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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오빠는...오빠잖아!
작가 : 슫텔라
작품등록일 : 2018.12.31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복 사촌 오빠와의 짜릿한 로맨스!

 
"두 달 후에 약혼하라네"
작성일 : 18-12-31 22:11     조회 : 204     추천 : 0     분량 : 4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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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준과의 산책길에서 “너 같은 여자가 이상형”이라는 말을 듣고 난 후 갑자기 콩닥거리는 가슴은 침대에 누워도 진정되지 않았다.

 “오빠 자요?”

 카톡을 보낼까 말까 망설이다 결국 보내고 말았다.

 “아니 안 자.”

 형준의 짧은 답장이 왜 이리 설레는 걸까. 하지만 더 이상 카톡을 주고받는 건 뭔가 나쁜 짓을 하는 것 같았다. 수민은 전화기를 머리맡에 두고 잠으로 빠져들었다. 식구들이 모두 외출하고 아무도 없는 빈집. 수민은 샤워를 마치고 몸에 수건만 두른 채 거실로 내려왔다. 주방으로 들어가 시원한 물을 한 잔 마시고 막 올라가려는데 누군가 주방으로 들어왔다. 형준이었다.

 “오빠. 집에 있었어요?”

 “응...나갔다 좀 일찍 들어와서. 그런데 너...”

 가슴부터 허벅지까지만 겨우 가리는 흰 수건만 두른 수민을 형준은 빤히 바라봤다. 수민의 얼굴이 빨개질 때까지.

 “오빠...오빠...”

 잠꼬대를 하며 깼다. 꿈이었다. 수민은 탁상시계를 봤다. 시간은 새벽 3시. 출근 준비를 하려면 어서 다시 잠이 들어야 했다.

 ‘이게 왠 민망한 꿈이람. 별 이상한 일이 다 있네. 빨리 잠이나 마저 자자.’

 

 아침에 일어나 정신없이 출근하고 돌아온 수민은 집에 오자마자 샤워를 했다. 샤워를 마친 후 몸에 수건을 감고 방에서 머리를 말리는데 오늘 새벽 꾼 꿈이 떠올랐다. 생각할수록 스스로 그런 꿈을 꾼 사실이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어서 와서 저녁을 먹으라는 성미 아주머니의 성화에 수민은 늦은 저녁을 먹으러 1층으로 내려갔다. 그 자리엔 형준과 연준도 앉아있었다.

 아직 저녁을 먹지 못한 건 형준과 연준도 마찬가지였다. 형준은 회사 일을 처리하느라 늦었고 거의 매일같이 친구들과 놀다 들어오는 연준은 계속되는 과음에 지쳤는지 오늘만큼은 일찍 들어와 집에서 빈둥거리는 중이었다. 두 사촌형제는 평소와 다름없이 수민을 바라보는데 수민은 형준을 바라볼 수 없었다. 괜시리 의식하는 혼자만의 감정이 주책스럽기도 했지만 오늘 새벽 꾼 꿈이 자꾸만 생각났다. 형준 대신 괜한 연준에게 의미 없는 말을 걸었다.

 “어머 연준 오빠, 웬일로 이렇게 일찍 들어왔어? 오빠랑 밥 먹는 거 정말 오랜만이다!”

 “왠일이긴. 나도 이제 늙긴 늙었나보다. 하긴 나도 이제 서른하나지. 체력이 딸려. 이젠 일찍일찍 들어와야지.”

 나이타령을 하는 연준을 바라보며 형준이 타박을 했다.

 “이제 겨우 서른하나면서 형 앞에서 나이 타령하는 거 봐라. 너 그동안 너무 놀아서 그래. 이젠 집에 와서 책도 읽고 운동도 하고 그래 임마.”

 형준의 타박에 연준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형 내가 책은 안 읽어도 운동은 형보다 많이 했을 걸? 봐 내 이두랑 삼두가 얼마나 빵빵한지!”

 아이처럼 팔뚝을 들어 올리며 자랑하는 모습에 형준과 수민 모두 그만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형준을 바라보면 쑥스러운 수민은 애꿎은 연준에게 자꾸만 말을 걸었다.

 “연준 오빠 그럼 이제 포털사이트에서 더 이상 볼일은 없겠네?”

 이십대 후반부터 일 년에 두세 번꼴로 꾸준히 포털사이트 검색 순위 상위권을 오르내리는 남자가 바로 연준이었다. 아이돌그룹 멤버부터 주목받는 신인배우까지 ‘요즘 좀 핫하다’ 하면 연준과 함께 클럽에 있는 모습으로 스캔들이 났다. 연준은 그럴 때면 집에 들어오는 길 죄지은 표정으로 조용히 숨어 들어오곤 했지만 귀신같이도 할머니 홍명화 여사에게 항상 발각이 됐다. 홍 여사는 회사 망신 다 시킨다며 대노했지만 넉살 좋은 연준의 애교 한 방이면 깐깐한 홍 여사 역시 언제 그랬냐는 듯 사르르 녹고 말았다. 연준은 친구들과 놀다 아무 사이도 아닌 여자가 옆에 앉아 우연히 사진이 찍힌 것 뿐이라며 내심 억울해 했지만 ‘연예인 킬러 재벌 3세’라는 오명이 붙은 건 사실이었다.

 

 “참나, 이젠 수민이 너까지 날 놀리는 구나. 난 동네북이야, 아주.”

 억울해하는 연준의 말을 끊고 형준이 수민에게 말을 건넸다.

 “그런데 너 연준이만 보이나보다? 오빠는 안 보여?”

 평소 같았으면 자연스럽게 말을 주고받았을 텐데 형준의 말에 수민은 얼굴이 빨개지고 가슴이 뛰었다.

 “아뇨. 연준 오빠가 오랜만에 나타났으니까 그렇죠.”

 자꾸만 꿈 속 상황이 생각났다. 수건만 두른 자신을 코앞에서 빤히 바라보는 형준의 눈빛. 그런 속도 모르고 갑자기 자신을 친근하게 대하지 않는 수민의 말투에 형준은 내심 섭섭했다.

 “자, 이거 한번 드셔보셔요들.”

 성미 아주머니가 한우 안심구이를 한 접시 수북이 쌓아 가져다주면서 어색했던 대화는 일단락됐다. 셋은 늦은 저녁을 먹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수민아 방에 있어?”

 수민은 저녁을 먹으러 급히 내려가느라 미처 다 말리지 못한 머리를 말리는 중이었다.

 “네~”

 드라이를 하며 무심코 대답을 했다. 문이 덜컥 열렸다. 형준이었다. 수민은 속옷도 착용하지 않은 채 깊이 파인 끈나시에 짧은 란제리 반바지만을 입고 있었다. 이 옷차림은 오로지 방에서만 입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꿈에서와 비슷한 상황이 실제로 나타나고 말았다. 형준은 수민의 차림을 보고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헉. 미안. 오빠 나갈게.”

 형준은 이미 서둘러 문을 닫고 나갔지만 묘한 상황에서 수민은 오늘 새벽 꾼 꿈이 떠오르며 기분이 야릇해졌다.

 ‘하필 내가 그런 이상한 꿈을 꿔서 이러는 거야. 태연해지자.’

 애써 마인드컨트롤을 하고 후다닥 옷을 갈아입은 후 수민은 아무 일 없었던 듯 태연한 목소리로 형준을 불렀다.

 “들어오세요.”

 빼꼼히 문이 열리고 형준이 들어왔다.

 “미안. 오빠가 진짜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닌데 실수를 했네. 다 큰 숙녀를.”

 “아니에요. 오빠. 전 상관없어요.”

 형준은 멋쩍어하고 수민은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그런데 오빠 무슨 일 있으세요?”

 “응? 아니 뭐 일까지는 아니고. 밥 먹고 방으로 너무 빨리 돌아가 버려서 소화도 시킬 겸 2층에 와봤어.”

 형준의 방문이유는 다소 뜬금없었지만 그런 건 중요치 않았다. 꿈에 나왔던 것처럼 형준과 단 둘이 방에 있다는 사실에 수민의 마음은 다시 두근두근해졌다. 둘이 처음 한집에 살게 된 건 19년 전이었지만 방에 단둘이 있는 건 처음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너 연준이한텐 반말하면서 나한텐 왜 존댓말 해? 나랑 연준이랑 두 살 차이 밖에 안 나는데.”

 “네? 아아...그거야...”

 형준은 수민보다 5살이 많고 연준은 수민보다 3살이 많은데 둘을 대하는 태도는 확실히 달랐다. 형준에겐 언제나 존댓말을 꼬박꼬박 썼다. 형준은 수민에게 이복 사촌오빠인 동시에 무작정 편하게만 대할 수 없는 존재다. 아니, 형준은 사실 누구에게나 그런 존재다.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지만 냉철해 보이는 외모, 예의바르고 서글서글하지만 누구에게도 선을 넘지 않는 성격, 재벌 3세답지 않게 성실하고 모든 프로젝트가 완벽해질 때까지 노력하는 자세, 맺힌 곳이 없으면서도 자신의 속마음을 쉽게 털어놓지 않는 태도까지. 완벽하고 따뜻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흔한 남자들처럼 소주 한잔 하며 자기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는 그런 면은 1도 없었다. 수민은 성원그룹 대저택에 들어온 후로 아빠를 생각해 모든 식구들에게 예의바르면서도 적당히 거리를 두며 자라왔다. 그 와중에 그나마 마음을 터놓고 의지하며 지내온 사람이 형준이지만 형준에겐 누구보다도 까다롭고 어려운 면이 있었고 그래서 더 깍듯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철저한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성원그룹에서 형준의 존재는 범접할 수 없는 독보적인 존재였다.

 “내가 좀 어렵나?”

 “어렵긴요. 아니에요, 오빠.”

 꿈 이야기를 할 수도 없고 자꾸만 상황이 난감해졌다.

 “오빠한테도 반말 한번 해볼래?”

 “네? 됐어요.”

 이런 시 덥지 않은 이야기를 하며 형준은 수민의 방에 5분 넘게 서 있었다.

 “참 오빠, 그때 그 분은 잘 만나고 계세요?”

 “응? 아...서영아 씨? 집에서 서영아 씨랑 약혼하라네. 두 달 안에.”

 쿵! 수민의 가슴이 내려앉았다. 뒤통수를 한 대 아니 세 대 쯤 맞은 기분이었다.

 “아직 만난 지 한 달 밖에 안 되지 않으셨어요?”

 “응 딱 한 달 만났지.”

 형준은 마음이 많이 복잡해보였다.

 “이 세계에 얼마 만나고 그런 게 중요하겠니. 이해관계가 맞으면 하는 거지. 우리 회사에서도 1년 안에 바이오 쪽에 진출을 하려고 하는데 그쪽 도움이 필요한가봐. 제약 쪽에서 업계 1위니까...”

 ‘그쪽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에 수민은 더 이상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는데 그 여잔 도움이 되는 구나.’

 아무도 서영아와 자신을 비교하지 않았는데 마음속에선 스스로 서영아와 자신을 비교하며 주눅이 들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좀 빠르긴 하지만 그래도 그 언니 예쁘잖아요. 오빠도 좋은 거 아니에요?”

 “글쎄...예쁜가? 난 잘 모르겠는데.”

 수민은 약혼 이야기에 충격이 가시질 않았다. 억지로 하품을 하며 형준을 내보냈다.

 “오빠 많이 졸리시죠? 저도 좀 피곤하네요. 하하.”

 “그래, 오빠가 눈치가 없었구나. 잘 자!”

 형준이 나간 후 수민은 닫힌 방문에 기대어 섰다.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기댔다.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왜 눈물이 흐르는 건지는 스스로도 이해가 안 갔다.

 ‘왠 주책이니. 스물여덟에 첫 짝사랑이라도 시작한 거야? 저 사람은 이복이건 어쨌건 사촌오빠라고. 혼자 주접떨지 말고 정신 차리자.’

 애써 마음을 다잡아도 눈물은 자꾸만 더 굵게 흘러 내렸다.

 

 언제부터였을까. 수민의 마음속에 형준이 자리한 건. 처음 영아를 소개받은 그날 묘한 질투를 처음으로 느꼈던 걸까. 아니면 소월길을 산책할 때 “너 같은 여자가 이상형”이라는 형준의 말에 설렌 걸까. 그것도 아니면 꿈속에 느닷없이 나타나 수건만 두른 자신을 빤히 바라보던 그 눈빛이 이유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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