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된 거지. 의문의 교통사고? 설마 저 남자도 규칙을 어겨서 저렇게 된 거야?
<여자의 방. 어두운 방 안. 침대 위에는 여자가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오들오들 떨고 있다. 손에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뭔가 잘못됐어. 믿을 수가 없어. 경찰에 신고할까. 확실히 사고가 아닌 살인이야. 사장이 그 사람을 입막음시키려고 죽인 거라고. 그럼 어떻게 규칙을 어긴걸 알았을까. 그래. 도청장치. 어딘가 있을 거야. 만약 있다면 나도 곧…
<여자가 몸서리치며 미친 듯이 자신의 몸을 더듬는다. 이내 자신의 소지품과 방 안 구석구석을 다 뒤진다.>
없어. 없다고. 도청장치가 아닌가. 아니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몸으로 배출되거나 떨어져나가는 타입인가. 진짜 뭐냐고. 미치겠어. 오빠도 그럼?
<순간 여자의 휴대폰이 울린다.>
“여보세요?”
“3106호실 환자의 동생분이신가요? 보호자분이랑 연결을 시도해봤는데 도저히 연락이 안 되어서요. 급히 병원으로 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환자분이 병실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서요.”
“뭐라고요?”
“저희도 지금 찾아보고 있는데 혹시 오빠 분께서 자주 가는 곳이나 가고 싶어 하는 곳이 있나요?”
혹시 나 때문에…설마!
“한 군데 있긴 해요.”
“거기가 어디죠? 말씀하시면 바로 그 쪽으로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말해야하나. 말해줘도 어딘지 모를 텐데…
“분노거래소”
“네?”
“분노거래소요.”
“거기가 어디죠?”
의외로 침착한 반응. 놀랄 줄 알았는데 좀 실망이네.
“제가 그 곳의 약도를 가지고 있어요. 바로 전송해 드릴 테니 보시고 빨리 와주세요.”
“네. 혹시나 발생할 사고를 대비해 이미 경찰에도 신고해놓았습니다. 경찰에게는 저희가 다시 얘기 할 테니 병원으로 오지 마시고 그 곳으로 바로 가주세요.”
무슨 일이 일어 날 것만 같아. 전부 나 때문이야. 오빠, 제발 내가 올 때까지 만이라도 무사히 있어줘.
<황급히 집 밖으로 나서는 그녀의 표정이 심각하다. 급히 택시를 잡아타고 가는 그녀의 모습을 어떤 남자가 전봇대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이내 무언가를 적는다.>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다. 그리고 서로 연관도 있다. 단단하게 얽혀져있는 거미줄처럼. 그렇게 나도 붉은 거미에게 잡아먹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