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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오빠는...오빠잖아!
작가 : 슫텔라
작품등록일 : 2018.12.31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복 사촌 오빠와의 짜릿한 로맨스!

 
술 마시지 마!
작성일 : 18-12-31 22:16     조회 : 219     추천 : 0     분량 : 5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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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준은 수민이 아직 집에 들어오지 않은 것을 알고 걱정이 됐다. 하지만 형준 역시 창피해서 차마 연락은 하지 못하고 동네 이곳저곳을 혼자 걸으며 심란한 마음을 달래던 차였다. 그런데 수민이 바로 눈앞에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처음 보는 남자와 함께. 자신보다 어려보이는 재영의 모습에 형준은 속으로 ‘뭐지? 친구인가?’ 생각했다. 하지만 남녀 사이에 완벽한 친구는 없는 법이라 안심이 되지 않았다. 형준은 둘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와 먼저 말을 걸었다.

 “야, 너 또 술 마신거야? 얘 많이 취했어요?”

 낯선 사람에게 의례적으로라도 지나칠 정도로 친절하고 예의바른 형준이지만 이상하게 재영에겐 일면식도 하지 않은 채 수민이 술에 많이 취했는지 만을 마치 따지듯 물었다. 충분히 기분이 나쁠만한 상황에서 재영은 오히려 웃으며 깍듯이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수민 씨 오빠 되시나 봐요? 많이는 안 마셨는데 들어가서 좀 쉬시면 될 것 같아요.”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고개만 까딱이고는 형준은 수민의 어깨를 감싸 쥐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 뒷모습을 보며 재영은 둘의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살짝 갸우뚱거렸다.

 

 집안으로 수민을 데려온 형준은 수민의 취한 모습을 어른들에게 보이지 않으려 조용히 계단으로 부축해 올라갔다. 다행히 거실엔 아무도 없었다. 수민을 방 까지 데려다준 후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수민이 형준의 옷깃을 붙잡았다.

 “오빠...미안해요.”

 “뭐가?”

 “그냥 어제 제가 너무...오빠한테 저도 모르게...끌려서...”

 수민은 의도치 않게 끼를 부리고 있었다. 중고등학교 땐 공부하느라, 대학교 땐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느라 제대로 남자 한번 사귀어 본 적 없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스스로도 자기 자신이 낯설었다. 형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수민의 살짝 열린 방문을 조금 더 열고 먼저 수민을 밀어 넣은 뒤 자신도 들어갔다. 방문을 닫고 형준은 수민을 방 입구 쪽 벽에 몰아붙였다.

 “너 이럴래...술 마시지 마 앞으로.”

 수민은 눈을 감고 고개를 저으며 앙탈을 부렸다.

 “쳇, 오빠 나도 이제 스물여덟인데 무슨 술을 마시지 말아요? 내가 오늘 왜 술 마셨는지도 모르면서. 너무하다 너무해.”

 형준은 한숨을 깊게 내쉬며 중얼거렸다.

 “아...진짜...”

 그러더니 수민의 몸에 자신의 몸을 밀착시켰다. 형준은 고개를 45도 돌려 수민의 입술에 키스를 퍼붓기 시작했다. 30초 쯤 지났을까. 갑자기 얼굴을 뗀 형준이 화가 난 듯 식식거리며 방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수민은 다리에 힘이 풀리며 풀썩 주저앉았다.

 ‘키스를 했다... 형준오빠와...’

 

 방으로 돌아온 형준은 자신의 가슴을 치며 자책했다. 사실 형준도 한강에서 둘만 있었던 그날 자신이 수민을 여자로 느낀다는 걸 깨달았다. 수민을 여자로 느낀 건 한강에서가 처음이 아니었다. 한 달 반 전 한국으로 돌아와 4년 만에 수민을 만났을 때 어딘가 모르게 설렜다. 그래서 수민을 빤히 쳐다봤지만 다른 식구들을 의식해 이내 자연스럽게 인사를 주고받았던 거다. 수민과 저녁 산책을 할 때면 불어오는 바람이 더 기분 좋게만 느껴졌었다. ‘너 같은 여자가 이상형’이라는 말은 일부러 한 말이 아니었다. 평소 이상형을 생각해 본 적 없지만 이상형을 떠올리는 순간 수민의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올랐기 때문에 무심결에 내뱉은 말이었다. 그러다 한강에서 맥주를 마신 수민을 여자로 느끼고 난 후 ‘말도 안 되는 감정’이라고 그날 밤부터 스스로 부정했다. 출근길에 늦은 수민을 차에 태워주지도 않으며 일부러 거리를 두려 했지만 오늘 확실히 깨달았다. 수민 옆에 선 낯선 남자를 본 순간. 그래도 스스로를 ‘미친놈’이라고 욕하며 끝까지 냉정하려 했는데 수민의 촉촉한 눈빛을 보는 순간 평소의 냉철한 성형준과는 어울리지 않는 실수를 해버린 거였다. 형준은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바이오 사업 진출에 있어 최적의 파트너인 승일그룹 서영아와의 혼담은 자꾸만 형준을 압박해오는데 다른 여자도 아닌 사촌 여동생이 눈에 들어오다니. 아무리 피 한 방울 안 섞였다지만 성원그룹 식구들이 알면 다 같이 뒷목잡고 쓰러질 일이라는 걸 형준은 잘 알고 있었다. 형준은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다소 잔인한 방법이지만 지금 떠오르는 방법은 이것 뿐 이었다. 영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까지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치던 영아에 비해 항상 소극적으로 그저 받아주는 정도였던 형준이 한밤중에 먼저 전화를 건 일은 처음이었다.

 “영아 씨. 지금 볼래요?”

 당연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영아는 한걸음에 차를 몰고 한남동 대저택 앞으로 왔다. 수민을 잊기 위해 영아의 차 안에서 형준은 이런저런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눴다. 주로 바이오 사업에 대한 이야기였다. 영아는 재미없다는 듯 형준을 흘겨보며 말했다.

 “계속 일 얘기만 할 거예요? 우리도 좀 달달한 거 해요.”

 힘없이 피식 웃는 형준에게 영아는 도발적으로 키스를 퍼부었다. 코를 마비시킬 정도로 진한 영아의 향수냄새부터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거부감이 일어 형준은 잠시 멈칫했다. 그런데 그때 차 안에서 키스를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을 목격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수민. 형준이 보고 싶어 1층 방으로 갔다 문이 열린 채 나간 흔적을 확인하고 밖으로 형준을 찾아 나선 것이었다. 형준은 눈을 꼭 감고 최면을 걸었다. 나는 밖에 서 있는 저 아이가 아닌 옆에 있는 이 여자와 결혼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자신에 대한 수민의 감정 역시 포기시켜야만 했다. 영아와의 내키지 않은 키스를 나누던 형준은 차창 밖에 서 있는 수민과 눈이 마주쳤다. 마음이 아팠지만 수민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억지로 영아와의 키스를 계속했다. 수민이 슬픈 표정으로 집안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한 후에야 영아와의 키스를 멈췄다. 다음날인 토요일 오전 10시, 취미인 오토바이를 타러 집에서 나가려던 연준이 2층에서 수민과 마주쳤다.

 “형 결국 두 달 후에 약혼한다며? 하여간 별로 안 내켜 하는 것 같더니 회사에 도움 되는 거라면 아주 불구덩이에도 뛰어들 사람이야. 암, 후계자는 뭐가 달라도 달라.”

 연준은 혀를 내두르며 형준의 약혼 소식을 전했다. 수민은 순간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 들며 눈에 눈물이 핑 돌았지만 애써 감정을 숨겼다.

 “아 그래? 잘됐네 뭐.”

 “아...수민아. 난 결혼 같은 거 안 하고 평생 즐기면서 살아야지. 어차피 이 세계 결혼은 형준 형처럼 다 정략결혼인데 난 절대 안 할란다.”

 연준의 말은 더 이상 들리지가 않았다. 수민은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문을 잠근 후 아무도 들리지 않게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펑펑 울었다. 한참을 울어도 눈물은 줄어들기는커녕 자꾸만 더 나왔다.

 

 그렇게 세 시간쯤 지났을까. 연준에게서 전화가 왔다.

 “수민아 지금 코아병원으로 좀 와줄 수 있어?”

 오토바이를 타고 나가다 자동차와 부딪혀 사고가 난 거였다. 3개월 정도 팔과 다리에 깁스를 해야 할 정도로 제법 큰 사고였지만 다른 사람에게 알리면 호랑이 홍여사의 불호령을 들을 게 뻔했다. 연준은 일단 수민에게 SOS를 쳤다. 수민은 대충 눈물을 닦고 택시를 잡아탄 뒤 코아병원으로 향했다. 스스로 특실까지 잡아 입원한 연준은 수민을 보자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오빠 지금 웃음이 나와? 휴...많이 다쳤네.”

 핀잔을 주는 수민에게 연준은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

 “야 뭐 이정도 가지고. 암튼 네가 와서 다행이다. 보호자 싸인 좀 해줘. 그리고 오빠 시원한 탄산수 좀 여러 병 사다주고 가라. 아참, 집안 식구들한텐 아직 말하지 말고.”

 연준은 눈을 찡긋대며 자신의 카드를 줬다. 눈을 흘기며 수민은 병원 편의점으로 향했다. 편의점에서 탄산수를 고르던 중 누군가 수민을 불렀다.

 "수민 씨!”

 중저음의 목소리에 놀라 뒤돌아보니 재영이었다. 재영이 왜 여기에 있는 걸까. 3일 만에 재회한 둘은 벤치로 걸어 나가 이야기를 나눴다. 재영은 이 병원에 입원해있는 어머니를 간호하기 위해 주말마다 온다고 했다. 재영의 어머니는 2년 전까지만 해도 넉살좋고 사람좋은 인권운동가 겸 대학교수였지만 갑작스레 백혈병 진단을 받은 후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었다. 뜻밖의 사연에 수민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때 재영이 제안했다.

 “잠깐 가서 우리 엄마한테 인사만 할래요? 엄마가 맨날 아빠랑 저만 봐서 처음 보는 사람 보면 되게 좋아하실 것 같은데.”

 갑작스런 제안에 당황했지만 거절하기도 힘든 제안이었다. 얼떨결에 수민은 재영의 어머니가 계시는 병실로 향했다.

 

 드르륵.

 병실 문이 열리고 침대 4개 중 가장 안쪽의 침대로 재영이 이끌었다. 삭발한 머리에 초록빛 두건을 쓴 재영의 어머니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피부는 창백했지만 웃음만은 누구보다 환했다.

 “재영아. 이 예쁜 아가씨가 누구셔?”

 “제 친군데 방금 병원에서 마주쳤어요. 이름은 정수민이고 직업은 신문기자, 저랑 동갑이에요. 수민 씨, 아까 말씀드린 우리 엄마에요.”

 “이름도 예쁘네. 반가워요 수민 씨. 우리 재영이하고 친구라고? 이 녀석이 좀 엉뚱한 구석도 많지만 내 아들이래서가 아니라 정말 착한 녀석이에요.”

 “아 네 어머니 안녕하세요. 그런 것 같아요. 재영 씨는 딱 봐도 선해 보여요. 호호.”

 병실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연준에게서 전화가 왔다.

 “야 오빠 목말라. 왜 안와?”

 연준의 목소리가 너무 커 전화기 밖까지 다 들렸다.

 “아이구 우리가 수민 씨를 너무 오래 붙잡았나보다. 이제 보내주자.”

 “알겠어요. 엄마, 잠시만요.”

 재영은 수민을 연준의 병실 앞까지 데려다주며 말했다.

 “수민 씨. 오늘 저녁에 뭐해요? 제가 야식으로 맛있는 곱창 사고 싶은데.”

 귀여운 눈웃음을 치는 재영에게 수민은 머뭇거렸다. 아직 수민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건 형준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이어 영아와 진하게 키스를 하고 있던 형준의 모습이 떠올랐다. 수민은 재영에게 말했다.

 “좋아요.”

 그때 빼꼼이 열린 문 사이로 연준이 소리를 질렀다.

 “오호, 수민이 병원에서 헌팅당한 거야?”

 “아... 저분이 사촌오빠?”

 웃으며 묻는 재영을 수민은 서둘러 보냈다.

 “오빠 헌팅이라니. 그냥 아는 사람 마주친 거야. 왜 그래 진짜? 쪽팔리게.”

 “아 그래? 난 진짜로 네가 헌팅 당한 줄 알았지. 누군데?”

 “스타트업 하는 사람인데 몇 일 전에 친구랑 같이 우연히 한번 본 사이야.”

 “내가 문틈으로 봤는데 애 인상 괜찮네. 나중에 오빠한테 한번 데려 와 봐. 남자는 남자가 봐야해.”

 “참나, 아무 사이도 아닌데 뭘 데려가. 그리고 괜히 데려갔다가 오빠한테 물들면 안 돼!”

 “오~벌써 나한테 물드는 걱정까지? 정수민 남친 생겼대요. 얼레리꼴레리.”

 철없이 수민을 놀리던 연준의 눈이 갑자기 동그래졌다. 그리고는 소리를 질렀다.

 “형!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야?”

 

 문 밖엔 형준이 서 있었다. 수민은 순간 못 볼 사람이라도 본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고 눈앞이 캄캄했다. 형준은 수민이 있는 줄은 몰랐다. 이 병원 연준의 주치의가 형준의 고등학교 동창이었고 그래서 소식을 듣고 걱정이 돼 잠시 왔을 뿐. 생각지도 못한 수민이 병실에 있어 들어가지 않고 발길을 돌리려던 찰나였다.

 “아 나 진짜 비밀로 하려고 했는데. 형은 대체 어떻게 알았지. 근데 왔으면 들어와야지 왜 문 밖에 서 있어? 빨리 들어와 형. 여기 수민이도 있잖아.”

 계속 문 밖에 서 있을 수도 없는 터, 형준은 마지못해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오셨어요?”

 수민이 어색한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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