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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오빠는...오빠잖아!
작가 : 슫텔라
작품등록일 : 2018.12.31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복 사촌 오빠와의 짜릿한 로맨스!

 
재벌집 도련님의 비밀연애
작성일 : 18-12-31 22:35     조회 : 206     추천 : 0     분량 : 5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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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미정과 수민은 오랜만에 둘 다 취재처가 아닌 회사로 들어왔다.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회사 ‘성추행 예방 교육’이 아침 8시 30분부터 대강당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둘은 대강당에 가 나란히 앉았다.

 '드르릉 드르릉'

 옆좌석 뒷좌석에선 여기저기 ‘드르릉’ 소리가 들렸다. 회사 눈치를 보느라 참석은 누구보다 꼬박꼬박 가장 먼저 와서 앉아있지만 정작 교육 내용은 한 귀로 흘려버리며 코만 골아대는 각 부서의 부장들이었다.

 "어휴, 저 진상 아재들. 성추행 예방 교육 시간에 저렇게 코 골고 자니까 맨날 성희롱성 발언이나 해대지."

 미정은 부장들을 한 번 흘겨보고는 수민 옆 자리에 앉자마자 카톡질을 시작했다. 평소 같았으면 조잘조잘 수민에게 말을 걸었을 미정이지만 오늘은 수민이 묻는 말에도 건성건성 대답한 채 카톡에만 열중해 있었다. 때로는 키득거리고 때로는 깜짝 놀라고 이건 마치 연애를 처음 시작하는 풋풋한 대학생의 모습이었다.

 “너 대체 누구랑 그렇게 카톡하는 거야?”

 수민이 물어도 미정은 잘 들리지 조차 않는 듯 카톡 만을 바라보며 킥킥거렸다. 호기심이 발동한 수민은 고개를 쭉 빼고 미정의 휴대폰 화면을 바라봤다. ‘귀염댕이’라는 대화명이 눈에 들어왔다. 수민은 미정의 처음 보는 닭살스러운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흥분하지 말자고 최면을 걸고 침착하게 대화내용을 곁눈질로 엿봤다. 카톡 대화내용이 한눈에 들어왔다.

 ‘나 근데 지금 수민이도 옆에 있다. 들키면 어쩌지?ㅋㅋ’

 ‘한 번 들켜봐. 완전 충격받을 듯ㅋㅋ’

 ‘아이 어떻게 그래?’

 ‘어차피 내가 조만간 말할 거야.’

 수민은 점점 손에서 진땀이 흐르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나에게 둘의 사이를 말 한다고?

 그럼 내가 아는 사람이라는 건가?

 그 때 한줄기 섬광처럼 머리를 스치고 가는 얼굴이 있었다. 미정의 휴대폰을 빼앗아 대화 상대의 카톡 프로필을 클릭했다.

 “야! 안 돼! 내 놔!”

 미정이 소리를 지르자 강당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미정과 수민에게 집중됐다.

 "어이, 거기 뭔 일 있어?"

 코를 골던 아재들까지도 깨어나 두리번거렸다. 그 때 수민이 손가락으로 클릭한 카톡 프로필이 확대되며 휴대폰 화면 가득 찼다.

 

 프로필의 주인공은 바로 ‘성연준’이었다. 순간 ‘설마’가 ‘사실’이 되며 수민은 온 몸에 힘이 빠졌다.

 "나가자"

 미정은 한껏 멋쩍은 표정으로 수민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수민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미정을 따라 나섰다. 미정은 강당 앞 커피숍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 수민에게 내밀었다. 수민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배신감이 온 몸을 감쌌다.

 “언제부터야? 나한테 말도 안하고 만날 셈이었어?”

 “아니야. 말하려고 했지. 했는데 네가 요즘 들어 항상 넋이 나가있는 사람 같았어. 분명 너한테 무슨 일이 있는 게 확실한데. 그런데 내가 거기다 대고 눈치 없이 연준 오빠랑 사귄다는 말은 못 하겠더라구.”

 “뭐야? 썸이 아니라 정말 사귀는 거야? 사귄 지 얼마나 된 건데?”

 “제대로 사귀기로 한 건 일주일 밖에 안 됐어.”

 절친이 사촌오빠와 사귀는데 절친도 사촌오빠도 둘 다 알려주지 않았다. 게다가 미정과 연준은 평소 말해온 서로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44사이즈 몸매는 기본, 애교를 풀로 장착한 여시깽깽이 스타일의 화려한 미인이 아니면 상대도 안 해주는 연준 그리고 연준 같은 날라리 도련님은 딱 질색이라며 확고하게 부정했던 미정. 배신감에 눈을 흘기는 수민에게 미정이 감출 수 없다는 듯 민망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히히. 미안해.”

 “처음 병원에서 봤을 땐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더니 이젠 아주 말만 해도 웃음이 번지네. 근데 미정이 너 그런 스타일 싫어하지 않았어? 오빠가 아무리 내 사촌오빠라지만 딱 놀기 좋아하는 날라리인 건 맞는데. 너가 딱 싫어하는 스타일이잖아.”

 “나도 처음엔 그랬지. 근데 그 때 기억나? 차안에서 나한테 꼬리곰탕 먹자고 했었잖아. 그러고 나서 며칠 후에 진짜 꼬리곰탕 먹으러 가자고 연락이 오더라? 나도 마침 방구석에서 뒹굴뒹굴하고 있던 차라 별 생각 없이 곰탕이나 먹어볼까 하고 나갔거든. 근데 확실히 재벌이라 다르긴 다르더라. 호호호.”

 “재벌이라 다르다구? 뭐가 다른데?”

 “난 꼬리곰탕만 딱 한 그릇 씩 시켜먹을 거라고 당연히 생각했는데. 세상에 모듬수육을 먼저 시키는 거야. 그래서 내가 됐다고 했거든? 모듬수육 먹으면 꼬리곰탕 한 그릇 다 못 먹을 것 같다고 했는데. 연준 씨가 뭐라고 했는 줄 알아?”

 “뭐라고 했는데?”

 “미정 씨. 남겨도 돼요. 한 입 씩만 드셔도 되니까 골고루 맛보세요.”

 수민은 어이없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뭐야? 그게 멋있어?”

 “난 그런 말은 처음 들었어. 소개팅 나갔을 때도 그렇게 후하게 쏜 남자는 단 한 명도 없었거든. 다들 오늘은 얼마가 나올까 벌벌 떠는 게 눈에 보였어. 밥은 자기가 샀으니 커피는 나한테 사라고 하는 남자가 대부분이었고. 내가 얻어먹기만 하는 스타일도 아닌데 꼴 보기 싫더라. 당연히 커피는 내가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가도 그런 말을 들으면 빈정 상했다니까. 심지어 파스타 하나만 주문해서 둘이 나눠 먹자고 하는 남자도 있었어. 그런데 세상에. 남겨도 되니까 골고루 맛보라니!”

 “그래서 반한 거야?”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지. 솔직히 약속 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재벌 3세 날라리라는 선입견이 있었거든. 병원에서 봤을 때도 그랬고. 근데 막상 만났을 때 모듬수육 먹으면서 얘기를 하는데 글쎄 너무너무 재밌는 거야. 나 진짜 숨 쉴 틈도 없이 웃게 해주는 거 있지. 그리고 한 가지 매력이 더 있는데. 약간 모성애를 자극한다고나 할까?”

 “풉! 모성애?”

 수민이 마시고 있던 아메리카노를 뿜어냈다.

 “꼬리곰탕까지 다 먹고 일어서는데 계산하고 나오면서 식당 계단에서 또 발을 헛디뎌서 넘어질 뻔한 거야. 내가 또 잡아줬지. 내가 아니면 또 입원할 뻔 했지 뭐야? 하여튼 사람이 완벽하지가 않고 빈틈이 많아서 애기 같기도 하구 내가 챙겨주고 싶어.”

 

 연준은 사실 미정의 말대로 모성애를 자극할만 한 남자였다. 어릴 때부터 모든 게 완벽한 왕자님 형준에게 치여 같은 재벌 3세임에도 왕자 대접을 못 받고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자란 데다 어린 시절부터 아빠가 이혼하면서 엄마의 손길을 항상 그리워했다. 공부는 싫어하고 놀기 좋아하는 사고뭉치로 유명하지만 알고 보면 제대로 된 진한 연애는 막상 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친구들이 불러댈 때마다 거절하지 못하고 나가 그 자리에 있던 연예인 지망생 여자들과 일으킨 스캔들이 성연준 연애사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단지 ‘잘 노는 재벌 3세’라는 약간은 억울한 타이틀을 달고 있을 뿐이다. 수민은 일단 친구를 더 이상 비난하고 싶진 않았다.

 “충격적이지만 어쨌든 축하한다.”

 둘의 연애를 축하한다고 말했지만 하루 종일 내심 걱정이 됐다. ‘연준 오빠가 미정이를 정말 좋아하는 게 맞을까? 그저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 단순한 호기심을 느끼는 건 아닐까?그렇다면 미정이가 상처받을 텐데.’ 하는 노파심 때문이었다.

 

 수민은 그날 저녁 집에 돌아가자마자 연준의 방문을 두드렸다. 연준이 머쓱한 표정으로 고개를 빼꼼이 내밀었다.

 “헤헤. 수민아. 너 우리 사귀는 거 알아버렸다며? 내가 사실은 너한테 다 말하려고 했어. 많이 놀랐지? 오빠가 동생한테 먼저 말했어야 하는데 미안하다.”

 “오빠, 지금 나한테 미안하다고 할 때가 아냐. 오빠 진심으로 미정이 좋아하는 거 맞아? 오빠처럼 맨날 놀고 화려하게 즐기던 남자가 갑자기 내 친구랑 사귄다고 하니까 솔직히 좀 걱정 돼. 미정이가 평소에 오빠랑 스캔들 나던 그런 연예인 지망생 같은 애들도 아니고. 그런 애들이야 오빠랑 스캔들 나서 잘 안 되도 자기 이름 알리고 유명해지면 목적달성이니까. 근데 미정이는 상처주면 안 되는 애란 말이야.”

 연준은 눈을 똥그랗게 뜨고 수민을 진정시켰다.

 “야, 오빠 진짜 그렇게 쓰레긴 아냐. 많고 많은 스캔들 중에 내가 진짜로 사귄 애는 단 한명도 없었다. 이건 하느님께 맹세한다 정말로. 그냥 그날그날 클럽에서 놀다 우연히 파파라치한테 사진 찍히거나 밖에서 한 두번 만났던 애들은 많았어도 내 입으로 정식으로 사귀자고 한 건 진짜 처음이라고.”

 “흠...정말이야 오빠?”

 “나도 처음엔 그냥 병원에서 나 도와준 것도 고맙고 또 나한테 그렇게 틱틱대는 여자사람도 별로 없으니까 호기심에 밥이나 한번 먹자고 한 거였는데.”

 “참나. 그동안 얼마나 아부에 여우짓 하는 여자들만 많았으면. 근데 어쩌다 좋아하게 된 거야?”

 “우리가 만나서 꼬리곰탕을 먹으러 갔잖아. 먹기 전에 모듬수육을 시키려는데 미정이가 수육까지 시키면 너무 비싸다는 거야. 일단 그런 말을 들어본 게 처음이었어. 그리고 내가 우겨서 수육을 결국 시켰는데. 나한테 다친 사람이 많이 먹어야 한다면서 자꾸 내 밥그릇 앞에 젓가락으로 수육을 놔주더라고. 그건 마치 엄마 같았어.”

 “엄마?”

 “응. 난 어렸을 때 엄마에 대한 추억이 조금 있거든. 내가 아기였을 때 마르고 편식이 심해서 엄마가 항상 내 밥 위에 소고기를 놔주셨어. 물론 그건 엄마랑 아빠가 같이 살았을 때 까지니까...내가 7살 되던 해 까지였지만.”

 수민은 갑자기 사촌오빠인 연준이 귀엽게 느껴졌다.

 “오구오구 우리 연준이 그랬쪄요?”

 수민의 놀림에도 연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그날 식당 계단에서 내려올 때도 내가 발을 헛디뎌서 넘어질 뻔 했거든. 근데 미정이가 잡아줘서 겨우 살았어. 저번에 병원에 이어서 두 번이나 날 위기에서 구해준 여자잖아?”

 수민은 그제야 흐뭇한 표정으로 연준과 미정을 응원했다.

 “우리 오빠가 조금이나마 철이 든 것 같아서 다행이네. 하긴 미정이 걔가 안 꾸며서 그렇지 얼굴도 예쁜 얼굴이야. 키도 크고 늘씬해서 조금만 가꾸면 아마 오빠가 예전에 스캔들 났던 여자들보단 훨씬 더 예쁠걸?”

 연준은 표정관리를 하지 못하고 입이 찢어질 것처럼 웃어댔다.

 “그치? 그치?”

 

 턱,턱.

 연준의 얼굴에 미소가 만개한 순간 2층으로 누군가 올라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재희와 영훈이었다.

 "얘들아, 빨리 밥 먹으러 내려가자!"

 오랜만에 집에 일찍 들어온 부부는 수민과 연준에게 빨리 밥 먹으러 내려가자며 재촉을 했다. 연준은 수민에게 이 비밀을 지켜달라는 눈빛을 했다. 수민은 알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둘은 재희와 영훈에 이끌려 2층 계단을 내려갔다. 넷이 함께 들어선 주방엔 이미 맛있는 냄새가 가득했다. 홍명화 여사도 테이블 한 가운데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그때였다.

 ‘끼익.’

 마침 형준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형준이도 왔구나? 빨리 와서 저녁 먹자. 연준이랑 수민이는 벌써 내려왔어.”

 재희가 밥을 먹으라고 크게 외쳤지만 형준은 주방엔 들어오지도 않은 채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괜찮아요, 고모. 전 먹고 들어왔어요.”

 수민과 형준의 상황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연준은 맛있게 밥을 먹어댔다. 수민의 얼굴엔 복잡미묘한 감정이 가득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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