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로맨스
러브 크리에이터
작가 : 모모제인
작품등록일 : 2018.12.31

 
9. 낯설고 신기한 감정들
작성일 : 18-12-31 22:47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746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9. 낯설고 신기한 감정들

 

 늦게까지 떠들던 애들도 모두 잠이 든 이른 새벽, 효찬은 낄낄거리는 소리가 들려 얼핏 잠에서 깼다.

 

 “야, 이거 죽이지 않냐?”

 

 “브라 안 하고 티셔츠만 입고 자는 애들 사진 대박이다.”

 

 “원피스 잠옷 입은 년들은 팬티도 다 보여.”

 

 “유설아는 졸라 유명하니까 돈 좀 될 거 같지 않냐? 이런 사진은 어디다 팔면 되냐?”

 

 효찬은 일어나서 남학생 두 명이 낄낄거리고 같이 보고 있던 휴대전화를 빼앗아 땅바닥에 던지고 발로 밟았다.

 

 “미친 새끼! 지금 뭐하는 거야!”

 

 휴대전화 주인이 화가 나 소리를 지르자 몇몇이 그 소리에 깼다. 휴대전화 주인이 효찬의 발에 밟힌 폰을 주우면 화를 냈다. 그때 마루가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말했다.

 

 “권효찬, 뭔 일이냐?”

 

 “정마루! 빨리 일어나서 저 새끼 휴대전화 뺏어!”

 

 “무슨 소리야?”

 

 “저 새끼들이 니가 좋아하는 애 도촬했다고!”

 

 마루는 상황 판단이 되자마자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남학생에게 폰을 빼앗았다. 폰을 뺏기지 않으려는 상대가 반격하자 마루가 발로 걷어찼다. 효찬은 같이 도촬한 사진을 보던 다른 남학생의 폰을 빼앗았다. 난투극 소리에 다른 텐트 안에 있던 애들이 찾아와 싸움을 뜯어 말리고 담임까지 왔다.

 

 “너네 지금 뭐하는 거야! 한밤중에 왜 싸움질이야!”

 

 정마루가 씩씩거리며 담임에게 말했다.

 

 “저 개새끼가 몰카는 찍었다고요!”

 “무슨 몰카? 쟤네가 너 자는 거 찍었어?”

 

 “그게 아니라 저 새끼들이 유...”

 

 순간 효찬이 정마루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담임에게 다가가 조용히 따로 말씀드려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텐트 안에 남겨진 애들을 뒤로 하고 효찬은 밖으로 나가 담임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같은 텐트를 쓰는 남학생 두 명이 몰래 여학생들 자는 모습을 찍은 걸 알게 됐습니다. 잠옷이 얇은 애들은 유출되면 안 될 사진도 찍힌 거 같은데. 그래서 선생님께 말씀드리기 전에 휴대전화를 빼앗아서 사실인지 확인하려고 했다가 싸움이 났습니다.”

 

 “뭐라고? 그게 진짜야?”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찍은 사진을 공유했느냐 아니냐일 거 같습니다. 휴대전화랑 클라우드를 연동해 놨으면 어딘가 저장돼 있을 테고, 혹시 찍은 걸 단체 채팅 창에 올렸다면 우리 반 다른 남학생들도 문제의 사진을 가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미치겠네...”

 

 담임이 당황하며 머리를 긁을 때 효찬이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공유를 했어도 남자 애들한테 했을 테니까 우선 우리 반 남학생들 휴대전화는 지금 즉시 모두 수거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그리고 사진 찍은 두 사람 폰 열어서 원본 사진 확보하고 전송기록 확인부터 하셔야 할 겁니다. 클라우드 앱이 깔려 있는지도 체크하시고요.”

 “권효찬 너 스마트폰 잘 아냐? 솔직히 선생님은 니들보다 그런 거 잘 몰라. 폰 수거는 내가 할 테니까 확인은 니가 해 줄 수 있냐?”

 “네, 제가 할게요. 폰 하나는 제가 확보해 놨어요. 아마 다른 하나는 정마루가 가지고 있을 거예요.”

 

 담인 교사는 효찬의 제안대로 일이 처리했다. 우선 남학생들 폰을 다 모았다. 자고 있는 녀석들 것까지 찾아서 담임의 캐리어 안에 넣어 뒀다. 그리고는 효찬이 자던 텐트에는 불법도찰을 한 녀석들과 권효찬 정마루만 남기고 다른 녀석들은 모두 자기들 숙소로 돌아가게 했다.

 담임이 학칙과 징계를 들먹이며 겁을 주자 몰카를 찍은 녀석들이 본인 휴대전화 비번을 풀었다. 다행히 효찬이 밟았던 폰에는 클라우드 앱도 전송기록도 없었다. 무방비로 사진을 찍힌 여학생들의 자는 모습이 찍혀 있을 뿐이었다. 다른 폰도 마찬가지였다. 활성화됐던 모든 기록을 살펴봤지만 공유한 흔적은 안 보였다. 효찬은 무엇보다 설아의 사진에 노출이 거의 없다는 것에 안심했다. 티셔츠가 말려 올라가 배가 조금 보였을 뿐이다. 하지만 그 앞에서 프레쉬까지 터트리면서 인증샷을 찍은 새끼들의 얼굴을 보자니 화가 치밀었다.

 

 “우선 니들 폰은 압수야. 그리고 짐부터 싸라.”

 

 담임은 이른 새벽이었지만 사진을 찍은 두 사람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황을 설명하고 데리러 오실 수 있냐고 확인한 뒤 전화를 끊었다.

 

 “다행히 한 분은 오실 수 있다니까 둘 다 그 차타고 집에 가서 반성하고 있어라. 뭘 쳐다 봐. 집 안 싸? 폰은 부모님들께 양해 구하고 학교에서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이 나면 돌려 줄 거다.”

 

 효찬이 밖으로 나왔을 때 이미 깬 남학생들이 여학생들한테 대충 상황을 설명해 모두 완전 패닉 상태에 빠져 있었다. 큰 모자를 쓰고 있어서 얼굴은 잘 안 보였지만 굳어 있는 몸을 보니 설아도 충격을 받은 상태인 게 분명했다. 효찬은 설아에게 다가가 말했다.

 

 “괜찮아. 내가 사진 확인했는데 니 사진 이상한 거 없어.”

 

 “몰카였다며. 자는 모습 다 찍힌 거라며? 근데 어떻게 안 이상해?”

 “너는 그냥 배만 조금 보였어. 티셔츠가 살짝 올라가서.”

 

 “티셔츠가 올라가 있었다고? 얼마나? 설마 가슴까지 올라가 있었어?”

 

 질문을 하는 설아의 목소리가 울먹거렸다.

 

 “아니라니까, 진정해.”

 

 효찬이 주머니에서 티슈를 꺼내 설아의 눈물을 닦아주려던 순간 깜짝 놀랐다.

 

 “너... 얼굴...”

 “얼굴?”

 

 설아는 손으로 자기 얼굴을 만져보더니 경악했다.

 

 “어떡해. 얼굴 전체가 뭐가 났네. 진짜 어떡해. 사진에서도 내 얼굴 이랬어?”

 

 “그건 잘... 프레쉬가 터진 사진이라 피부 상태까진 잘 안 보였던 거 같아.”

 

 “확실해? 니 기억 정확해?”

 

 “미안... 확실하다고는 말 못 해. 사실 너 옷 제대로 입고 있는지만 신경 쓰면서 봤어. 잠깐만 기다려.”

 

 효찬은 심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가 이 근처에 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단체여행 갈 때 사람 안 붙이신 적 없는 거 다 알아요. 누구든 저한테 따라 붙은 사람 연락처 빨리 보내세요. 급해요.”

 

 “도련님, 사실은 제가 와 있습니다.”

 

 “그런데도 나한테는 보고 안 하셨네요.”

 

 “그게... 회장님 지시라...”

 

 “됐어요. 그거 따지자고 전화한 건 아니에요. 지금 차 가지고 빨리 저 있는 글램핑 장으로 오세요. 갈 데가 있어요.”

 

 심비서가 차를 끌고 오자 효찬은 담임에게 아까 싸운 곳이 이상하다며 엑스레이를 찍고 와도 되겠냐고 물었다. 근처 사는 사촌형이 태우러 와 줬다는 거짓말을 붙여서.

 

 “이쪽에 사촌형이 계시다니 마침 다행이구나. 정마루! 너는 괜찮냐? 아픈 데 없어? 가서 엑스레이 안 찍어 봐도 돼?”

 “전 괜찮은데... 저 도촬한 쓰레기 새끼들 그냥 집에 보내실 거예요?”

 “흥분하지 마. 학칙에 따라서 처리할 거니까.”

 

 “그래도 저 새끼들은! 아우!”

 

 화가 머리끝까지 솟은 마루가 글램핑 텐트 안에 있는 간이침대를 내리쳤다. 마루가 분을 참지 못하고 있는 사이 효찬이 조용히 담임에게 설아를 데리고 병원에 갈 수 있게 부탁했다.

 

 “선생님, 저 병원 갈 때 유설아도 같이 가도 될까요? 어제 낮에 물에 빠진 후로 몸이 안 좋나 봐요.”

 

 “열이라도 나냐? 당연히 아프면 가 봐야지. 사촌 형님 오시면 내가 부탁드리마. 너네 쪽 부모님한테도 알려야 해서 정신이 좀 없다.”

 “저희 부모님한테는 상황 정리된 후에 알리시는 게 어때요?”

 

 “왜?”

 

 “저는 병원 가서 엑스레이 찍어 보고 괜찮으면 말씀 안 드리려고요. 괜히 걱정만 하실 거 같아서요. 나중에 문제가 돼서 학폭위 절차 밟게 되면 그때 말씀드려도 되지 않을까요? 솔직히 여학생들 도촬한 애들이 저나 마루가 때렸다고 학폭위 열어달라고 할 거 같진 않은데 일만 커지게 되잖아요. 저희 할아버지나 어머니께서 제 일에 좀 과민하신 편이라서요. 학교에 오시면 바로 교장실부터 가실 분들이고요. 비밀 지켜 줄 사람이라 사촌형한테 부탁한 거예요.”

 

 담임이 효찬의 말을 듣더니 고민에 빠진 눈치였다. 그때 심비서에게 전화가 왔다.

 

 “네, 잠깐만 기다리세요. 지금 나갈게요.”

 

 효찬은 전화를 끊고 다시 담임을 설득했다.

 

 “사촌형이 다 왔다고 빨리 오래요. 굳이 인사하러 주차장까지 안 가셔도 돼요. 아직 쟤들 부모님 도착 안 하셨는데 선생님이 자리 비우면 쟤들 도망갈 수도 있잖아요.”

 

 담임의 허락을 받은 효찬은 밖으로 나와 설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가능하면 애들 몰래 짐 다 챙겨서 주차장으로 빨리 나와. 10분 안에 가능해?”

 

 “그게 무슨 소리야?”

 

 “너 지금 얼굴 누구 보여 주고 싶지 않잖아. 집에 갈 차 구해 놨어. 담임 허락도 받아 놨고.”

 

 “정말? 담임이 가도 된데?”

 

 “아프다고 했으니까 집에 가면서 거짓말로 전화 좀 해. 병원에서 진료확인서 받아서 학교에다 제출하면 문제 없어. 대신 피부과 오늘 바로 가라.”

 

 “알았어. 짐 싸서 바로 갈게.”

 

 모자를 눌러쓴 설아가 심비서가 운전하는 차에 올라탔다.

 

 “얼굴 전에도 이런 적 있어? 지금 응급실 가는 게 나아? 아님 서울 가서 피부과 가는 게 더 도움이 돼? 어떻게 하고 싶냐?”

 

 “알레르기 때문에 기도가 막힌 것도 아니고 이 정도로 응급실 가는 건 이상해. 나 집에 가는 거 담임이 허락했다며... 서울 가서 피부과 가면 돼. 집에서 가지고 온 스테로이드 연고 발라 놨어. 전에 쓰고 남은 거 있었거든.”

 

 “그럼 아침이나 먹고 가. 등산객들 많아서 아침에 하는 밥집 있을 거야.”

 

 “나 배 안 고파.”

 

 “내가 배고파서 그래. 너 운전해 줄 저 분도 밥을 먹어야 장거리 운전을 하시지.”

 

 효찬이 심비서를 가리키며 말했다. 설아가 심비서를 향해 목례를 했다. 효찬은 주머니에 있던 마스크를 꺼내 설아에게 건넸다.

 

 “오늘은 미세먼지 심할 거란 예보 있더라. 마스크 쓰는 거 아무도 이상하게 안 볼 테니까 얼굴 가려. 아침 먹고 나는 다시 캠핑장으로 갈 거야. 너는 계속 타고 있어. 우리 사촌형이 서울까지 태워다 줄 거니까.”

 

 밥을 먹고 설아가 화장실을 간 동안 효찬이 심비서에게 말했다,

 

 “줄 어디에 서신 건지 확실히 해 주세요. 오늘 일 할아버지 귀에 들어가면 운전기사나 하시고 싶은 걸로 알고 있을게요.”

 

 “잘 알겠습니다.”

 

 “오늘 이 차량 내부에서 찍힌 블랙박스 영상은 깨끗하게 지우실 거라 믿어요. 제 믿음 저버리시면 어떻게든 회장님 믿음까지 잃게 만들어 드릴 거니까 명심하세요.”

 

 반별 체험학습 둘째 날은 엉망이었다. 간밤에 자는 여학생들의 모습이 불법도촬 당했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담임에게 여학생들 학부모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가 빗발쳐서 학생들을 통솔해 간단한 오전 일정을 이어가기조차 어려웠다. 버스 안에서 계속 학부모들에게 사죄하고 상황을 설명하는 담임이 안쓰러워 보일 정도였다. 그래도 버스 안에서 담임은 효찬을 옆에 두고 휴대전화를 압수당한 남학생들을 일일이 불러 앉히고 동의를 구한 후 폰을 켜서 사진첩과 채팅창을 확인해서 하나하나 돌려줬다. 다행히 간밤에 찍힌 여학생들 사진은 공유되지 않은 눈치였다. 휴대전화를 다 돌려준 후 효찬이 담임에게 말했다.

 

 “선생님, 피곤하시겠어요. 항의 전화도 계속 오고...”

 

 “이미 터진 일을 어쩌겠냐, 그래도 니가 빨리 눈치 채고 수습하는 걸 도와줘서 일이 이 정도라고 생각한다. 사진이 어디 퍼지기라도 했으면 이거 정말 저녁 뉴스에 나올 일 아니냐...”

 

 효찬은 막연하게 할아버지가 자신을 보낸 학교의 안 좋은 소식이 기사화되는 걸 그냥 둘 리 없으실 거라고 생각했다. 숨 막혀 했던 코직 그룹 회장의 감시망이 이번 일에는 제대로 발휘되길 빌었다. 그렇지 않으면 각종 찌라시 댓글에 유설아의 이름도 언급될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학교에 도착해서도 집으로 바로 귀가하지 못하고 교실로 들어가 각자 보고 들은 내용을 상세하게 진술하는 글을 적었다. 효찬은 아이들의 진술서를 모아 본교무실에서 교감과 면담하고 있는 담임에게 가지고 갔다.

 

 “효찬아, 고맙다. 정말 오늘 니 도움이 크다.”

 

 “아니에요, 그러데 선생님. 오늘 불법도촬했던 애들 휴대전화 한 번만 다시 보여 주시겠어요?”

 

 “그건 왜?”

 

 “어쨌든 저랑 실랑이하다가 전화가 망가졌으니까 똑같은 기종으로 구해다 주려고요.”

 

 “니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뭐하러 그래, 안 그래도 돼.”

 

 “나중에 걔들 부모님이 그걸로 딴지 걸 수도 있잖아요. 저희 할아버지 회사 제품이라서 쉽게 구할 수 있어요. 제가 그러고 싶어서 그래요. 학교에서 선생님들끼리 회의 하실 때도 폰은 증거물로 가지고 계셔야 하잖아요.”

 

 “권효찬 너 진짜 생각이 깊구나. 보여주기는 할 수 있는데 혹시라도 부담되는 거면 굳이 하지는 않아도 된다.”

 

 효찬은 휴대전화 모델명을 확인한 후 담임에게 인사를 하고 학교를 떠났다. 효찬은 최기사가 대기하고 있는 자동차정비센터로 가는 동안 심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휴대전화 모델명 두 개 보낼 테니까, 한 기종마다 똑같은 걸로 두 개씩 구해 주세요. 사용하는 사람 채팅 기록 볼 수 있게 복제폰으로 만들어 주시고요. 개통 알아서 하시고 번호 나오면 바로 집으로 가져다 주세요.”

 

 효찬은 어쨌든 휴대전화 액정이 깨진 건 자신의 탓도 있다고 말하면서 휴대전화를 압수당한 두 남학생에게 심비서가 구해 온 폰을 사용하게 주었다. 압수당한 폰을 돌려받을 때까지 쓰라고 선심을 베풀자 남학생들은 의심도 하지 않고 복제폰을 받았다.

 일은 생각보다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담임이 현장에서 어떻게 처리했는지 아이들이 집에다 전하면서 학부모들의 불안과 분노가 조금씩 사그라든 것이다. 항의하러 오는 보호자들도 있었지만 담임이 불법도촬을 한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해서 가지고 있고 현장에서 바로 전송 기록이 없음을 확인했다는 사실을 들으면 조금씩은 화가 풀려서 돌아갔다. 물론 글램핑 장 숙박 시설의 보안을 철저하게 챙기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은 학교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효찬이 복제폰에서 오고가는 채팅 내용을 모니터링한 결과 대외적으로 불법도촬한 남학생에게 내려진 징계는 가장 약한 교내 봉사지만 실제로는 자체 전학을 가는 것으로 가닥이 잡힌 눈치였다.

 

 - 씨발 권효찬 그 새끼한테 걸리지만 않았어도

 _ 솔직히 우리가 그걸 돌려 보길 했냐 어디 올리길 했냐 졸라 급하게 걸려서 암것도 못했구만

 - 짜증나 유설아 사진은 어디 올리기만 해도 조회수 폭발이었을 텐데

 - 내 말이 그년 영상 댓글에다 링크로 걸었어도 대박이었을걸

 

 도촬한 녀석들의 채팅 내용을 읽으며 효찬은 얼핏 살의를 느꼈다. 그리고 그런 스스로에게 놀랐다. 도대체 유설아가 뭐라고 이렇게 감정이 폭발하는 건지. 효찬은 자신이 낯설게 느껴졌다.

 

 설아는 금요일 반별 체험학습 둘째 날에 조퇴해서 피부과에 간 후에도 주말을 쉬고 이틀 더 질병결석을 했다. 고등학생이 되면 알게 된다. 진료확인서만 가지고 가면 결석이 얼마나 간단하게 처리되는지를. 설아는 학교를 쉬는 이틀 동안 매일 마루에게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고 받았다. 마루는 사진이 퍼지지 않을 거라고 말했지만 설아는 내심 불안했다. 하지만 화요일 저녁에 온 효찬의 전화를 받자 자신도 모르게 안심이 됐다.

 

 “얼굴 괜찮아?”

 

 “응, 덕분에. 정말 고마워.”

 

 “너 나한테 갚은 게 엄청 많은 거 알지?”

 

 “알아, 밥이라도 살까? 아님 뭐 갖고 싶은 거 있어?”

 

 설아의 질문에 효찬은 웃음이 났다.

 

 “하하, 내가 갖고 싶은 게 있으면 니가 사줄 수 있을 거 같아?”

 

 “너만큼은 아니겠지만 나도 돈 있어. 얘기해 봐.”

 

 “니 돈으로 살 수 있는 것 정도는 이미 다 가지고 있어.”

 

 “그럼 어떻게 갚으라는 거야?”

 

 “그래서 내가 천천히 생각해 본다고 했잖아.”

 

 “알았어. 생각해 보고 알려 줘. 근데... 그 사진들 말이야...”

 

 “그 사진들 진짜 안 퍼졌어. 확인했으니까 걱정 마.”

 

 “정말이야?”

 

 “응, 제대로 확인했어.”

 

 설아는 효찬의 말에 바로 안심이 됐다. 설아도 누구든 경계부터 하는 자신이 효찬의 말이라면 쉽게 믿어버리 게 되는 것이 놀라웠다. 그런 자신이 신기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3 13. 관계의 대가 2018 / 12 / 31 257 0 8634   
12 12. 다이어트 프로젝트 2018 / 12 / 31 261 0 8326   
11 11. 커져 버린 소문 2018 / 12 / 31 265 0 5915   
10 10. 돼지유 2018 / 12 / 31 258 0 7206   
9 9. 낯설고 신기한 감정들 2018 / 12 / 31 242 0 7462   
8 8. 반별 숙박형 체험학습 2018 / 12 / 31 267 0 5616   
7 7. 모나의 눈물 2018 / 12 / 31 271 0 5758   
6 6. 직진남 정마루 2018 / 12 / 31 242 0 5508   
5 5. 새로운 전학생 임모나 2018 / 12 / 31 270 0 6198   
4 4. 루저들 2018 / 12 / 31 263 0 5609   
3 3. 도련님의 행동 방식 2018 / 12 / 31 262 0 5557   
2 2. 각자의 사정 2018 / 12 / 31 260 0 5716   
1 1. 뷰티 크리에이터 유설아 2018 / 12 / 31 417 0 6439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