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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분노거래소
작가 : 순둥이
작품등록일 : 2018.12.31

자신의 본성을 감춘 채 상대방에게 이중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오늘날의 현대인을 솔직담백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당신의 분노, 제가 사드리겠습니다"

 
[분노거래소] N2: 검은 카드, 분노거래소
작성일 : 18-12-31 22:43     조회 : 240     추천 : 0     분량 : 2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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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텁텁해. 차가 뭐 이리 써. 내 앞에 앉아있는 저 사람. 이 거래소의 주인이겠지. 이목구비는 또렷한 게 젊었을 때 잘 생겼을 거 같아. 무슨 놈의 규정이 이렇게 많아. 다 헛소리지. 빨리 거래나 하자고.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다음 단계는 상담인가요?” 조신한 목소리, 순진한 표정. 이것에 안 넘어가는 남자 없었다고.

 “네. 상담은 제가 아닌 상담학과 교수인 제 아내가 진행할 겁니다. 옆 사무실로 들어가십시오.”

 

 아까부터 생각한 건데 은근히 내부는 넓고 고풍스럽다. 의외로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고. 일종의 정신병원? 나도 참.

 

 “오느라 고생 많았어요. 그럼 지금부터 몇 가지 질문을 드릴 테니 편안한 마음으로 솔직하게 답변해주세요.”

 흥. 어차피 상담 이래봤자 다 거기서 거기야. 생판 모르는 남에게 내 진실 된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바보가 어디 있냐. 대충 대답하자. 내 목적은 오직 분노를 거래 하는 거니까.

 

 30분 지났나. 생각보다 간단하면서도 정말로 몇 가지밖에 질문 안 했어. 그것도 대답하기 쉬운 보편적인 질문들이잖아. 한심해. 그런데 아까부터 계속 강조했던 단어 『Reverse』. 무슨 의미일까.

 

 “다음은 평가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저와 제 딸이 같이 진행할 겁니다. 중요한 단계이니 저희들 지시에 잘 따라주셔야 합니다.”

 “딸이라고요?”

 “예, 저희 딸은 신기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사람의 분노를 감별해주지요. 저는 그저 딸이 감별한 분노를 기준에 근거하여 돈으로 환산해 줄 뿐입니다.”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감별능력? 자기 딸이 초능력자라도 된다는 거야 뭐야. 한번 보기나 하자.

 

 사장의 손을 잡고 걸어 나오는 소녀. 한 8~9살 되어 보이나. 붉은 리본이 달린 밀짚모자. 새하얀 원피스. 또랑또랑한 눈과 오뚝한 코. 귀엽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

 

 “제가 제시하는 3가지 물음에 솔직하게 답변해주시면 알아서 제 딸아이가 감별해 줄 겁니다. 편안한 자세로 앉아주시고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상담하는 내내 저 여자아이는 단 한 번도 움직이지 않은 채 내 모습을 이리저리 훑고 있다. 떠보기 위해 거짓말을 중간 중간 섞어주었으나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그냥 쭉 지켜보고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마지막 질문에서 갑자기 소녀가 입을 크게 벌린다. 질문의 주제는 바로 “허무” 나의 허무주의에 대해 그동안 생각해왔던 모든 것들을 털어 놓자 소녀의 입은 점점 더 커져간다. 이윽고 허무가 내 삶의 전부를 지배한다고 답변했을 때 소리를 크게 지른다. 마치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괴물 사이렌처럼. 귀청 떨어지는 줄 알았네.

 

 답변을 마치자 아이도 조용히 눈만 깜빡거린다. 끝난 건가?

 

 “평가가 끝났습니다. 당신의 분노의 유형은 『허무』, 특이한 케이스군요. 오빠의 분노유형은 『저주』, 일반형이었는데 말이죠.”

 “우리 오빠를 아세요?”

 “물론이죠. 당신이 이곳에 올 거라는 것도 다 말이죠. 오빠일은 안 됐습니다. 그렇지만 저희에게는 일체의 책임이나 잘못이 없습니다. 단지…”

 “?”

 “규정을 어긴 것이라면 그 뿐일까요. 만약 어기지 않았더라면 오빠는 정신병원이 아니라, 외국의 고급 호텔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을 테지.”

 “지금 놀리시는 건가요? 누구 때문에 오빠가 이 지경이 되었는데”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난 나머지 크게 소리를 질렀다. 지르니 속은 좀 편하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규정을 어겼기 때문에 발생한 일입니다. 당신도 예외는 아니고요. 압니다. 자기의 분노가

 어떤 것인지, 또 얼마나 값이 나갈지 알고 싶어 온 것도 있다는 사실을. 내 말이 틀렸습니까?”

 

 사실 맞는 말이다. 오빠가 정신병원에 간 이후로 집안이 조용해지고 마음까지 편안해졌다. 아예 영원히 거기서 썩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답이 없는 걸 보니 맞는 것 같군요. 저는 당신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해주는 겁니다. 언제까지고 무의미한 삶을 보내실 겁니까. 이제는 틀에서 벗어나셔야합니다. 특히 허무의 분노는 무척 희귀한 케이스라 높은 가격대가 예상됩니다. 못 믿으시겠다면 다시 확인시켜드릴 수도 있습니다.”

 

 어이가 없어 말문이 탁 막혔다. 오히려 저들은 자신의 잘못을 당당하게 얘기하지 않은가. 머리를 조아리고 연신 사과해도 모자랄 판에. 그러나 그들의 오만한 행동에 화가 나지는 않는다. 내가 당사자가 아니라서 그런가. 아니면 벌써 나도 분노거래소의 노예가 되어버린 걸까. 둘 다 아닐 수도 있고.

 

 그때 소녀가 내게로 아장아장 걸어온다. 그리고 내민 5장의 뒤집어진 카드. 그 중 한 장을 고르라고 내게 눈짓으로 신호를 준다. 얼떨결에 한 장을 집어 들어 바로 뒤집는다. 완전한 검은색.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의 세계.

 

 “당신을 만난 게 내게는 정말 행운이군요. 아주 특별한 분노를 지닌 사람에게만 나타난다는 검은색 카드를 뽑으시다니”

 

 사장이 놀란 눈으로 날 쳐다보며 말한다. 아이가 갑자기 배시시 웃는다. 그러자 나도 덩달아 미소가 지어졌다. 뭐가 좋아서. 저 아이, 내가 뽑은 카드를 나한테 내민다. 혹시 가지라는 건가.

 

 “아이가 당신의 분노가 무척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가져가셔도 좋습니다. 당신과도 잘 어울리는 색깔이군요.”

 

 『…사무실 위쪽에 설치된 감시카메라가 말없이 방 안에 있는 우리들을 지켜본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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