 세계 바리스타대회 1등 한 인재이며, 스물두 살의 젊고 잘생기고 스윗한 그는, 그녀의 모든 걸 믿고 언제나 그녀의 편이 돼준다고 한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 나만 바라봐주는 사람, 항상 내 편이 돼주는 사람, 저스틴. 수지는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

 
에스프레소 9화
작성일 : 18-12-31 22:48     조회 : 271     추천 : 0     분량 : 5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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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건우라는 말에 마치 복잡한 수학 공식을 푸는 것처럼 수지는 어려워한다.

 

 “건우 오빠한테 무슨 일 있어?”

 

 “아니, 얼마 전에 건우 씨한테 연락이 왔었어. 아직도 너 못 잊었더라.”

 

 “언니, 이미 오래전 일이야.”

 

 “알아, 그런데 건우 씨는 다시 네가 연예계로 돌아오길 바라고 있어. 새로운 작품 주연으로 추천까지 할 정도야.”

 

 한서의 설득에도 단호한 표정의 수지. 한치의 미련도 없다는 듯이 꺼내는 말.

 

 “언니, 난 이제 안 돌아가.”

 

 “너에게 간섭할 생각은 없지만, 솔직히 건우 씨만 한 조건 없잖아. 너도 나이가 있고.”

 

 “언니, 미안해.”

 

 그 순간 아이가 놀라며 소리치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일제히 아이가 소리치는 쪽을 쳐다본다.

 

 “와아, 연예인이다! 연예인!”

 

 커피숍은 술렁이기 시작한다. 수지도 뒤돌아서 그쪽을 본다.

 

  180 중반에 훤칠한 키, 슬림한 몸매, 딱 벌어진 어깨에 작은 얼굴. 부드러우면서 정교한 이목구비. 후광이 비치는 모습. 키즈카페를 킹스 카페로 만드는 고급스러운 분위기. 바로 저스틴이였다. 긴다리로 성큼성큼 빠르게 수지에게 다가온다.

 

 “커피 배달왔습니다. 팀장님. 오래 기다리셨죠?”

 

 수지는 자신도 모르게 침이 꼴깍꼴깍 넘어갔다. 카페 조명 때문인지 왠지 오늘은 더 분위기 있고 잘생겨 보였다.

 

 “어서 와 저스틴, 여기는 예전에 매니저 해주었던 언니야.”

 

 “안녕하세요. 저스틴 킴입니다.”

 

 “네 반가워요. 저는 한서에요. 정말 잘생기셨다. 바로 데뷔해도 되겠어요. 다시 매니저 일 시작하고 싶어지는데요.”

 

 “과찬이십니다.”

 

  곧 아이가 달라붙자. 저스틴은 쪼그려 앉아. 아이와 시선을 마쳐준다. 아이가 손을 뻗자 번쩍 들어서 안아준다. 신난 아이는 웃으며 즐거워 한다. 저스틴이 큰 키를 이용해서 들었다 놨다 해주니 웃음이 터져 나온다.

 

  주변에 다른 아이들까지 몰려온다. 미소를 잃지 않으며 아이들과 일일이 눈 맞춰주고 놀아준다. 아예 애들을 몰고 놀이 공간으로 가서 본격적으로 같이 놀아준다.

 

 “다행이다. 언니. 이제 편히 얘기할 수 있겠다.”

 

 “수지야, 이제 할 얘기 없어. 얘는, 진작 말하지. 부럽다. 얘.”

 

 “아니야, 그냥 우리 회사 직원이야.”

 

 “핑계 대지 마. 건우 씨 거절할 때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어쩐지 이상했어.”

 

 “진짜 아닌…….”

 

 “애들하고도 정말 잘 놀아주고 착하게 잘생겼다. 몇 살이야?”

 

 “22살이야.”

 

 “어머머, 영계 제대로 잡았다. 연상 좋다더니…. 난 톱 여배우 최수지의 애인은 누가 될까 궁금했었는데. 역시 최수지야. 건우 씨 한테는 좀 미안하네.”

 

 한서의 말에 부담을 느낀 수지는 화제를 돌린다.

 

 “언니, 여기 우리회사 신상품이야.”

 

 “어머 우리 집에 커피 떨어진 지 어떻게 알고, 고맙다 얘.”

 

 이어지는 대화에서 수지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하이톤이 됐다.

 

 

 *

 

 

  한서와 헤어진 후에 저스틴과 함께 길을 걷는다. 발걸음이 가벼워진 수지. 딱딱하던 보도블럭이 말캉하게 느껴졌다. 같이 걸으며 대화를 시작한다.

 

 “ 저스틴 미안해. 괜히 나 때문에.”

 

 “아니에요. 저도 즐거웠어요.”

 

 “저스틴은 진짜 애들 좋아하는구나.”

 

 “네, 그냥 보기만 해도 좋아요. 애들하고 놀면 동심도 생기고 기분도 좋아져요.”

 

 “와 진짜 좋은 아빠가 되겠네.”

 

 “그랬으면 좋겠어요. 아니 꼭 좋은 아빠가 될 거에요.”

 

 “웃는 거 보니 안심이다. 그래도 오늘 많이 걸어 다녔겠네. 나 때문에. 미안해.”

 

 “아니요. 오늘은 이렇게 걷고 싶었어요.”

 

 “걷는 거 좋아해?”

 

 “네, 혼자 걷는 것보다는 같이 걷는 걸 좋아해요. 어린 시절 이렇게 매일 같이 길을 걷고 싶은 사람이 있었어요.”

 

 “첫사랑이야?”

 

 “네.”

 

 “몇 살 때?”

 

 “10살 초등학교 때에요.”

 

 “와 빠르다. 역시 저스틴이야. 그래서 사귀었어.”

 

 “아니요.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 말이 있잖아요. 사귈 수도 없었고 얼마 못 보고 헤어졌어요.”

 

 “안타까운 사랑이네. 그래도 누군지 부럽다.”

 

 “부러워하실 필요 없어요.”

 

 “아니야, 저스틴 같은 남자의 첫사랑이라면 좋을 것 같아.”

 

 “팀장님, 은행나무 길 걸으니 좋지 않아요. 온통 노란색의 따뜻한 느낌. 영혼마저 달래 준다는 말이 있잖아요.”

 

 “어 좋은데, 가끔은 신성한 느낌이 들어. 천년을 사는 나무라서 영물 같기도 해. 은행나무 길을 걸으면 왠지 앞으로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다는 느낌이 들어.”

 

 “왠지 그 느낌이 사실이 될 것 같은데요.”

 

 “음. 그랬으면 좋겠어.”

 

 

 함께 길을 걷던 중 저스틴이 복권 판매소에서 멈춘다. 열심히 로또 번호를 적어서 만 원어치 산다.

 

 “로또 하나 보네?”

 

 “네 취미로 하고 있어요. 팀장님은 안 하세요.”

 

 “난 꽝 손이라서 안 해.”

 

 “저는 이런 거 잘되는 편이에요. 물론 어렵다는 거 알아요. 그래도 기다리면 행운이 올 거라 믿어요.”

 

 “혹시 로또 당첨되면 뭐할 거야?”

 

 “전 사랑하는 사람에게 줄 거에요.”

 

 “전부다?”

 

 “네, 전부 다 줄 거에요.”

 

 “와 저스틴 스윗한데. 로맨틱 가이야.”

 

 “만약 제게 행운이 온다면 그 행운을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고 싶어요.”

 

 “정말 되면 저스틴이 사랑하는 그녀는 행복하겠다.”

 

 “네, 그래서 사는 거예요. 단순히 돈이 아니라, 운이 함께 한다는 게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거든요.”

 

  대화를 하다보니 어느새 회사 앞에 도착한 두 사람. 서로 바라보며 말을 못 하고 망설인다. 수지가 침묵을 깨고 살며시 입을 연다.

 

 “저스틴, 난 여기서 택시 타고 갈게.”

 

 “네, 조심히 잘 들어가세요. 전 짐 챙기러 다시 올라가 봐야 할 것 같아요.”

 

 

 

 *

 

 

  택시를 잡으려는 수지. 좀처럼 잡히지 않자 답답해 한다. 어느새 수지의 눈앞에 서있는 하얀색 스포츠카. 비상등을 깜빡이고 있다. 저스틴이 나와서 문을 열어주고 차 안으로 안내를 한다.

 

 “제가 바래다 드리고 싶은데요.”

 

 “괜찮은데.”

 

 “사양하지 마세요. 오늘 그쪽으로 갈 일이 있거든요.”

 

 “그럼, 고마워.”

 

  마지못해 수지가 타자 스포츠카가 우렁찬 엔진소리를 내며 달리기 시작한다. 자신의 힘을 과시하듯 거침없이 달리는 스포츠카. 저스틴은 빠른 손놀림으로 기어를 바꾸고 속력을 낸다.

 

  그의 손동작이 수지의 눈에 띈다. 살짝 걷어 올린 와이셔츠 소매. 세련된 시계를 찬 손목이 유연하게 돌아가며 빠른 속도로 핸들을 돌린다. 저스틴은 전방을 주시하면서도 살짝살짝 수지의 상태를 확인한다.

 

 “오늘 기분 어떠세요?”

 

 “신나게 달리니까 좋은데.”

 

 “네, 저도 고속도로 달릴 때가 젤 좋아요. 뭔가 스트레스가 같이 날아가는 기분이거든요.”

 

 “빠르게 달리면서도 신호는 칼같이 지키네. 운전도 딱 저스틴 성격이 느껴져.”

 

 수지가 말한 집 근처에 다다르자 저스틴이 입을 연다.

 

 “어디에서 내려드리면 되죠?”

 

 “저기 높은 초록 건물 옆에 파란 건물이야.”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차량. 저스틴은 조수석에 오른팔을 얹고 뒤를 바라보며 빠른 속도로 핸들을 꺾는다. 뒤를 바라볼 때 그대로 드러나는 저스틴의 목선이 수지를 설레게 한다.

 

  다시 반대편으로 빠르게 꺾는 핸들. 빠르고 깔끔하게 주차를 마친다. 곧 시동이 꺼지며 임무를 완수한 듯 스포츠카가 조용해진다.

 

 “우와, 저스틴 주차 잘한다.”

 

 “운전을 좋아해서 많이 연습했어요.”

 

 시계를 확인하던 수지는 놀라서 입이 벌어진다.

 

 “와, 진짜 빨리 왔다.”

 

 “다음에도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빠르고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어디든 상관없어요.”

 

 “그럼, 내가 미안한데. 혹시 필요하면 말할게.”

 

 

 *

 

 

  집에 도착한 수지는 로또 당청되면 주겠다던 저스틴의 말이 생각난다. 인터넷으로 로또 1등을 검색해보고 놀란다. 냉수를 한잔 마시고 20억을 외치며 집안 곳곳을 돌아다닌다.

 

 “가구도 바꿔야 하고 티브이도 큰 거로 사야지. 또 냉장고도 늘릴까?”

 

 열심히 돌아다녀서 피곤한 수지는 소파에 앉아 패션잡지를 훑어본다.

 

  “맞다 신상 옷부터 싹 쓸어야지. 겨울 컬렉션 때 눈여겨 봐야겠어.”

 

 웃으며 잡지를 보던 수지는 인터넷에 부동산 정보라고 적는다.

 

 “아무래도 재테크부터 해야겠지. 강남 아파트를 사야 해.

 

 로또 계획을 마친 수지는 허기를 달래기 위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감자 스낵을 꺼낸다. 티브를 켜자 최근에 인기 있는 ‘김 사장이 왜 그럴까’가 방송 중이다. 서둘러 볼륨을 높인다.

 

 [김 사장님은 왜 그럴까? 나를 사랑하는 걸까? 아니면….]

 

  김 사장의 마음이 아리송하여 고민하는 이비서. 공원 풀밭에 앉아 잠시 생각에 잠긴다. 마침 손에 잡히는 민들레를 꺾는다. 그리고 하나씩 꽃잎을 떼어내어 날린다.

 

 [사랑한다. 안 한다. 사랑한다. 안 한다.]

 

  마지막 잎이 안 한다고 끝나자 슬픔에 잠기며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 숙인다. 쓸쓸함이 화면으로 전해진다.

 

 “아유 유치해. 요즘 누가 저런 걸 해.”

 

  짜증을 내며 채널을 돌리려던 수지는 순간적으로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한창 과자를 먹던 수지의 손이 떨리기 시작한다. 과자를 하나씩 잎에 넣으며 말하기 시작한다.

 

 “사랑한다.” 냠냠.

 “안 한다.” 냠냠.

 

 그렇게 다 먹어 갈 때 즘 불길한 예감이 엄습한다. 긴장감이 몰려오는 순간. 서서히 고개를 숙여 과자 봉지 안쪽을 관찰한다. 2개가 남았다. 이번은 사랑한다라고 말할 차례. 운명의 장난인 듯 과자는 분명 2개였다.

 

 수지는 그대로 두 개를 집어 한입에 넣어버린다. 쉴 새도 없이 와작와작 씹어버린다. 남은 가루까지 싹 털어서 입안에 넣어 씹으며 말한다.

 

 “사랑한다!”

 

 자신도 모르게 수지는 웃음이 나온다. 두 볼은 붉은 물감을 풀어 놓은 듯 홍조가 가득하다.

 

 

 *

 

 

  일찍 출근해서 저스틴을 기다리는 수지. 볼펜을 계속 만지작거리고 다리마저 떤다. 시계를 보고 문을 바라본다.

 

  기획 B팀의 문이 열리며 빛이 쏟아진다. 봄날의 햇살처럼 부드럽고 따스한 눈빛, 모범생처럼 곧게 뻗은 코. 장미 칼처럼 베일듯한 턱선. 두부처럼 하얗고 깨끗한 피부. 계란처럼 매끈한 이마? 매끈한 이마에 상처가 있었다.

 

 “저스틴 어떻게 된 거야? 그 이마에 상처.”

 

 “아, 이거요. 휴대폰 보면서 걸어오다가 가로수에 찌었어요.”

 

 “어머, 그거 아파서 어떻게!”

 

 “괜찮아요. 살짝 긁힌 거라서 금방 나아요.”

 

 “아니야. 놔두면 흉 져. 내가 약 발라줄게.”

 

  우왕좌왕하며 수지는 구급함을 찾으려 노력한다. 책상을 다 뒤져서 겨우 구급함을 발견하고 미소 짓는다. 저스틴을 자신의 의자에 앉히고 드레싱을 시작한다.

 

  약을 바르기 위해 자연스레 가까워지는 두 사람. 수지가 연고를 발라주자 저스틴은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웃으며 살며시 입을 연다.

 

 “이렇게 있으니까 옛날 생각나네요.”

 

 “옛날?”

 

 “네, 어린 시절에도 이렇게 상처가 나서 치료받은 적이 있거든요. 저에게 가장 행복했던 기억과 불행했던 기억이 같이 있던 때에요.”

 

 “몇 살 때야?”

 

 “10살 때요.”

 

 “아! 그 저스틴의 첫사랑. 불행은 상처일 테고 행복은 그 첫사랑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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