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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오빠는...오빠잖아!
작가 : 슫텔라
작품등록일 : 2018.12.31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복 사촌 오빠와의 짜릿한 로맨스!

 
난, 왜 초라할까?
작성일 : 18-12-31 22:30     조회 : 224     추천 : 0     분량 : 4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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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승일제약, 발기부전 치료 신약 임상 1차 성공

 

 오늘, 연합뉴스 산업면엔 승일제약의 신약 성공 소식이 실렸다.

 발기부전 치료에 있어 기존의 어떤 약보다 탁월한 신약을 개발했다는 소식.

 비록 임상 1차라 아직 끝은 아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며 승일제약은 주가가 치솟았다.

 “경사 났네, 경사 났어.”

 승일제약 못지않게 들뜬 사람은 바로 홍명화 여사였다.

 “우리 형준이 더 잘되라고 이 집안이 잘 풀리나보다. 사돈될 집안이 잘 풀리면 우리도 더 좋지. 안 그러냐?”

 성원그룹 패밀리 모두가 의무적으로 모인 토요일 저녁 자리에서 홍 여사는 들뜬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게요, 엄마. 우리 형준이 좋겠네~”

 아무 것도 모르는 재희까지 옆에서 거들었다.

 형준은 괴로움이 밀려왔다.

 고개를 푹 숙이고 기계적으로 밥만 떠 먹었다.

 “그러지 말고 형준이 너 영아 그 아가씨 집으로 일주일 내에 한 번 데려와라. 약혼할 때까지 손주 며느리 얼굴을 못 본다는 게 말이나 되니? 네가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수민에게 향하는 어쩔 수 없는 마음 때문에 가뜩이나 머리가 복잡한 형준에게 홍 여사는 급기야 영아를 집에 데려오라는 제안까지 건넸다.

 “에이, 약혼식 한 다음에 천천히요, 할머니.”

 형준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그러자 이번엔 과묵한 성원식 회장이 형준을 나무랐다.

 “그러는 게 아니다. 어른한테 먼저 보이는 게 도리지. 장차 우리 성원그룹의 안주인이 될 아이인데. 당장 내일이라도 데려오도록 해라.”

 할아버지까지 호령을 내리니 더 이상 데려오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우기도 난처한 상황이 돼버렸다.

 밥을 먹고 올라가 영아에게 카톡을 보냈다.

 ‘어른들이 집에 초대하고 싶다는데...괜찮아요?’

 30초 만에 답장이 왔다.

 제발 거절하길 간절히 바랐지만 거절할 영아가 아니었다.

 ‘언제 부르시나 했어요. 형준 씨만 시간되면 내일 인사드리러 갈게요.’

 “휴.”

 한숨이 절로 나왔다.

 

 다음날 저녁.

 성원그룹 대저택엔 맛있는 냄새가 진동했다.

 새식구 될 사람이 온다며 홍 여사가 성미 아주머니를 채근해 거하게 한 상을 차리게 만든 거다.

 “안녕하세요, 할머님. 꼭 한 번 뵙고 싶었어요. 인사가 늦었습니다. 호호호.”

 영아는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쉴 새 없이 가식적으로 웃어댔다.

 홍 여사는 영아를 아래 위로 훑어봤다.

 빨간 바탕에 진한 검정색 선으로 테이핑 장식이 된 구찌 원피스, 위빙 장식이 된 자줏빛 보테가 베네타 구두, 그리고 에르메스 버킨백.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치장한 영아를 보고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어서 들어와요. 내 진작 초대했어야 하는데.”

 “어머, 할머님. 너무 고우세요. 집도 너무 예쁘고요.”

 가식적인 말들을 내뱉으며 영아는 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영아를 성원그룹 대저택에 데리고 온 건 형준.

 형준은 영아의 곁에 가까이 가지 않고 멀찍이 떨어져 뻘쭘하게 서 있었다.

 “형준아, 네가 잘 챙겨야지. 그렇게 멀리 떨어져있으면 어쩌니?”

 홍 여사는 형준을 영아의 옆으로 잡아끌었다.

 다른 식구들은 모두 바쁘다며 진즉에 나가버렸고 1층에 남은 건 홍 여사와 성원식 명예회장, 성미 아주머니 뿐이었다.

 수민은 영아가 온 것도 모른 채 혼자 2층 방에 혼자 있었다.

 “수민아! 어서 내려와봐라!”

 홍 여사는 수민을 기어이 내려오게 만들었다.

 “네? 왜 그러세요, 할머니?”

 영문도 모른 채 내려온 수민은 영아와 함께 서있는 형준을 보자 온 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왜긴 왜니. 네 오빠가 곧 약혼할 여자를 데려왔다. 가만, 너한텐 새언니가 되는 거로구나.”

 이렇게 잔인할 수가.

 형준은 당황스러워 말을 잇지 못하고 얼굴만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수민은 이 잔인한 순간이 서러웠지만 꾹 참고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저번에 브런치 먹을 때 뵙고 두 번째네요.”

 애써 인사를 건넸지만 떨떠름한 표정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자 영아는 과한 웃음을 지으며 수민에게 팔짱을 꼈다.

 “어머, 수민 씨. 그동안 잘 지냈어요? 여기서 이렇게 보니까 더 반갑다. 나 앞으로 정말 잘 부탁해요?”

 영아는 눈까지 찡긋하며 친한 척을 했지만 어딘가 모를 매서운 살기가 느껴졌다.

 “네...네. 뭘요. 제가 잘 부탁드리죠.”

 수민은 한껏 어색한 미소를 지으려 노력했지만 얼굴은 여전히 굳어있었다.

 형준은 그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순 없었다.

 한없이 미안해져만 갔다.

 “할머니, 저 배고파요. 빨리 가서 식사하시죠. 수민이는 인사했으니까 올라가서 쉬고.”

 그러자 홍 여사가 펄쩍 뛰었다.

 “아니, 올라가긴 뭘 올라가? 얘도 아직 밥 안 먹었다. 그리고 손님이 왔으면 함께 식사하는 게 예의지. 어서 오렴.”

 결국 수민은 서영아와 한 테이블에 그것도 마주보는 위치에 앉고 말았다.

 “형준 씨, 이것 좀 먹어봐요. 너무 맛있다.”

 영아는 보리굴비 한 점을 집어 형준의 밥 위에 올렸다.

 그 모습을 보는 수민은 가슴이 찢어질 것처럼 고통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제가 알아서 먹을게요.”

 형준은 부담스럽다는 듯 영아에게 선을 그었다.

 “형준이 너 쑥스러워서 그러니? 그럴 거 없다. 이제 곧 네 아내 될 사람인데. 집안에서 인정한 사이인데 당당하게 애정표현해도 괜찮다. 아무렴.”

 홍 여사가 영아의 오버스러운 행동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집안에서 인정한 사이...그래. 그게 바로 저 여자와 나의 차이지.’

 수민은 스스로가 한없이 초라해져만 가는 것 같았다.

 “그래, 부모님은 모두 안녕하시고?”

 이번엔 성원식 명예회장이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네. 덕분에요. 호호호. 안부 전해주시라고 하셨어요.”

 승일제약은 성원 그룹같은 종합 지주회사보다는 규모 면에서는 훨씬 작지만 그래도 명색이 제약업계 1위.

 1세대인 할아버지 때부터 서로 다들 알음알음 알고 지내는 사이다.

 “그래. 아버님이 요즘 한창 바쁘실 텐데. 신약개발이 임상 1차를 성공했다고 들었는데 끝까지 잘 돼서 대박이 나면 좋겠구나.”

 성원식 명예회장의 덕담에 영아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어댔다.

 “호호. 할아버님, 감사해요. 잘 돼야죠. 저희 집안이 잘 돼야 형준 씨도 더 좋은 거잖아요.”

 수민은 이 자리가 몹시도 괴로워졌다.

 가식적인 미소를 띈 영아도, 그런 영아를 끔찍이도 마음에 들어하는 두 노인도 모두 싫었다.

 수민만큼이나 곤혹스러운 건 형준이다.

 수민의 표정을 계속 살피며 한없이 미안해했지만 미안함을 전할 방법은 없었다.

 “아참, 수민 씨 스물 여덟이라고 했죠? 남자친구는 있어요? 저번에 봤을 땐 못 물어봐서. 호호.”

 영아는 난데없이 수민에게 남자친구가 있는 지를 물었다.

 “아...그냥 만나는 사람은 있어요.”

 “어머, 잘 됐네. 하긴 이렇게 예쁜데. 없으면 내가 한 명 소개해주려고 했더니.”

 영아는 마음에도 없는 소릴 하며 오지랖을 떨었다.

 “어쩜, 이렇게도 마음 씀씀이가 고울까. 우리 집안에 아주 제대로 된 손주 며느리가 들어오는구나.”

 홍 여사는 그런 영아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형준은 말없이 밥을 후딱 먹고는 일어섰다.

 “저 배가 더부룩해서 먼저 좀 나가 있을게요.”

 그러자 영아가 얼른 따라 일어섰다.

 “어머, 저도 마침 배가 불러서 좀 남기려던 참이었어요.”

 “그래? 하긴 약혼식 앞두고 몸매 관리 하는 게구나. 지금도 날씬한데 뭘.”

 결국 다 같이 차를 마시러 거실로 나갔다.

 “아참, 할머님. 제가 별건 아니지만 제가 선물 좀 챙겨왔어요. 할머님이 좋아하실 것 같아서...”

 영아는 거실로 나오자마자 거실 한 켠에 놓아둔 자그마한 쇼핑백을 건넸다.

 쇼핑백은 불가리.

 쇼핑백 속 케이스에서 나온 건 빨간색, 보라색, 초록색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크고 화려한 목걸이였다.

 “뭘 이런 걸 다...”

 홍 여사는 살짝 놀라면서도 내심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약소해요, 할머님. 제가 나중에 손주 며느리 되고 나면 또 골라드릴게요.”

 영아는 홍 여사의 팔짱을 끼며 눈을 찡긋거렸다.

 “우리 손주 며느리가 사준 거니까 어디 한 번 목에 걸어볼까?”

 홍 여사는 거실 한 쪽의 거울 앞으로 다가가 커다란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목에 대어봤다.

 “제가 해 드릴게요.”

 영아가 뒷부분의 잠금장치를 잠그자 홍 여사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감상했다.

 도도한 표정에 백발 머리, 각종 시술로 할머니 치고는 잡티 하나 없이 탱탱한 피부에 오색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더해지니 돈 냄새가 더욱더 풀풀 풍겼다.

 “형준아, 수민아. 어떠냐. 이 할미 예쁘니?”

 수민은 도저히 이 자리에 더 이상 있을 수가 없었다.

 “네, 할머니. 예쁘게 잘 어울리세요.”

 형식적인 칭찬을 건네고 조용히 2층 방으로 올라왔다.

 형준은 그런 수민의 뒷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수민은 방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엎드렸다.

 그리고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난 왜 이렇게 초라하지?’

 화려하고 당당한 영아의 모습이 떠오르며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아, 정수민 너 정말 왜 이러니. 그냥 사촌오빠랑 결혼할 여자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왜 내 차지도 되지 않을 사람을 넘보는 거야.’

 계속 마음을 다잡아봐도 서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결국 베개가 흥건히 젖을 때까지 소리 죽여 울고 말았다.

 한 시간 정도 울었을까.

 ‘똑똑’.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오빠야.”

 형준이었다.

 “오빠 저 지금 회사 일 남은 게 있어서 좀 정신이 없어요.”

 수민은 방문을 열어주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 미안.”

 형준은 수민의 거절에 낙담해 방으로 되돌아갔다. 주방에서 독한 보드카 한 병과 유리잔을 가지고 방으로 돌아간 형준의 마음속에 한없는 자책만이 밀려왔다.

 영아가 집에 와 있는 내내 형준의 눈에 밟힌 건 수민이었다.

 ‘이대론 안 될 것 같아...’

 형준은 보드카 한 잔을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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