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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러브 크리에이터
작가 : 모모제인
작품등록일 : 2018.12.31

 
4. 루저들
작성일 : 18-12-31 22:29     조회 : 267     추천 : 0     분량 : 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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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루저들

 

 #

 최기사가 차 밖에서 진국이 효찬의 멱살을 쥔 모습을 보고 놀라 자동차 뒷문을 열려고 하자 효찬이 밖에 있는 최기사를 향해 한손을 들고 말했다

 

 “괜찮아. 그냥 밖에 있어.”

 

 진국이 최기사를 흘낏 보고 쥐고 있던 효찬의 멱살을 놓고 주먹으로 앞좌석을 부술 것처럼 내리쳤다.

 

 “씨발! 좆같은 재벌 새끼들!”

 

 “화난 거 이해해. 나도 정말 놀랐어. 그래서 해결해 볼 방법을 생각해 봤어.”

 진국은 성난 숨소리를 씩씩거렸지만 효찬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눈치였다.

 

 “니가 나한테 사과하는 문자를 하나만 보내 주면 될 거 같아. 그 문자 할아버지께 보여 드리고 너한테 제대로 사과 받았다고 말할게. 내가 부탁드리면 너희 아버지 일자리 정도는 쉽게 구해 주실 거야.”

 

 “뭐라고? 사과 문자? 씨발! 이 새끼가 죽으려고 환장했나!”

 

 진국은 이번에는 정말 효찬을 때릴 기세로 효찬의 멱살을 쥐었다. 효찬은 그런 진국이 전혀 두렵지 않은 눈빛으로, 오히려 동정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는 진국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날 때리면 고소까지 진행될 거야. 이 차 블랙박스는 실시간으로 클라우드에 전송돼. 블랙박스 영상이야 할아버지께서 보시기 전에 어떻게든 지울 수 있지만 밖에 있는 운전기사가 입단속은 힘들어.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 할아버지 사람이야.”

 

 켜 있지도 않은 블랙박스 영상과 최기사를 이용한 효찬의 협박에 진국이 무너졌다. 목에 핏줄이 잔뜩 섰던 진국이 쥐고 있던 주먹을 내리고 효찬에게서 떨어진 것이다. 침묵이 흘렀다. 효찬은 마음속으로 승리의 미소를 짓고 침묵을 즐겼다. 매달릴 수밖에 없는 쪽이 누군지 이길 수밖에 없는 편이 누군지 너무도 선명했기 때문이다.

 

 “뭐라고 보내면 되냐. 그 사과 문자라는 거...”

 

 “그냥 니가 나한테 했던 일들 미안하다고 보내면 돼. 가능하면 자세하고 길게 써서 보내. 그래야 할아버지도 그 문자 내용 믿으시고 내 부탁 들어주실 테니까.”

 

 “진짜 문자 하나만 보내면 우리 아빠 일자리 다시 생기냐?”

 

 “할아버지께서 내 부탁 거절하신 적 없어. 학교에서 생기는 일까지 하나하나 감시하면서 쓸데없는 과잉보호하실 정도로 날 아끼는 분이시니까 걱정 마.”

 

 고개를 떨구고 있던 진국이 휴대전화를 쥔 손에 힘을 주며 나지막이 욕을 내뱉었다.

 

 “씨발...”

 

 목표를 이룬 효찬은 진국에게 해야 할 일을 다시 한 번 알려 주고 떠날 준비를 했다.

 

 “나 늦으면 또 무슨 일 생겼나 확인하실 거라서 이제 가야 돼. 대충 사과 받았다고 해도 쉽게 믿으실 분이 아니라 이런 얘기까지 하러 와서 나도 마음이 좀 그렇다. 성.의.있.는 사과 문자 기다릴게.”

 

 효찬은 밖에서 지켜보던 최기사를 향해 타라는 신호로 손가락을 까딱였다. 최기사는 효찬의 신호에 운전석 문을 열고 앉았다.

 

 “도련님, 일행분도 같이 모실까요?”

 

 “아니, 나 혼자 갈 거야.”

 

 효찬은 고개를 떨구고 앉아 있는 진국에게 처음과는 다른 목소리로, 그러니까 최기사에게 명령을 내릴 때와 같은 톤으로 말했다.

 

 “할 말 끝났어, 이제 내려.”

 

 진국이 순순히 차에서 내렸다. 자신도 모르게 길들여진 개처럼 효찬의 명령에 순응한 것이다.

 

 #

 설아의 삼촌인 유현수는 일어나자마자 자신이 올린 웹툰에 달린 댓글을 읽었다.

 

 - 그림체가 개구리데 내용도 개구림

 - 이거 완전 노잼인데 어떻게 연재되는 거냐. 내 발로도 이 정도는 그리겠다

 - 작가 새끼 졸라 한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림이라도 괜찮던가. 캐릭터가 구분이 안 되는 수준인데 발전이 없음

 

 현수가 댓글을 보고 좌절하고 있을 때 웹툰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다.

 

 “작가님, 회사로 한 번 오시죠? 혹시 오늘 가능하세요? 웹툰 진행방향도 상의하고 겸사겸사 드릴 말씀도 있고요.”

 

 “네... 가서 뵙겠습니다....”

 

 유현수가 비록 인기 작가는 아니지만 웹툰쪽 짬밥은 길다. 고딩 때 공부하라던 부모님께 반항하면서 시작한 웹툰이다. 공모전에도 닥치는 대로 참가하고, 당장 돈은 안 되더라도 담당자 눈에 띌까 싶어 온갖 SNS에 습작을 올리면서 시작했다. 공모전에 입상한 적은 없었지만 꾸준히 올리던 병맛 개그웹툰이 나름의 인기를 얻어 작은 웹툰 사이트에서 지면을 얻었다. 그 이후로 운 좋게 웹툰 작가의 길을 걷고는 있지만 아직도 이렇다 할 히트작이 없다. 당연히 월수입도 초라하다. 지금은 오래 전부터 꿈꾸던 무협판타지 장르를 연재하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 둔 플롯의 중반까지 연재한 상황인데 조회수는 악플조차 겨우 달리는 수준이다. 말 그대로 폭망. 담당자를 만나서 들을 불편한 얘기를 생각하니 머리가 아프기 시작한다. 더 머리가 아픈 건 담당자를 만나기 위해선 피곤한 동거인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현수는 방에서 나가 식탁에서 한솔이에게 젖병을 물린 채 노트북으로 유튜브를 보고 있는 다임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부탁 좀 하나 할 수 있을까요?”

 

 “나 이따 새 영화 컨텐츠 편집해야 되니까 한솔이 더 맡길 생각하지 마세요.”

 

 “그게... 오늘 한 번만 더...”

 

 현수는 존댓말이 분명한데 반말처럼 들리는 다임의 말투에 아직도 적응되지 않았다. 현수에게 다임은 오랫동안 연락을 끊고 지내던 동생 현기의 갑작스러운 죽음 후 동생 부부의 유언 때문에 같이 살게 된 불편한 여자다. 현수의 동생인 현기와 현수의 제수씨 수아는 유언장에 현수와 다임에게 자신들이 죽으면 설아와 한솔이를 돌봐달라고 부탁했다. 설아가 성인이 될 때까지 공동육아를 해 주면 현수와 다임에게 집을 처분해서 설아, 한솔이와 함께 나눠 가질 권리까지 명시해 뒀다. 현수는 말도 안 되는 유언이라고 생각했지만 조카들을 고아원에 보내버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양심상 홀로 아버지 병구완 중이신 어머니에게 보낼 수도 없었다. 게다가 상황은 불편했지만 인기 없는 가난한 웹툰 작가에게 찾아온 월세를 아낄 수 있는 좋은 기회기도 했다.

 현수가 자신의 말에 제대로 대답을 안 하자 다임이 다시 말했다.

 

 “저 오늘 새 영화 영상 업로드해야 하니까 한솔이 저한테 오래 맡길 생각하지 마시라고요!”

 

 현수는 다임의 말을 듣고 속으로 보는 사람도 없는 영상은 편집해서 뭐하냐고 비아냥거렸지만, 생각해 보면 자신도 다임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었다. 구독자 없는 영화 관련 영상 크리에이터나 인기 없는 웹툰 작가나 처지는 비슷했다.

 

 “한솔이가 밤에는 주로 자잖아요. 제가 오늘 웹툰 담당자를 만나야 되는데...”

 

 다임의 현수의 말을 끊고 대꾸했다.

 

 “한솔이가 밤에 주로 잔다고요? 혹시 귀 안 들리세요? 밤에 깰 때마다 우는 앤데 그동안 우는 소리 못 들으신 거예요? 그리고 처음부터 제가 돌볼 때 한솔이가 자는 시간 더 길다고 주장하셔서 제가 더 오래 보기로 합의했잖아요. 당분간은 그쪽이 10시간, 제가 14시간 책임지고 있는 거 잊으셨어요? 제가 그쪽 웹툰 작업 생각해서 충분히 배려해드린 거 같은데요.”

 

 〔※ 합의된 유한솔 돌봄 시간

 * 밤 12시부터 오후 2시 : 지다임

 * 오후 2시부터 밤 12시까지 유현수〕

 

 현수는 나이가 더 많은 자신을 꼬박꼬박 그쪽이라고 칭하는 다임에게 어쩐지 신경질이 났다.

 

 “오늘은 진짜 사정이 있어요. 웹툰 담당자가 오늘 꼭 보자고 하는데 조카 돌보는 것 때문에 안 된다고 거절할 수는 없잖아요. 최대한 빨리 만나고 올게요. 진짜 한 번만 더 부탁드려요.”

 

 현수는 한솔이 돌봄 시간에 대한 약속을 어길 때마다 다임에게 극성맞은 기상 알림 습격을 당했다. 밤을 새며 마감을 끝낸 후 제때 일어나지 못하면 분무기로 다임은 분무기로 현수의 얼굴에 물 뿌리기도 하고 갈지 않은 똥귀저기를 찬 한솔이의 엉덩이를 얼굴 위에 올려놓았다. 그래도 일어나지 않으면 컴퓨터 하드를 날려버리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는 여자가 다임이었다. 덕분에 현수는 시간을 지키지 못해 미안한 마음보다는 독한 다임에 대한 반감이 커진 상태다. 그래도 현수가 믿고 한솔이를 부탁할 사람은 다임뿐이었다.

 

 “좋아요. 대신 늦으시는 만큼 그쪽이 한솔이 보는 시간 늘리셔야 해요. 아시겠어요?”

 

 “알겠어요.”

 

 현수는 부랴부랴 씻고 담당자와의 미팅에 나섰다. 버스를 타고 웹툰 담당자가 기다리는 건물 앞에 서자 죄지은 기분이 들었다. 조회수도 안 나오고 악플만 달리는 웹툰 작가에게 담당자가 좋은 소리를 할 리 없었다. 현수는 불길한 예감에 한숨을 쉬며 담당자에게 향했다.

 

 “작가님, 오셨어요. 여기 앉으세요. 커피 괜찮으시죠?”

 

 현수는 써서 마시지도 못하는 아메리카노를 앞에 두고 괜찮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요즘 반응 보셔서 아시겠지만, 이대로 연재를 계속 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어요. 처음에도 저희는 말렸는데 작가님이 워낙 준비해 놓으신 게 많다고 하셔서 무협판타지로 지면을 드렸잖아요. 아시다시피 무협판타지 쪽은 작화가 중요하잖아요. 지금 작가님 그림 실력으로는 힘든 거 같아요. 솔직히 생각보다 그림 실력이 늘지도 않으시고... 작가님은 그전에 하시던 짤막한 개그 웹툰이 특기신데... 그 병맛 그림은 사람들이 좋아했잖아요. 저희 쪽에서는 지금 하신던 거 빨리 마무리 짓고 차기작 준비하시는 게 어떨까 싶거든요.”

 

 “차기작 준비요?”

 

 “네, 가능하면 잘하시던 걸로 다시 준비해서 와 주시면 저희가 보고 지면 어떻게 할지 상의해 봐 드릴게요.”

 

 현수도 눈치가 있었다. 담당자의 차기작 얘기는 의미 없는 말이다. 오늘 미팅의 핵심은 연재 종료 권고다.

 

 “저희는 한 5회 차 정도면 정리 가능하시지 않을까 싶은데 어떠세요?”

 

 “아직 중반밖에 안 됐는데... 5회로 정리를 하라고요?”

 

 “5회면 한 달이 넘잖아요. 정 아쉬우시면 에필로그 형식으로 뒤에 하나 정도만 더 실어서 종료하시는 쪽으로 하시죠.”

 

 “...”

 

 “그럼 이렇게 합의를 본 걸로 보고하겠습니다. 괜찮으시죠?”

 

 “네...”

 

 현수는 연재를 늘리자고 담당자를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 현수 자신도 뒷부분에 갈수록 더 재미있어질 거란 확신이 없었다. 무엇보다 가장 크게 욕을 먹고 있는 그림 실력이 금방 늘 리 없다는 건 현수 자신도 알고 있었다. 힘없이 일어서는 현수에게 담당자가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잘하는 거 하세요, 잘하는 거. 하고 싶은 거랑 잘하는 거 같은 사람 몇 없어요. 잘하시는 거 안 붙잡으시면 이 바닥에서 더 못 버티실 수도 있어요.”

 

 악수를 마치고 자리를 뜬 담당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현수는 고개를 떨궜다.

 

 #

 학창시절 내내 조용한 범생이었던 주제에 인생을 걸겠다고 호언장담하면서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작한 일이 웹툰이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잘 그린다고 소문났던 그림 실력이 프로의 세계에선 한심한 수준이었다는 걸 느낀 지는 오래지만 나아질 거라 믿었었다. 열심히 하면 조금 더 열심히만 하면 그림 실력도 인기도 늘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믿음과 달랐다.

 현수는 대입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후 의절하듯 집을 나와 알바를 전전하며 그림을 그렸다. 남들보다 열심히 그리고 있다고 믿었지만 알바가 바쁘다는 핑계로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변명으로 연습을 쉴 때가 많았다. 상업 연재만 되면 전업작가처럼 작업에만 매진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생활비의 압박이 느껴질 때면 막노동으로 돈을 충당하고 막노동으로 지치면 그림 연습을 쉬었다. 그렇게 겨우겨우 연재 펑크만 내지 않고 작가로 살았다. 이번 연재도 오랫동안 구상했다고는 했지만 제대로 된 콘티보단 머리에 막연히 있던 것들을 구현하는 방식이었다. 당연히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손이 느렸기 때문에 수정할 것이 생길 때마다 마감 기일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다음 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만들어갈 여력이 없었다. 그러니 어디선가 본 듯한 내용들을 짜깁기해서 이야기를 이어가기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연재 종료는 적당히 해 온 시간에 스스로 완패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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