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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에스프레소
작가 : 냐옹이
작품등록일 : 2018.12.31

한국을 대표하던 미녀 최수지. 그녀가 사라졌다. 갑작스러운 은퇴. 머지않아 유명한 커피 회사에 취직했다는 기사가 뜬다.
많은 사람의 입을 타고 소문에 소문이 더해지면서 수많은 구설수를 낳는다.

5년 후, 이제 그녀의 나이도 서른이다. 회사에서 인정받기 위해서 열심히 일해왔지만, 회사 사람들도 그녀를 싫어하고 믿지 않는다.

그런 그녀에게 갑자기 나타난 사람, 저스틴, 세계 바리스타대회 1등 한 인재이며, 스물두 살의 젊고 잘생기고 스윗한 그는, 그녀의 모든 걸 믿고 언제나 그녀의 편이 돼준다고 한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 나만 바라봐주는 사람, 항상 내 편이 돼주는 사람, 저스틴. 수지는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

 
에스프레소 2화
작성일 : 18-12-31 22:22     조회 : 280     추천 : 0     분량 : 5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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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저스틴이 입구 쪽을 보자 경비원과 키가 큰 여성이 대화하는 모습이 보였다. 마녀 복장을 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마녀가 누구죠?”

 저스틴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어본다.

 

 “저기 마녀 있잖아. 우리나라에 최수지를 모르는 사람이 있다니? 야아 너 간첩이지? 어떻게 한때 최고 미녀 배우였던 최수지를 몰라!”

 

 이 대리가 저스틴에게 면박을 준다.

 

 “아아, 제가 이탈리아에서 있다가 와서요.”

 저스틴은 멋쩍게 웃는다.

 

 “야 너도 저 마녀 조심해!”

 

 “왜 그러시죠? 이유가 있나요?”

 

 “겪어보면 알아. 이 회사에 저 마녀를 좋아하는 건 한 사람도 없을 걸, 딱 한 사람 회장님 빼고는…….”

 

  이 대리의 말에 갑자기 김 부장은 심각한 표정으로 변한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차게 식는다.

 

 “이 대리, 쉿! 입 조심해. 회장님 얘기는 함부로 하지 마!”

 

 “죄송합니다. 부장님.”

 

 이 대리는 자신의 입술을 때린다. 잠시 머뭇거리다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래도 한때는 정말 미인이었는데, 드라마 볼 때마다 얼마나 설레던지, 그때 생각나면 안타까워요. 요즘은 저런 자연미인 없잖아요. 진짜 청순했는데, 정말 아깝다 아까워.”

 

 “이 대리 인제 보니 순진하네. 제 싹 다 고친 거야. 우리 와이프가 성형외과 의사잖아. 보자마자 싹 갈아엎은 얼굴이라고 말해줬어. 나이 드니까 얼굴도 무너지잖아.”

 

 “에에, 진짜요? 어쩐지 과거 사진이 하나도 없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땐 팬이라 무조건 믿었었는데……. 그런데 부장님, 그 소문은 사실일까요?”

 

 “그 얘기는 하지 말라니까! 굳이 입 더럽게 말할 필요가 있어? 쟤가 뭘 한다고 그렇게 초고속 승진을 하겠어. 뻔하지 뭐.”

 

  계속된 험담에 저스틴은 표정이 굳어간다. 뭔가 참는 듯이 입술을 깨문다. 멈출 줄 모르는 험담은 계속 이어졌다.

 

 “부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잘한 것도 없는데 계속 승진해서 항상 말들이 많았죠. 원래 부장님께서 승진하셨어야 했는데, 이봐 저스툰, 자넨 어떻게 생각하나?”

 

 “저스툰이 아니라 저스틴 킴입니다.”

 

 “그래 저스틴 자네 의견은 어떤가?”

 김 부장은 저스틴을 진지하게 바라본다.

 

 “저는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맞지! 그렇지? 잘못됐어. 원래 내 자리야.”

 

 “이렇게 험담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허, 큰일 낼 사람일세. 부장님께 뭔 말버릇이야!”

 화가 난 이 대리가 끼어들었다.

 

 “아이 씨, 요즘 애들은 교육 제대로 안 하나 봐. 좋게 말해주니까 누굴 호구로 아네.”

 

 “부장님!, 마녀가 이쪽으로 와요. 일단 가면서 얘기하죠.”

 

 “이봐 신입, 자네는 안가나?”

 

 “저는 커피 좀 마시고 가려고요.”

 

 “사람은 말이야. 눈치가 있어야 해. 이곳은 정글이야. 살아남고 싶으면 분위기 파악 좀 하라고!”

 김 부장은 눈썹을 치켜뜨고 미간을 찌푸린 채로 경고한다.

 

 “김 부장님 빨리요.”

 이 대리가 재촉한다. 그리고 김 부장과 이 대리는 화가 난 채로 서둘러 자리를 뜨고 앨리베이터로 향한다.

 

 “근데, 아까 저 녀석 진짜 잘생기지 않았나요? 키도 180은 그냥 넘고 쌍꺼풀 없이 저렇게 큰 눈은 드물잖아요. 코도 영화배우들처럼 높던데.”

 

 “잘생기긴 무슨. 허여멀건 해서 기생 오라버니처럼 생겼던데. 내가 볼 때는 이 대리 자네가 더 남자답고 잘생겼어. 자네 그 두꺼운 쌍꺼풀 자연산이잖아! 미남이야 미남!”

 

 “아유 과찬이십니다. 부장님이야말로 배우 뺨치시죠. 쌍 싸대기를 때리실 정도로 미남이십니다.”

 

 “잠깐, 딱 거기까지. 더는 오버인 거 알지?”

 

 “저는 사실만을 말씀드렸을 뿐입니다.”

 

 “역시 이 대리는 사회생활 최고 레벨이야! 이러니 내가 좋아해 안 좋아해? 하하하.”

 

 

 *

 

 

  최수지는 입구에 있던 사람들과 대화를 마친 뒤, 어느새 중앙 홀을 지나 커피머신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처음 보시는 분인데, 누구시죠?”

 

 “안녕하세요. 이번에 특채로 입사한 저스틴 킴이라고 합니다.”

 

 “저스틴이라 멋진 이름이네요. 저는 수지예요. 최수지. 기획 B 팀장을 맡고 있어요.”

 

  영물을 보듯 저스틴은 놀라워하며 빤히 수지를 쳐다본다. 170 정도 되는 키에 하이힐까지 신어서 180이 넘어 보였다. 처음 본 사람이라면 위압감을 느낄 정도였다. 올림머리에 각진 안경, 짙은 와인색의 아이섀도 그리고 검정빛의 립스틱까지.

 

 영락없는 21세기 마녀의 모습이었다.

 

  저스틴은 그녀의 모습이 아닌, 그녀의 눈동자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크고 예쁜 눈동자 그리고 맑은 영혼을 품은 듯, 고요한 호숫가의 비치는 햇살처럼, 은은하게 빛나는 눈빛이 저스틴의 시선을 끌었다.

 

 “너무 뚫어지게 보시는 거 아니에요? 우리 초면이잖아요.”

 미간을 좁히며 수지가 약간 언짢은 듯 입을 뗐다.

 

 “죄송합니다. 외국에 오래 있다 와서 한국에서는 이런 게 실례란 걸 자꾸 까먹어요. 거기서는 항상 아이컨택을 하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특채로 들어왔어요?”

 

 “그냥 커피를 잘 타서요. 특히, 저는 그 사람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커피를 만들어 주거든요.”

 

 “오오! 정말요? 저도 한잔 타주세요.”

 마치 소녀처럼 수지의 눈빛이 초롱초롱 빛났다.

 

 “사실, 처음 본 순간부터 생각난 커피가 있어요.”

 말을 이어가며 저스틴은 커피머신을 작동시켜 커피 한잔을 뽑아낸다.

 

  처음 나오는 커피 원액은 그대로 흘려버린 뒤 중간부터 받기 시작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커피머신을 정지시킨다.

 

 “저는 설탕 셋에 프림 하나를 좋아해요.”

 생긋 웃으며 수지가 부탁한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저스틴은 설탕 한 스푼도 넣지 않고 그대로 수지에게 건넨다. 검은빛의 커피를 받게 되자 바로 표정이 굳는다.

 

 “분명 설탕 셋에 프림 하나라고 말했는데…….”

 

  살짝 맛을 본 후에 표정이 일그러진다. 곧 독기를 품은 듯 강한 눈빛으로 저스틴을 쏘아본다.

 

 “쓴맛을 보라는 의미인가요?”

 

 “아니 그게 아니라”

 당황한 저스틴은 놀라 눈이 휘둥그레진다.

 

 “실망이에요. 아까 옆에 있던 사람들이 시켰죠?”

 

  몹시 불쾌한 표정의 수지는 그대로 돌아서 앨리베이터를 향한다. 저스틴은 따라가면서 설득해보려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저 지금 무척 화났거든요. 건드리지 마세요. 신입이라 특별히 봐주는 거니까 더는 다가오지 말아요.”

 

 다가가던 저스틴은 멈춰 선 채로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인다.

 

 

 *

 

 

 수지는 인사과에 들러 인사과장과 얘기를 나눈다.

 

 “과장님, 제가 말씀드렸던 건 어떻게 됐나요?”

 

 “말씀하신 데로 채용했습니다. 오늘 오기로 했으니 곧 올 겁니다. 사실 불가능할 거라 봤습니다. 세계 바리스타대회 1등이 커피믹스를 만드는 회사에 들어올 리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분들은 자유분방해서 딱딱한 회사는 싫어하거든요.”

 

 “과장님 정말 수고하셨어요. 잘되면 제가 꼭 보답할게요. 이번 ‘로열 바리스타’ 런칭은 제게 무척 중요해요.”

 

 “아닙니다. 저도 팀장님을 돕게 돼서 영광입니다. 여기로 오라고 했으니, 곧 올 겁니다.”

 

 철컥!

 

 곧 문이 열리고 키가 큰 남자가 들어온다.

 

 “뭐야! 헐, 여기까지 따라온 거야! 제가 경고했잖아요.”

 눈을 치켜뜨며 수지는 화가 나서 쏘아붙인다.

 

 “저 그게 아니라. 약속이 있어서”

 

 “핑계 대지 말아요. 빨리 나가요!”

 

 당황한 표정의 인사과장은 둘을 번갈아 쳐다보며 곤란해하다가 겨우 말을 꺼낸다.

 

 “저어 팀장님! 이분이 이번에 영입한 그 바리스타예요.”

 

 “뭐어, 말도 안 돼! 아까 봤는데 진짜 형편없던데.”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그런데, 진짜 오해에요. 해명할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입술을 꽉 깨문 수지는 저스틴보고 자신을 따라오라고 한다. 옥상에 올라가 단둘이 되자 대화를 시작한다.

 

 “왜 내게 그렇게 쓴 커피를 준 거죠?”

 

 “그건 에스프레소 리스트레토에요. 가장 진하게 나오는 순간의 원액만을 추출한 거예요.”

 

 “그건 나도 알아요. 그런데 왜 제게 그 쓰디쓴 커피를 줬냐는 거에요.”

 

 “저는 수지 님을 보자마자 에스프레소가 생각났어요. 그것도 아주 순수한 원액의 에스프레소가요. 커피믹스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에스프레소를 마시려 하지 않아요. 달지가 않으니까요.”

 

 “하지만 쓰다고 포기하기에는 에스프레소의 향기가 너무나 아름답죠.”

 

 진지하던 저스틴의 표정이 더욱 진지해진다.

 

 “당신이 들어왔을 때, 그곳은 당신의 향기로 가득 찼어요. 저는 그 향기에 취했죠. 당신은 에스프레소에요.”

 

 “아무것도 넣을 필요 없이. 아무런 가공도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 아름답고 빛나는 사람이에요. 순수한 진짜예요. 그래서 에스프레소 리스트레토가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저스틴은 수지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계속 말한다.

 

 “지금 보이는 모습, 당신의 모든 게 아니에요. 당신의 모든 건 그 안에 있어요. 사람들이 말하는 모습은 당신이 아니에요. 진짜 모습은 따로 있어요. 그 안에 아름다움이 있어요. 그 아름다운 모든 것들이 제게 향기롭게 속삭이죠. 당신이 누군지.”

 

 “이걸 꼭 말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실례를 무릅쓰고 그런 선택을 한 거예요. 미안해요.”

 

 미안함이 가득 담긴 얼굴로 저스틴은 고개를 숙여 사과한다.

 

 수지는 울컥한 듯 눈에 눈물을 글썽인다. 곧 웃으며 저스틴을 바라본다.

 

 “맞아!”

 

  환한 미소의 그녀는 단 한마디를 남긴 채 곧 사라진다. 저스틴은 제자리에서 그녀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볼 뿐이었다.

 

 문틈으로 갑자기 다시 나타난 그녀의 모습

 

 “저스틴! 안 따라오고 뭐 해!”

 

  옥상에서 내려온 저스틴은 수지를 따라서, 기획 B팀이라고 적힌 곳에 들어간다. 사무실에는 여러 개의 책상이 있지만 아무도 없었다.

 

 “다른 분들은 아직 안 왔나 봐요?”

 살짝 놀란 저스틴은 의아해하면서 묻는다.

 

 “또 도망갔네!”

 뭔가 불만족스러운 듯 수지가 고개를 젓는다.

 

 수지의 말을 듣고 책상들을 살펴보자. 딱하나 빼고는 모두 깨끗이 비어 있었다.

 

 “저어 여기 팀원은 몇 명이에요?”

 조심스럽게 묻는다.

 

 “원래 한 명 있었는데 도망갔네. 분명 고릴라 짓이야!”

 

 “네? 그럼 지금 팀원이 팀장님이랑 저뿐이에요?”

 

 “맞아, 옛날에는 많았는데, 이제는 너와 나뿐이야.”

 

 당황한 저스틴은 어쩔 줄 몰라한다. 고민하다가 겨우 힘들게 입을 연다.

 

 “저 팀장님 저는 어떤 일부터 해야 하죠?”

 

 “지금부터 할 일은 고릴라를 잡으러 가는 거야!”

 눈이 이글거리는 수지는 주먹을 불끈 쥐고 말한다.

 

 “네! 고릴라요? 저 그런데 고릴라가 누구죠?”

 

 “어 고릴라? 여기 부사장인 놈이야. 완전 재수 없어. 내가 하는 건 다 방해하는 악당이야.”

 

 “네에? 그럼 부사장을 잡으러 간다고요?”

 

  기절초풍할 말에 저스틴은 눈이 커지고 호흡이 거칠어졌다. 첫 출근에 부사장을 잡으러 가다니. 해외를 다니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해본 저스틴이였지만, 전 세계 어디에도 없을 이런 전개는 당혹스럽기만 했다.

 

 “저스틴, 이건 전쟁이야! 단단히 준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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