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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오빠는...오빠잖아!
작가 : 슫텔라
작품등록일 : 2018.12.31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복 사촌 오빠와의 짜릿한 로맨스!

 
오빠는 슈퍼맨
작성일 : 18-12-31 22:12     조회 : 217     추천 : 0     분량 : 3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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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지 줍는 노인들에 관한 기사를 써 보겠습니다!”

 고려신문 기획회의 시간.

 수민은 폐지 줍는 노인들에 대한 기사를 쓰겠다고 손을 들었다.

 “섭외는 됐나?”

 까탈스러운 부장의 물음에 수민은 자신있게 대답했다.

 “물론이죠.”

 

 강남역 6번 출구 뒷골목엔 일대 직장인들에겐 나름대로 익숙한 할머니가 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뻘뻘 흐르는 무더운 여름이건 몸이 얼 것처럼 추운 한겨울이건 한결같이 남루한 거적대기를 입고 쉴틈없이 폐지를 줍는 할머니.

 이름도 모르고 아무 것도 모르지만 먹을 것조차 없이 어렵게 살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화려한 강남대로의 이면에 숨겨진 이런 모습을 보며 수민은 할머니의 사연을 취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할머님. 안녕하세요?”

 며칠 전 퇴근길, 수민은 할머니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누구신가...”

 다행히 할머니는 귀는 성한 것 같아 보였다.

 “저 여기 옆에 고려신문 다니는 기자에요. 정수민이라고 해요.”

 “아아...기자 양반이 어쩐 일로...”

 “저 할머니 동행 취재 하고 싶어요. 그래도 될까요?”

 “동행 취재? 그게 뭐예요?”

 “제가 할머니랑 같이 다니면서 어려우신 점은 없는지 보고 싶다구요.”

 “내가 뭐 볼게 있다고...”

 “에이 할머니 허락해주세요. 방해 안 되게 할게요.”

 할머니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이 넓디넓은 곳에서 나한테 말 걸어주는 사람은 아가씨 하나 밖에 없네 그려.”

 “우와 할머니, 허락해주시는 거예요? 감사합니다!”

 

 기사가 채택되자 수민은 다시 할머니를 찾아갔다.

 할머니의 하루는 아침 7시부터 시작됐다.

 자그마한 리어카 한대를 끌고 강남역 일대를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쉬는 시간이라곤 없었다.

 “할머니 몇 시까지 이렇게 돌아다니시는 거예요?”

 “응? 오후 다섯 시까지.”

 “잠깐 쉬지도 않으세요?”

 “쉬면 폐지를 못 주워서...밥 먹을 시간도 없어.”

 “할머니 이렇게 하루종일 일하면 얼마 버세요?”

 “응, 그래도 하루에 만 원은 벌지.”

 낮 11시가 되자 할머니는 편의점에서 산 삼각 김밥 하나로 점심을 때웠다.

 할머니는 삼각 김밥을 급하게 먹자마자 근처 빌딩으로 향했다.

 4층 정도 되는 꼬마 빌딩이었다.

 “여기 4층에 사는 아저씨가 고물이 있다고 가져가래서.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봐 아가씨.”

 잠시 후 할머니는 한 아저씨와 함께 고물 책상을 낑낑거리며 들고 내려왔다.

 “아니 이렇게 무거운 거였으면 말을 하시지.”

 수민은 부리나케 올라가 함께 책상을 들고 내려왔다.

 그리고 다시 폐지를 주우러 가던 중 뒤에서 카랑카랑 째질 듯 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 할머니! 이리 좀 와 봐!”

 수민과 할머니는 동시에 뒤를 돌아봤다.

 꼬마빌딩 앞에 모녀로 보이는 두 여성이 서 있었다.

 딸은 40대, 엄마는 60대로 보였다.

 “무슨 일이세요 사모님?”

 폐지 줍는 할머니는 마치 죄를 지은 사람처럼 모녀에게 갔다.

 “아까 고물 주워간 거 맞지?”

 “네. 맞는데유.”

 “우리 빌딩 계단에 기스를 내놨잖아! 봐봐. 이거! 어떻게 배상할 거야?”

 수민이 모녀가 가리키는 계단을 쳐다봤지만 기스는 좀처럼 보이질 않았다.

 할머니는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었다.

 “옆에 서있는 아가씨는 누구에요?”

 “저요? 고려신문 기잔데요. 폐지 줍는 노인들이 얼마나 어렵게 살고 계신지 동행 취재 나왔어요.”

 수민이 건물주 모녀를 살짝 쏘아보며 당당하게 말하자 모녀는 순간 움찔했다. 하지만 이내 기세를 되찾고 수민에게도 따지듯 물었다.

 “기자면 똑똑할 테니까 잘 알겠네. 이렇게 남의 집 재산에 손해를 입혀도 되는 거예요?”

 수민은 어이가 없었다.

 강남 건물주가 하루 만 원도 못 버는 폐지 줍는 할머니에게 이렇게 소리를 쳐대는 꼴을 보고 있자니 ‘졸부란 바로 이런 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모님. 한 번만 봐주셔요. 제가 잘못했어요.”

 거적대기를 걸친 할머니가 벌벌 떨며 손을 싹싹 비는 모습을 보니 수민은 순간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화를 참고 졸부 모녀에게 침착하게 물었다.

 “저기요, 그래서 원하시는 게 뭔가요?”

 당돌한 수민의 태도에 모녀는 또 한 번 움찔했지만 다시 기세등등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뭐긴. 배상을 해야지. 손해를 끼친 만큼.”

 “배상을 원하신다구요? 잠시만요.”

 수민은 건물 밖으로 나가 형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초지종을 들은 형준은 회사 자문 변호사를 연결시켜줬다.

 “일단 성원그룹 이름 팔고 자문 변호사 바꿔주기만 해도 걔네들 말 바꿀 거야.”

 수민은 내심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건물 안으로 돌아갔다.

 졸부 모녀는 아직도 씩씩 거리고 있었다.

 “저 혹시 성원그룹이라고 아세요?”

 “알지. 우릴 뭘로 보는 거예요 그런 대기업도 모를까봐? 갑자기 성원그룹은 왜?”

 “사실 저희 집안이 성원그룹인데...자문 변호사를 한 번 바꿔드릴 테니까 통화를 해 보시겠어요?”

 그러자 졸부 모녀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아니 기자양반 집안이 성원그룹이라고? 말도 안 돼. 어디서 누굴 속이려고 들어?”

 모녀는 변호사를 바꿔줄 겨를도 없이 아예 수민의 말을 믿지도 않았다.

 그때 형준에게서 전화가 왔다.

 “해결됐어?”

 “아뇨...이 사람들이 제 말을 믿지를 않는데...”

 “그래? 그럼 잠시만 기다려. 내가 바로 갈게.”

 “아...아뇨. 오빠 그럴 것 까진...”

 뚝.

 전화가 끊어지고 10분 후 거짓말처럼 성형준이 나타났다.

 “어머! 이게 왠일이야!!”

 “이사람 성형준 맞지? 그 뉴스에 나온 성원그룹 후계자.”

 “맞지, 엄마. 왠일이야. 내가 코앞에서 성형준을 다 보네. 이 여자 아니 이 분 말이 다 진짜 였나봐, 엄마.”

 형준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졸부 모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제 동생이 소란이 있다고 해서 와봤습니다만...어디 계단에 기스가 났다구요? 저희 그룹 자문 변호사를 통해서 정밀하게 감식을 하고 정확한 배상액을 산출하려 합니다만...”

 “어머, 아니에요! 됐어요 됐어!! 할머니가 실수 좀 한 거 가지고 뭘 그래요?”

 졸부 모녀 중 딸은 언제 그랬냐는 듯 손사래를 치며 갑자기 너그러운 척을 했다.

 “그나저나 대기업 후계자라 그런가 아주 빛이 나네. 같이 사진 한 장 찍을래요?”

 졸부 모녀 중 엄마는 주책스럽게 형준에게 같이 사진을 찍자며 휴대폰을 들이밀었다.

 형준은 웃으며 정중하게 거절을 했다.

 “제가 급히 오느라 미처 거울도 못 보고 와서요. 사진은 다음 기회에 찍어드리겠습니다. 수민아, 어디 다친 데 없지? 할머님도 괜찮으시고?”

 형준은 거적데기를 걸친 할머니를 부축하며 유유히 건물 밖으로 나갔다.

 “어머, 어쩜 좋아. 너무 멋있다. 그치 엄마?”

 “그러게...아니 저 기자가 진짜 재벌가라는 거야? 세상에 놀랄 노 자네.”

 입이 떡 벌어진 졸부 모녀를 뒤로 하고 형준은 할머니의 리어카를 뒤에서 밀었다.

 오후가 되고 헤어질 무렵 수민은 잠시 근처 속옷가게에 들르겠다고 했다.

 속옷가게에 뛰어 들어갔다 나온 수민의 손엔 두꺼운 내복 세 벌과 양말 다섯 켤레가 들려있었다.

 “할머니. 추운 날엔 이거 꼭 입고 돌아다니세요.”

 “뭘 이런 걸 다...오늘 여러 모로 고맙네...내 생전에 이런 선물을 다 받아보고...”

 형준은 수민의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할머님. 제가 한 달에 이백 만 원 씩 보내드릴게요. 이제 더 이상 고생하지 마세요.”

 두 손을 꼭 잡는 형준에게 할머니는 고개를 저었다.

 “말은 너무 고맙지만 그래도 두 다리 성할 때 열심히 일해야지. 남이 주는 돈 받으면서 놀면 뭘 해. 단돈 만 원이라도 내 힘으로 벌어야 당당하지.”

 “에이. 할머니 못 말리겠다. 그럼 제가 가끔 찾아뵐게요. 이 처자랑.”

 “그래. 둘이 잘 어울리네. 아니, 남자분이 오빠라고 했나? 그럼 내가 말을 실수했네 그려. 아무튼 선남선녀야.”

 형준과 수민은 그렇게 폐지 줍는 할머니와 헤어졌다.

 수민은 슈퍼맨처럼 나타난 형준이 너무나도 고마웠다.

 “오빠...고마워요...바쁠텐데...”

 “아냐. 난 수민이가 자랑스러운 걸?”

 형준은 큰 손으로 수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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