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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오빠는...오빠잖아!
작가 : 슫텔라
작품등록일 : 2018.12.31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복 사촌 오빠와의 짜릿한 로맨스!

 
맥주 반 캔에 취하다
작성일 : 18-12-31 22:13     조회 : 213     추천 : 0     분량 : 7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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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준과 영아의 혼담이 빨리 오간 건 승일제약 쪽에서 서둘렀기 때문이다. 딸을 둔 재벌가라면 누구나 1등 신랑감으로 꼽는 형준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조바심이 강했다. 형준과 선을 봤다는 소식에 승일그룹을 향한 다른 재벌가 아주머니들의 시샘이 솔솔 피어오르고 있었다. 두 달 안에 약혼식을 치르고 6개월 안엔 결혼식을 올렸으면 좋겠다는 승일제약의 제안은 성원그룹으로서도 선뜻 무시하기 어려운 제안. 형준이 말한 것처럼 바이오 분야에선 최고의 노하우를 가진 집안이 바로 승일제약이기 때문이다. 평생을 장자로서 의무감 속에 살아온 형준은 그래서 괴로웠다. 영아에겐 노력해봐도 마음이 전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르릉!

 집무실에 있는 형준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영아였다.

 “형준 씨. 오늘 저녁에 뭐해요? 우리 데이트해요.”

 “영아 씨, 미안한데 오늘은 야근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 그럼 제가 회사로 갈게요. 도시락 사갈 테니 형준 씨 방에서 같이 먹음 되겠다.”

 “괜찮은데...”

 “7시까지 갈게요~”

 영아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정신없이 일하다보니 어느덧 저녁 7시. 영아가 찾아왔다. 최고급 스시집에서 사온 스시도시락세트를 들고 있었다.

 “입에 맞으려나 모르겠어요. 호호”

 “고마워요. 영아 씨 건 없어요?”

 “저는 지금 다이어트 기간이에요.”

 “지금도 날씬한데 다이어트를 왜 해요?”

 “어머 정말 몰라서 묻는 거예요? 약혼식이랑 결혼식 드레스 입을 때 예뻐 보여야죠!”

 승일제약에서 두 달 내 약혼과 여섯 달 내 결혼을 제안하면서 영아는 더욱더 적극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영아의 말이 무슨 뜻인지를 알아들은 형준은 애써 미소를 지었다.

 “아...네”

 ‘똑똑!’

 그때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들어왔다. 조심히 바닥을 닦는 아주머니에게 영아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니 아줌마! 지금 사람 와서 중요한 대화하고 있는 거 안 보여? 아무리 청소하는 아줌마라도 생각이 있어야지, 참. 센스가 없네.”

 “죄송해요. 이 방은 원래 이 시간에 청소를 해서...빨리 나가보겠습니다.”

 “저리 눈치가 없으니까 청소나 하고 있지.”

 영아는 아주머니를 향해 눈을 흘겼다.

 “아니, 아주머니 괜찮습니다.”

 형준이 만류했음에도 허겁지겁 죄지은 사람 마냥 청소아주머니는 방을 나갔다. 평소에도 영아에게 끌리지 않던 형준이었지만 이번 행동은 남아있던 정마저 떨어지게 만들었다. 폐지 줍는 할머니에게 내복과 양말을 선물하던 수민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영아가 조잘조잘 떠들어대는 말은 그때부터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영아가 돌아간 뒤 형준은 집무실에 홀로 남아 얼굴을 감싸 쥐고 깊게 한숨을 쉬었다. 좋아하지 않는 여자 그리고 그룹 후계자로서의 책임감. 두 가지 문제가 서로 한없이 팽팽하게 마음속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느낌이었다. 이 외로움을 어디에도 말할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카톡이 울렸다.

 “오빠 약혼 준비는 잘 되가세요?”

 수민이었다. 형준은 수민에게 바로 카톡이 아닌 전화를 걸었다. 수민은 살짝 당황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한없이 힘없는 형준의 목소리에 수민은 이내 걱정하기 시작했다.

 “오빠 근데 목소리가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 일은 무슨. 너 어디니?”

 “저요, 지금 광화문에서 퇴근하려는 길이에요.”

 “그래? 그럼 오빠가 데리러 갈게. 나도 퇴근하려던 길이었거든. 거기 조금만 있어.”

 “네? 아...네”

 부리나케 짐을 정리해 회사를 나선 형준은 15분 만에 수민이 있는 광화문 커피숍에 도착했다. 수민은 회사가 입주한 건물이 아닌 5분 거리의 커피숍에서 형준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민은 재벌가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회사사람들에게 발설하지 않았는데 포르쉐 파나메라에 올라타는 모습을 들키면 말 많은 바닥에서 여기저기 의심을 살게 뻔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해요, 오빠. 근데 저 집에 지하철 타고 가도 되는데.”

 수민은 형준의 차에 타자마자 미안한 듯 말했다.

 “수민아, 집에 가기 전에 오빠랑 잠깐 한강 들렀다 가자.”

 “한강이요? 네 뭐 오랜만에 한강 가면 저도 좋긴 한데...갑자기 한강이라...”

 심란한 마음을 달래려 형준은 한강으로 차를 돌렸다. 한강 이촌 지구에 차가 멈춰 섰다. 형준이 먼저 차에서 내렸고 수민도 재빨리 따라 내렸다. 늦여름 초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사뿐히 불어왔다.

 “사는 건 역시 만만치 않네.”

 겉으론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형준의 입에서 신세한탄이 나올 줄이야.

 “오빠 말해보세요. 무슨 일 있는 거 맞죠?”

 걱정이 가득 담긴 수민의 눈을 형준이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냥...나...사랑하는 여자랑 결혼하고 싶어.”

 수민은 순간 귀를 의심했다. 언제나 완벽하고 냉정하기만 하던 대 성원그룹 후계자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이야. 하지만 동시에 뭐라고 대답을 해줘야 할지 난감하기도 했다.

 형준이 한국에 돌아온 뒤로 쭉, 특히 형준의 정혼녀 영아를 소개받은 후 마음은 심하게 요동치고 있지만 그렇다고 수민은 “그 언니랑 결혼하지 말아요”라고 말할 만큼 철부지는 아니다.

 

 “오빠, 저기 편의점에서 맥주 한잔 어때요? 딱 맥주 땡기는 날씨인데.”

 “오빤 운전해야 돼.”

 “대리기사 부르면 되죠!”

 형준은 머뭇거리며 말했다.

 “대리기사는 좀 조심스러운데...그럼 수민이만 마셔. 오빠는 사이다 마실게.”

 대리기사조차 꺼려하는 약간의 결벽증까지 지닌 철저한 형준이었다. 하긴, 형준의 이런 철저함 덕분에 형준은 신문 사회면이 아닌 경제면에만 하루가 멀다하고 얼굴이 오르내리는 지도 모른다. 둘은 맥주 한 캔과 사이다 한 캔을 사 편의점 앞 플라스틱 의자와 식탁에 앉았다. 어쩔 수 없이 수민 혼자 맥주를 홀짝였다.

 “미안, 혼자 마시니 맥주 맛 안 나지?”

 “아뇨. 맥주 맛 나는데. 여긴 한강이잖아요.”

 형준은 예상외의 답변에 웃음을 터뜨리며 혼자서도 맛있게 맥주를 마시는 수민의 얼굴을 사랑스럽게 바라봤다. 그런데 반 캔 정도 마셨을까. 수민의 얼굴이 점점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러고 보니 둘이 술을 마신 건 처음이었다. 당연히 서로의 주량도 몰랐다. 수민은 술에 취해 머리가 팽팽 돌 것 같았다.

 “야 너 맥주 반 캔에 이렇게 취해? 마시면 안 되겠다. 그만 마셔.”

 형준이 수민의 맥주 캔을 빼앗자 수민이 투정을 부렸다.

 “오빠, 왜 그래요? 저도 술 마시고 싶어요오오~~”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최근 형준을 보며 설레는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이 잘 못된 거라는 자책감에 내심 힘들고 답답했던 수민은 정신이 몽롱해지며 자신도 몰랐던 편한 모습을 꺼내 보이고 있었다.

 “오빠는 참 힘들겠다. 결혼도 집안에서 정해주는 사람이랑 해야 되고. 어쩌나? 하긴...대 성원그룹 후계자인데 사랑이 대순가 뭐.”

 평소 같았으면 할 수 없었을 말들을 주절주절 중얼거리는 수민의 모습이 형준은 놀라울 뿐이었다.

 “성원그룹 후계자는 남자 아냐?”

 내심 섭섭한 듯 쏘아붙인 후 많이 취했다며 일어서자는 형준에게 갑자기 수민이 팔짱을 꼈다.

 “오빠. 그럼 그냥 헤어질래요? 그 언니랑?”

 

 이들이 평범한 2,30대 젊은 남녀였다면 전혀 이상할 것 없는 대화였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남녀 중 한 사람에게 다른 사람이 생기고 그래서 질투심을 유발해 몰랐던 감정을 깨달으며 불꽃이 튀기는 스토리...하지만 이들은 이복이긴 해도 엄연한 사촌 오빠와 여동생이다. 게다가 한 집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한 명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기업의 후계자다. 난생 처음으로 팔짱을 끼는 수민에게 형준은 많이 놀랐지만 팔을 빼지 않았다.

 “그래? 헤어질까? 그런데 헤어지면 난 누구 만나지?”

 형준은 수민에게 얼굴을 더 가까이 가져다댔다. 팔짱을 끼고 얼굴을 닿을락 말락 가까이 댄 둘의 모습은 누가 봐도 영락없는 남녀 사이로 보였다. 키스하기 직전의 터질 것 같은 긴장감을 느끼는 남녀의 모습. 늦여름 밤의 후끈한 열기가 둘에게 훅 불어 닥쳤다.

 “저 만나면 되죠.”

 순간 둘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갑자기 둘 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형준은 다시 차갑고 빈틈없는 후계자 모드로 돌아왔다.

 “벌써 열두시네.”

 형준은 수민의 팔을 살며시 풀었다. 대신 어깨를 감싸 안고 부축해 차로 돌아왔다.

 

 다음날 아침 수민은 겨우 잠에서 깼다. 샤워만 대충 하고 카카오 택시를 불러봐도 잡히질 않아 별 수 없이 정신없이 뛰었다. 출근길 포르쉐 파나메라가 뒤에서 자신을 앞질러갔다. 형준의 차였다. 출근길 늦어 정신없이 뛰어가는 사촌동생의 모습을 분명히 봤을 테지만 태워주지 않고 그대로 지나쳐버린 거다. 수민은 자리에 털썩 멈춰서며 어젯밤 일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 내가 다 망친 거야. 무슨 막장 드라마도 아니고 아무리 이복이라지만 사촌 오빤데 대체 난 무슨 짓을 한 거야. 날 이상한 애라고 생각해서 저렇게 지나치는 거겠지?’

 그때 선배의 전화가 울렸다.

 “야 너 지금 어디야?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아직도 출근을 안 해?”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한없는 자책 속에 다시 뛰는데 왠지 모를 서러움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운전을 하던 형준이 뛰어가는 수민을 본 건 사실이었다. 애타게 뛰어가는 수민의 모습을 보고 태워주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어젯밤 집으로 돌아온 형준은 사촌동생에게 순간적으로나마 흔들리고 하마터면 입을 맞출 뻔 했던 자신을 자책했다. 아홉 살 처음 이 집에 들어왔을 때부터 수민은 자신이 보호해줘야 하는 여동생이었다. 그런 여동생을 어젯밤 여자로 느끼고 스킨십까지 하려했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믿어지지 않았다. 미안하고 창피한 마음에 앞으론 거리를 둬야겠다고 결심했고 그래서 오늘도 차를 세워 태워주려다 마음을 굳게 먹고 지나친 거였다.

 

 온종일 밀려오는 업무 속에서도 형준의 머릿속엔 오로지 수민 생각 뿐이었다. 그날 저녁 수민은 오랜만에 일이 일찍 끝났지만 집에 일찍 들어가기엔 너무나 창피했다. 형준과 마주칠 것만 같아서였다. 직장동료인 미정에게 SOS를 쳤다.

 “오늘 나랑 이태원 갈래?”

 “왠 이태원?”

 “그냥 우리 수다 떤 지도 오래됐는데. 가서 맛있는 거 먹자. 내가 살게.”

 “그럴까? 나야 좋지 뭐.”

 미정은 수민과 회사 안에서 가장 친한 동료기자다.

 미정만이 유일하게 수민이 성원그룹 대저택에서 산다는 사실과 다소 평범하지 않은 성장과정까지 알고 있다. 수민은 광화문에서, 미정은 여의도에서 각각 이태원으로 출발했다. 만원 버스 속에 있는 수민에게 카톡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 사이에 꽉 끼어가는 상황에서 수민은 차마 휴대폰을 들어 올려 쳐다볼 수 없었다.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이태원 메인골목으로 걸어가는 순간 아까 울렸던 휴대폰 카톡 소리가 생각났다. 휴대폰을 보니 카톡을 보낸 사람은 미정이었다.

 ‘야 나 지하철에서 취재원 마주쳤는데 이태원에 친구 만나러 간다니까 자기도 끼면 안 되냐고 하는데 어떡해? 참고로 훈남임.’

 수민이 답을 하지 못한 사이 한 번의 카톡이 더 와 있었다.

 ‘답이 없냐 왜. 지금 옆에 있어서 전화할 수도 없고. 일단 같이 간다.’

 수민은 당황스러웠지만 이미 약속시간 3분 전, 약속장소 앞이었다. 형준으로 인해 심란한 마음을 달래려 친구에게 SOS를 친 건데 처음 보는 남자를 데리고 오겠다니. 하지만 이런 생각을 마저 다 하기도 전에 미정이 나타났다. 옆엔 꽤나 훈훈한 남자를 달고 왔다. 키는 175cm정도로 크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셔츠가 터질 것처럼 빵빵한 근육질몸매에 짧은 투블럭 머리가 꽤나 단정해보였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쌍커풀 없이 작은 눈으로 사정없이 눈웃음을 치는 모습은 장난꾸러기 같기도 했다. 정석 미남은 아니지만 훈남이라는 카톡이 허풍은 아니었다.

 

 훈남은 난처한 표정의 미정을 옆에 둔 채 배려심을 발휘해 먼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유재영이구요. 미정기자님하고는 예전에 취재하면서부터 알게 된 사이에요. 오늘 우연히 마주쳤는데 오랜만에 반가워서 이렇게 따라왔어요.”

 “아...네, 안녕하세요. 저는 같은 회사 다니는 정수민이에요.”

 살짝 떨떠름한 표정의 수민에게 재영은 사정없는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

 “제가 좀 눈치가 없었나요? 두 분끼리만 비밀 이야기 하시려고 한 거 아니에요?”

 “고등학생도 아니고 무슨 비밀 이야기요. 만나서 반가워요.”

 “재영 씨 재밌는 사람이야. 같이 놀자.”

 미정이 호들갑을 떨었다. 계속 떨떠름하게 서있는 것도 예의가 아니란 생각에 수민도 맞장구를 치며 셋은 미정이 추천하는 이태원 타코집으로 향했다. 새우 타코, 비프 타코, 엔칠라다, 나초칩에 과카몰리, 맥주까지 푸짐하게 한 상을 시키니 왠지 모르게 흥이 났다. 매장 가득 울려 퍼지는 남미풍 음악도 흥을 돋웠다.

 

 재영은 미정이 6개월 전 스타트업 시리즈 기사를 취재할 때 만난 사이였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양고기 수요를 공략해 양고기 온라인쇼핑몰을 차린 28살의 젊은 사업가였다. 재영의 회사는 창업한지 1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양고기 마니아들 사이에서 제법 입소문이 나 1년 누적 매출 30억 원을 기록하며 유망한 스타트업으로 손꼽히고 있는 곳이다. 신생인 그의 회사가 크게 된 데는 미정의 덕도 컸다. 생긴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을 때 미정이 쓴 기사가 네이버 메인에 걸리며 그 후로 한 달 내내 주문이 폭주했다. 그래서 미정을 은인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서로 바빠 만나지 못하던 중 우연히 마주쳐 반가운 마음에 미정을 따라온 거였다. 셋은 멕시칸 음식을 안주삼아 맥주를 8병이나 마셨다. 그중 수민이 마신 건 1병, 미정이 마신 건 3병이었다. 하지만 가장 많이 취한 건 수민. 재영은 4병을 마셨지만 아무 변화가 없었다. 셋의 대화는 무르익어가고 분위기는 더없이 즐거웠다. 여자 둘에 남자 하나가 모여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는 건 결국 여자 셋 중 하나는 상대방에게 이성적 호감을 느낀다는 것.

 

 그렇다. 재영은 수민을 처음 본 그 순간부터 수민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수민은 화려하게 꾸미지 않아서 그렇지 충분히 호감을 느낄만한 외모다. 매끄럽고 새하얀 피부에 끝부분만 가늘게 진 속쌍카풀, 총명하면서도 어딘가 몽환적인 눈빛, 도톰하고 붉은 입술까지. 가만히 있으면 살짝 새침해보이지만 웃는 순간 분위기가 확 바뀌는 그런 인상이다. 성격도 그렇다. 누구에게나 과하게 살갑게 굴지 않지만, 한번 마음을 주면 모든 걸 다주는 그런 여자. 여우처럼 간사하지 않고 너구리처럼 의뭉스럽지도 않으며, 밝고 순수하면서도 강직한 기운이 있는 그런 여자다. 마음속엔 자신만의 꿈을 품고 현실에선 누구보다 책임감 있게 맡은 일을 해내는 그런 여자다.

 

 미정의 집은 상암동. 재영은 경기도 용인의 본가에서 나와 용산의 오피스텔에 혼자 살고 있었다. 재영은 계산을 마친 뒤 술에 취한 미정을 먼저 택시에 태워 택시기사 아저씨에게 신신당부를 하며 보냈다. 번호판을 찍어놓는 건 기본이었다. 그런 후 알딸딸하게 취한 수민과 함께 택시를 잡아타고 먼저 한남동으로 향했다. 자기만 한남동에 내려준 채 그 택시를 타고 그대로 집으로 가라는 수민의 말에도 재영은 위험하다며 굳이 택시에서 내려 함께 집 대문 바로 앞까지 걸어갔다. 재영은 수민이 이런 대저택에 산다는 사실에 조금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술자리에선 일상의 신변잡기 이야기에 열을 올리느라 수민의 자세한 신상은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민 씨 집이 되게 크네요. 이거 우리 스타트업에 투자라도 받아야하는 건가? 잘 보여야겠다. 하하.”

 “아...좀 사연이 있어서요. 제가 나중에 멀쩡한 정신일 때 말씀드릴게요.”

 “네. 천천히 알려주셔도 돼요. 근데 나중에 알려주겠단 말은 우리 나중에 또 만날 수 있다는 거네요? 하하.”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재영이 웃었다. 수민은 몽롱한 정신으로 별 생각 없이 말했다.

 “네...연락드릴게요. 오늘 데려다주셔서 감사해요.”

 “정수민!”

 그때 누군가가 수민의 이름을 짧고 크게 불렀다. 형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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